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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형 귀농지원 사례 [영주시]
영주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영주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가족형 주택 12세대(55.45㎡), 원룸형 주택 18세대(26.36㎡), 세대별 텃밭, 공동체 실습농장, 시설 하우스, 농기구 자재 보관소, 퇴비장, 교육관, 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주택 보증금은 40~60만 원이며, 교육비는 월 11만5천~24만 원이다.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거주하면서 농촌 생활과 영농 입문에 관한 이론과 현장 실습, 심화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농가와 연계한 곤충 양봉반, 양계반 등 전문 교육 과정뿐 아니라 트랙터, 관리기, 예초기 등 농기계 교육, 굴삭기 기능사반, 유기농 기능사반, 종자 기능사반 등 자격증 취득반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살아 보고 귀농하라니 정말 고마운 기회입니다
조윤현
조윤현 씨(35세)는 서울에서 자라 시골 생활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20대 때부터 계속 귀농에 관심이 있었다. 아내 이재선 씨(29세)는 영주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는 부모님이 계시니 귀농에 반대는 안 했지만 은퇴 후에 내려가자고 했다.
그런데 서울 생활이 너무 바쁘고 출퇴근 시간이 달라서 부부가 서로 만날 시간도 없고 아이도 낳을 생각을 못하다 보니 결혼 1년 만에 귀농하자는 허락이 떨어졌다. 서울시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를 찾고 보니 마침 장인장모님이 사는 영주에도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가 있어서 바로 신청했다.
“농촌에 오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해서 조금 빨리 왔어요. 서울에 살다 보니까 영주에 가끔 내려오면 좋고, 부모님도 젊을 때 귀농하는 게 괜찮겠다고 하셨어요.”
체류형 귀농교육에서 기본적인 텃밭 관리, 논농사, 농기계 등의 이론 강의와 현장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교육 외에 교육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건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버섯 재배를 궁금해 하면 교육생과 담당자가 회의를 한 다음 그 수업을 만들기도 한다. 교육생 중에 드론을 하는 분이 있어서 드론 수업도 만들었다. 양봉과 양계는 기본 교육 후에 관심이 있는 교육생들이 따로 동아리를 만들어서 관리한다. 닭장 청소라든가 물 주고 모이 주는 일 등은 모두 동아리가 알아서 한다.
“심고 키우는 것 보는 게 모두 처음입니다. 그런 거 보면 신기해요. 결과물만 보고 사서 먹으면 끝이었는데, 그 과정을 알게 된 것이 제일 좋았어요.”
농사에 대해서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육을 받다 보니 조윤현 씨에게는 텃밭 교육이 제일 중요하게 와닿았다.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창업지원센터 담당자가 어떻게 심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병해충은 어떤 게 있는지 교육생들이 경작하는 텃밭을 둘러보면서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는 이렇게 지역에 살면서 농사를 경험해 보는 체류형 귀농교육에 참여한 게 행운 같다. 멋모르고 왔다가 괜히 터도 못 잡고 서울로 다시 돌아가야 해서 이도저도 아닌 것에 비하면 농사도 배우고 농촌 생활도 미리 익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이냐고 말한다.
“아예 못 돌아가게 서울을 정리하고 왔어요. 지금 아니면 못할 듯해서요. 사실 저희처럼 너무 모르고 귀농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 저희 담당하는 창업지원센터 팀장님이 많이 가르쳐 주고, 정보도 주시니까 여기 터를 잡을 수 있게 됐어요. 저희에게는 정말 고마운 기회입니다.”
장인장모님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일단 모르는 것투성이라서 교육이 없을 때는 부모님 사과밭에 매일 가다시피 하면서 일을 배우고 있다. 내년에 사과밭을 임대할지, 1년 더 부모님에게 배울지 고민 중이다.
“사과 농사짓기로 결정했지만 생각보다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니까 시작을 못하겠어요. 저희는 모아둔 돈도 많지 않아요. 판매를 하려면 패키지도 다 만들어야 하니까 돈이 일단 들어가야 시작을 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저희는 부모님이 있어서 농사에 대한 지식이라든가, 사과 농사와 관련된 사람이 필요하면 소개받을 수 있으니 유리한 편이네요.”
조윤현 씨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농사일만큼 농촌 생활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생활 자체가 도시에 맞춰져 있었으니 아내가 계속 이곳 생활에 대해 얘기해 준다. 솔직히 불편함이 조금 있다. 도시에서는 걸어서 병원이나 영화관에 갈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차로 멀리까지 찾아가야 한다. 아내가 이곳에 와서 임신을 했는데, 분만실과 조리원이 다 있는 원주 병원을 다니고 있다. 그런 불편함도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르고 온 게 아니라 짐작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없는 것도 운동 다니면서 메꾸고 있다. 마침 교육생 중에 30대 두 명이 있어서 셋이 잘 어울리기도 한다. 오히려 아내에게 친구가 없는 상황이다. 고향 친구들이 다른 도시로 흩어져 나가서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아침에 출근할 때 빌딩만 보이는데, 여기서는 소백산이 진짜 깨끗하게 보이거든요. 노을 질 때도 정말 좋아요. 서울에서는 눈 뜨면 몸이 알아서 시간 계산하면서 움직이잖아요. 제시간에 출근해야 하니까요. 여기서는 그런 게 덜해요. 그래서 여유가 조금 더 있다고 할까요.”
내년에 조윤현 씨 부부에게는 걱정거리도 많다. 아이도 태어날 것이고, 모아둔 돈이 별로 없으니 돈도 좀 벌어야 하고, 체류형 귀농 교육도 끝나서 살 집도 마련해야 한다. 사과 농사 준비도 해야 한다. 그래도 올해 처음으로 누려본 여유가 이들 부부에게 새로운 힘을 충전해 주었으리라 믿는다. 젊기에 그들의 도전은 쑥쑥 성장할 것만 같다.
미니 인터뷰
Mini Interview
- 성종경씨(50대)
- 체류형 귀농교육에 참여하면서 농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려졌다. 농사야말로 무엇보다도 새로운 학문, 필수적 학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인간은 반드시 농사를 지어 봐야 한다는 깨달음이 왔다.
- 최인호씨(50대)
- 막연하게 귀농을 생각하고 체류형 귀농교육에 참여했는데, 생각을 구체화하는 시간이 됐다. 나는 농사를 잘 지을 만큼 부지런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귀촌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비용을 가장 적게 들이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서 영주에 정착하려고 한다.
- 선종열씨(60대)
- 서울에서 태어나고 살아서 농사를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텃밭에 작물을 키우면서 저절로 식물과 대화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만큼 농사가 재미있고 좋다. 서울에서 버티고 있는 아내를 설득해서 내려오게 하는 일만 남았다.
- 유진영씨(40대)
- 20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무실에 주로 앉아 있었으니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여기 와서 교육 받고 텃밭 농사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은데, 나가서 적응하려면 최소 1천 평 이상은 돼야 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 정도 규모는 텃밭과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 이 교육과 연계해서 내년에도 농사 규모를 훨씬 늘린 중간 정착 과정이 있다면 귀농에 실패하지 않고 정착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 이향숙씨(50대)
- 자율적인 시간이지만 게을러지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농사일이다 보니 오히려 더 열심히 한다. 서울 토박이고 농업에 대해 생각 못하다가 3년 전 도시농업 쪽 일하면서 귀농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농촌에 잠깐 머무는 건 좋았지만 현실 생활이 되면 과연 어떨까 겁이 나서 저지르지 못했다. 체류형 귀농교육은 나의 그런 걱정을 실험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영주가 마음에 들어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었다. 우리 나이에는 수입이 점점 줄 수밖에 없으니 농사지어 어느 정도 자급하면서 덜 벌고, 덜 쓰고, 마음 편하게 살려고 한다.
- 홍석준씨(40대)
- 40년 동안 서울 강남역에서 살았다. 사람 많은 곳이 지겨워서 귀농을 생각하게 됐다. 영농이라는 것도 경영과 똑같아서 자본, 기술, 노동이 다 들어간다. 체류형 귀농교육은 농업 기술 부분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고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자본을 투자할 때 실수할 여지를 줄일 수 있도록 도움을 받고 있다. 점점 대형화하는 농업에서 소자본을 투자해서는 원하는 소득을 내기 어려워 보인다. 자본이 적은 청년들에게는 귀농보다 귀촌이 현실적으로 더 맞아 보인다. 농작물로 소득을 내기보다 영주가 서울에서 가까워 체험농장을 구상 중이다.
체류형 귀농지원 사례 [고창군]
고창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고창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공동주택(48.9㎡ / 60.8㎡) 20호, 단독주택(53.6㎡ / 67.6㎡) 10호, 교육관, 공동퇴비장, 저온저장고, 시설 하우스, 유리온실, 세대별 텃밭 등을 갖추고 있다. 숙소 유형별로 57만6천∼71만4천 원의 보증금과 함께 월 19만2천∼23만8천 원의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체류하면서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다. 예비 귀농인의 정착에 도움이 되도록 영농 기술교육과 현장 실습, 선도 농가를 견학하는 기본 교육부터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직거래 마케팅과 스마트 팜, 법률 교육, 목공 등 폭넓은 주제로 교육이 구성돼 있다.
고창이 건강이자 돈이다
오규호
“농사일도 처음이지만 육체노동이 처음이에요. 전자회사에서 20년 설계하면서 머리로만, 입으로만 먹고 살았죠. 사실 육체노동이 가장 신성한 것 같아요. 내가 해 보니까 농사가 어렵다는 것도 알겠고, 농산물 값이 싼 거구나, 우리 농산물 많이 이용해야겠다 생각돼요.”
오규호 씨(59세)는 서울시 50플러스재단에 교육 받으러 갔다가 귀농에 대해 듣고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평소 시골에 가서 닭을 키우고 텃밭을 하고 싶다는 아내 얘기를 듣다 보니 스며들기도 했다. 그런데 아내는 “당신은 귀농 아니고 귀촌 해야 돼. 당신은 농사일 못 해.”라며 서울 사람인 그의 한계를 일러줬다.
고창에서 체류형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그는 ‘노가다’를 뛰었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알고 싶었고, 생활비와 교육비는 스스로 벌어서 쓰고 싶었다. 보름 정도 일하니 육체적 노동이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스군고구마 공장에 삼고초려 끝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귀농 교육이 있는 수요일 오후와 목공 교육이 있는 목요일 오후를 빼면 모두 출근한다.
“시간이라는 건 자기가 만들기에 따라서 텃밭도 가꾸고, 아르바이트도 다니고, 밥도 해 먹을 수 있다고 봐요. 바쁘다 바쁘다 하면 못해요. 바쁜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하다 보면 자기 발전이 있어요.”
매주 수요일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은 귀농에 필요한 작물교육, 영농기술, 마케팅 교육 등을 받는다. 관심에 따라 양봉, 멜론, 수박, 딸기, 복분자 작물반에 들어갈 수 있다. 작물반은 교육장 하우스와 실제 농가에서 실습을 병행한다. 시기에 맞춰 모종을 가져다 놓으니 교육생들은 텃밭에 심고 싶은 작물을 키울 수 있다.
“텃밭에 심는 것까지 일일이 교육해 주지는 않아요. 교육을 안 받고 심어 보는 것도 필요하죠. 상추, 호박, 고추를 심었는데, 잘 자라요. 그런데 고추는 나중에 병이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뭘 해야 하나 물어보고 공부해요. 스스로 터득하는 것도 중요해요. 교육은 고창에서 하는 주요 작물 위주로 하지만 그 외에 궁금한 건 센터 담당자 분들에게 물어보면 다 가르쳐 줘요. 본인이 모르면 전문가들에게 물어봐서 알려주고요.”
오규호 씨는 텃밭 이름을 ‘내 먹거리 웰빙텃밭’이라고 지었다. 텃밭 수확물을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 식구들에게 보낸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챙기려면 새벽 5시에 일어나 수확하고 싸야 한다. 내 식구들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으니 이곳 생활이 더 즐겁다.
“고창이 아주 좋습니다. 체류형 단지가 있는 곳 환경은 최고에요.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여기가 운동장도 되고, 텃밭도 되잖아요. 저는 서울시 지원을 60% 받으니 월 8만 원도 안 되는 비용을 내고 이 넓은 운동장, 텃밭, 체력단련장 이용해요.”
그는 저녁마다 15km씩, 많게는 25km씩 트레킹을 한다. 덕분에 내려올 때 71kg이었는데, 지금은 61kg로 적정 몸무게를 되찾았다. 2달 전에 담배를 끊고 나니 머리도 맑아졌다. 트레킹 하면서 체력이 좋아지니까 그는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귀촌하려고 내려왔는데, 귀농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규호 씨는 집이나 땅에 많이 투자할 생각이 없다. 임대해서 살 곳을 찾을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 자신이 시골에 터를 잡아서 나중에 자식들이 아이를 낳으면 놀러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골을 경험하면 나이 먹어서도 좋은 기억으로 떠올릴 수 있기에 시골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등 자격증이 있으니 재능 기부도 하고 남의 집 고쳐 주면서 인건비만 받아 용돈 벌이를 하면 꿈꾸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텃밭 농사지어서 아이들에게 보내 주면서 말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보다도 건강이에요. 건강하지 못하면 내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요.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되요. 저처럼 60살 다 된 사람은 그런 욕심을 접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고창이 바로 돈이다! 고창이 나를 건강하게 해 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니까요.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을 통해 고창을 만나는 기회를 얻어서 참 행복합니다.”
미니 인터뷰
Mini Interview
- 유정환씨 (60대)
- 전원생활을 꿈꿔 왔는데, 체류형 귀농교육을 통해 고창에 살아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농촌 현실을 볼 수 있게 됐다.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보면서 내가 살 경우 어려운 점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게 됐다. 꿈과 현실의 거리를 알았으니 이제 적응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 손영기씨 (50대)
- 20대 때부터 농촌에서 살고 싶었는데, 이제야 내려왔다. 체류형 귀농교육 받으면서 텃밭 농사를 해 보는데, 밭에서 나오기 싫을 정도로 좋다. 하지만 교육을 받을수록 농사로 생활비를 벌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귀농에서 귀촌으로 전환했다. 정착을 위해 주민등록 주소도 고창으로 이전했다. 시골 농가를 개조해서 문턱을 낮춘 식당을 해 볼까 생각하며 둘러보고 있다.
- 박승철씨 (50대)
- 농사를 피상적으로만 알다가 교육 받으면서 토마토, 멜론 실습 하우스에서 실패도 경험하고 농가를 방문하면서 농사의 실질을 조금은 알게 됐다. 집 짓고 농사 조금 지으면서 살고 싶었는데, 하우스 농사를 지어야 소득이 생기는 구조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하우스 농사는 힘에 부쳐서 못할 듯하다. 블루베리, 복분자를 심고 싶다.
- 박광득씨 (50대)
- 서울에서 59년을 살다가 지방은 처음 와서 살아 본다. 4년 전부터 귀농을 생각했는데, 큰사위가 고향인 고창으로 귀농하면서 나도 체류형 귀농교육에 참여하게 됐다. 농사 실습을 힘닿는 데까지 해 봤는데, 귀농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하우스에서 이모작이 가능한 밤호박으로 작목을 정하고 준비 중이다.
체류형 귀농지원 사례 [무주군]
무주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2017년 서울시와 ‘도농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운영되고 있는 무주군 체재형 가족실습농장은 무주에 귀농·귀촌을 유도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있다.
33~50㎡ 귀농생활주택 10동, 1200㎡ 공동 실습 경작지, 660㎡ 공동 시설하우스, 170㎡ 공동 버섯시설하우스를 갖췄다. 귀농생활주택은 면적에 따라 40만~60만 원 보증금이 있고 집 앞 텃밭을 경작할 수 있다. 3월부터 12월까지 귀농·귀촌 기초 과정과 농기계, 농산물 재배 및 판매 교육이 진행되며 월 20만~25만 원의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올해는 귀농·귀촌협의회의 멘토링 사업과 연계해 감자, 옥수수, 표고버섯, 토마토, 고추, 고구마 등 재배 작물에 대한 영농 실습이 진행되었다.
농사와 공동체 생활, 연습하고 준비해요
김승필
김승필 씨(59세)는 서울에서 30여 년 은행에서 직장생활을 해왔는데, 은퇴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은퇴 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뭘 할지 딱히 결정을 못한 채 퇴직을 했는데, 무주군에 먼저 귀농한 처형이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을 알려줘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아내 김미경 씨가 흙을 좋아하는 게 무주로 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언니가 7년 전에 무주로 귀농했어요. 제가 건강이 오래 안 좋았기에 무주 공기가 좋으니까 이쪽으로 내려와라 많이 권했어요. 남편이 직장생활 하다 보니까 못하고 있다가 은퇴를 딱 하고 마침내 왔네요. 나를 따라 준 남편이 고마워요. 건강을 회복하는 데 흙을 만지는 게 도움 됐어요. 흙을 만지고 있으면 사람이 편해져요. 여기서는 느긋하다가도 서울에 가면 희한하게 뛰게 돼요. 횡단보도에서 뛰고, 버스 타려고 뛰고…….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그렇게 달라지더라고요.”
부부가 머무는 50㎡ 귀농생활주택 앞 텃밭에는 오이, 가지, 토마토 등 여러 가지 작물이 풍성했다. 두 사람이 이른 아침부터 틈만 나면 들여다보고 가꾼 결과물이다. 흙을 만지며 땀 흘리는 일상이 주는 평온함에 감사하면서 부부는 이곳에서 지낸다고 한다.
“농촌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적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했던 기억은 있는데, 40여 년이 지났으니 농사 기술은 전혀 모르는 것과 다름없어요. 여기 살면서 교육을 받다 보니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김승필 씨는 잊고 지내던 농사일을 하나하나 다시 익혀 가는 중이다. 이곳에서는 집 앞 개인 텃밭 농사뿐 아니라 약 1200㎡ 밭에서 감자, 고추, 옥수수, 고구마 등을 공동경작한다. 토마토와 표고버섯 시설하우스에서도 실습 교육을 받으며 공동경작을 하고, 선도 농가 견학도 종종 한다.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의 좋은 점은 이렇게 농사 실습과 이론 교육을 10개월 동안 꾸준히 받으며 같이 농사짓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까 햇볕 뜨거운데 오전 내내 감자 캐느라 힘들어하면서도 좋아하는 모습 보셨죠? 저기 공동밭 고추 심을 때도 다들 행복해하셨어요. 서울에서 6가구, 다른 도시에서 4가구, 총 10가구가 교육을 받고 있는데, 농사일뿐만 아니라 사는 동안은 우리는 한 가족이다, 생각하며 자꾸 어울리려고 해요. 그게 연습이잖아요. 시골 원주민들과 어울려 살려는 준비거든요.”
그는 2년 전에 무주에 집을 짓고 텃밭 정도 경작이 가능한 농지도 구입해 둔 상태이다. 사실 아내의 건강도 좋지 않고 자신도 은퇴를 한 나이라 귀농보다 귀촌이 더 맞다고 판단했다. 무주는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이고 덕유산 자락으로 공기 좋고 시원하여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지역이니 은퇴 후에 삶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라 여겨졌다.
김승필 씨는 올해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귀촌을 준비할 수 있어서 고맙다. 내년쯤 집을 짓고 텃밭 농사지어서 가족, 지인들과 나눠 먹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융 소외 계층에게 교육과 상담을 해 주는 재능기부를 하면서 살고 싶다.
미니 인터뷰
Mini Interview
- 이규환씨(60대)
- 무주에 귀농하고 싶은 확신을 가지고 내려왔다. 교육 열심히 받고 정착하려고 농사지을 땅을 계속 찾고 있다. 나처럼 서울에서 은퇴하는 사람들에게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을 더 많이 홍보해서 귀농이든, 귀촌이든 경험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접하게 해 주면 좋겠다.
- 장영애씨(50대)
- 작물을 심고 키우는 것을 전혀 몰랐는데,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 참여하면서 텃밭 농사를 처음 지어 본다.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처럼 농사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 교육의 도움이 크다. 무주에 정착하고 싶은데, 땅이나 집을 구할 수 있는 안내나 정보를 구하기가 힘들다. 10개월 체류가 끝난 다음을 위해서 지역과 연계되는 프로그램이나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
- 임재훈씨(60대)
- 은퇴하고 참여했는데, 시골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게 좋다. 봄철에 숲에 가보면 오솔길이 있는데, 할머니들이 고사리나 나물 뜯으러 다녀서 생긴 길이다. 그 길을 따라 걸으면 예쁜 오솔길 산책도 되고, 나물도 뜯을 수 있다. 여기 분들은 농사짓느라 바빠서 신경 쓰지 못하는 것들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를 채취해서 꽃차를 만들고 있다. 체류형 귀농지원 프로그램에서 농사 교육이나 실습은 잘 돼 있는데, 농촌에서 사는 데 필요한 기술 교육은 아직 없다. 배관, 목공, 용접 같이 농촌 생활과 관련된 기술 교육이 보완되면 좋겠다.
체류형 귀농지원 사례 [강진군]
강진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강진군 체류형 귀농사관학교는 원룸형(29.4㎡ / 34.3㎡), 투룸형(50.5㎡) 숙소 12호, 공동 실습농장, 세대별 텃밭 등을 갖추고 있다. 숙소 유형별로 30만∼50만 원의 보증금과 함께 월 15만∼25만 원의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주작목 배움 교실, 유기농 실용 전문가 과정 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영농 교육을 진행한다. 특히 멘토멘티를 통한 맞춤형 교육으로 실제 농가에서 장기 실습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농업ㆍ농촌에 대한 이해와 지역 주민과의 소통 등 융화 교육, 농지법과 건축물 인허가 정보 등 농촌 정착을 위한 실생활 교육, 한지공예, 가죽공예, 목공 등 문화 교육도 진행한다.
내가 정말 귀농할 수 있을까, 판단하기 위해 왔어요
신동훈
신동훈 씨(44세)는 5년 전쯤 귀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IT 개발자로 일하면서 과도한 업무량에 몸도 마음도 지치면서 문득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상 스마트팜에 관심이 갔다. 혼자 귀농을 해야 하니 자동화가 가능한 스마트팜이라면 한 사람의 노동력만으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 싶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2년 정도 서울시에서 하는 귀농 교육을 찾아서 다녔다. 하지만 이론 교육이나 팜투어 위주의 현장 실습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줄곧 살았어요. 농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귀농 결심을 했습니다. 체류형 귀농교육은 정말 내가 귀농할 수 있을까 판단하기 위해 신청했어요. 장기로 체류하면서 시골 생활에 적응도 하고, 현장 실습을 나가서 농사일을 잘할 수 있는지 보려고요. 농가에 가서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멘토 분하고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데, 농업에 대해서 실제적으로 많이 알게 됐어요. 귀농한다면 도움이 될 것을 많이 얻었습니다.”
신동훈 씨는 매주 화요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이론과 실습을 겸한 실용유기농 교육을 듣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멘토 농가에 가서 자신이 귀농에 맞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는 강진으로 내려오기 전부터 토마토 농사를 지어야겠다 생각했다. 혼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덜 가면서 시설하우스에서 키울 만한 작물로 적합해 보였다. 그래서 멘토를 정할 때 고민 없이 토마토 농장을 선택했다. 강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견학이나 교육이 있을 때, 주말을 제외하고 그는 매일 멘토 농가에 가서 일한다.
“멘토 선생님 일하는 거 보면 농사는 주말도 없어요. 44년 동안 육체적 노동을 안 하다가 하니까 힘든 것도 있죠. 하지만 농사일을 해 보니까 저랑 맞아요. 무념무상이 되고 지루하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멘토 선생님이 힘든 일 안 해 본 사람이라고 배려를 해 주셔서 많이 쉬어 가면서 해요. 그런데 요즘에는 하우스 작물 교체기가 와서 청소만 2주 동안 했는데, 엄청 힘들어요. 그 전에는 토마토 수확이나 약 치는 일이라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농사일이 할 만하다 생각했다가 요즘에는 육체적으로 농사일이 고되다는 걸 알았죠.”
귀농을 생각한다면 장기간 실제 농가 실습을 해 보는 강진군 체류형 귀농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고 신동훈 씨는 말한다. 멘토 농가를 선택하기 전에 여러 농가를 방문해서 자신에게 맞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최대 4개월까지 농장에서 현장 실습을 할 수 있고, 하다가 그 작물과 안 맞으면 다른 작목 농가로 바꿀 수도 있다.
“사실 자기 농장을 가지고 처음부터 시작하려면 4개월의 경험도 짧죠. 그래도 내가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없다 정도는 판단을 내릴 수 있으니까 현장 실습 교육만 한 게 없다 싶어요. 팜투어라든지 이론 교육은 귀농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키울 수밖에 없어요.”
신동훈 씨가 강진으로 오게 된 이유는 바다가 있는 전라남도 쪽으로 귀농지를 정했기 때문이다. 토지 구매 비용 등도 전라남도 쪽이 조금 쌀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전혀 모르고 선택한 곳이지만 3개월 정도 지내면서 강진이 ‘좋은 곳이구나’ 생각이 든다. 만나는 귀농자들도 모두 좋은 분들이라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적응하기보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괜찮겠다 생각한다.
신동훈 씨는 처음에 혼자 생활비가 나오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해서 농사 규모를 크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강진 와서 생각이 바뀌었다. 강진에서는 900평 단위로 구획 정리한 땅을 매매한다. 그 이하로 땅이 안 나오는 것이다.
“900평을 사면 하우스 3동을 지을 땅인데, 2동만 짓고 1동을 놀릴 수는 없잖아요. 해 보고 정 힘들면 1동은 놀리더라도 3동으로 시작해야 하더라고요.”
어렵다. 귀농 교육할 때는 절대 집이나 땅을 미리 사지 말라고 하는데, 지역에서 예비 귀농자들이 느끼는 건 다르다. 그 동네에서 살지도 않으면서 땅을 빌려서 시설하우스를 짓는 건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느낀다.
“임대도 그 마을에 몇 년 정착해서 살면서 마을 분들과 어느 정도 인맥이 형성된 이후에나 가능해요. 처음에는 귀촌으로 와서 인맥을 형성하고 귀농으로 나아가야겠다 생각도 해요.
내가 좋아하는 마을에서 정착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주변에 이동식 주택이라고 놓고 살아야겠죠. 빈집에 들어가서 살면 좋은데, 시골 빈집들이 너무 오래 비어 있어서 살 만한 곳이 잘 없어요. 임대한 집은 내 마음대로 수리도 할 수 없고요.”
낯선 지역에 와서 귀농 준비를 해 나가려면 부딪히는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강진에서 지원해 준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신동훈 씨는 체류형 귀농교육에 와서 귀농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농사일을 할 만한 체력이 된다는 것도 알았고, 멘토 농가와도 원만하게 지내면서 토마토 농사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 가령 현장 실습을 나갔는데, 멘토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면 농사일뿐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생들과도 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저희는 숙소가 기숙사형이라 청소도 같이 모여서 해야 되고 옆에 방이 붙어 있어서 큰 소리로 얘기하면 들리니까 조심해야 돼요.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하니까 단독형보다 서로 친밀해지는 것 같아요. 귀농에 대해 많이 얘기하면서 친해지더라고요. 조용히 혼자 살고 싶어서 귀농을 생각하는 분에게는 체류형 귀농교육이 안 맞겠죠. 그런데 이번에 온 분들은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라 단체 생활 예의를 지키면서, 부족한 부분 도와주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같이 강진에 귀농하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강진에서 귀농 연습이 이제 겨우 3개월이라고 말하는 신동훈 씨. 귀농에 대해서 겨우 맛만 본 상태이다. 하지만 “내려온 걸 후회하지 않아요. 아니면 벌써 도망갔겠죠.”라고 웃는다. 언제나 그가 꿈꾸는 삶에 후회가 끼어들 틈이 없기를 바란다.
체류형 귀농지원 사례 [구례군]
구례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구례군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주택형(41.9㎡) 숙소 5동과 기숙형(28.8㎡) 숙소 30호를 비롯해 교육동, 개인 텃밭(1만3400여㎡), 버섯 재배사, 시설하우스, 농기계 실습장, 농산물가공센터, 미생물배양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숙소 유형별로 48만∼66만 원의 보증금과 함께 월 16만∼22만 원의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과정으로 장기 체류하면서 기초 농업, 전문 실습, 농촌 문화 등 이론과 실습을 겸한 교육을 받게 된다. 농기계 조작법, 텃밭 가꾸기 실습, 표고버섯 기르기, 양봉 교육 및 농가 견학, 구례 특산물 오이ㆍ애호박 재배 기술교육, 꽃차와 약초 탐방, 모심기 체험을 비롯해 농산업 마케팅, 마을공동체 활성화 방안, 친환경 인증에 관한 영농경영 수업도 병행된다.
10개월 동안 고기 잡는 방법을 찾아요
김선희
서울 종로에서 23년 동안 음식점을 하던 김선희 씨(63세)는 심장 수술 이후 몸이 약해져 가게를 정리했다. 오래 몸에 밴 습관 때문에 뭔가 일을 해야 하는데, 가만히 집에 있어야 하니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1년 넘게 수입 없이 지출만 있는 생활을 하면서 노후도 고민됐다. 그때 TV에서 귀농한 사람이 생활비가 줄어든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나도 줄일 수 있으면 어디라도 가자, 생각했다. 김선희 씨는 건강과 노후 자금 문제를 귀농으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몹시 갈구할 때 구례에 사는 지인이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심장 수술 후 부정맥이 자꾸 생겨서 심각했어요. 부정맥이 올라오면 강도 만났을 때 놀란 것처럼 심장이 뛰어요. 재수술 대신에 저는 한번 가 보는 거야 하고 구례로 내려왔죠. 신기하게도 여기 와서 몇 달 지내는 동안 부정맥이 사라졌어요. 그래, 내가 풀 매 줘야 할 작물이 있으니까 하고 밭으로 나가서 해 떨어진 밤까지 소처럼 일했어요. 그런데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으니까 몸은 오히려 건강해졌어요. 많이 컸네, 이쁘다, 작물 사랑에 흠뻑 빠져서 지내요.”
농사 경험이 없는 김선희 씨는 전문 강사들이 가르쳐 주는 대로 텃밭에 심고, 마음을 다해서 기쁘게 가꿨다. 감자, 고추, 옥수수, 깨 등 파종 교육부터 시작해서 병충해 예방, 꽃차, 양봉 등 다양한 교육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데 그는 교육에 빠진 적이 없다. 한 번도 안 해 본 일이라 체류형 귀농교육을 거치지 않고 시골로 왔더라면 막막해서 어떻게 했을까, 싶었다.
“나이도 몸도 새로 사업을 하기에는 늦었다 생각했는데, 양봉을 만났어요. 벌꿀대장이라는 분 강의를 듣는데, 내가 꿀을 좋아하고, 뭔가 일도 해야 하니까 그래, 한 번 해 보자 싶더라고요. 사계절 다 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퇴비 주고 김매고 밤낮으로 바쁘게 보살피지 않아도 생활을 유지할 돈이 나온다 해요.”
양봉을 하기로 결심이 서자 김선희 씨는 벌통 놓을 자리부터 알아봤다. 마침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을 소개한 구례 지인에게서 묵히던 밭을 빌릴 수 있었다. 올해 양봉 심화 교육은 모집이 끝나서 내년에 듣기로 했다. 벌통, 벌, 도구 사는 데 1천만 원 정도 자금이 들어간다고 해서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시작을 했으니까 흥해도 천만 원, 망해도 천만 원이라 생각해요. 열심히 해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판로를 찾아보려고요. 이곳에서 내가 얻는 것은 마음에 위안, 일하는 기쁨이니 그걸 돈으로 살 수 있겠어요? 이 나이 먹고 보니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내년에는 농사도 잘 지을 것 같다. 100평 가까이 되는 텃밭에 감자, 옥수수, 고구마, 땅콩, 고추, 참깨, 들깨, 콩, 수박 등은 물론 사탕수수, 아마란스 등 외국 작물까지 30~40가지 작물을 심어 봤다. ‘이건 이래서 잘된다, 이건 이래서 안 된다’ 일지를 다 썼다. 수박과 고추가 물을 싫어하는 걸 모르고 배수가 안 되는 위치에 심었다. 마실 물만 마시고, 남는 물이 있으면 이런 저런 병이 온다는 걸 심어 놓고 알았다. 또 옥수수는 물을 엄청 먹는다는 것도 알았다. 사탕수수에 병이 왔을 때는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지만 외국 작물이라 달리 약이 없었다. 병이 오면 식물도 면역력을 길러 줘야 한다고 해서 EM(유용미생물)을 뿌려 주면서 살려 냈다.
“이 많은 작물을 심어 봤는데, 다음에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서 무작위로 아무데나 심지 않겠지요. 백문이 불여일견, 여러 사람 말을 듣는 것보다 내가 경험해 본 것이 큰 자산이죠. 처음에는 물탐을 엄청 해서 수도가 몇 개 안 되니까 새벽부터 나와서 물 주느라 바빴어요. 그런데 그럴 필요 없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됐죠.”
김선희 씨는 온통 몸으로 부딪혀 가며 농사를 배우는 중이다. 그렇게 키워서 수확한 감자, 옥수수는 먹고도 남을 양이라 자식들에게, 친척들에게 보냈다. 그는 잘 먹고, 맛있게 먹는다 하면 기분이 좋아서 나눠 먹고 싶다.
“도시에서 살 때, 저렴한 멘트로 개고생을 했거든요. 발톱, 손톱이 빠져 가며 일했어요. 사람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고요. 피부에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잖아요. 마음에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아요. 여기서는 상처 받을 일이 없어요. 내가 작물한테 상처를 줄지언정, 작물은 나한테 상처를 주지 않아요. 체류형 귀농교육을 받는 10개월 동안 고기 잡는 장소를 봤으니, 고기 잡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내 능력 되는 대로 노력해서 길을 찾아가야죠.”
미니 인터뷰
Mini Interview
- 이홍석씨(60대)
- 여기 와서 텃밭일을 하고, 식이요법 하면서 8kg을 감량했다. 텃밭 50평은 아침에 한두 시간 꼼지락꼼지락하면 어렵지 않게 관리가 된다. 3월에 오자마자 심었던 감자, 옥수수를 얼마 전에 수확했고, 고추도 빨갛게 익어서 수확했다. 심고 수확하는 게 모두 처음이다. 앞으로 농사가 살아가는 일상이거니 하면서 지낸다. 구례에 정착하고 싶은데, 마땅한 땅도 집도 없어서 고민이다. 교육 기간이 절반 지나고 절반 남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 손영기씨(50대)
- 농사 관련된 일을 해 보고 싶었고, 여행을 좋아해서 지리산이 있는 구례로 왔다. 관리기, 예초기 등 기계를 이용해서 작물 키우는 교육도 받고, 수확도 처음 해 봤다. 농사일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고 지리산 둘레길도 열심히 걷는다. 답답한 도시 생활을 떠나서 하고 싶은 걸 실컷 하니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행복하다. 몸무게도 올 때 93kg이었는데, 73kg으로 감소했다. 교육생들 성격이 참 다양한데도 공동체 생활을 잘하고 있다. 농사도 같이 짓고 일상 활동도 같이 하는데,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같다. 언밸런스의 밸런스를 맞춰 가는 경험이 귀농 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체류형 귀농지원 사례 [제천시]
제천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
제천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이 매년 3월부터 11월 말까지 9개월 동안 가족과 함께 체류하며 농업 환경을 익히고 실습하는 곳이다. 40㎡ 단독주택 26동, 50㎡ 단독주택 4동, 기숙사 1동을 갖추고 있으며, 교육장, 회의실, 농자재 보관창고, 가구별 텃밭, 공동농장, 시설하우스, 사과 과수원도 조성돼 있다.
농업과 관련된 이해 과정인 기초교육, 농사짓는 기술을 실습하는 심화교육을 받는다. 또한 멘토멘티 제도를 통해 ‘선도농가, 선배 귀농인’으로부터 작목별 재배기술에 대한 조언을 얻고, 현장감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주택 유형별로 40만∼80만 원의 보증금과 함께 월 14만7천∼27만 원의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귀농 계획이 잡혀 있으니 교육에 집중할 수 있어요
이성범
“서울 생활의 팍팍함도 있고, 의류업종에서 30년 일도 했거든요. 뭔가 제 삶을 전환하고 싶어서 귀농을 결심했어요. 고향은 충주인데 부모님은 농사지었어요. 농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니까 귀농도 해 볼 만하다 결심이 섰죠. 너무 감성적일지 몰라도 서울에 살 때는 내가 시간에 쫓겨 갔거든요. 그런데 여기 내려와서 시간은 더 없는데, 내가 마음대로 써요. 그게 좋더라고요. 한마디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이성범 씨(49세)는 2009년 영월에 땅을 사서 주말농장을 해 봤다. 서울에서 250km 정도 떨어져 있었고, 비포장 도로를 한참 들어가야 할 정도로 오지였다. 공기는 너무 좋은데, 주말마다 다니기가 힘들었다. 결국 서울 근교 쪽을 찾아보다가 제천에 공장이 거의 없어서 공기도 좋고, 주말에 다니기에도 괜찮아서 땅을 구입했다. 주말 농사를 짓다가 서울시 체류형 귀농지원 사업을 알고 나서 바로 신청했다. 제천에서 농사실습도 하면서 살아 볼 수 있다고 하니까 크게 걱정 없이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아내도 시골 태생이라 농사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많이 알았다. 주말농장 다닐 때는 아내가 다 알려주는 식이었다. 이성범 씨는 사업하면서 바쁘다 보니 관심이 덜 갔고, 아내가 주도해서 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체류형 귀농교육에 참가하면서 관심을 갖다 보니 지식 습득이 빨라졌다. 또 수확량을 늘리는 방법이라든가 기술을 전문적으로 알려주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
“서울에서 참여한 7가구를 포함해서 30가구가 교육 받고 있는데요, 인원 수로는 45명 정도입니다. 제가 총무를 하다 보니 사람들한테 어설프나마 알려 주는 편이에요. 올해 농사가 잘돼서 뿌듯하네요. 사람들이 물어서 답해 주다 보면 모르는 건 공부하게 되거든요. 그게 아마 농사가 잘되는 비결일 거예요. 사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분들은 배워도 감이 잘 안 오나 봐요. 심는 시기, 곁순 치는 것, 이런 정보를 공유하고, 일도 도와주면서 제가 더 배워요.”
이성범 씨는 사과 과수원과 토마토, 고추 하우스를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실습하고 개인 텃밭은 70평 정도 경작하고 있다. 멘토 농가에 가서 농사일도 배운다. 작물이 크는 것도 보고 수확도 해 볼 수 있어서 좋다. 말로만 수확하는 걸 듣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해 보면서 농사일에 대해서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올해 저는 체류형 귀농교육도 받지만 제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농업인대학, 신규농업인 교육을 다 받고 있어요. 가끔은 복잡할 때도 있어요. 사과를 세 군데 가서 들으면 다 틀려요. 농사짓는 사람마다 달라서요. 처음에는 헷갈리다가 계속해서 몇 번 듣다 보면 원칙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머릿속에 정립이 돼요.”
교육 받는 데 집중하다 보니까 제천에 사 둔 밭에는 손이 덜 가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땅콩, 파 등을 심었다. 과수 나무는 사과, 배, 복숭아, 매실, 구찌뽕, 구기자 등을 2그루씩 심었다. 원래 과수 나무는 그렇게 심으면 안 되는데, 이 지역에 어떤 과실수가 잘 되나 파악하려고 실험적으로 심어 보는 중이다.
“제천시 수산면에 제 밭이 있어요. 주말마다 가는데, 마을 사람들 성품이 온화해요. 아직은 그 마을에 정착한 게 아니지만 마을 분들과 잘 지내고 있어요. 농산물, 사과 같은 게 나오면 팔아 주기도 해요.”
제천으로 내려올 때는 사과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다 추위에도 강하고 가뭄에도 강해서 이 지역 특성에 맞는 구기자와 오미자 농사로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구기자가 면적당 소득이 상당히 높고, 농사가 좀 수월하기도 했다.
“지역을 고려했을 때는 가장 합당한 품목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이 지역 사람들은 많이 안 하네요. 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일손이 많이 가는 것도 아니라서 저는 이걸 해 보려고요. 단점은 수확할 때 일일이 하나씩 다 손으로 따야 하는 거죠. 포도는 송이로 딴다면 구기자는 알맹이를 하나하나 따야 해요. 한 사람이 하루에 얼마 못 딴대요. 수확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으니까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겠죠.”
그는 체류형 귀농교육에 참여할 때 제천을 확정하고 머릿속으로 농사 계획도 그리고 내려왔기 때문에 한 번 체험해 볼까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때문에 교육생 관심사를 물어 보고, 그걸 반영한 강사를 섭외해 주니 더욱 만족하고 있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마이스터 농부님들은 물론 충북, 경북 등 전국에서 농업기술센터 전문가들이 강의를 온다. 작년까지는 제천시 담당 직원들이 상주하지 않고 출퇴근했다. 올해부터는 사무실도 옮겨 오고 팀장님이 주말이든 휴일이든 어지간하면 출근을 해서 소통이 바로바로 이뤄지니 교육생들의 참여도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한테는 숙소, 이곳 생활이 다 좋습니다. 굳이 보완할 점이라면 실습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친환경 퇴비 등 좋은 이론 교육을 받았는데, 실습을 하면 머릿속에 쏙 들어오잖아요. 그리고 탁구대, 교육생 화합 공간 같은 복지 시설이 생기면 좋겠어요. 교육생들이 만날 농사만 지을 수 없고, 휴일에 모여서 같이 할 게 있으면 좋잖아요.”
계획이 잡혀 있으니 어떻게 할까, 어디로 갈까 그런 고민 대신에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성범 씨. 체류형 귀농교육을 통해 그가 꿈꾸는 삶이 첫발을 떼었으니 제천에서 시작될 다음 발걸음도 힘차게 내딛기를 바라 본다.
미니 인터뷰
Mini Interview
- 이선희씨 (40대)
- 막연히 귀농하고 싶다, 농사짓고 싶다 생각만 하다가 주말 텃밭과는 다른 규모의 농사도 짓고 여러 교육을 받았다. 작목 선택부터 귀농 지역, 판로, 농사의 노동 강도, 귀농지 정착의 어려움 등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어 꿈과 이상의 귀농이 아니라 현실적인 귀농을 설계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현재 농업 현황을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어 귀농 후 작목 선택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교육을 꼭 받아 보고 결정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 기광희씨 (50대)
- 오랜 고민 끝에 신청을 했는데, 어느새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다. 생각보다 무언가 길러 내고 보살핀다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농사일을 좋아하고 할 만한 일이라는 답은 얻었다. 남은 기간 동안 고민은 계속되겠지만, 어디까지 내가 할 수 있는지 골고루 체험해 볼 계획이다. 텃밭 농사는 만족한 결실이었고 재미도 있고 보람도 컸다. 농부들의 땀과 우리 농산물의 귀함을 매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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