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8-10 07:00 최종수정 2015-08-11 07:28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서 2013년 결성…10여 명 활동
이날은 캄보디아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자조모임 '엇꾼 언니'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 회원 10여 명이 함께 캄보디아 요리 만들기에 나섰다.
지난 2013년 결성된 '엇꾼 언니'는 모두 17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엇꾼'은 캄보디아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 친자매처럼 도와주는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다.
회원들은 한 달에 두 차례 만나며 육아와 한국 생활에 관한 정보를 나눈다.
한판 수다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대부분 20대에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다 보니 풀어야 할 얘기가 많단다.
한국 생활이 평균 3년에 불과하다 보니 궁금한 점도 많다. 모계사회 전통이 강하고 데릴사위가 흔한 캄보디아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한국의 결혼 생활은 더더욱 낯설다.
한국 생활 4년째인 모임장 이망 시눈(29) 씨는 "아무래도 캄보디아와 한국이 많이 다르다 보니 시댁 생활부터 언어 문제까지 대화 주제가 다양하다"며 "모임에 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은 특별히 임산부를 위한 요리를 준비했다. 회원 가운데 지난달에만 2명이 출산했고, 임신 중인 회원도 여럿이다.
이들을 위한 요리는 월남쌈과 비슷한 꾸옹과 옥수수죽인 버버 폿. 캄보디아에서는 흔히 먹는 요리지만 한국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임산부에게 같은 나라 사람이 직접 만들어주는 고향의 음식은 달콤한 휴식과 같다.
한국에 온 지 한 달 만에 애를 가져 지금은 임신 5개월인 미어 낌앙(22) 씨는 "먹고 싶었던 캄보디아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며 "아직은 잘 모르는 게 많지만 모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모임의 '맏언니'인 로엥 사리엠(34) 씨는 "음식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더욱 소중하다"면서 "이곳에 오면 고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에 거주하는 캄보디아 결혼이민자는 지난해 1월 기준 446명으로 서울 전체 이주민의 1%를 차지한다. 아직은 비중이 낮지만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자조모임 담당 최지은 씨는 "캄보디아 결혼이민자를 위한 지원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며 "캄보디아인들의 문맹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면대 면으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자조모임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엇꾼 언니'는 다른 자조모임처럼 서울시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스스로 돕는다는 모임의 취지를 살려 부족한 부분은 회원들이 낸 회비로 충당한다.
모임장 이망 시눈 씨는 서울시가 상·하반기 한 차례씩 제공하는 역량 강화 교육에도 참여했다.
그는 "교육에서 배운 걸 잘 활용하고 있다"면서 "회원들을 이끌어나가는 법을 배웠고, 책임감도 더 커졌다"고 달라진 점을 소개했다.
자조모임은 이주여성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창이 되기도 한다. '엇꾼 언니'는 지역 축제가 있을 때면 캄보디아 전통 음식을 선보이며 주민들과의 소통에 나선다.
회원들은 "음식은 혼자 먹어서는 맛이 안 난다"고 입을 모으며 고국 캄보디아와 '제2의 고향' 한국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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