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5.08.03(월)
"음악 통해 배움과 소통의 즐거움 느끼고 친구도 얻어"
<※ 편집자 주 =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에게 자조모임은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삶에 활기를 더해주는 만남의 장입니다. 모임 구성원들은 악기 연주부터 육아, 봉사활동까지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며 소통의 즐거움을 나눕니다. 연합뉴스는 건강한 다문화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소통과 화합에 앞장서는 이주민 자조모임을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아침 이슬에 젖어∼'
지난 22일 오전 서울 금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 연습실.
연습실 안에서는 아담한 우쿨렐레(ukulele)를 손에 든 여성 6명이 노래를 하며 동시에 악보를 따라 현을 튕기느라 분주했다. 연주는 다소 서툴렀지만 6명의 목소리가 함께 만든 하모니는 그럴싸했다.
이날은 중국계 이주여성 자조모임 '뮤즈맘'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회원들은 금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모임을 만든 지난 2월부터 한 달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만나며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다.
이전에는 우쿨렐레를 만져본 적도 없는 초보였지만 지금은 악보를 보며 6∼7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다.
하와이 음악에 많이 쓰이는 우쿨렐레는 기타보다 작은 크기의 현악기로 모두 네 줄로 이뤄졌다. 주법이 기타보다 간단하고 다양한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어 일반인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뮤즈맘' 회원들도 배움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 생소했던 한국 노래가 이제는 자연스레 입가에 맴돈다.
모임장인 이상매(43) 씨는 "수업하면서 배운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새로운 취미가 생긴 것 같다"고 웃었다.
회원들은 육아와 직장 생활로 바쁜 시간을 쪼개 모임에 참석한다.
연습실에서 쓰는 악기는 센터가 무료로 제공하지만 우쿨렐레에 푹 빠져 직접 악기를 구입한 회원도 있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우팡팡(29) 씨는 "지난주 내 생일 때 남편에게 선물로 사 달라고 해서 우쿨렐레를 받았다"며 "9개월된 딸도 집에서 내가 연주를 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한다"고 뿌듯해했다.
김신희 강사는 "다들 악기도 생소하고 노래도 잘 모르지만 열심히 한다"며 "가르치는 입장에서 자랑스럽다"고 제자들을 치켜세웠다.
음악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도 얻었다. 모임 전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이제는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됐단다.
우 씨는 "처음에는 친구가 없어서 주로 혼자 집에 있었는데 센터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됐다"고 돌아봤다.
'뮤즈맘' 회원 절반 이상은 조선족으로 한국어가 능통하다. 하지만 이주민 대부분이 그렇듯 문화 차이와 이방인을 향한 편견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주연정 금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자조모임 담당은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계는 한국어 실력도 좋고 외모까지 비슷하다 보니 다른 국적에 비해 지원와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중국계 이주여성을 위한 자조모임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뮤즈맘'의 활동비는 전액 무료다. 강사료부터 악기 구입비까지 서울시의 지원과 센터 자체 재원으로 충당했다.
서울시는 자조모임장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역량 강화 교육도 진행한다.
이상매 모임장은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며 "보통 그런 교육을 받으면 어렵게 느껴지는데 리더십과 대인관계 등을 알기 쉽게 가르쳐줘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뮤즈맘'은 이제 데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5일 금천구청 광장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 무대에 서기로 한 것.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3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11월에는 센터에서 작은 공연도 연다.
김영희(40) 회원은 "아직 연주를 잘하지 못하지만 연습은 열심히 한다"며 "공연 때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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