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때도 놀때도 가슴이 뜨겁도록. 바이닐 랩 대표 나동현>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바이닐 랩을 창업하기까지 그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나동현 : 저는 원래 게임잡지 기자였어요. 95년도에는 ‘게임매거진’이라는 게임 잡이에서 일했고 시공사에서 발행하는 게임 잡지 ‘플레이어’에서도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게임 업체인 ‘위메이드’에 계셨던 분이 당시 저에게 글을 잘 쓴다고 하면서 위메이드에 와서 게임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제의하셨어요. 저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죠. 작가가 글을 쓰는 것과 기자가 글을 쓰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도 원래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전문지에서 일했던 터라 게임 개발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결혼도 하면서 개발자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올해 11년이 됐네요. 결혼한 지도 11년이 되었고 첫째도 이제 11살이 되었습니다.
스타트 업을 시작할 때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나동현 : 당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돈도 없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장인어른께서 “이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무엇을 하긴 해야겠는데 돈이 없네요”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장인어른께서 장모님 몰래 들어둔 적금이 이천만 원 정도 있다고 하면서 이걸로 시작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돈으로 당산동 시장 옆에 사무실을 얻고 컴퓨터를 사서 바이닐 랩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 아내도 스타트업을 해요. 저보다 조금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보육과 관련된 디자인 및 인테리어 스타트업을 하고 있습니다. 둘 중의 하나는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바이닐 랩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다섯 명의 구성원으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나동현 : 퀄리티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려면 각 분야의 전문인력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친구들과는 긴 인연이 있습니다. 제가 위메이드에 있을 당시 내부 사정으로 인해 제가 만들던 게임은 출시가 안 됐고 제가 있던 팀은 해체되었어요. 저는 ‘게임아이’라는 회사로 이직해서 데카론 1팀에 들어가 온라인 RPG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데카론 2팀을 구성하기 위해 멤버를 뽑았어요. 바로 그 당시에 뽑은 그 친구들과 지금까지 9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있어요. 조형호 작가는 당시 소설과 시를 20여 권 출판한 전업 작가이자 ‘퀘보스타’라는 인디밴드를 하던 친구였는데 게임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입사를 해서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고요. 프로그래밍 및 아트디렉팅을 했던 친구도 그 당시부터 함께 하고 있습니다. ‘클린치’라는 밴드의 리더였던 서영일이라는 친구도 합류했는데 밴드의 곡도 만들고 기타도 치는 메인보컬이었습니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서 VJ와 공연영상 연출을 하던 곽병호라는 친구도 있고요. 이렇게 우리는 스토리를 만드는 친구, 영상을 만드는 친구, 음악을 하는 친구, 개발하는 친구, 그리고 저. 이렇게 각 전문분야의 다섯 명이 2013년 7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바이닐 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비이닐 랩이 지금까지 공개한 콘텐츠는 첫 타이틀인 ‘리디오해머’가 유일합니다 리듬 액션 게임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나동현 : 라디오해머는 아시다시피 음악게임입니다. 저희는 온라인 게임 개발을 계속 해왔기에 게임 개발 경력은 오래되었지만 바이닐 랩을 설립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상대적으로 늦게 들어왔어요. 그래서 첫 타이틀에서는 우리 팀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당시 애니팡, 모두의 게임 등 이미 다양한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저희는 개발 비용 외에 마케팅 비용을 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그래서 장르적으로 경쟁이 적은 곳으로 가야겠다고 판단했어요. 첫 타이틀이 시장에 나왔을 때 적은 경쟁 상황에서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희는 개발 조직의 생각이 다른 곳들과 달랐어요. 다른 게임 개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음향을 우선순위에서 낮게 두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게임이 좋은 영상, 음향, 이야기들이 집합된 종합 선물 세트라고 생각했어요. 각 요소가 게임 성격에 따라 우선순위가 조금 변할 순 있겠지만 각 요소 모두가 중요하고 모두 우수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첫 타이틀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바이닐 랩의 색깔을 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게임개발팀은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머>라는 세 가지 구성을 기본 구조로 시작해요. 하지만 저희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어요. 게임은 가장 대중적인 문화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화상품으로서 게임이 가져야 하는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구성이 무엇이겠느냐고 질문을 던져봤어요. 그에 대한 답은 <제품, 창작, 개발>이었어요. 제품을 담당하는 친구는 우선 좋은 제품을 기획하고 제품의 품질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요. 그리 제품이 좋은 창작물일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할 친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기획과 그래픽 개발을 해야 할 사람이 필요하고요. 그런 생각 속에서 저희는 여타의 게임 개발사와는 다른 특이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재능을 살리면 게임 속의 음악으로 음반을 발매할 수도 있고 게임 속 스토리를 가지고 소설을 만들어 E-BOOK앱으로 만들 수도 있고 영상 작업을 해서 유튜브에 올릴 수도 있고요. 그런 점에서 리듬 액션 게임인 라디오해머는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첫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디오해머는 구글플레이 TV광고에도 소개된 바 있고 유료 음악 게임 부분 1위를 차지하는 등 소비자에게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2015년에는 어떤 게임이 출시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나동현 : 저희가 지금 준비 중인 게임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삼십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 헬로키티 퍼즐 게임이에요. 산리오 디지털에서 함게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와서 준비 중입니다. 두 번째는 ‘런어웨이즈’라는 타이틀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롤플레잉 게임이에요. 더 큰 계획을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처음 바이닐 랩을 만들 때 게임부터 만들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마블 시네마틱스 유니버스의 경우 각 캐릭터가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인물이기도 하고 사건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것이 나오기도 합니다. 저희도 바이닐 랩만의 세계를 가지고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곧 있으면 발매하는 ‘런어웨이즈’도 라디오해머랑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마블을 꿈꾸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구상입니다. 게임 개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동현 : 제가 작년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요청을 받아서 게임에 관한 강연을 한 적이 있스빈다. 한 친구가 게임을 만들 때 어디에서 영감을 받느냐는 질문을 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바이닐 랩 친구들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 있어요. 바로 ‘우린 뭘 해도 빡세게 하자’에요.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요.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일할 때 남들보다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 뿐만 아니라 놀대도 기타치고 노래하고 고기 구워먹고 정말 재미있게 놀아요. 어쨌든 여기는 청년창업센터이고 저흰 청년이니까 아직 젊을 대고, 하고 싶은 것이 있고 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할 때든 놀 때든 뜨겁게 열심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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