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여성 택시 운수종사자 D(50세)씨는 지난달 술 취한 남성 승객이 유흥가 골목으로 들어가 달라고 하더니 ‘같이 술을 마시자’며 내리지 않고 잡아끌어 한참 곤욕을 치렀다. D씨는 한 달에 꼭 한 두 번은 이런 일을 겪는다며 그런 날엔 하루 운행을 못해 손해가 클 뿐만 아니라 여성 운전자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택시 운수종사자 보호를 위해 택시 운전석 보호격벽 설치를 지원한다. 설치비용의 50%를 시가 부담하며, 12.4(목)까지 우선 여성 운수종사자 차량 35대에 시범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시내버스의 경우 운전자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는 반면 택시는 관련 규정이 없어 여성 운수종사자가 승객의 폭력이나 추행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 특히 택시 내에서 운전자가 위험에 처했을 경우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택시에도 시범적으로 보호격벽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내버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1조에 따라 ’06년부터 운전석 주변에 보호격벽 설치가 의무화되어 현재는 모든 시내버스에 설치, 운영되고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상습범이 아닌 이상 벌금 100만 원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운전자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택시 운전자 보호격벽 설치를 위해 지난 9월부터 개인 및 법인택시 여성 운수종사자 총 8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택시 여성 운수종사자 34.8%(전체 462명 중 161명)가 '설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시는 그 중 실제 설치신청 한 여성 운수종사자 35명의 택시 내부에 격벽설치를 지원했다.
보호격벽은 망치로 쳐도 깨지지 않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설문조사 결과 설치가 필요하다고 한 응답자 중 89.9%(149명)가 선호한 운전석 측면·뒷면을 모두 감싸는 형태로 설치된다.
서울시는 폭력·협박 등 택시 운수종사자 대상 범죄로부터 취약한 여성 운전자를 우선 대상으로 설치 희망 조사 및 비용을 지원하고, 시범운영 결과를 모니터링한 뒤에 운수종사자·시민 의견을 청취하여 추후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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