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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호] 알고나면 보이는 U=U: HIV/AIDS,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담당부서
시민건강국감염병관리과
문의
02-2133-9520
수정일
2026-05-08

[2026년 5월호] 전문가 칼럼

전문가 칼럼
알고나면 보이는 U=U
HIV/AIDS,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감염내과 백예지 조교수

💡 살펴보기에 앞서, HIV와 에이즈(AIDS) 무엇이 다를까요?

1. HIV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의 면역세포(CD4 세포)를 공격해 면역력을 서서히 약화시키는 바이러스입니다. 감염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가벼워 '무증상 감염인' 상태로 지낼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 ART)로 체내 바이러스 수치를 억제하면 전파력 없이 건강한 생활이 가능합니다.

2. 에이즈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HIV 감염 후 치료 없이 오랜 시간이 지나 면역세포 수가 일정 수준(200/mm³) 이하로 떨어지거나, 폐렴·결핵 등의 기회감염 혹은 특정 암이 발생한 단계입니다. HIV 감염이 곧 에이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현대 의학으로 에이즈 발병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HIV 그리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치료법이 없어 무섭고, 멀리해야 하고, 어딘가 부끄러운 성병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HIV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1980년대 초 많은 사람들은 이 질병에 공포를 느꼈지요. 하지만 오늘날의 HIV는 과거의 HIV가 아닙니다. 그동안 의학은 아주 많이 발전했고, 이제 우리의 인식도 달라져야 할 때가 왔습니다.

2016년, 전 세계 HIV 커뮤니티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울림을 주는 메시지 하나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U=U (Undetectable = Untransmittable)', 즉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전파되지 않는다"는 선언입니다. 이는 HIV 감염인이 항레트로바이러스제(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해 혈액 내 바이러스 수치를 검출 불가능한 수준까지 낮추면(Undetectable), 타인에게 HIV를 전파할 위험이 없다(Untransmittable)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이 선언은 단순한 희망 섞인 추측이 아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수천 쌍의 커플을 수년간 추적하며 쌓아온 견고한 의학적 데이터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 이정표가 된 세 편의 결정적인 연구를 소개합니다.

1. PARTNER 1 연구(2010-2014)
유럽 14개국 75개 기관에서 진행된 이 연구는 HIV 감염 여부가 서로 다른 1,166쌍의 커플들을 장기간 추적했습니다. 감염인(HIV 양성) 파트너가 바이러스가 억제된 상태(200 copies/mL 미만)를 유지하며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가졌을 때, 수만 건의 사례 중 파트너 간 전파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당시 연구진은 동성 커플에 대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적음을 인지하고, 보다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신중한 태도로 후속 연구를 기획했습니다.

2. Opposites Attract 연구(2012-2016)
호주, 브라질, 태국의 15개 기관에서 358쌍의 남성 동성 커플을 모집해, HIV 양성 파트너가 치료로 바이러스 억제를 유지한 상황에서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가진 경우를 집중적으로 관찰했습니다. 연구 기간 중 일부 새로운 HIV 감염 사례가 확인되기는 했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모두 연구 외부의 다른 파트너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즉, 바이러스가 억제된 관계 안에서는 성병 유무나 성관계 방식에 관계없이 전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3. PARTNER 2 연구(2014-2018)
남성 동성 커플 783쌍이 참여한 이 대규모 연구에서는 약 77,000건의 콘돔 없는 성관계가 기록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역시 동일했습니다. 파트너 간 HIV 전파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암스테르담 국제에이즈학술대회에서 이 결과를 발표한 앨리슨 로저(Alison Rodger)교수는 "우리는 전파 사례를 찾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발표 자료 마지막 슬라이드에 "Undetectable = Untransmittable"이라는 문장을 적었습니다.

세 연구를 합치면, 콘돔 없는 성관계는 약 15만 건 이상이 기록되었고, 그 중 바이러스가 억제된 파트너로부터의 전파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WHO를 비롯한 세계 주요 보건의료기관들은 U=U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이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HIV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질병관리청이 시행한 HIV/AIDS 인식・행태조사는 우리 사회가 HIV와 U=U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질병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지 깊게 들여다 본 조사로, 저희 연구진은 2019년, 2021년, 2023년, 3번에 걸쳐 시행된 총 7,000명 국민의 응답 결과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먼저 HIV에 대한 지식 문항의 정답률을 확인했을 때, ‘HIV 감염인들이 20년 이상 생존 가능하며 건강해 보여도 감염될 수 있다(정답)’고 응답한 비율은 점차 늘었습니다. 그러나 ‘HIV가 모기로 전파되지 않는다’는 문항의 정답률은 오히려 40%에서 25%로 떨어지고 있어 여전히 대중이 가지고 있는 HIV에 대한 오해가 만연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무엇보다 U=U에 대한 인식은 10% 내외로 매우 낮게 나타났습니다.

HIV 감염인을 향한 부정적 태도와 사회적 낙인 점수는 2019년에 비해 2023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는 등, 더디지만 HIV/AIDS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U=U를 인지하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비해 질병에 대한 두려움 점수가 의미 있게 낮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식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모든 낙인 영역(두려움, 부정적 태도, 개인적·사회적 낙인)의 점수가 낮은 것으로 보아, 질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낙인을 상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HIV/AIDS 관련 지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경우, 질병에 대해 조금만 더 알게 되어도 그 두려움이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공포가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소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론

HIV 감염인을 향한 낙인은 그 사람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축시킵니다. 이는, 감염인이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검사를 미루게 만들고, 종국에는 이들을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게 합니다. 감염인이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우리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감염 전파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낙인은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닌, 우리 사회의 공중보건적 문제입니다. U=U를 아는 것은 작은 시작이지만, 그 작은 시작이 누군가의 삶을, 나아가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은 이미 한 걸음을 내디디셨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주변 누군가에게 전해주신다면, 그 한 걸음이 조용히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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