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 보이지 않는 침입자, 옴진드기
제주대학교 겸임교수·(사)한국방역협회 김순일 연구소장
과거 낙후된 위생 환경의 산물로 여겨졌던 옴(Scabies)이 최근 고령화와 집단 거주 시설의 증가를 타고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과 주거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단순한 피부 질환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피부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옴 환자는 연간 약 3-4만 명 정도라고 한다. 1990년대 0.1%(인구 10만명당 100명 미만)까지 떨어졌던 발병률이 요양원 및 요양병원 등에서 최근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현대판 감염병으로 재부상했다. 주목할 점은 연령대별 분포다. 과거에는 아동이나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60대 이상 고령층 환자가 전체의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
옴 특징 및 증상
옴진드기(Sarcoptes scabiei var. hominis)는 국내에서 일반옴, 딱지옴, 노르웨이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는 있으나, 생물학적으로 동일 종이다. 옴진드기는 사람 피부 표면 아래에 굴을 파고 들어가 서식하면서 배설물이나 사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굴은 옴의 가장 특징적인 병변(흰색 실 모양의 비늘 모양)으로 길이는 최대 5mm이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고, 너비는 거의 0.4mm로 일정하다(수정된 암컷 진드기의 너비보다 더 넓음). 피부가 약간 올라와 있어 종종 손으로 만져질 정도인데, 피부가 미세하게 융기되어 손으로 만져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굴은 주로 얼굴과 머리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영유아나 와상 환자(스스로 거동이 어려운 환자)에게서는 드물게 발견되기도 한다. 옴진드기 크기는 약 0.4mm 내외의 아주 작아 육안으로는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고, 피부가 접히거나 얇은 부위인 손가락 사이, 손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성기 주변 등에 주로 서식한다. 처음 감염될 경우 약 4-6주의 긴 잠복기를 거치지만, 재감염 시에는 1-4일 이내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어떻게 옴진드기는 숙주 피부 속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옴진드기는 사람 몸에 기생하면서 소화 단백질분해효소들과 보조 억제자들을 생산한다. 이 소화효소는 피부 조직을 녹여 굴을 파고 각질 속으로 침입과 이동을 할 수 있게 하여 소화, 탈피 및 생식과 같은 옴의 기초적인 생리적 기능을 중재한다. 소화효소는 우리의 헤모글로빈, 혈청알부민, 피브리노겐 및 피브로넥틴을 소화할 수 있지만, 피부의 중요한 구성성분들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콜라겐 III나 라미닌은 녹이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피부 조직은 녹이고 각질을 남기는 과정에서 일종의 터널을 만들어 그 안에서 진드기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옴진드기는 사람에게 질병을 매개하지는 않는다.
옴의 전파 및 진단
옴의 전파는 감염된 환자와 직접적인 피부 접촉으로 가장 빈번히 일어나고, 옴진드기가 분포하는 환자가 사용한 침구, 옷, 가구 등의 접촉으로 전파된다. 즉, 옴진드기와 직접적인 접촉으로 전파가 이뤄진다. 전염은 증상의 유무와 상관없이 옴진드기가 피부에 존재 시 언제든 전파 가능하다. 특히 요양병원이나 요양 시설 내 집단 감염이 주요 경로 중 하나이다.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의 경우 가려움증 등 옴 특유의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단순 피부 건조증이나 습진 등으로 오인되기 쉬워 초기 감별 및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의 접촉으로 이어져, 상급병원이나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옴의 임상적 진단은 옴진드기의 굴을 확인하는 것으로 병변(lesion)의 임상적 특징인 홍반성구진, 농포 등을 보고 판단한다. 실험실적으로는 옴 성체 또는 미성숙 옴진드기, 알, 배설물의 존재로 입증한다. 옴진드기 굴로 의심되는 부위에 미네랄오일(mineral oil)을 떨어뜨리고 외과용 칼로 6-7회 긁어서 각질세포가 포함된 오일 시료를 모아 100배 현미경 아래서 옴진드기 충체, 알 혹은 배설물을 확인하여 확증한다.
옴 치료 및 환경관리
옴 치료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전문의약품을 사용하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2022년 9월부터 희귀의약품센터에서 옴 치료제를 구입 가능하다. 살충제 성분인 5% 퍼메트린(permethrin) 크림제가 1차 처리제로서 주로 저녁에 도포하고 8-14시간 후 씻어내어 1회 치료한다. 충체가 많은 딱지옴은 첫 1주일은 매일 도포하고 이후에는 1주일에 2회 도포한다. 또 다른 국소치료제로 10% 크로타미톤(crotamiton)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떨어져 일반적으로 추천하지는 않지만, 피부자극 반응이 적고 가려움증을 완화시켜 국내에서는 소아에게 주로 사용한다. 경구치료제인 이버멕틴(ivermectin)은 1차 치료제로 치료되지 않거나 1차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국소 치료제에 심한 따가움이나 화끈거리는 부작용이 있거나 치매 등으로 도포 요법을 따르기 어려울 때, 피부가 벗겨져 있거나 습진성감염이 있을 때 등)에 활용된다. 이버멕틴은 6세 이하의 소아에서는 권장되지 않는다.
일단 옴 환자가 발생하면 시설 내 환자 격리 및 접촉자 차단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때 전문 방역소독업자의 투입은 필수적이다. 옴 환자가 사용 중인 병실, 방 등의 공간은 격리 기간 동안 매일 전용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진공청소기 사용이 어려우면 1회용 흡습포를 이용해서 청소한다. 진공청소기의 집진통은 매일 외부 쓰레기통에 비운 후 세척하고, 1회용 백은 매일 교환하며 진공청소기 내부는 소독제(살충제)로 닦아내고 사용한 솜 또는 흡습포 등은 격리의료폐기물로 처리한다. 옴 환자가 치료 후 퇴원하거나, 전실·전원 시 가능한 직사광선이 들어오도록 환기하고,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등으로 적절한 환경 소독을 실시한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환경관리와 더불어 환자 또는 감염자 발생 시설 내 물품의 관리도 중요하다. 환자가 사용한 혈압 측정기 커프스, 청진기, 휠체어 등은 다른 환자가 사용하기 전 알코올이나 락스 희석액 등을 사용하여 일상적 방법으로 소독한다. 환자의 가구, 침대, 소파 등은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일상적인 방법으로 소독하며 옴 환자의 침구, 내의, 환자복 등은 비닐백에 넣어 밀봉한 후 오염 세탁물함에 수거하여 50℃ 이상의 뜨거운 물에 10-20분 동안 기계 세탁 및 고온 건조한다. 세탁 3-4일 후 사용하고, 세탁이 어려운 재질의 의류는 비닐에 넣어 7일 이상 격리 보관 후 50℃ 이상에서 10-20분 건조기로 고온 건조 후 사용한다. 세탁물은 일회용 장갑 및 일회용 가운 등 개인보호 장비를 입고 다루며 환자가 사용하고 남은 치료제는 폐기한다.
결론
옴은 부끄러운 질병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이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나 “창피해서 어떻게 옴 이야기를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인 치료와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시 치료이다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감염자와 접촉한 가족, 간병인 등 모든 사람이 같은 날 치료를 시작해야 *핑퐁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와 신속한 대응만이 이 지독한 가려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핑퐁감염(ping-pong infection): 감염병에 걸린 한 사람이 치료를 받아 완치되었더라도, 함께 생활하는 배우자나 가족 등 밀접 접촉자가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를 반복적으로 재감염시키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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