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 겨울에도 방심은 금물: 조용하지만 빠르게 확산되는 노로바이러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이휘원 교수
찬바람이 불면 식중독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겨울철에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내는 감염병이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Norovirus) 감염증입니다. 단 몇 입자만으로도 감염이 가능하여, 학교, 어린이집, 요양시설, 병원 등 집단생활 공간을 위협합니다. 단순한 ‘배탈’로 지나치기엔, 사회·보건학적 영향이 가볍지 않습니다.
최근 발생 동향
질병관리청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작년(2024-25년 동절기)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2024년 11월 1주 이후 급증하여 2025년 1월 4주 기준 최근 10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51.4%)이 0~6세 영유아였으며, 1세 미만이 9.2%, 1~6세가 42.2%로 보고되었습니다.
감염은 주로 11월부터 이듬해 3월에 집중되며, 12~1월에 정점을 보입니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인구 밀집과 집단생활시설이 많아, 바이러스 유입 시 빠른 확산이 일어납니다.
주요 전파 경로는 오염된 음식·물, 손과 표면 접촉, 환자 구토물의 미세 비말(에어로졸) 등입니다. 바이러스는 저온에서도 최대 3일간 생존할 만큼 환경 내 내성이 강하고, 수십 개 이하의 입자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만큼 전파력이 높습니다.
최근 보고된 집단 발생 사례에서도 급식시설·요양시설·학교 등에서의 유행이 많았으며, 감염원 조사 결과 원인불명 사례가 60% 이상, 조리종사자·보균자 관련 사례가 10-15%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면역 지속기간이 약 18개월로 짧아 재감염이 가능하며, 매년 반복적인 겨울철 유행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란?
1968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노웍(Norwalk)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로, 겨울철 비세균성 급성위장염의 주요 원인입니다. 사람 간 전파력이 강하며, 잠복기는 약 12–48시간입니다. 주요 증상은 갑작스러운 구토·설사·복통·오한·발열이며, 대부분 2–3일 내 호전됩니다. 그러나 영유아·고령자·기저질환자에서는 심한 탈수로 인해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왜 겨울에 많을까?
세균성 식중독이 주로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증가하는 반면, 노로바이러스는 저온 안정성이 높아 겨울에도 활발합니다. 또한 난방으로 인한 환기 부족과 밀집된 실내생활이 전파를 가속화합니다. 학교·어린이집·요양시설과 같은 집단급식 환경은 특히 취약하며, 겨울철에 자주 섭취하는 굴·조개류 등 비가열 어패류도 주요 위험 요인입니다.
누가 더 위험할까?
0-6세 영유아, 고령자, 임산부, 면역저하자 등과 보육·요양·급식 종사자, 집단시설 이용자는 모두 감염 및 중증화 위험이 높습니다.
공중보건 영향
감염자는 증상 전후 24-48시간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으며, 토사물 처리가 미흡한 경우, 단 한 건으로도 시설 전체 유행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개별 감염을 넘어, 집단 결석·휴관 등 사회적 부담을 유발하므로 조기 인지와 신속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생활 속 예방 수칙
1. 비누 손씻기 30초: 화장실 사용 후, 귀가 후, 조리 전후에는 반드시 비누로 씻으세요. 알코올 손소독제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2. 완전 가열: 해산물·조개류는 85℃ 이상 충분히 익히고, 생채소·과일은 흐르는 물에 세척하세요.
3. 주방 위생: 생·익힌 식재료 도마·칼 구분해 사용하고, 사용 후 열탕 또는 염소계 소독을 하세요. 조리 음식 실온에 장시간 두지 않습니다.
4. 토사물 안전 처리: 일회용 장갑·마스크 착용 후 염소계 소독제(1,000–5,000ppm)로 닦아내세요.
5. 증상 시 휴식: 증상 소실 후 최소 48시간은 음식 조리·급식 참여를 피하고, 집단시설 내 유행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 연장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탈수·혈변·고열은 즉시 의료기관 방문하세요.
시설·현장 대응 수칙
1. 공용 표면 소독: 문손잡이, 난간, 스위치, 수도꼭지, 변기 손잡이 등은 정기적으로 닦으세요.
2. 감염자 관리: 증상자는 즉시 격리하고, 신속한 소통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3. 급식 관리: 교차 오염 차단, 조리도구는 열탕·염소 소독, 식자재는 냉장·냉동 온도 유지하고 인력의 증상 여부 확인 및 복귀 규정 마련이 중요합니다.
4. 교육·훈련: 연 1회 이상 노로바이러스 대응에 대한 모의훈련과 전 직원 대상 위생교육을 정기화합니다.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지속되는 구토·설사, 섭취 곤란, 소변량 감소, 어지러움 등 탈수 징후가 있으면 즉시 진료를 받으세요. 의료진에게 최근 식사·집단시설 이용·가족 증상 여부 등을 알려주면 진단과 감염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마무리
서울은 집단시설과 대중 이용시설이 밀집한 도시입니다. 노로바이러스에는 특효약도, 백신도 없습니다. 그러나 예방은 확실합니다: 손씻기 한 번, 올바른 소독 한 번, 그리고 증상 후 충분한 휴식—이 세 가지만 지켜도 가족과 공동체를 지킬 수 있습니다. 깨끗한 손, 건강한 겨울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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