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 매독 - 일상적 성 건강의 관점에서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교수
‘농이 나오고 오줌을 눌때마다 아픈 린빙(淋病)은 소독수로 세척하고 약을 꾸준히 달여 먹으면 떨어졌지만 메이두(梅毒)는 무서운 병이었다. 가래톳과 부스럼이 돋았다가 머리카락이 빠지고, 심하면 코나 손가락이 떨어지고 온몸이 썩어 들어가며 오랫동안 잠복해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기도 했다. 어느 날 돌연 머릿속이나 몸의 급소 부분에 침투하면 얼이 빠지고 전신이 마비되어 죽는다고 했다.’
- 황석영 ‘심청, 연꽃의 길’에서 발췌
매독은 임질이나 클라미디아와 같이 성접촉을 통해 상대방에게 세균에 의해 전파되는 성매개감염성 질환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독특한 특징을 가진 질병입니다. 다른 세균성 성매개 감염병들이 보통 접촉 이후 1-2주 이내 발병하는 것과 달리 평균적으로 3주(10-90일) 정도의 시간을 갖고 발생하고 51-64%로 전파력을 갖고 있으면서 여러 단계의 다양한 증상을 갖고 나타나게 됩니다.
먼저 1기 매독은 성기 주변에 아프지 않은 딱딱한 패인 궤양이 발생하면서 병의원을 찾게 됩니다. 손상되지 않은 피부를 침투하지는 못하지만 성관계를 통해 접촉할 수 있는 구강, 항문 점막 등 어디도 발생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눈으로 발견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치료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궤양은 사라지지만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이번에는 발열과 함께 다양한 모양의 피부 질환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발진이 발생하였다면 2기 매독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중 편평 콘딜로마의 경우 인유두종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콘딜로마(곤지름)과도 비슷하지만 넓적한 형태, 전염력이 높은 병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감염 후 치료받지 않은 경우 1년까지는 증상이 없더라도 성관계 시 파트너에게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이를 조기 잠복매독이라고 합니다. 이후 경과는 3분의 1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고, 3분의 1은 만기 잠복매독으로 피검사에서만 항체가 검사되는 상태로 남고, 3분의 1은 피부에 종괴를 만드는 매독 고무종(gumma), 신경 매독, 심혈관 매독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3기 매독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뿐 아니라 눈, 귀를 침범해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기도 하고, 신경을 침범할 경우 젊은 나이에 뇌경색이 오거나 뇌수막염을 나타내면서 이상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분명 시작은 성접촉을 통해 시작된 것 같은데 문제를 일이키는 몸의 자리는 여러 부위이고, 여러 시기 밖으로 드러나는 질병의 모양과 그에 따른 증상이 이렇듯 다양한데 이를 어떻게 하나의 질병이라고 여겨질 수 있었을까요?
병인론에 대하여 천문학적인 이상에 의해 나타나는 질병, 화류병으로 함께 불려지던 이 질병은 1906년 바서만 반응이라는 검사법이 발견되고 받아들여지면서 비슷할 수 있는 다른 성병과 구분되고, 다양한 병기의 질환이 매독이라는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치료도 이전에는 수은이나 훈증 등 입증되지 못하는 다양한 치료제를 통해 치료를 시도했던 것이 파울 에를리히가 ‘살바산 606’이라는 약제가 효과적인 치료제임을 발견하면서 특정 약제가 특정한 병을 치유하고 특정한 균을 죽인다는 매독 치료의 ‘마법 탄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잘 아는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바로 그 곰팡이에서 나왔다는 페니실린이 현재까지 중요한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는데, 세계 대전 당시 치료제가 개발되자 처칠은 이 약을 전략적으로 매독 치료에 먼저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매독은 2023년까지 표본감시 4급 감염병으로 관리되다가 세계적인 매독의 증가 추세 특히 주변 국가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매독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관리강화를 위해 2024년부터 3급 감염병으로 변경되어 전수 감시 대상 감염병으로 분류체계가 변경되어 신고되고 있습니다. 국내 전수감시 전환 이후 2024년 2790명이 신고되었으며 국내 20-30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고 남성이 3.5배 정도 더 많았고 서울의 경우 전국 신고례의 27%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습니다. 전수감시로 바뀐 상태로 이전과의 직접 비교 보다는 향후 추이의 관리,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과거 성건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검사하는 것을 금기시했다면 지금은 자신의 성건강을 주도적으로 챙기고 관리하는 태도가 생겨가는 것 같습니다. 매독은 창피한 질환이 아니라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이고, 보건소나 병의원을 방문하여 검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치료가 가능하고 잘 치료되는 세균성 질병입니다. 그러므로 성접촉 후에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면, 속이 쓰리거나 가슴이 아프면 병의원을 찾아가듯이, 마음 편히 꺼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병의원을 방문하여 혈액 또는 병변에서 매독 검사를 받아보아야 합니다. HIV 감염의 경우 매독과 동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혈액 검사 시 HIV 검사도 같이 받을 수 있겠으며 다른 성매개감염병의 경우 병변에서의 PCR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독 검사가 양성이라면 상의 후 정밀검사, 항체 수치를 확인하고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페니실린계 근육주사 아픈 마이신 주사를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력을 기억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목적은 조기병변의 소실 균의 소멸, 전파력을 없애는 것과 후기 매독으로의 합병증 발현을 막는 것입니다. 치료 후에는 혈청검사를 통해서 매독 항체 수치가 감소하는지를 1-2년 정도 주기를 갖고 검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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