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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호] 감염병 대응, 예측에서 시작된다

담당부서
시민건강국감염병관리과
문의
02-2133-9520
수정일
2026-09-02

[2026년 9월호] 감염병 전문가 칼럼

전문가 칼럼
감염병 대응, 예측에서 시작된다

경북대학교 통계학과 이효정 교수

데이터와 모델로 한발 앞서 준비하는 감염병 대응

감염병 유행은 우리가 환자 수의 증가를 확인하는 순간보다 항상 먼저 시작된다. 한 사람이 감염된 이후 증상이 나타나고,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검사를 거쳐 감염병 감시체계에 보고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감시체계가 포착하는 숫자는 유행의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상황'을 보여주므로, 우리는 지연된 신호를 통해 진행 중인 유행을 늦게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적 차이는 감염병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한 뒤 대응을 시작한다면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상당히 진행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관측된 자료만으로 아직 관측되지 않은 감염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을까? 현재의 전파 양상을 바탕으로 몇 주 후의 환자 수를 예측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다음 계절 또는 기후변화가 진행된 미래에는 어떤 감염병의 위험이 커질지 전망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감염병 예측 모델링이다.

감염병 모델은 단순히 미래의 환자 수를 맞히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실제 감염병 유행에서는 모든 감염자를 관찰할 수 없으며, 전파력이나 면역 수준처럼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정보도 많다. 모델링은 제한된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이러한 보이지 않는 유행의 상태를 정량적으로 추정하고, 앞으로 가능한 유행 경로를 계산하는 과정이다. 수리모델은 감염병의 전파 과정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통계모델은 관측자료에 존재하는 패턴과 불확실성을 추정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복잡한 데이터에서 유행의 신호를 찾아내기도 한다. 어느 하나의 방법이 항상 우수한 것은 아니다. 감염병의 특성과 데이터의 종류, 그리고 우리가 답하고자 하는 질문에 따라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고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병 예측을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조기탐지, 단기예측, 장기예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 예측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목적을 가진다.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행은 언제 시작되는가: 조기탐지

감염병 예측의 첫 번째 역할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유행의 시작을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감염병 감시체계에서는 신고된 환자 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그러나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그 변화가 일시적인 변동인지 실제 유행의 시작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모델링에서는 과거 자료를 이용하여 해당 시기와 지역에서 예상되는 '정상적인 범위'를 먼저 추정할 수 있다. 이후 실제 관측값이 예상 범위를 유의하게 벗어나는지를 평가함으로써 이상 신호를 탐지한다.

조금 더 발전된 모델에서는 환자 수 자체뿐 아니라 증가 속도, 전파력의 변화, 시공간적 확산 패턴 등을 함께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다양해지고 있다. 의료기관의 환자 발생자료뿐 아니라 응급실 방문자료, 의약품 사용량, 하수에서 검출되는 바이러스 농도, 기상자료, 매개체 감시자료 등 서로 다른 자료를 결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에서는 환자 신고자료와 하수 감시자료 등을 함께 분석하여 유행 증가 신호를 더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 모기나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에서는 기온과 강수량, 매개체 밀도와 같은 정보가 환자 발생 이전의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기탐지 모델이 답하고자 하는 핵심 질문은 "평소와 다른 변화가 시작되었는가?"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며칠이라도 일찍 답할 수 있다면 감시 강화, 진단검사 확대, 의료기관 안내와 같은 대응을 더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어떻게 될 것인가: 단기예측

유행이 시작되었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다. 현재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증가세가 다음 주에도 지속될 것인지, 언제 정점에 도달할 것인지,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한 것이 단기예측이다. 단기예측 모델에서는 최근까지 관찰된 환자 수와 입원환자 수, 전파력, 기상조건, 인구의 면역 수준 등의 정보를 이용하여 향후 수일에서 수주 동안의 유행을 전망한다. 호흡기 감염병에서는 이러한 예측이 특히 중요하다. 인플루엔자, 코로나19, RSV와 같은 감염병이 동시에 증가한다면 의료기관의 부담이 단기간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2~4주 동안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병상, 의료인력, 진단검사 및 치료제 등의 수요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

여기서 모델링 전문가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의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 환자는 1만 명"이라고 제시하는 것보다 어느 범위의 환자 발생이 가능한지, 증가할 확률은 어느 정도인지, 예측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감염병 유행에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행동이 변할 수도 있고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수도 있으며 예방접종이나 방역정책으로 전파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좋은 예측 모델은 불확실성을 없애는 모델이 아니다.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 정량화하고, 그 안에서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감염병 위험의 예측: 장기예측

예측의 시간 범위를 수십 년으로 확장하면 기후와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감염병 위험이 미래에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전망할 수 있다. 특히 모기와 진드기와 같은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병은 기온, 강수량, 습도 등 기후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온 상승은 매개체의 활동 기간과 서식 가능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고령화와 인구감소, 지역 간 이동과 같은 사회적 변화 역시 감염병 발생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장기예측에서는 과거의 환자 발생 추세를 단순히 미래로 연장하기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미래 인구구조, 매개체 분포, 지역별 환경조건 등 감염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변화를 모델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의 환자 수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지, 감염병 발생 가능 시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고위험 인구집단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은 장기적인 감염병 감시체계를 설계하고, 매개체 방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보건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수십 년 후의 환자 수 자체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기후와 사회환경에서 감염병 위험이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다양한 미래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장기예측의 중요한 목적이다.

좋은 모델은 가장 복잡한 모델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모델이다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매우 복잡한 예측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모델이 복잡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예측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감염병 모델링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어떤 가정을 두었는지, 예측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실제 관측자료에서 예측 성능이 지속적으로 검증되는지이다. 또한 하나의 모델에 의존하기보다 서로 다른 가정과 방법을 가진 여러 모델의 결과를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자료를 사용하더라도 수리모델, 통계모델, 머신러닝 모델은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이 차이 자체가 미래의 불확실성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감염병 예측체계는 모델을 한 번 개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올 때마다 예측을 갱신하고, 실제 발생 결과와 비교하여 성능을 평가하며, 그 결과를 다시 모델에 반영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데이터 수집–모델 추정–예측–검증–모델 개선'이 지속적으로 순환할 때 예측 모델은 실제 감염병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예측의 목적은 미래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감염병 모델링을 연구하면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감염병 유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이다. 감염병의 확산은 병원체의 특성뿐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면역 수준, 방역정책, 기후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예측하려는 시점이 멀어질수록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이 예측의 필요성을 낮추는 것은 아니다. 감염병 모델링의 중요한 역할은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과 그 불확실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하나의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보다 가능한 유행의 규모와 방향을 전망하고, 각 상황에서 필요한 대응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의 감염병 대응이 발생한 유행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가에 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유행의 신호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향후 위험을 얼마나 적절하게 예측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얼마나 먼저 준비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결국 감염병 예측 모델링의 목적은 미래를 완벽하게 맞히는 데 있지 않다. 불확실한 미래를 정량적으로 이해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감염병 예측 모델이 공중보건에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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