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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궁중화원’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

담당부서
문화본부 역사문화재과
문의
2133-3632
수정일
2020-08-06

□ 서울시는 조선시대 궁중화원이자 ‘책가도의 대가’『이택균(李宅均) 필(筆) <책가도 병풍(冊架圖 屛風)>』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 <책가도 병풍>은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으로, 모두 10폭의 병풍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매 폭마다 세로 3단 또는 4단의 서가(書架)를 배치하고, 그 안에는 각종 서책과 골동품을 자세히 그렸다.

○ 두루마리 · 인장 · 필통 · 벼루 · 붓 등의 ‘문방구류’, 다채자기와 청동기와 같은 ‘고동기물’, 수선화 · 불수 · 복숭아 등의 ‘화훼 과일류’와 함께 백옥 잉어, 공작 깃털, 시계 등이 화려한 색채로 세밀하게 그려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 또한 조선후기에 유행한 ‘문방 애호 풍조’가 서양화의 ‘시점과 구도’, ‘채색기법’ 등으로 구현되어 당대의 보편적 미의식과 문화적 특질,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 문방청완(文房淸玩)의 취향을 따르는 각종 ‘공예품’을 책가에 배치한 모습을 그린 <책가도>는 <책거리(冊巨里)>라고도 불리며, 중국 청나라의 영향을 받아 조선후기 18세기부터 왕실을 중심으로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에는 문인들 뿐 아니라 기술직 중인과 부민요호(富民饒戶) 계층으로 확대되어 폭넓게 향유되었는데,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 또한 이러한 조선후기의 물질문화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 본 작품에서는 병풍 각 폭마다 그려진 서가 칸의 옆면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게 표현되는 ‘명암법’, 책을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그리는 ‘투시도법’을 적용한 ‘서양화법’이 확인된다. 당시에는 이를 ‘사면척량화법(四面尺量畵法)’이라 불렀다.

○ 또한, 서양의 ‘트롱프뢰유(Trompe l'oeil: trick of the eye / 실물과 같은 사실적 묘사) 기법’ 및 중국의 ‘다보격경도(多寶格景圖, 원근법과 입체감을 살려 책과 문방구를 그린 그림) 양식’과 같은 외래 문물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더불어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동시에 잘 드러난다.

□ 특히 <책가도 병풍> 안에 숨겨 그려 놓은 ‘은인(隱印)’을 통해 ‘작가 및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어 회화사적 높은 가치를 지닌다.

○ 이택균은 유명한 화원집안 출신으로, 그의 조부 이종현과 부친 이윤민도 책거리를 잘 그렸다. 이택균의 본명은 이형록으로 57세되던 1864년에 이응록(李膺祿)으로 개명하고, 다시 64세인 1871년 이택균(李宅均)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 현재 이형록, 이응록, 이택균의 <책가도> 가운데 ‘은인’이 있는 작품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10폭 병풍 등 국내외에 10여 폭이 남아 있다. 그 중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 예정인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의 ‘은인’은 병풍의 두 번째 폭에 있는데, “이택균인(李宅均印)”이라는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도장으로 그려져 있다.

○ 이를 통해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은 그 제작시기를 1871년 이후의 19세기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이번 문화재 지정조사 과정에서는 ‘안료 성분 분석’을 위한 보존과학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1850년경 서양에서 개발된 인공군청(Ultramarine Blue)이 조선시대 전통회화에서 적극 활용된 사실도 밝혔다.

○ 안료의 색상별 성분분석은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Portable X-ray Fluorescence Analyzer, Vanta C series, Olympus Corporation, U.S.A)를 이용하여 안료 성분 분석을 실시하였다.

○ 그 결과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에 사용된 안료는 백색은 ‘백토’, 흑색은 ‘먹’, 적색은 ‘주사와 연단, 석간주’, 황색은 ‘석황과 금분’, 녹색은 ‘양록과 염화동’, 청색은 ‘인공군청’으로 확인되었다.

○ 백토나 진사, 연단, 석간주, 석황, 금분, 염화동은 우리나라에서 고대부터 사용한 전통 안료이며, 양록이나 인공군청은 1850년 전후 서양에서 들어 와서 사용되어진 안료이다.

○ 전통 물감에서 청색을 표현하는 천연 청금석(Lapis-lazuli)이나 석청(Azulite)은 당시에는 매우 비싼 안료였다. 1850년경 서양에서 개발된 인공군청(Ultramarine Blue)이 수입되면서 초상화, 불화 등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본 문화재 또한 인공군청을 전통 안료의 대체재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 따라서 서울공예박물관 소장「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은 조선후기에 상품경제가 발달하고 소비문화가 확산되던 풍조를 시각적으로 잘 대변해 준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화격이 가장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좋으므로, 이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자 한다.

□ 서울시는 <서울시보>에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회(동산분과)’의 심의를 거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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