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1980년대 33평 아파트가 통째로, <아파트 인생>展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3월 6일(목)부터 5월 6일(화)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아파트 인생>展을 개최한다.
불과 30여년 만에 서울은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고, 아파트는 마치 산과 언덕처럼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서울의 거주형태 중 58.9%가 아파트로 이제는 보편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은 아파트에 얽혀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냈다.
중산층의 표상이 된 아파트를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파트 개발로 인해 쫓겨난 철거민의 이야기, 그리고 차가운 콘크리트를 따듯한 고향으로 여기는 아파트 키드의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버린 아파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 보는 계기로 전시를 마련했다.
연계전시로는 정재호의 ‘북악기념비-정릉스카이아파트’ 등 아파트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현대작가 17인이 참여한 ‘프로젝트 APT’가 이어진다.
‘아파트를 좇는 사람들’에서는 해방 이후 최초로 건설된 종암아파트부터 아파트 공급에 따른 중산층 양산의 역사와 아파트 생활문화를 공급한 어머니, 그리고 복부인에 대한 내용이 전개된다. ‘쫓겨나는 사람들’에서는 철거민의 역사와 광주대단지 이주 사건을 비롯하여 철거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1980년대 목동, 상계동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아파트 내고향’에서는 재건축 예정인 둔촌주공아파트에서의 삶을 주민 스스로 기록하는 작업인 ‘안녕, 둔촌주공아파트’와 시민 공모 사진이 전시된다.
1962년 마포아파트의 실험에서 시작된 아파트의 건설은 1970년대 중산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난방, 위생, 방범 등 생활의 측면에서도 아파트는 질적 향상을 기했기 때문에 가사노동에 지친 어머니들에게 바깥 활동의 자유로움을 줄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아파트는 중산층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주었고, 현재 서울의 거주형태 중 ‘아파트’는 58.9%가를 차지하게 되었다.
1978년 지어진 후 현재 재건축으로 철거 예정인 서초삼호아파트 111㎡(33평)를 통째 전시장으로 옮겼다.
재건축으로 인해 2014년 2월 이주가 완료된 서초삼호아파트의 한가구가(A씨댁) 30년 넘게 살던 111㎡(33평)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겼다. 1981년부터 살기 시작하여 초기 아파트의 모습이 거의 변형 없이 유지된 이 집 안에는 분양 당시에 설치된 라디에이터, 붙박이형 거실 장식장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전시장에는 이들이 사용하던 가구 등 생활재와 아파트 내장재를 그대로 옮겨와 1980년대 전형적인 아파트의 생활모습으로 재현했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되어버려 새롭게 보기 어려웠던 아파트를 전시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쫓겨나는 사람들’ : 아파트 개발에 따른 철거민들의 이야기
아파트 개발로 중산층에게는 새로운 ‘스위트 홈’이 마련된 반면, 서울의 빈민들에게는 최소한의 삶의 터전마저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1960년대 서울 도심에서 쫓겨난 철거민들은 상계, 목동 등지의 외곽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었고, 1971년에는 광주 대단지 이주 사건이 일어나면서 도시빈민운동의 시작점을 알린다. 1980년대는 상계, 목동 개발로 촉발된 철거민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으며 당시의 상황은 김동원 감독의 ‘상계동 올림픽’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면 철거의 방식으로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철거의 이야기를 전시에 가감 없이 담았다.
아파트 내고향,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할아버지·할머니에게는 아파트가 어색한 타향이라면, 아파트가 따듯한 고향으로 느껴지는 아파트 키드들도 있다. ‘아파트 내 고향’ 코너에서는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사례를 중심으로 아파트에 담겨 있는 우리네의 일상을 담았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의 사라짐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추억의 사진을 모아서 ‘기억의 지도’를 만들었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가 아닌 눈썰매장, 코끼리 모양의 미끄럼틀 놀이터 등 장소마다의 즐거운 모습을 담았다.
시민큐레이터
‘아파트 내고향’ 코너에서는 재건축 위기에 놓인 둔촌주공아파트를 기록한 계간지 ‘안녕 둔촌주공아파트’의 발행인 이인규를 시민큐레이터로 지정해 전시의 한 코너를 기획하도록 했다. 둔촌주공아파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 18명의 사진과 기억을 수집하여 전시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시민공모
아파트에 담겨 있는 서울시민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2014년 1월 13일부터 2월 7일까지 한 달여 동안 시민공모를 하였다. 전시에는 조선옥을 비롯하여 총 10명 시민의 사진이 공개된다. ‘윤미네 집’으로 유명한 전몽각의 ‘마포아파트에서’ 사진과 가락시영아파트에서 최초 입주 때부터 35년간 살았다는 조미영, 철거된 고덕시영아파트를 찍은 류준열 등의 사진이 전시된다.
정재호, 최중원, 안세권, 금혜원, 이은우, 박찬민, 장수선, 한정선, 김은숙, 조미영, 정희우, 장민승, 심봉민, 최성훈, 박상화, 차지량, 신지선 등 17인 참가
예술가의 눈에 비친 아파트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는 전시로 아파트의 탄생과 소멸을 표현한 작품, 아파트에 내재된 욕망, 아파트에 얽힌 추억과 환상을 담아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아파트 인생’ 전시는 그동안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여 새롭게 보기 힘들었던, 그리고 급작스럽게 수용하여야만 했던 아파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아파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기회가 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전시 개막식은 2014년 3월 6일 오후 3시에『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발레리 줄레조를 비롯하여 아파트 관련 전문가 및 박물관계 인사, 예술가, 전시에 참여한 시민을 초청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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