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이번주 詩 항아리는
최금녀 시인의 '도라산역' 입니다.
도라산역
최금녀
그믐날, 수색 지나 핸들을 북쪽으로 돌리면
팻말들이 제각기 마중을 나온다
자유로, 파주, 통일전망대, 도라산역, 판문점…
새로 머리를 올린 도라산역은
‘돌아가는 역’의 오자가 아닐지,
내 마음속 맞춤유행가 가락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역’이라 이름 붙이고
대합실 한 귀퉁이에서 아버지 또래의
함경도 또는 평안도 사투리의 분들과
열차가 조금 늦게 도착하겠다 싶으면
역 뒷마당으로 돌아가
코스모스 까만 종자를 받아 가슴속에 품고
수은등 입김 뿌우연 새벽녘까지라도 기다리고 싶다
세상모르게 잠이 든 도라산역을 지날 때마다
기차머리를 북쪽으로 돌려 냅다 액셀을 밟고 싶다
내 한숨으로 낡아가는
저 팻말들을 하나하나 껴안고 울고 싶다
자유로야, 파주야, 통일전망대야, 도라산역아….
출처 : '2018 정오의 행복한 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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