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조선시대 서울사람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서울사료총서 제17권 ≪국역 부재일기≫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 이번에 발간한 《국역 부재일기》(총3책)는 조선시대 서울에서 주요 관직을 지냈던 엄경수의 일기(총8권)를 번역한 것이다.
○《국역 부재일기》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 8권의 한문 일기를 한글로 번역하여 3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 이 일기의 주인공 엄경수(嚴慶遂, 1672~1718)는 오늘날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대에 잘나가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아버지가 예조판서 등을 지낸 뒤 기로소에 입시한 엄집(嚴緝, 1635~1710)이다. 엄경수는 고위관직을 지낸 서울 사대부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34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출사하였으며, 1716년 문한(文翰)을 담당하는 홍문관의 수찬(정6품)이 되어 문신관료로서 평탄한 길을 걷고 있었다.
○ 하지만 윤선거와 윤증의 문집을 둘러싼 논란에 뛰어들면서 그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정치적으로 노론(老論)과 소론(少論)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엄경수는 소론의 입장을 대변하다가 관직에서 쫓겨났으며, 곤궁한 생활을 하다가 충주에서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숨을 거두었다.
○ 《부재일기》에는 이와 같은 그의 삶이 그대로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엄경수가 승문원에 들어간 1706년부터 1718년까지 총 13년간의 이야기이다. 가족들이 모여 시를 짓는 모습, 처음 관직에 나아가 치러야 하는 면신례의 괴로움, 서울 양반들의 문화와 서울의 풍광, 벼슬에 쫓겨난 양반의 궁핍한 생활, 역사적 인물에 대해 전해는 이야기, 교유관계와 인맥, 남한산성과 용문산 등 주변지역 유람기, 세시풍속과 의술 등 개인적인 시시콜콜한 내용부터, 정치적 논란이 된 사건, 임금의 근황과 조정에 벌어진 사건의 뒷이야기까지 다양하다.
□ 당시 사람들이 돈어(豚魚,복어)를 ‘노론(老論)의 돈어, 복씨[鰒氏]’로 지칭하게 된 이유는?
○ 《부재일기》에는 정치적 사건의 전후 정황,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사연, 노론과 소론의 관계 등에 대해 많은 내용이 있다. 엄경수는 정치적 주요 사건 뿐 아니라, 세간에 떠돌던 소문들도 함께 기록해서 당시 정치상을 더 풍부하게 보여준다. 숙종때 첨예했던 노론과 소론의 갈등 양상은 《부재일기》 1709년 4월 기사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소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 “이조참판 이정겸(李廷謙)과 영의정 최석정(崔錫鼎)이 돈어(복어)를 먹고 병이 나자, 당시 사람들이 ‘이는 노론의 돈어이다’라고 말하였는데, 병이 난 사람들이 모두 소론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론 사람들이 ‘우리는 돈어만도 못하다. 돈어는 영의정에게 야인건시(사람의 마른 똥)를 먹게 하였으니’라고 운운하였다. 이 또한 웃기는 말이므로 기록해 둔다. 어떤 이가 전하기를, 노론 사람들이 돈어를 ‘복씨(鰒氏)’라고 부르는데. 이는 영의정을 병나게 하였으므로 높여서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 조선시대 한강의 전망을 차지하던 부호(富豪)들의 정자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한강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 엄경수는 《부재일기》에 당시 한강변에 있던 정자의 위치와 내력을 세세하게 정리해놓았다. 정자의 수는 총29개로, 다음과 같다.
○ 복파정(伏波亭), 족한정(足閑亭), 창랑정(滄浪亭), 담당정(淡淡亭), 영벽당(映碧堂), 읍청루(挹淸樓), 팔승정(八勝亭), 대은정(戴恩亭), 휴은정(沐恩亭), 은파정(恩波亭), 수운정(水雲亭), 익평위정(益平尉亭), 홍가정(洪家亭), 서상국정자(徐相國亭子), 유하정(流霞亭), 쌍호정(雙湖亭), 사의정(四宜亭), 압구정(狎鷗亭), 능파정(凌波亭), 학탄조씨서(鶴灘趙氏墅), 임양공자정(臨陽公子亭), 황씨서(黃氏墅), 이씨장(李氏庄), 송씨정(宋氏亭), 황학사장(黃學士庄), 이감역정(李監役亭), 몽오정(夢烏亭), 청성서(淸城墅), 김씨장(金氏庄)
○ 위의 정자들은 대부분 당대 권세가의 소유였다. 강산은 고결하며 절조를 지키는 은둔하는 선비가 거처하며 즐기는 것인데, 현실은 오랫동안 부귀를 누리며 정자 지을 땅과 재목을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은 경관에 웅장하게 정자를 지어서 자신의 재력을 자랑한다며 비판했다.
○ 그러면서도 한강변 정자의 긍정적인 역할도 함께 말하였다. 실제로 한강변의 여러 정자를 즐기는 것은 정자주인이 아니라, 이곳을 유람하는 이들과 한가한 선비들이라면서, 한강변의 정자를 통해 자신 같은 일반 사람들이 강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 신입 관료에 대한 선배 관료들의 갑질은 예나 지금이나, 직종을 불문하고 있었다.
○ 엄경수는 자신이 처음 관직에 나아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였다. 면신례(免新禮) 이른바 ‘신고식’이다. 엄경수는 1706년 7월 11일 신래 간택이 끝나고 승문원 전임자들에게 불려가 잡스러운 놀이를 해야 했고, 이날 밤부터 회자(回刺)를 시작하였다.
○ 회자는 승문원의 신입이 허름한 차림을 하고 밤에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여 동료로 인정받던 일이다. 간혹 그 기간은 50일이나 되어 폐단이 많았는데, 선배 관원들이 온갖 방법으로 신래들을 시험하고 괴롭혀, 뇌물을 주어야 명함을 받기도 하고 인격적 모욕을 가하기도 했다.
○ 엄경수는 8월 29일 일기에 허참례(許參禮)와 환역(換易)하는 고풍(古風)에 대해 서술하였다. 허참례는 새로 부임한 관원이 선배들에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며 관직에 참여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의미이다. 환역하는 고풍은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허리띠, 신발, 부채 등 소지품을 내어 모두 쌓아놓고 가장 좋은 물건을 상사에서 주고 직위의 고하에 따라 물건의 우열을 구별하여 나누어주는 것으로, 신래들의 좋은 물건을 선배들의 낡은 물건과 바꾸는 것으로 이것 또한 신래들을 괴롭히는 일 중에 하나였다.
□ 조선시대 서울 양반도 담배 때문에 고민하지만, 금연하기는 쉽지 않았다.
○ 엄경수는 담배를 다음과 서술했다. “이 식물(담배)은 남쪽에서부터 들어온 지 백년에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어 거의 온 나라에 두루 퍼졌고, 장사꾼은 이 물건으로 재화를 벌어들이니 그 형세로 보아 영원히 세상에 유통되어 금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특성이 독이 있고 그 맛이 매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면이 아주 많다. 매운 기운이 뱃속으로 들어가면 현기증이 나고 독한 연기가 목구멍에 닿으면 곧 기침이 나고 침이 흐르는 현상을 절제할 수 없으니, 이것은 오히려 일시적인 해로움일 뿐이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우면 신장이 상하고 다리가 물러지며, 눈이 어둡고 정신이 혼미하여지니, 바로 수명을 줄어들게 하는 물건으로 도움이 되는 점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사람이 폐하여 끊으려하나 끝내 끊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모든 근심과 걱정, 무료함과 불평이 마음속에 있으면 이것을 의지하여 물리쳐 떨쳐내며, 엄동의 새벽 추위 및 길을 오가는 나그네의 얼굴에 서리가 맺히고 얼음이 가득한 것이 이것을 의지하여 따뜻하게 되며, 시인이 시 구절을 찾고 주인이 손님을 대접하는 등 모든 일에 이것이 없어서는 안 된다. 이것을 멀리하려 하나 곧바로 가까이 하게 되며 끊으려하나 곧바로 친히 하게 되니 큰 역량이 없으면 끝내 목적 달성을 할 수 없다. 심하구나! 사람이 굳게 지킴이 없는 것이 이와 같을 것이다.”
○ 엄경수는 1917년 1월 24일에 일기에 <담배를 끊기로 한 약속>이라는 글을 기록하면서 금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그 결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위의 글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함께 남아있다. “며칠 뒤에 내가 먼저 약속을 어겼고, 한 달 뒤에 막내아우 아형이 다시 그 뒤를 이어 약속을 어겼다. 몇 달 뒤에는 수부 아재가 홀로 약속을 지켰지만, 또 점차 담배를 가까이 하기를 면하지 못하였다.”
□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국역 부재일기》는 정사와 관찬사료에서 볼 수 없었던 조선시대 서울 사람의 생활문화상을 보여주는 좋은 사료이다.”고 말했다.
□ 이 책은 ‘서울책방’(store.seoul.go.kr)에서 구매(각권 15,000원)할 수 있으며, 8월부터는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hitory.seoul.go.kr)에서 전자책(e-book)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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