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재미있어서 학교이고 마을이라네! <삼각산재미난마을>

2016.06.15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재미있어서 학교이고 마을이라네!

삼각산재미난마을

 

16번 삼각산재미난 마을

 

 

 

 

삼각산재미난마을, 말 그대로 재미있는 이름이다. 얼마나 재미있게 살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삼각산재미난마을(이하 재미난마을)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우이동, 인수동에 걸쳐 사는 사람들이 이룬 마을이다. 그러나 행정 구역이나 지리적 위치만으로 이곳을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들 간의 다양한 관계로 맺어진 산물이 재미난마을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까운 곳에는 1960년 4·19의거 때 희생당한 사람들의 위패를 모신 ‘국립 4·19민주묘지’가 있다. 서울의 자랑거리인 북한산 둘레길과도 연계되어 있다. 북한산으로 들어가는 길도 있고, 꼭 둘레길이 아니라도 여기저기 산책하기 좋은 곳들이 많다. 작은 계곡을 따라 개울물도 흐른다. 여름에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도 있고, 겨울에는 꽁꽁 언 얼음장 위에서 썰매를 지칠 수도 있다. 5층 이상의 건물이 거의 없다 보니, 눈을 들었을 때 아름다운 자연을 가리는 것도 없다. 생활 공간에서 바로 자연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천혜의 환경을 지닌 곳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연을 벗한 교육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곳이 재미난마을이다.

 

 

살며 배우며 소통하며

 

재미난마을이 만들어진 최초의 동기는 아이들의 ‘교육’ 문제였다. “아이들을 어떻게 자라게 할 것인가?” “아이를 사람답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아직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 몇 명을 한 자리에 모이게 이끌었다. 1998년, 이른바 IMF 사태라는 광풍이 휩쓸고 간 뒤 실직과 일자리 부족, 맞벌이 부부의 급증 등과 맞물려 육아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던 때였다.

 

그들은 공동 육아를 통해 그 문제를 풀어가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듬해인 1999년 공동 육아 협동조합 ‘꿈꾸는 어린이집’을 꾸렸다. 아이들을 위해서 모였지만 공동 육아를 하면서 부모들도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좋은 교육 환경과 교육 철학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대로 얻은 답들을 공동 육아에 적용해 보면서 그들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배워나갔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아빠들의 태도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아내의 몫으로만 여기던 육아를 자신의 삶 속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와 함께 바깥으로만 돌던 아빠들이 자연스레 마을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들어갈 때쯤 되자 공동 육아에 참여하던 부모들도 자연스레 초등 교육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재능과 상관없이 성적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받으며 치열한 경쟁 속에 살도록 내모는 세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 학교에 보내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다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제대로 된 교육, 배운 것을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는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개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싶었다. 그런 만큼 방향도 뚜렷했다. “천천히 가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자!” 그래서 태어난 것이 삼각산재미난학교(이하 재미난학교)이다.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마당도 널찍한 2층짜리 단독 주택이 학교로 거듭났다. 부모들이 함께 출자하고 직접 소매를 걷어붙여 집을 손보았다. 재미난학교는 동시에 재미난마을의 본격적인 시작이기도 했다. 재미난학교에 이어 마을의 문화 공간이자 공동의 서가 역할을 겸한 마을 카페, 마을 극단, 목공소, 마을 밴드, 마을 대학 등 마을에서 재미나게 살고픈 사람들이 뜻을 모아 하나둘 마을의 재밋거리를 만들어나갔다.

 

초원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권희정 (사)삼각산재미난마을 사무국장은 재미난마을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렇게 말한다.

 

“대안 학교 부모들한테는 어느 정도 공통된 마음이 있었어요. 학교를 만들 때도 그랬지만 삶에서도 나 혼자 잘살자가 아니라 함께 나누며 살자는. 그런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자연스레 마을이 만들어진 거죠. 나와 우리의 필요를 동시에 채워가는 공동체, 살며 배우며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면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원하는 것을 찾아서 더 많은 이웃과 나누면서 재미있게 살게 된 곳이 재미난마을이에요.”

 

재미난학교의 아이들은 국·영·수도 배우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공부들을 많이 한다. 텃밭을 가꾸고, 재래시장 등으로 마실을 다닌다. 친구 집에 인사를 다녀오라는 숙제를 받기도 하며, 친구가 아프면 단체로 병문안도 간다. 골목의 이런저런 모습을 사진에 담는 수업도 한다. 마을 곳곳을 다니며 내가 사는 곳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아보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파악한다. 산교육이 따로 있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재미난학교의 아이들이 교사에게 높임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은 반말로 자기 의견을 교사에게 전달하고, 교사는 그 말을 경청하며 아이들과 진지하게 토론을 한다. 교사와 학생이 반말로 소통하는 것은 어느 한쪽이 기울지 않고 서로 수평적인 관계일 때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교 밖에서까지 어른에게 말을 놓게 하는 건 아니다. 그것은 학교에서의 규칙일 뿐이고, 예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도 일반 학교보다 두 배로 길다. 아이들이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여유로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마을은 어떻게 학교가 되는가!

 

“앎과 삶이 하나 되고, 배움과 나눔이 함께 있는, 더불어 살수록 재미난 마을공동체.” 재미난마을을 설명하는 문구다. 재미난마을은 마을 그 자체로 하나의 학교이다. 학교는 마을이 되고, 마을은 학교가 되었다. 아이들만 교육을 받고 학교에서만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 밖에서도 마을 안 모든 이의 배움이 자란다.

 

재미난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마을배움터도 그런 곳이다. 이곳에서는 마을 주민 각자가 갖고 있는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눈다. 타로, 사진, 명상, 풍물, 기타 등을 배울 수 있고,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동아리는 마을 주민 누구나 원하면 만들 수 있고 동아리를 만들면 적은 금액이지만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의 배움은 마을배움터에서만이 아니라 재미난마을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배움의 기회가 넘칠 수 있게 된 것은 재미난마을이 10년 이상 쌓아온 신뢰와 역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어떤 형태로 마을 활동을 하면 더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그리고 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다 함께 참여해서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이들은 ‘(사)삼각산재미난마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업을 위한 사업은 하지 말자” “마을 구성원의 자발적 활동의 터가 되어주자”라고 기본 방향을 정했다. 최소한 마을 주민 다섯 명이 모여서 활동하는 동아리라면 그 돈을 어떤 용도로 쓰든지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5만 원씩 지원하는 ‘묻지 마 동아리 지원’도 그런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재미난마을의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maeulro53에 글을 올릴 것, 이것이 지원 조건의 전부이다. 동아리 활동은 여전히 재미난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배움과 재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활동이다.

 

이런 동아리 활동도 재미난학교의 목적과 다르지 않다. 재미난학교의 교육 목적은 아이들이 개성을 맘껏 자유롭게 발휘하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웃과 함께 사는 기쁨과 재미를 만끽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사는 것이 성적을 올리거나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배운다. 그런 배움이 몸에 밸 때 아이들은 자신을 당당히 드러낼 줄도 알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서 익히고 타인과도 건강하게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

 

그래서 바로 마을이 필요한 것이다. 예부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을이 단순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고 돌보는 곳에서는 가진 것, 아는 것을 나누고 배우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재미난마을은 이런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이곳 역시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어디든 갈등 없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있으랴. 재미난학교가 문을 연 뒤 교사 중심의 학교 운영 방식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고, 부모 가운데 생각을 달리한 40퍼센트가 아이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일도 있었다. 또 학교가 중등 교과 과정을 포함한 9년제로 잠시 바뀌었다가 6년제로 다시 전환하면서 약간의 갈등도 있었다. 이런 갈등을 겪으면서 재미난마을의 주민으로서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생겼다. 어쩔 수 없는 생채기였다.

 

하지만 재미난마을은 어떤 갈등이든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접점을 찾는다. 수시로 모여서 생각을 표현하고, 그러면서 나름의 불문율을 만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서로 배려하고 신뢰도 생겼다. 구성원 100퍼센트의 동의 아래 일을 추진하자는 것이 마을의 작동 원리로 자리를 잡았다.

 

 

마을 카페와 목공소에서 재미난 프로그램을

 

재미난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모이는 장소는 ‘마을 카페 재미난’(이하 재미난카페)이다. 마을 배움터의 한 장소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재미난카페의 시작은 유기농 밥집이었다. 마을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밥집이 없어서 안타까워하던 재미난학교 부모들이 작당 모의를 해서 만든 밥집이었다. 거기에 마을에서 즐겁고 유연하게 일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래서 “잘 먹고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재미난밥상’이라는 마을 식당을 열었다. 뜻을 모으고 출자금을 걷고 운영할 사람을 정해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했다. 스무 명 이상의 마을 주민이 출자도 하고 직접 일도 하면서 1년 동안 운영해 나갔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인근에 대형 식당이 생겨난데다 좋은 재료만 사용하다 보니 계속 적자가 났다. 식당을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쉬워하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식당은 접되 그 자리에 카페를 해보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주민들이 식당 출자금도 돌려받지 않고 카페에 재출자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시간 많은 동네 아줌마들을 ‘동남아’라고 부르잖아요? ‘동네에 남아도는 아줌마.’ 그런 엄마들이 이곳에서 자원 봉사를 하는 거죠. 아이들이 오면 간식도 주고, 맞벌이부부는 카페에 아이를 맡기기도 해요. 또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작은 공연이나 전시회, 음악회, 캠프도 열어요. 그렇게 하면서 카페에서 하는 일도 풍성해지고 드나드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재미난카페는 더 넓고 동네 주민들이 접근하기도 더 쉬운 곳으로 옮겨갔다. 그 덕분에 찾는 사람들도 더 늘어 마을 사람들의 놀이터 역할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만나고 배움을 주고받으며 공유 서가에서 자유롭게 책도 꺼내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전의 카페 공간은 공동 주택으로 변신했다. 성미산마을의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소행주)처럼 공동 주거 공간이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아홉 가구가 공동 주거 실험을 하고 있다.

 

재미난마을에는 ‘마을목수공작단’이라는 유명한 마을 목공소도 있다. 공구 사용법부터 나무를 자르고 손질하고 마무리하는 것까지 배울 수 있고,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도 있다. 마을에서 목공이 필요한 작업은 언제든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다른 지역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다.

 

 

재미난마을이 지닌 외부의 관계망은 또 다른 재밋거리를 낳는다. 사람과 마을을 잇는 놀이와 축제도 그중 하나다. 재미난마을만의 축제는 없으나 강북구의 축제가 열릴 때 재미난마을도 동참해서 축제를 만들고 즐긴다. 극단을 만들 때도 그랬다. ‘극단 진동’의 대표로 있는 재미난마을 주민이 지도하면서 재미난마을에 아마추어로 꾸려진 ‘마을극단 우이동’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역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에 동참하고 사람들을 사귀면서 관계 또한 더욱 풍요로워진다. 재미난마을은 이처럼 외부와도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제 몇 년 내에 마을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디어, 건강한 가치를 담는 마을 신문을 발간하는 꿈도 갖고 있다. 그것도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성장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시작한 재미난마을은 이제 마을 자체가 어른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가 되었다. 호기심, 상상력, 자유가 사람에게 필요한 성장의 생태 환경이라면, 재미난마을은 그런 것을 갖춘 공간이다. 이처럼 재미난마을은 마을이 그 자체로 하나의 학교가 될 수 있음을 생생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발췌 :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박재동-김이준수 지음, 샨티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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