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협동으로 일구는 ‘마을 리얼버라이어티’ <성대골>

2016.06.15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협동으로 일구는 ‘마을 리얼버라이어티’

성대골

 

9번 성대골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골. 행정 구역상 공식 명칭은 아니다. 상도3동 성대시장 입구에서 국사봉 골짜기에 이르는 마을 이름이다. 옛날 신申 씨 성을 가진 부자가 죽자 묏자리를 구해 땅을 파헤쳐보니 복숭아꽃이 한 아름 나왔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곳을 성도화리成桃花里라고 부르다가 차츰 성도아리, 성도리, 성대리로 변했고, 지금은 성대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이곳에는 아파트와 다세대 등 공동 주택과 단독 주택이 공존한다. 누구도 그냥 지나치기 힘든 시끌시끌한 전통 시장도 있고, 왕복 2차선 도로를 운행하는 마을버스가 언덕배기를 오르내리는 풍경도 정겹다. 사람 사는 마을이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내 마을’이라는 소속감, ‘서로 이웃’이라는 연대감이 이곳 주민들 사이에 유독 큰 탓이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는 ‘마을 오지라퍼(들)’가 있다. 이들은 마을에서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짠∼ 하고 나타난다.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현실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마을살이를 하면서 마을공동체를 함께 꾸리는 사람들이 마을 오지라퍼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퍼’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 될까? 지퍼를 올림으로써 패션이 완성되듯, 마을 오지라퍼가 종횡무진하면서 마을에 필요한 일들을 채워나가니 마을공동체라는 옷이 만들어진다. 그들 덕분에 성대골이 마을공동체로서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다.

 

성대골 사람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연대와 협동이다.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읽어주고 찾아주고 풀어주기 위하여 힘을 모은다. 마을 오지라퍼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서 불씨를 지피면, 마을 사람들이 힘껏 부채질하여 횃불로 만든다. 자연스럽게 ‘팀플레이’가 이루어진다.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거나 재능을 보태는 것이다. 혼자였다면 할 수 없는 일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면 가능해진다. 협동은 성대골의 문화이자 마을 주민들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협동의 문화로 ‘협동조합의 거리’를 만들다

 

유호근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이하 희망동네) 사무국장은 성대골의 마을 오지라퍼 중 한 사람이다. 희망동네는 지난 2004년 3월, 주민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발족시킨 지역 기반의 시민 단체다. 지역을 자세히 알고 지역을 더 살기 좋고 행복한 곳으로 바꿔보겠다는 마음이 모여 단체를 만드는 것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무엇이 마을을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우리 마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품은 첫 질문이었다.

 

처음 설립했을 때만 해도 희망동네가 얼마나 갈 것인지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에 대해 지금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 희망동네는 마을공동체와 협동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을 시작하여 벌써 10년을 넘겼다. 희망동네는 지금 성대시장에 세 개, 사당동에 두 개의 협동조합을 주민들과 함께 꾸리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협동조합들을 더 만들어 성대골 일부를 협동조합 거리로 꾸리는 꿈을 꾸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하는 협동조합들이 늘어선 마을공동체 말이다.

 

그러나 단지 숫자만 늘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유호근 씨가 “협동조합이 늘어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협동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힘주어 말하듯이, ‘어떻게 하면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 것이 성대골에 협동조합이 줄줄이 만들어진 출발이었다.

 

사회는 남들과 경쟁해서 이기고 경제 성장을 향해 앞으로만 달려가면 부유해지고 행복해질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높아지고, 대기업은 성장일로인데, 서민들의 삶은 나날이 팍팍해져만 갔다. 희망동네도 지역 단체로서 마을을 둘러보자 수많은 문제들이 보였다.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는 없었다. 통계를 찾아봤다. 서울 시민은 2년 이내에 35퍼센트, 5년 이내에 65퍼센트가 이사를 하고 있었다. 떠나는 이유를 보니 교육, 일자리, 경제 문제 등이 가장 컸다. 반짝, 유호근 씨의 머리 위에 전구가 켜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이사를 안 갈 테고, 지역 안에서 사람들과 사귀면서 지역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한 첫 번째 사업이 마을 어린이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함께 자라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쉽지는 않았다. 유호근 씨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한결같이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되겠어?” 안 된다는 얘기뿐이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마을 주민들을 설득하고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성대골 주민들, 마을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다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1년 동안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2천여만 원이었다. 기금을 낸 사람들 중에는 아들이 칠순 잔치에 한복을 사 입으라고 준 100만 원을 기증한 어르신도 계시고, 틈틈이 모은 돼지저금통을 깬 아이도 있었다. 어른, 아이, 아줌마, 아저씨, 소녀, 소년, 청년 할 것 없이 마을 도서관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마음을 합쳤다. 그 취지에 공감한 한 출판사에서 4천여 권의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의 햇살 좋은 가을날, 마침내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이 탄생했다. 작지만 뿌듯한 ‘우리’ 마을 도서관이 행복하게 문을 열었다. 주민 200여 명이 월 5천 원에서 2만 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이 되었다. 한 사람만 꿈을 꿨다면 이루지 못했을 일이었다. 마을 주민 여럿이 함께 꿈을 꾸니까 어느덧 현실이 되었다. 성대골을 마을공동체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맨 먼저 마을 도서관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역시 마을 오지라퍼로서 도서관건립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소영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잘 아는 사람들도 아니고, 우리가 도서관을 정말로 만들어낼 거라는 확신도 없었을 텐데, 모금 통장에 돈이 쌓여가는 거예요. 이것을 보고 이것은 나만이 꾸는 꿈이 아니라 마을 사람 모두가 꾸고 있는 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구 2만 명이 넘는 지역임에도 도서관 하나 없던 성대골에는 이후 구립 도서관 두 개가 더 만들어졌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에 자신을 얻은 유호근 씨는 마을에서 일자리 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협동조합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안 되는 게 아니고 하지 않은 것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을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으로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니 너무 이상적이라며 가능하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이런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고 나서 그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사회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이 살아있는 마을, 이웃과 관계를 맺어 서로 연결된 공동체적인 마을을 만들어보자, 그래서 일자리도 마련하고 협동의 문화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서 협동조합을 해보자고 설득했어요.”

 

 

마을이기에 가능한 것, 협동조합

 

마을에서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발상은 아주 간단한 데서 나왔다. 협동조합을 할 수 있는 자원이 “동네 안에 다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단지 알지 못하는 것을 없다고 하거나 해보지 않은 것을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습성이 우리에게 있다고 유호근 씨는 지적한다. “없다” “불가능하다”고 단정해 놓고서 시도조차 해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걸 할 만한 자원이 없다고 미리 판단하거나 해보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제대로 둘러볼 필요가 있었다.

 

유호근 씨는 결국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사람들한테서 출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출자 한 구좌당 300만 원, 배당을 주지 않으며, 운영위원회 회의에도 꼬박꼬박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런 악조건(?)에도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인 마을 카페 사이시옷이 첫 번째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목공소인 ‘별난공작소’, 상담소인 ‘우리동네 마을상담센터’, 교육 협동조합인 ‘우리모여 청소년센터’, 지역 아동 센터의 단체 급식을 담당하는 ‘노나매기 단체급식협동조합’ 등이 뒤를 이었다. 희망동네가 오랫동안 성대골 사람들과 쌓아온 신뢰 덕분이었다.

 

예상대로 처음에는 “그런 걸 누가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출자금이 큰 어려움 없이 다 모였고, 협동조합 다섯 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직접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을 목격하자 마을 사람들의 태도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어떤 협동조합이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더 만들어질 협동조합에 출자하겠다는 대기자가 줄을 설 정도였다. 협동과 신뢰의 문화가 성대골에 젖어들었다는 증거였다. 유호근 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협동이 언제 잘되느냐? 자신의 것을 먼저 내놓을 때 잘됩니다. 서로 내놓으면 더 잘되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는 내놓으면 손해라고 가르치잖아요. 그런데 얻어가려고 하면 협동은 실패합니다. 그동안 희망동네는 적게 가져가면서 일을 해왔고, 그런 것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신뢰가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빤한 이야기이긴 한데, 진심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고,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신뢰를 쌓은 것이 지금 가장 큰 자산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협동조합도 그래서 가능했던 거고요.”

 

앞서 언급한 대로 성대골의 협동조합 1호점은 2010년 12월 만들어진 마을카페 사이시옷이다. ‘주민의 힘으로 만든 마을 사랑방’이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기 전 17명의 출자자가 300만 원씩 5,100만 원을 모아 만든,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카페였다. 마을 카페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곳은 이른바 ‘시즌 2’를 맞게 되었는데, ‘99+You, 100명의 동네 친구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1인당 출자금 50만 원씩 100명의 조합원을 모아 인문학 카페 사이시옷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2호점인 ‘성대골 별난공작소’는 1호점인 마을 카페 사이시옷에서 꼬리를 물고 생겨난 경우이다. 마을 목수가 한 사이시옷의 인테리어를 보고 목공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 결과 이 별난공작소가 생긴 것이다. 마을에서 필요한 것을 뚝딱뚝딱 만들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을 위한 목공 강습도 하며 청소년들을 위한 가구 만들기 교실도 연다.

 

3호점은 ‘우리동네 마을상담센터’다. 주민들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곳이다.

 

이쯤해서 마을의 협동조합 아이템을 찾는 팁을 들어보자. 유호근 씨의 말이다.

 

“마을에 숨은 아이템이 무척 많습니다. 3호점은 주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에서 협동조합 아이템을 찾은 경우예요. 주부들은 진지한 얘기를 하면 열에 아홉은 웁니다. 거기서 팁을 얻어, 생활 상담을 할 수 있는 ‘빨래터 상담가’를 만들자고 했죠. 이를 위해서 워크숍도 했는데 상담을 통해서 치유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치유・성장・확산을 통한 치유 공동체를 만들기로 한 거죠. 그 방법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었고요. 나와 친한 사람들이 칭얼대는 내용이 곧 협동조합의 아이템이에요. 가까운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흘리고 엉뚱한 곳에서 보물을 찾으려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아이템, 재능, 재원이 마을에 다 있습니다.”

 

4호점은 취약 계층의 중학생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모여 청소년센터’이며, 5호점 ‘노나매기 단체급식협동조합’은 지역 아동 센터에 단체 급식을 제공한다. 모두 마을의 작은 필요에서 생겨난 협동조합들이다.

 

성대골의 희망동네가 만들거나 관계하고 있는 협동조합들은 지역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매달 20만 원씩 지역 복지 기금을 모아 벌써 1천만 원가량 적립해 놓고 있다.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 등 관공서가 주는 1억 원보다 마을의 땀으로 일군 1천만 원이 훨씬 소중하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성대골 마을 사람들이 꿈꾸는 ‘협동조합 거리’는 어떤 모습일까? 유호근 씨를 통해 들어보았다.

 

“지역 사회에서 작지만 끊임없이 어떤 시도를 하고 성과가 모이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협동조합원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요. 돈이 모이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어요. 배당을 주지 않는데도 말이죠. 아는 분이 그걸 ‘돌려받을 수 있는 기부금’이라고 표현하라고 권하더군요. 돌려받을 수 있는 기부금을 우리는 계속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열 개 이상 만들고자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협동의 거리를 꿈꾸고 있고, 그렇게 복지 공동체,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희망동네가 만들고자 한 협동조합을 만들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이다. 인디언들의 기우제가 실패한 적이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던가? 희망동네가 일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마을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릴망정 되지 않은 일은 없다. 물론 마을에서의 일상과 삶은 갈등과 고통도 따르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그들은 될 때까지 한다는 각오로 마을에서 협동과 연대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그것을 위하여 마을에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협동조합은 그런 균형을 가능하게 만든다. 협동조합을 제대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운영이 필요하고 조합원 사이의 의사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의 힘으로 잘 돌아가는 것은 협동조합이 아니다.

 

물론 모든 조합원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리더십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 도시(마을)이자 협동조합 기업 집단인 몬드라곤(1956년 호세 마리아 신부가 세운 난로 공장에서 출발했다. 제조업을 비롯해 금융·유통·지식 정보 부문을 중심으로 120개 자회사(협동조합)를 운영중이다. 고용 규모를 놓고 보면, 스페인 재계 5위의 대기업이다. 모든 직원이 조합원이자 동시에 주인으로, 조합원을 해고하는 일이 없다.)의 경우는 그 점을 잘 보여준다. 호세 마리아 신부의 리더십과 열정, 헌신이 토대가 되었기에 몬드라곤은 지금의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려면 협동과 리더십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물론 리더는 각 조합원에게 어떤 영역을 위임할 것인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을 제대로 하고 싶을수록 리더십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

 

 

3·11 후쿠시마 이후, 에너지 자립을 꿈꾸다

 

성대골의 또 다른 자랑이라면 ‘에너지 자립’을 들 수 있다.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태가 계기가 되었다.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와 원자력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성대골에서도 예외 없이 터져 나왔다. “아, 우리도 지금 이대로는 안 돼!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어린이도서관을 사랑방처럼 이용하던 열다섯 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먼저 목소리를 모았다. 그들은 2011년 9월, 전기와 수도 등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부터 해나가기로 하고, 이를 생활화하는 데 앞장서는 ‘에너지 지킴이’가 되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에너지 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성대골 절전소’를 만들었다. 설비를 갖춘 절전소를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각자의 집에서 얼마나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기 사용량 현황판을 절전소로 표현한 것이다. 마을 내부의 에너지는 게이지를 올리고 화석 에너지 사용 게이지는 줄이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열다섯 명에서 시작한 에너지 지킴이들은 50가구 이상으로 늘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울러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계기로 마을의 에너지 운동을 위해 노력해 온 성대골 주민 30여 명이 모여 ‘마을닷살림’이라는 협동조합형 마을 기업(지역 공동체에 산재해 있는 각종 향토, 문화, 자연 자원 같은 특화 자원을 이용하여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 단위 기업으로, 행정자치부와 서울시 등에서 마을 기업 공모를 통해 심사 후 마을 기업으로 선정되면 사업비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을 만들었다. 마을닷살림은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 에너지 진단 및 교육, LED, 태양광 시설 등 에너지 절약과 생산과 관련한 지원과 컨설팅을 하는 것은 물론 LED 전구, 멀티탭, 단열재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제품을 파는 ‘에너지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학교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과 연계를 맺고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햇빛 발전소를 추진하는 등 성대골은 서울의 대표적인 에너지 자립 마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에너지를 문화와 접목하는 움직임도 있다. 마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착한에너지합창단’이 꾸려진 것이다. 합창단은 마을 축제나 각종 이벤트에 참여, 노래를 통해서 에너지 절약의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더 나아가 에너지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성대골 마을·에너지학교’도 만들었다.

 

성대골의 이런 노력이 인정을 받아 서울시 환경상 대상을 수상하였고, 서울시가 지정한 ‘에너지자립마을 관광투어코스’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성대골은 ‘에너지 비만’이 없는 마을이 되고 있다. 이들의 노력과 성과가 여기저기 많은 마을로 퍼져나가서 전국적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이 확산된다면 원전에 의존하려는 국가 정책도 방향을 재고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직접 현실에서 이뤄나갈 때 그 힘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성대골은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활동가로 참여하여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변화시켜 나아갈 때 마을 전체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보여준다. 성대골 마을공동체는 그렇게 함께 꾸는 꿈을 통해서 협동조합 확산에 기여할 뿐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마을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발췌 :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박재동-김이준수 지음, 샨티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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