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공동 주거와 마을공동체를 고민하는 방법 <동네공간>

2016.06.15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공동 주거와 마을공동체를 고민하는 방법

동네공간

 

 

7번 동네공간

 

 

 

 

성북동의 커뮤니티 플랫폼 ‘동네공간’(rn 스페이스 티티카카)의 운영자 중 한 명인 김기민 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구舊도심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운타운 프로젝트Downtown Project’(2009년 자포스를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매각한 토니 셰이는 사재 3억 5천만 달러(약 4천억 원)를 들여 인근 카지노 거리의 낙후된 마을 하나를 통째로 사들였다. 유명 건축가를 고용해 잘 계획된 마을을 꾸미는 대신 기존의 작은 집과 빈 사무실, 창고 등을 개조해 스타트업 기업을 입주시키고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카페와 가게 등을 꾸미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와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살 것인가?” 하는 ‘사람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서로 생각과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아 혁신을 이루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프로젝트의 첫 생각은 간단했다. 밀집된 장소에서 협업을 하고 각자가 지닌 것을 서로 나눌 수 있다면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들을 더 자주 마주치게 하는 것에 있었다.)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CEO인 토니 셰이Tony Hsieh가 사재를 들여 진행하는 도시 혁신 프로젝트다.

 

김기민 씨는 공동체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단다. 독지가의 의지에서 비롯한 프로젝트이지만, “같은 생활 공간에서 마주치고 부대끼고 나누고 협업하는 가운데 혁신이 나올 수 있다”는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모토인 ‘마주침collision, 협업collaboration, 공유sharing’는 바로 마을공동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한국에는 누구 이런 사람 없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다운타운 프로젝트에서도 강조하는 것이지만, 마을에서는 곧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현대의 많은 대도시들은 이런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자신에게만 골몰하도록 하고, 타인에게 관심 갖지 않고 자기 혼자만 살아남는 데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그러니 우리는 익명성에 묻혀 서로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는다. 말 한마디 꺼내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 그런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런 이유로 도시에서 골목은 중요한 장소가 될 수 있다. 도시에서 그나마 마주치는 사람과 얼굴을 익히고 짧게나마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도시 서울에서도 성북동은 그런 골목이 구불구불 길을 이룬 곳이다. 골목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골목은 집의 연장이자 다른 집들과 공유하는 공간이 된다.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말을 붙인다. 자연스레 골목 안의 일을 의논하다가 일상사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골목은 도시에서 마을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다. 마을과 지역의 조건에 맞게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은 교류의 기회나 문화를 골목 안에서 피워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북동 선잠단지길의 골목에 자리하면서 그곳의 골목 문화를 피워내고 있는 ‘동네공간’은 성북동 마을공동체의 중요한 거점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주에 두 번 정도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마을공동체 활동을 위한 모임을 하고, 한 달이면 8∼10회의 모임을 갖는다.

 

동네공간이 자리한 선잠단지는, 1471년 뽕나무가 잘 자라 좋은 실을 얻게 해달라는 기원을 드리고자 선잠단을 지은 데서 유래한다. 현재 주소는 성북로 16길로, 20∼30년 전의 도시 주택가 풍경과 정취를 간직하고 있으며 주민들도 이곳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들이 많다. 이곳은 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유동 인구가 많아져서인지, 최근 독특한 콘셉트의 카페나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발맞춰 성북구는 선잠단지의 좌우로 역사와 문화 거리를 조성할 방침이며, 성북동을 ‘슬로 스트리트’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역 주민들도 재개발보다 지역 재생을 더 지지하고 있다.

 

동네공간에서는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지역 공동체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성북동 마을공동체 모임인 ‘성북동천’과 주거 공동체 ‘따로 또 같이’, 공동 부엌인 ‘성북동부엌’을 비롯해 북클럽, 공부 모임 등 다양한 만남이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네공간은 그렇게 다양한 마을 활동이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협업 공간’(흔히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라는 표현을 쓰며 ‘함께 모여서 같이 일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한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개념을 넘어 지식과 경험, 노하우는 물론 새로운 업무 형태를 공유하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으로도 작동한다. 그뿐 아니라 ‘동네공간’은 현재 김기민 씨 외에도 ‘성북동천’과 건축 디자인 회사인 ‘건축그룹tam’이 들어와 공간을 함께 쓰는 등 성북구 지역 사회에서 활동 공간이 필요한 주체들이 모여 있는 공유 공간으로 역할도 하고 있다.

 

‘동네공간’은 원래 여행을 좋아하던 김기민 씨가 2011년에 연 여행 카페 ‘스페이스 티티카카’에서 시작되었다. 조용하고 한적하며 부대끼지 않는 곳을 찾다가 평소 호감이 있던 성북동에 터를 잡았다. 카페를 하면서 성북동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주민들과 안면을 트면서 성북동이 더 좋아졌다.

 

오래도록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싶어 그 다음해 집까지 옮겼다. 거의 모든 일상이 직장과 집이 있는 성북동에서 이루어진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을공동체와 접촉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동네공간이 지금 벌이고 있는 다양한 마을공동체 활동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마을공동체에 적합한 인간인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공동체보다는 개인이 중요하고, 조직보다 내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웃음)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왜 이리 사는 게 힘들까요? 스펙 따지고, 해야 할 일도 너무 많고,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듭니다. 그래서 ‘모두가 힘든 세상, 무엇이 잘못됐나?’ 하는 문제 의식을 가졌고,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는데, 결국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움직이다 보면 비용이 발생하잖아요. 그렇다고 혼자서 그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2년 전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이곳에 살게 되면서 그런 것을 알게 되었고, 동네공간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어요.”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성북동천

 

성북동천. 성북동 마을 주민들이 내건 마을공동체의 이름이다. 여기에는 중의적인 뜻이 있다. 과거 성북동을 흐르던 개울 이름이 성북천이었다. 그래서 ‘성북동천’의 ‘천’자에는 개울(川)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이 ‘천’자가 ‘하늘 천天’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하늘의 큰 뜻을 받들어 공동체를 제대로 해보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마을공동체 성북동천을 만든 계기가 된 것은 2013년 2월 문을 연 ‘성북동 마을학교’(마을 아카데미)였다.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이 마을학교에서 만난 주민들과 지역 내 다양한 단체들이 아카데미가 끝나고서도 계속 모임을 갖자고 뭉치면서 탄생한 것이 성북동천이다. 김기민 씨도 이 성북동천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래서 동네공간에서 성북동천 모임이 열리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모임이지 각자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 모임에서 하는 가장 큰 일이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내가 사는 마을이 살기 좋은 마을이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 고민도 나누게 된다. 서로의 집을 방문하고 파티도 연다. 성북동천에 참여하고 싶은 성북동 주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 지금도 격주 월요일마다 만나서 하하호호 수다를 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무언가 의도를 갖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생이 그러하듯, 흘러가는 대로. 그래서 규칙을 만들거나 거창한 목적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모임이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성격을 만들어갈 거라고 모두가 믿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누군가 이런 걸 하나 해보면 어떻겠냐고 툭 던지면, 그것에 뼈대가 갖춰지고 살이 붙기도 했다.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경험도 하나둘 쌓아가고 있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 결과물이 ‘서울 지붕 첫마을, 성북동 옛날 사진전’과 성북동 마을 잡지인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로 나왔다. 마을 주민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옛 마을 모습이 담긴 사진들도 꺼내놓고, 성북동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모아보니 마을의 역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2014년 11월에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3호를 내놨고, 중장기적으로 이를 지속 가능한 계간지 형태로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시와 시인을 만나는 토크 콘서트 ‘성북동, 시로 물들다’나 ‘성북동, 시인과 만나다’도 성북동과 시, 마을공동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행사다.

 

격주로 정기 모임을 갖고 있지만, 마을에 모여 살고 있으니 사람들과 갑작스런 모임(번개 모임)을 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마을공동체가 주는 선물이다.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가까이 있는 사람과 만나서 뭐라도 할 수 있는 편안한 즐거움……

 

성북동천은 한 단계 나아가 ‘마을 투어’ 코스도 개발해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성북동을 누비고 있다. 성북동 높은 언덕바지 마을까지 어떻게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할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마을 사람들이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가능한 일을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성북동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마을 투어를 하게 해보는 것이다.

 

늦은 오후, 성북동 마을을 산책하다가 저녁이 되면 마을 사람 집에 들어가 함께 밥을 먹거나 책을 읽는 그런 마을 투어다. 실제로 마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성북동으로 이사 오기 전의 김기민 씨처럼 성북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주로 성북동 마을 투어에 참여하고 있다.

 

 

삶을 함께하는 성북의 마을공동체

 

이와 같은 마을 투어를 생각한 것은 삶과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맞닥뜨리게 하고 싶어서였다. 외부인이 성북동을 찾을 때 많은 경우 천편일률적인 행로를 거닌다. 맛집을 들르고, 상업 공간을 찾는다. 물론 성북동이 상대적으로 덜 상업화된 지역이기는 하나, 그런 형태의 투어는 성북동이 아니라도 가능하다. 그것보다는 마을 주민들의 삶과 직접 맞닿게 하고 싶었다. 그런 방식으로 마을이 외부와 연결되기를 바랐다.

 

“외부에서 오는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렇진 않더라도, 마을 안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그곳 주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도 보고 싶지 않겠어요? 뭔가 이곳만의 특색을 보고 싶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일 텐데, 그런 욕구나 관심 사항을 지역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충족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성북동 일대의 마을공동체 활동은 대부분 2013년부터 본격화되었다. 김기민 씨를 중심으로 동네공간에서 열리는 ‘성북동부엌’도 마찬가지다. 성북동 주민 외에 다른 지역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이 모임에서는 4∼5명 안팎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다. 성북동부엌은 마을의 공동 부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데 어울려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젖어든다.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엿보고 내 삶도 돌아본다. 마을 사람들과 이런 사소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도시에서는 여간해서 찾기 힘든 매력이다.

 

성북동에서는 ‘따로 또 같이’라는 주거 공동체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김기민 씨도 이 주거 공동체의 일원이다. 지금의 서울은 평생을 직장 다니며 돈을 모아봐야 집 한 채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지역의 청년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공동 주거의 방법을 놓고 동네공간에 모여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김기민 씨를 포함해 생각이 잘 맞는 청년 세 명이 서울 성곽 숙정문 탐방로 부근에 있는 단독 주택을 임대했다. 집 주인은 결혼 당시부터 이 집에서 살아온, 팔순이 넘은 분이었다. 김기민 씨는 60년도 더 된 이 집이 마음에 든단다. 그가 일하는 동네공간에서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함께 사는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함께 살면서 공동의 삶의 규칙을 만든다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책으로 공부하고 준비하면서 느낀 것과는 다른 점들도 나타났다. 각자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살아오고 생활 패턴이나 생활 방식이 다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빚어지는 마찰이었다. 하지만 각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그 다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김기민 씨는 공동 주거를 하면서 불편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말한다.

 

“지금보다 함께 사는 사람이 더 많아져도 공동 주거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애착도 생긴 것 같고요. 원룸에 살면 모텔처럼 잠만 자는 곳이 되기 쉽잖아요. 옆방에 누가 사는지 알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고. 그런데 공동으로 거주하다 보니 집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어떻게 하면 함께 즐겁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것이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고요.”

 

기존의 가족 구조는 혈연 중심이라 그 구성원들이 가족의 대소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참여하기를 요구받기도 한다. 또 가족 중에서도 가장이나 경제력 있는 사람의 권위나 힘이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동 주거는 각자 주체적인 경제 단위이다 보니 차별적인 요소가 줄고 의사 결정 과정도 민주적이라는 것이 김기민 씨의 설명이다. 의무나 강요보다는 자발성을 중시하고 개인 간의 다름을 존중하니 집안에서의 삶이 좀 더 즐겁다. 독립하되 연대하는 것이 가능하고, 가정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혈연 가족처럼 애쓸 필요도 없다. 원하면 나갈 수도 있고 새 사람이 들어올 수 있다. 억지로 유지해야 할 제도적인 압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4∼5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쳐 지금의 공동 주거를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 계획도 하고 있다. 협동조합 주택을 만들면 각자 부담할 돈이 적어 외부 도움을 덜 받아도 되고, 지역과 가치 중심으로 하는 주거·생활 공동체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주거 공동체 공부도 계속하면서 또 다른 공동 주거를 해나갈 사람들을 섭외하고, 마을에 있는 공간을 활용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상상도 하고 있다. 공동 주거가 활성화되면 이것을 참고해서 성북동 내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형태의 지역 공동체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김기민 씨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임에도 국가가 하지 못해서 채워지지 않은 부분들을 마을 사람들 서로가 메워갈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그리하여 다양한 형태의 공동 주거가 개인 주거와 함께 모여 있는 대안 공동체 마을을 형성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물물교환, 지역 화폐, 재화·용역 및 부가가치의 지역 내 생산과 순환을 기초로 하는 도시형 자급·자족·자립 경제 구역을 마을에 형성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제조합 형태인 사회적 금융 공부도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실은 나 좋자고 하는 일이에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은 처음엔 있는 줄도 몰랐어요. 내 필요에 의해 마을공동체 활동들을 하다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았고, 공모 사업에 신청해서 사업비를 받아 성북동천 활동도 하고 있고요. 내가 필요해서, 내가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행동하다 보니 마을공동체를 꾸려나가게 된 거죠. 일상을 공유하면서 공동의 삶의 지지 기반을 만들어가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특히 독립생활자들의 경우에는 나이 들어서 공동체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지속 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하여

 

물론 김기민 씨도 아직은 마을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 마을공동체를 꾸리고 돌보는 일이 생업 외의 활동이다 보니 추가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일이 몇몇 사람에게 집중되면 그들이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살고 있는 마을에 관심을 갖고, 자기만의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면서 서로의 삶이 맞닿는 지점을 찾아나갈 때 마을공동체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지점을 잘 연결하고 힘을 북돋는 주민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김기민 씨는 서울시나 자치구가 ‘마을공동체사업’안을 공모해서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는 주민 활동의 흥미나 재미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마을공동체 만들기가 지속적인 운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주민 주도라기보다 관이 관여해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조직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주민들 자신이나 풀뿌리 조직이 나서서 시스템을 뒤집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관은 철저하게 지원의 입장에만 서고, 주민들 사이에 구심점들이 형성되어 마을의 주체적인 활동을 펴나가길 그는 기대하고 있다.

 

열매를 잘 맺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과 따사로운 햇빛, 충분한 수분의 공급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열매를 흔드는 심한 비바람 같은 고비도 넘겨야 한다. 성북동의 마을공동체는 지금 그런 과정들을 겪으며 단단하게 여물어가고 있다.

 

 

 

 

발췌 :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박재동-김이준수 지음, 샨티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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