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이동하는 마을’을 아시나요? <이웃랄랄라>

2016.06.15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이동하는 마을’을 아시나요?

이웃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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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잠만 자는 우리 동네를 활기찬 초록빛으로

바꿀 1인 가족을 찾습니다.”

 

이웃랄랄라http://cafe.naver.com/ecolalala의 시작이 된 공지 글의 한 구절이다. 2010년, 회사원이자 독립생활자(1인 가구)인 이정인 씨는 자기와 처지가 비슷한 독립생활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함께할 1인 가족을 찾는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그렇다고 큰 기대는 갖지 않았다. ‘에이, 누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겠어? 그래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만나면 좋겠다.’ 그냥 그런 정도의 생각이었다.

 

독립해서 혼자 산다는 것은 분명 책임을 요하는 일이었다. 서로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힘들이지 않아도 즐겁고 신나는 일이지만,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은 특별히 더 힘을 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5퍼센트에 달해 있었다. 전체 가구에서 넷 중 하나가 혼자 사는 독립생활자라는 말이다. 그러나 사회가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이들이 ‘소비자’로서 존재할 때뿐이었다.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맞춘 상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1인 가구’가 사회의 초점이 되는 경우는 없었다.

 

햇반, 듀오, 원룸. 이정인 씨는 이 세 가지를 1인 가구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꼽았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불규칙한 식습관이 형성되고, 친구들도 결혼이나 직장 생활 등으로 멀어져 인간 관계도 좁아지고 있었다. 좁은 원룸은 누군가를 초대하기도 힘들었고, 퇴근하고 늦게 돌아온 원룸에서 다른 네트워크를 쌓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 독립을 했지만 고립되고 싶진 않았다. 그때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면 되지 않을까?’

 

독립과 고립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고립은 단절된 상태를 뜻하지만, 독립은 연대 속에서도 가능하다. 아니 독립되지 않으면 연대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독립은 고립이 아니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때로는 장미를 원하기도 하고, 가치를 지향하기도 한다. 독립생활자들끼리 만나고 소통하고 의지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같은 뜻을 나누고 힘을 모아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독립적이되, 서로 뭉칠 수 있을 때 뭉치기, 잠만 자고 가는 우리 동네를 활기차고 생기가 도는 초록빛 동네로 바꾸어보기, 이웃랄랄라를 시작한 이정인 씨가 품은 기대였다. 독립생활자들이 이웃이 된다면 함께 만나 소통도 하고 뭔가 도모도 해가면서 랄랄라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만으로도 벅찼다. ‘난 혼자가 아니야!’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나도, 나도, 손을 들었다. 함께하고 싶다는 신청이 쇄도했다. 4인 가족을 가구의 ‘표본’으로 보던 잣대는 이미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걸 반증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6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2010년 3월 마포구 합정동 ‘벼레별씨 커피집’의 옥상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그렇게 이웃랄랄라는 첫 테이프를 끊었다. 17명이 첫모임에 참석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 거기에 직업군도 다양했다. 독립생활자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고립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공식 모임은 월 1회, 텃밭 농사를 시작으로 즐거운 공동체 활동을 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1인 가구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먹을거리다. 그래서 힘을 모아 작물을 재배할 수 있고, 다 자란 뒤 그것을 함께 먹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텃밭 농사를 짓기로 한 것이다. 텃밭 농사를 지어보자며 세운 모토는 아주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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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고, 뽑고, 맛보고, 즐기고.”

 

공간적으로 고정돼 있지 않아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얘기하고 교감한다는 점에서 이동하는 마을이라 할 수 있는 이웃랄랄라의 시작이었다.

 

 

 

함께 즐겁게 랄랄라∼

 

물론 텃밭 농사라고는 해도 시작을 하고 보니 난관이 적지 않았다. 먼저 농사를 거의 지어본 적이 없는 도시인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작물을 가꾸고 어떻게 환경을 조성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거기에 각자 자기 일을 가진 이들이었기에 농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실패나 시행착오조차 ‘랄랄라∼’ 즐거웠다. 어설프게 농사랍시고 시작했지만, 고맙게도 작물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나 주었다. 놀라웠다. 옥상 텃밭은 이들 도시 생활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자란 작물로 옥상 삼겹살 파티도 열었다.

 

함께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이 좋았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무작정 심은 감자가 주렁주렁 열렸고, 이게 과연 자라기는 할까 싶어서 몰래 심었던 수박도 열매를 맺었다. 농사와 함께 재미도 무럭무럭 자랐다. ‘심고, 뽑고, 맛보고, 즐기고’의 재미. 생업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잘 안 되는 것도 재밌었다. 잘될 때도 잘 안 될 때도 서로 깔깔대며 이야기를 나눴다. 농사 지식이 없는 탓에 큰 정성 없이도 무럭무럭 잘 커가는 배추를 보며 더 자라겠거니 내버려뒀다가 한 포기도 건지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런 시행착오 하나하나가 이들에겐 두고두고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그것은 독립생활자들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생명을 키우는 일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공동 육아였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말 그대로 ‘밭 없는 설움’을 느꼈다. 이웃랄랄라의 시작점이자 터전이었던 옥상 텃밭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집 주인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온 사방을 돌아다니다 다른 옥상을 간신히 구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졌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작으면 작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옥상 텃밭이었다. 할 수 있는 만큼 작물을 심었고, 고맙게도 배추, 쪽파, 시금치, 열무 등이 작은 옥상을 온통 푸른빛으로 바꿔나갔다. 가을에 그것들을 뽑아 김장 파티를 했고, 배추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함께 만들었다. 모두들 맛에 감탄했다.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독립생활자들이 한데 모여 만들 수 있는 공동체의 즐거움이 이런 것임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이웃랄랄라는 2012년 땅으로 내려왔다. 진짜 텃밭을 분양받은 것이다. 이웃랄랄라의 주민 한 명이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시민 텃밭’ 한때기를 ‘물어왔다.’ 덕분에 옥상이 아닌 한강의 노들섬에서 텃밭 경작을 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들의 프로젝트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이웃랄랄라 주민들은 텃밭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첫 시도는 ‘밭두렁 라디오.’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노들텃밭 밭두렁에 평상 두 개를 갖다 붙인 소박한 무대를 차렸고, 밭두렁 라디오 현수막 달 곳이 마땅치 않아 리어카를 세워서 현수막을 매달았다. 무대에서는 노래 자랑을 하고 시 낭송 시간도 가졌다. 이런저런 상담 내용으로 상담 코너도 진행하고, 텃밭에 모인 다른 사람들과 함께 퀴즈를 풀기도 했다. 이정인 씨는 그 굉장한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세계 최초가 아닐까 싶어요. 텃밭에서 라디오를 생방송으로 진행한다는 얘길 들어보셨어요? 굉장한 경험이었어요. 시작 전부터 우리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재미도 있었고 호응도 좋았죠.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결실은 우리가 함께하면 뭐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예요.”

 

밭두렁 라디오는 이듬해에도 진행되었다.

 

 

 

1인 가구도 함께하니 두려운 것이 없다!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또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탄력을 받은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이웃랄랄라의 주민들이 서로 힘을 모아 자신들의 활동상을 엮은 책 《랄랄라 뭐라도 나겠지》를 엮어내기로 하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 각자의 재능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100권짜리 한정판 수공예 책자였지만, 그 결과물만큼이나 과정 또한 더 이상 즐거울 수 없었다. 우리가 마음을 모으고 재능을 보태 이런 책자를 만들다니! 스스로 해냈다는 생각에 뭉클했다. 주변의 반응도 좋았다. 여기저기서 책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제작비 부담이 적은 전자책 형태로 만들어서 원하면 누구나 퍼가게 했다.

 

1인 가구가 또 다른 1인 가구를 만나면서 그동안 각자 고립되어 살 때는 맛보지 못하던, 함께하는 즐거움들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기 시작했다. 2013년, 《랄랄라 뭐라도 나겠지》 출판 기념회 겸 운동회라는 이름으로 ‘노들 랄랄라’ 행사를 열었다. 각자 한 명씩이었지만 이른바 가족 행사였다. 룰루랄라∼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들은 ‘심고, 뽑고, 맛보고, 즐기고’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의기투합했다. 1인 가구의 먹을거리를 개선해 보자! 그래서 자매판으로 탄생한 것이 요리와 관련한 재밌는 프로젝트를 하는 ‘부엌랄랄라’였다. 이웃랄랄라와 예비 이웃랄랄라를 위해 “건강하게 잘 해먹자”를 모토로 한 요리 프로젝트이자, 1인 가구 밥상 개조 프로젝트였다. 사료가 아닌 음식과 요리를 먹자는 발상이 그 시작이었다. ‘햇반’과 즉석 음식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이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국수 요리를 선보이고 나눠 먹는 ‘누들 랄랄라’를 열기도 했다.

 

이웃랄랄라에게 농사는 어찌 보면 함께 모이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꼭이 농사가 아니더라도 독립생활자들이 만나서 공동으로 풀어갈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러나 먹을거리는 독립생활자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이고,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에 뭉칠 수 있는 카테고리로 텃밭 농사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역시 이들이 뭉치는 더 큰 이유는 잘 놀기 위해서다.

 

그러면 이웃랄랄라의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정인 씨는 이렇게 소개한다.

 

“마음에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작은 불꽃 하나를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였어요. 처음에는 서로에게 잘 다가서려 하지 않았어요. 그게 나름의 예의라고 생각했거든요. 독립생활자의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만난 지 3년 만에 본명과 직장을 알았어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생각에 서로 묻지 않았던 거죠.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 많이 친해졌고, 서로 인간적인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엔 이야기하지 않던 자신의 고민과 계획을 터놓고 나누기 시작했죠.”

 

하나의 마을이 탄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웃랄랄라에게는 3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이들이라면 나를 드러내도 될 것 같다 여겨지는, 그런 이웃이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이웃랄랄라가 어떻게 마을공동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웃랄랄라는 분명 마을공동체다. 스스로 하나의 마을이 되었다. 그들은 3년 이상의 세월을 함께하며 쌓아온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마을의 주민이 되었다. 그들은 마을공동체이면서 동시에 밥상 공동체이기도 하다. 공동으로 가꾼 텃밭의 생산물을 함께 나누어 갖기도 하고 이를 함께 직접 요리해서 먹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공간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함께 농사를 짓고 먹을거리를 나눠 먹으며 삶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게 독립생활자의 건조하고 팍팍하던 삶이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이정인 씨의 소망은 단순하다.

 

“자기 생활로 바쁘면 텃밭 일이나 행사에 참여를 못하기도 해요. 이웃랄랄라에서는 그런 개인적인 사정들을 존중해 주지요. 규칙 같은 것에 얽매여 마지못해 모임에 참석하거나 자기 시간을 희생하면서 뭘 하거나 하기보다는 자유스럽게 관계를 유지하고 서로간의 적절한 거리를 인정할 때 마을 일에 참여하는 것도 더 신나고 정성도 더 쏟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느슨하면서도 촘촘히 연결돼 있는 새로운 개념의 마을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통적 개념의 마을이 아닌 유동적인 거주 개념의 마을이죠. 그래서 우리는 이웃랄랄라가 ‘움직이는 마을’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얘기하고 교감하고 꾸준히 활동한다면 그것도 마을이 아닐까요? 독립생활자들이 만나서 5년 동안 꾸준히 마을을 일궈온 셈이죠.(웃음)”

 

그들은 이미 가족이자 공동체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고 실천하고 있는 독립생활자들이다. 1인 가구들로 이루어진 더 큰 가족, 각자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마을공동체. 비혈연 독립생활자들이 한 마을의 주민이 되어 소통하고 교감하고 즐거움을 나누기 시작하자 그동안 사회가 지켜주지 않던 1인 가구의 삶의 품격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웃랄랄라는 잘 보여주고 있다. 1인 가구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원룸도 햇반도 아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이웃사촌이다.

 

이정인 씨는 이웃랄랄라의 존재가 어떤 식으로든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의미 있고 재미있게 만드는 중심이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웃랄랄라 마을 주민들은 좋은 음식이 생기면 나눠먹고, 그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느낌의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밥은 네트워크이자, 공동체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어울려 먹기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실천하는 밥상 공동체, 이웃랄랄라는 그런 마을이다.

 

 

 

 

 

 

 

 

 

 

 

발췌 :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박재동-김이준수 지음, 샨티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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