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일상문화나눔의 첫장을 넘기다 '1st page'

2016.06.21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일상문화나눔의 첫장을 넘기다

1st page

 

 

송파구 풍납동 아파트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한적한 동네의 느낌과 매우 닮은 소박한 외형을 띠고 있다. 외형만 그런 것이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뭔가 사람들의 정성스러운 손길에 닿은 듯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무장해제된다.

협동조합형 카페 ‘1st page(퍼스트페이지)’는 일상문화카페를 전면에 내세운다. 일상문화카페? 이름도 뜻도 생소하지만 그곳의 문을 여는 순간 의문은 단박에 풀린다. 친한 이웃집에 들르듯 누구라도 카페에 들려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웃의 안부를 묻고, 잠깐 쉬다갈 수 있는 편한 공간이다. 차를 마시는 공간을 뛰어넘어 문화공간, 교육공간이 되기도 한다. 순찰을 돌던 경관이 들르기도 하고, 구직 청년이 기웃거리기도 한다. 뜨개실을 든 동네 아줌마들이 몰려들기도 한다. 그런데 다들 각자의 테이블에서 차만 마시는 게 아니라 서로 인사도 하고 안부도 전한다. 동네에서 돌아가는 일을 묻기도 하고, 동네의 앞날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이 카페는 마을카페다. 운영하는 주체나, 이용하는 손님이나 모두 ‘우리들이 즐겁기 위해’서 카페는 열려 있고, 돌아간다.

 

 

나 자신을 위해, 우리들을 위해

재미난 일을 벌이자!

 

 

2000년대 초반부터 송파구 풍납동에서 도서관 운동을 함께하며 친목을 쌓은 50대 전후 엄마들 여덟 명이 모여 ‘우리끼리 모여서 즐겁게 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한 끝에 각자 300만 원씩 출자하여 현재의 위치에 공간을 마련했다. 한창 도서관 운동에 마음을 내던 시기,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다니던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니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위한 공간, 아줌마들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게 됐다.

 

“이제 아이들이 아닌 우리를 위해 재미있는 것들을 하면서 노후준비를 해보자!”

 

이렇게 결의한 순간 이들은 마음이 바빠졌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하나라도 더 배워보고 싶을 때 빨리 시작하고 싶어 여러 달 발품을 팔고, 출자금을 마련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스무 평 남짓한 공간을 마련하고, 인테리어를 위해 각자의 집에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가져오고, 주변의 도움도 받아가며 열심히 공간을 꾸몄다. 가게 곳곳에 놓여 있는 공유서가와 소품 대부분이 엄마들이 손수 채운 것으로, 분위기 연출에 정성을 많이 들였다. 카페에 대한 열정과 ‘함께’라는 마음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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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카페 운영과 문화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공간지원에 응모했고, 그렇게 받은 4,800만 원으로 공간을 꾸미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1st page라는 카페 이름은 첫 시작, 첫 발걸음 등 초심을 의미한다. 따뜻한 차 한 잔과 생활문화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자, 동네 사람들과 즐겁게 떠들면서 반찬도 나눠먹고, 영화도 보고, 서로 배우기도 하는, 소통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물론 운영비가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터, 수익 창출을 위해 끝없이 고민해야겠지만 수익창출만을 목표로 삼지는 않겠다는 다짐도 함께였다.

 

1st page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목 좋은 대로에 있거나 간판이 커서 눈에 잘 띄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카페를 홍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아줌마들이 좀 그래요. 하고 싶은 욕구는 많지만 자기 돈을 써 가면서 배우는 건 부담스러워 해요. 그렇다고 일도 없이 커피 마시고 노닥거리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기도 쉽지 않죠. 사람을 만나든가, 무엇을 배우든가 하는 목적이 있어야 카페에 오지요.”

 

1st page의 대표를 맡고 있는 공유선 씨가 운을 뗀다.

 

“2013년 11월에 카페를 개소한 후, 12월부터 뜨개질, 자수, 사진 등 다섯 가지 문화강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멀리 차를 타고 다니면서 배우기에는 부담스러운 취미나 문화강좌를 동네에서 이웃과 함께 배우면 시간 부담을 줄이잖아요. 게다가 동네 주민들끼리 알아가면서 친목도 다질 기회도 되고요. 현재는 베이킹, 가죽공예, 인형만들기, 퀼트 등 강좌가 아주 다양해졌어요.”

 

이렇게 아줌마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 덕분에 카페는 동네 아줌마들로 늘 북적인다. ‘같이 수다 떨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다른 카페들과 차별되는 1st page만의 강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강좌가 운영되고 있지만 강사 섭외에 대한 부담은 없다. 대부분의 강좌가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 덕분이다. 새로 여는 강좌의 성격에 맞게 동네 주민들 중에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공유선 대표를 비롯한 여덟 명의 조합원 주부들이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해 강사를 섭외하기도 한다. 또 조합원 중 재능을 가진 주부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1st page에서 오픈되는 모든 강좌에는 조합원 여덟 명이 직접 참여해서 배우고, 가르치면서 강좌 모니터와 후원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과 수강생들의 소감을 모아 더욱 내실 있는 문화강좌 운영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각각의 강좌는 수준에 따라 초급・중급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재능 있는 주민들

동네 무대에 속속 등장하다

 

 

동네에서 열리는 문화강좌는 재능 있는 주민들을 동네라는 무대로 불러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생활의 달인, 특별히 자격증이 있거나 직업은 아니지만 동네의 숨은 재능꾼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을 이웃에게 부담 없이 가르칠 판을 만드니 기다렸다는 듯 재능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차 한 잔 마시면서 편하게 배우는 모임이니 그동안 배움에 목말랐던 주부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네 이웃들 간에 관계망이 형성되었다. 관계망이 생기고 나니 더 재미난 현상이 벌어졌다. 강좌에 참여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새로운 동아리를 만들어 또 다른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강좌를 통해 만들어진 모임이 마을을 만나자 또 다른 페이지가 열린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진 강좌에서 풍납동 일대를 중심으로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것을 주민자치센터와 함께 동민의 날 행사에 사진전으로 선보이는 과정에서 사진 강좌 모임이 지역에 오래 거주하신 주민자치위원과 연이 닿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관계를 통해 이 사진강좌 모임이 우리마을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풍납동 지역에 오래 거주하고 계신 분들의 인터뷰와 사진을 엮어 스토리북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풍납동 소개책자가 되었다. 취미삼아 배운 주민들의 모임이 지역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이어지니 이처럼 보람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내년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사진 및 글쓰기 강좌를 통해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담은 마을매거진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마을매거진을 지역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렇듯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1st page는 단순히 차 마시러 오는 카페가 아니라, 엄마들의 문화놀이터 기능까지 겸하게 되었다. 우리끼리가 아닌 “우리들이 함께” 재미있게 즐기려는 노력은 동네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주변 동네로 번져가고 있다. 카페 이용객의 70%는 송파・강동구 주민들이지만, 나머지는 다른 구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특히 한 달에 한 번 있는 특별프로그램(시네마브런치 등)에 참여하기 위해 먼 곳에서 일부러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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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꾸는 행복한 미래,

그 맛에 우리는 카페로 출근한다

 

 

1st page가 일상문화카페라고 해서 문화강좌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 운영을 위해서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여덟 명의 조합원들이 일주일에 최소 2~3일씩 돌아가면서 일을 한다. 또한 음료 맛의 업그레이드와 신메뉴 개발에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인다. 손님들을 만족시킬 만한 신메뉴를 개발하고 매뉴얼 화하는 일은 제법 까다롭지만 1st page를 찾는 고객들에게 ‘위로의 맛’을 제공하는 것 또한 동네카페 본연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덟 명 모두가 함께 일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카페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운영회의에만 나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나 카페 운영에 대한 정보 등을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이 원칙은 꼭 지키고 있어요.”라고 공유선 대표는 말한다.

 

살림하랴, 아이 키우랴, 각자 일하랴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지만 그들은 공동운영을 하고 있다는 책임감에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어 참여하고 있다. 카페만 차려놓고 다른 사람에게 운영을 맡기거나 그 중의 한 사람이 주 운영자가 되는 게 오히려 쉬울 법도 하지만 이들은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가 챙기고 함께 결정한다. 이 때문에 갈등과 의견 차이를 겪기도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지 1/8로 한다는 것은 처음 카페 이름을 정할 때부터 세웠던 가치와 목표를 지키고 이루어나가는 중요한 합의구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운영방식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운영은 만만치 않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년 2개월 여 동안 종종 걸음을 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적자다. 장사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것도 장사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노는 판은 노는 판대로 벌였으니 제대로 놀 수밖에. 그나마 여덟이어서 나눠 짊어지기에 힘이 덜 든다. 너무 지쳐서 가끔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에 젖어들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뿌듯함과 이웃들을 만나 함께 배우고, 교우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을 통해 힘을 얻는다고 조합원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 해 나갈 열의와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내년에는 이런 걸 해볼까? 저런 걸 해볼까?”를 열심히 궁리하며 카페 운영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원에만 의존하는 운영으로는 카페가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인건비와 월세는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유선 대표는 여덟 명의 조합원이 함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을 카페운영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혼자였다면 불규칙하고 느슨한 운영이될 수도 있겠지만, 함께하기 때문에 조합원 숫자만큼의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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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한 달에 한 번씩 운영 전반(회계, 일정, 프로그램, 당번표 등)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더 발전적인 카페 운영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로

두 번째 페이지를 채울 것이다

 

 

한편 카페에서 여는 문화강좌 수강생들이 늘면서 그들이 작업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도 카페 운영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다. 강좌 시간에 만들어지거나 단골들이 직접 만들어오는 작품들을 전시하면서 원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과는 달리 각 작품마다 만든 사람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호응도가 은근히있다. 작품을 판매해서 얻는 수익금은 문화강좌를 통해 만들어진 동아리모임의 모임비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한 달에 한두 번씩 산지와 직접 연결한 먹거리 공동구매를 통해 동네 주민들에게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1st page는 2015년에도 더욱 다양한 강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계획을 하고 있다. 그동안 10명 내외로 진행하던 문화강좌의 규모를 확대하여 내년에는 북토크 식의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여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2nd page’라는 이름의 헌책방 운영도 준비 중이다.

 

1st page라는 공간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관계망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이다. 이는 1st page가 만들어지고 내세운 가치이자 목표이기도 하기에 단순히 문화강좌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커뮤니티의 수가 증가하는 외적인 성과보다 더 보람 있다.

 

1st page는 카페 오픈 후, 365일 중에 이틀밖에 쉬지 않은 강행군 속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1년 2개월여를 보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각오 속에 1st page의 조합원들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상의하고 운영을 더 잘하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들의 각오는 대단하다. 카페가 지금보다 더 안정되면 쉬는 날을 늘려서 마을탐방,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내려고 한다. 또 현재 8명으로 구성된 운영팀을 확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구조로 변경할지, 현재의 8명이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계속 운영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운영을 위해 초기에 공동출자한 8명이 법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조합을 만들게 되면 그에 맞는 지역 활동을 고민해야 할 것이고, 카페 운영에 참여하는 주체의 수를 확대한다면 그에 맞는 틀을 새롭게 짜야하는 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어떠한 운영체계를 갖추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열린공동체로서 지역에 기여하고 싶다는 지향점은 똑같다. 이제 막일상문화나눔의 첫 페이지를 넘긴 1st page.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는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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