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노동과 마을, 얼굴을 맞대다 노동자마을복합문화공간 '카페 봄봄'

2016.05.30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노동과 마을, 얼굴을 맞대다

노동자마을복합문화공간 '카페 봄봄'

 

 

‘봄봄’, 입 안에서 굴리고 배시시 웃었다. 김유정의 해학적인 소설 봄봄이 떠오르기도 하고, 입을 오므려 이름을 말할수록 정감이 가는 단어다. 봄봄은 영등포역 근방에서 주민들과 다양한 강좌와 활동을 하는 곳이다. 커피를 내리는 풍경과 직접 담근 장류를 팔고, 누구라도 편하게 머물다가는 따스한 분위기는 여느 마을 카페와 다르지 않다. 영등포역에서 3분 거리라는 초역세권을 자랑하는 이곳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 것은 봄봄을 수식하고 있는 ‘노동자’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누구든지 어떤 형태의 노동을 하고 살아간다. 전형적인 임금노동과 돌봄 서비스, 감정 노동 등 우리 삶과 깊숙이 닿아 있으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해고, 파업등 슬쩍 등 돌리고 싶은 갈등의 이면을 품고 있는 것.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다 훌훌 벗어던지고 싶어 하는 이름을 다시 마을에서 부르는 것은 어떤 상징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봄봄이 상상하는 마을활동과 공간은 어떻게 현실과 만나고 있는지 듣고 싶었다.

 

 

세상을 바꾸는 노동과 마을의 합체!

함께 꿈꾸는 마을카페

 

 

봄봄이 있는 곳은 원래 일하는 노동자들의 공동체인 ‘서울노동광장’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사무실이었다. 회원들이 모아준 회비로 공간이 운영되고 회원들이 기증해준 책이 2천여 권이 있었다.

 

교육실과 회의실까지 갖추고 있는 이 넓은 공간을 많은 사람과 함께 쓰고 싶은 마음은 굳이 결연한 의지로부터 출발한 것도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노동과 마을의 합체! 함께 꿈꾸는 마을카페’라는 봄봄의 모토는 일터의 노동자가 마을의 주민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풍경이다. 마을공동체안에서 분리되지 않고 어울리는 삶을 상상했기에 봄봄의 탄생은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2013년 7월, 봄봄이 문을 열었다.

 

2004년 창립되어 노동자 교육과 상담을 진행했던 노동자교육기관인 서울노동광장의 사무실에서 마을의 풍경 속 카페로 바뀌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 봄봄으로 올라오는 길이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편하게 동네 주민과 말을 섞고 봄봄의 공간에 머물다 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면서 수년 동안 보아왔던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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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사무실로 가기 위해 지나다녔던 길이었던 카페 주변이 내 집 앞마당처럼 달라 보였다. 봄봄으로 올라오는 길을 깨끗이 청소하고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카페 입구에 위치한 화단에 망가진 캐리어와 빈 플라스틱통으로 텃밭을 만들었다. 뭐하는 사람들인지 관심을 갖는 사람, 텃밭을 가꾸는 데 훈수를 두는 사람, 비료를 갖다 주는 사람, 그렇게 ‘이웃’과 ‘사람’들이 가까이 보였다. 노동이라는 주제도 같고 공간도 같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마을카페는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말랑말랑한 공간이라도 사람이 편치 않으면 두 번 발걸음하기가 쉽지않다.

 

다섯 명의 카페지기가 정성을 들여 공간을 가꾸고 시간을 내어 ‘관계’를만들어가는 노력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명은 요일 매니저로 활동하며 각자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사람들과 사귀는 즐거움에 푹 빠져갔다. 봄봄은 마을과 지역에 집중하고 천착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이라는 가치에 이름을 붙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천시나 멸시나 색깔이 아닌 ‘이미 당신들이 하고 있는 노동이 있었다’라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각자의 정체성이 되길 바란다. 이런 것들은 거창한 교육 강좌나 대중 의식화가 아닌 일상과 삶을 나누며 사람들이 도란거리는 노동과 마을의 합체라는 실험이 바로 카페 봄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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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실패의 쓴맛도 가능성의 설렘도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실험은

무수한 갈래로 현재진행형

 

 

봄봄은 2013년 10월 서울시 마을 북카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1여 년간 운영비 지원을 받으며 살짝 숨통이 트이기도 했지만 작지 않은 공간이다 보니 공간운영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실험은 무수한 갈래로 현재진행형이다.

 

무수한 실험 중의 하나가 ‘달려라 장그래 프로젝트’였다. 장그래는 윤태호 작가의 만화 《미생》의 주인공 이름이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으로 한때 바둑 영재였지만 낙하산으로 무역상사에 입사해 온갖 고초를 겪는다. 장그래는 헌신적으로 일하며 뛰어난 업무역량을 발휘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과 비교해 많은 차별을 당하고 좌절을 겪는다. 장그래는 드라마 《미생》에서 2년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로 나왔다.

 

드라마가 이렇게 흥할 줄 몰랐다고 한다. 2013년에 웹툰 미생이 나온 이후 청년 비정규직 장그래의 삶과 닿아 있는 마을 청년들과 ‘달려라 장그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카페 봄봄이 있는 건물은 고시텔로 1인 가구가 많았기에 주거 약자와 비정규직인 청년들과 관계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웃과 집밥 나누기를 하는 ‘나눔밥상’은 퍼주는 밥을 먹는 게 아닌 집밥을 같이 나누면서 맺는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으로 시작했다. 청년들도 다양한 삶의 공간이 있고 고민이 있는데 청년이 처한 고민들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주거권 문제, 금융이나 재무 관련 문제, 노동 인권 쪽으로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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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회 정도 6회를 했는데 주제가 많으니까 주제를 한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각자 살아온 방식이나 고민이 다양하니까 하나의 목소리로 모아지기가 힘들었다. 우스갯소리로 “너무 앞섰다. 드라마 미생이 장안의 화제였던 2014년에 했으면 대박이 났을 것”이라고 자조하기도 하지만 카페 봄봄의 숙제로 남아 있기도 하다. 이런 모임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고, 숫자가 많지 않더라도 사업이든 의제든 새로운 청년들의 모임을 만들어 가는 숙제를 계속 가져가려고한다.

 

영영 사라질지 다시 시즌2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달려라 장그래 프로젝트’의 경험이 기대되기도 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결합한 ‘중규직’이라는 해괴한 이야기가 유령처럼 나오는 시대에 장그래로 살고 있는 청년들은 마을 안에서 어떤 역할을 찾고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나누고 모아갈지 지켜보고 싶다.

 

 

바로 당신이에요!

누구나 강좌

 

 

봄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삶의 지혜들을 마을 주민 누구나가 가르치고 배우는 것으로 셋 이상 모이면 강좌를 열 수 있다. 하우스맥주 만들기, 양말 인형, 기초 드로잉, 직장인 초보 재봉틀 강좌, 기타 강습, 서예 캘리그래피 등 주민강사가 진행하는 20여 종의 다양한 누구나 강좌가 진행 중이다.

 

이름처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등하게 삶의 지혜와 경험을 나누는 강좌는 누가 뭐래도 하는 사람이 재밌어야 한다. 교육프로그램이 되면 준비하는 사람은 고단하다. 사람을 모으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애를 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피로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사뭇 다르게 진행된다. 마을의 새로운 배움의 장은 특출난 누군가가 아니라 마을의 경험과 삶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모두가 만들어가고 있기에 프로그램이라고 명명된 것일 뿐 드러나는 성과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알차고 반응도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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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양말 인형, 하우스맥주, 영어와 일본어, 친환경 비누 만들기부터 인문학, 협동조합 관련 특강 등 주제도 다양하다. 수업을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든 결과물로 골목축제에 참여하기도 하고 태백 오지 마을 아이들에게 보내기도 하는 등 공공의 활동은 또 다른 쓸모를 낳고 삶의 질을 서로 견인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재봉틀 강좌를 진행하는 카페지기는 해당되는 분야를 전공했고 직장도 해당업종에 있었지만 도저히 자신의 미래를 ‘재봉틀’에서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업을 접었었다. 하지만 요즘 누구나 강좌를 기획하면서 배웠던 책을 펼쳐 보기도 하고 자신의 몸에 익어 있는 재봉틀 기능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다.

 

누구나 강좌를 통해 재봉틀이 매개가 되어 일상 안에서 지난 시간 자신의 노동과 일의 가치가 새롭게 재해석되는 경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즐겁다는 게 가장 큰 성과이기도 하다. 마을 안에서 서로의 성장과 더 나은 지역을 위한 발전은 사람들 간의 소소한 재미와 만남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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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전기세와

겨울의 난방비 걱정을 나눌 300명

 

 

봄봄에 들렀을 때 장기 투쟁 사업장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를 찍은 사진을 전시 중이었다. 공간이 넓어 살짝 싸늘한 공기에 커피냄새가 배어 있었다. 5명의 카페지기는 매주 월요일에 모두 모여서 대청소도 하고 함께 밥을 나눠먹는다. 실없는 농담도 주고받고 처리해야 할 문제도 상의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나눠본다. 잠시 후 같은 건물 고시텔에 사시는 분이 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주전자 물을 데우는 난로를 끼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 이 별다를 것 없는 풍경이 봄봄이다.

 

“노동이 마을과요?”

 

“어떻게요? 신기해요!”

 

“고민이 많았겠어요. 힘들겠어요.”를 연발하며 질문을 던져댔던 것이 민망해서 목덜미가 벌게지려고 한다.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일하는 사람의 얼굴은 바로 나 자신인데 내 스스로도 ’노동‘을 질기고 유별난 형상으로 봐왔던 것이다.영등포 역사 뒤 주거지역에는 고시원 형태의 1인 주거건물이 밀집해 있다. 그 곳엔 주변의 전기기술 학원, 용접기능 학원, 항공전문 학원 등을 다니는 청년들과 이주노동자, 젊은 직장인들이 산다. 고시텔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웃에 관심을 둘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이들에게 영등포는 잠시 머물다 하루 빨리 떠나야 할 곳이다. 하지만 물리적, 정서적 커뮤니티 형성이 되면 마을은 새롭게 다가온다. 오래 정주하지 않더라도 사는 동안 재미를 느끼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봄봄에서는 이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내용을 기획하고 있다. 현재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무료법률상담을 매주 목요일 오후에 진행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의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돈 없이 중고물품을 나누는 되살림장터 등 마을 이웃과 함께할 수 있고, 함께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또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이 존중받기를 바라기 때문에 노동인권교육, 인문학강좌를 수시로 개설한다.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는 book+ing day(부킹데이)도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1인 가구를 위한 장터도 열 생각이다. 밥과 김치를 기본으로 주는 고시텔 거주자들이 약간의 반찬을 곁들여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도록 고추장 같은 장류나 멸치볶음 같은 밑반찬들을 혼자 먹기 좋은 양으로 작게 나눠 판매할 생각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대용량으로 많이 판매하는 비누, 치약 같은 생필품도 서로 남는 건 나눠 쓰고 바꿔 쓰는 장터도 기획 중이다.

 

 

‘마주봄 바라봄 함께봄’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봄봄

 

 

봄봄은 ‘마주봄 바라봄 함께봄’의 마음으로 함께한다. 지역 주민의 처지와 필요가 봄봄과 함께하며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는 실험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마을 안의 누군가가 카페 봄봄이 존속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성공하고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에서 이런 공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공동체를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전기세와 겨울의 난방비 걱정은 카페 오픈 2년여가 되어가는 지금도 계속된다. 봄봄은 멤버십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CMS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목표는 300명이다. 이 목표가 채워지면 매번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반복되는 여름의 전기세, 겨울의 난방비 걱정을 덜 수 있다. 마을에서 이루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사람을 모으고 만나는 작업들이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봄봄은 영등포구 주민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의 유지를 바라는 마음과 활동 가치를 공유하면서 상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마을 안에서, 마을 밖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 지켜보자,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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