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마을에서 찾아가는 ‘진정한 식구’ <영어북카페 B.pe>

2016.06.21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마을에서 찾아가는 ‘진정한 식구’

<영어북카페 B.pe>

 

 

파란 하늘, 내리쬐는 태양, 노랗게 익어가는 오렌지. 그 오렌지들이 톡톡 길가에떨어져 있을 만큼 오렌지나무들이 즐비한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마을, 오렌지카운티에서 두 자녀와 함께 생활하게 된 사람이 있었다. 정영미 씨다. 한국에서의생활을 잠시 접고 남편도 한국에 홀로 둔 채 떠나간 미국에서의 시작은 설레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홀로 언어의 목마름을 채우고자 학원을 다니며 여가시간을 즐긴 지 7년째. 린이처럼 기초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그리고 언젠가 돌아갈 한국을 생각하며 노후를 위해 한 권, 두 권 사 모으기 시작한 동화책이 어느새 4만여 권이었다.

 

2013년 1월, 정영미 씨는 7년간의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컨테이너 한가득 책을 싣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제법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한국의 영어 학습의 열기는 여전했다. 뉴스에서도 다룰 정도로 엄청난 사교육비와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심각하다 싶었고, 왠지 모르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게다가 돌아온 삶의 터전은 왠지 낯설고 사람 냄새 느껴지지 않는 삭막한동네가 되어 있었다.

 

 

영어식 뷔페,

잉글리시 북카페 B.pe

 

 

미국에서 가지고 들어온 영어 동화책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정영미 씨에게 남편 김상진 씨가 권했다. “그 많은 책들을 혼자 품고 있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을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제공합시다.” 남편의 거듭된 권유에 정영미 씨는 자신이 모아온 동화책들을 공유함으로써비싼 사교육을 대체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어울리는 사랑방 역할을 해줄 ‘영어북카페’를 열기로 결정했다.

 

“저희 집 가훈이 뭔지 아세요? 바로 ‘책 든 손이 아름다운 손’이에요. 책을 많이 읽자는 취지이기도 하죠. 게다가 저희 남편은 기자 출신이고, 저도 잠시 그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고, 그 이후에는 독서지도사로 활동했어요. 그만큼 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서대문구에 위치한 ‘영어북카페 B.pe’는 조그마한 빌딩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K-20160527-486435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온 벽면을 빼곡히 채운 책들에 입이 절로 떡 벌어진다. 책이 어찌나 많은지 책장을 이중으로 만들었다. 입구에 붙어 있는 현수막에 쓰인 ‘영어식 뷔페, 잉글리시 북카페 B.pe’라는 말 그대로 책을 맘껏 골라 읽을 수 있는 ‘영어식 뷔페’다. 책 권수만 많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동화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좋은 장소이기에 널리 알렸고 그렇게 연결된 첫 모임이 바로 서대문 ‘북마마’다. 주민들, 특히 엄마들로 이루어진 ‘북마마’는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주민자치회관을 모임장소로 사용해온 ‘북마마’는 여러 이유로 주민자치회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장소를 물색하다 영어북카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정영미 씨가 자녀들과 함께 미국에 머문 7년간, 남편 김상진 씨는 이미 마을과 만나고 있었다. 바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잡지’를 발간하는 일을 해온 것이다. 기자로서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 첫 번째 마을잡지인 서대문구 북아현동 마을잡지를 만드는 일을 도왔고, 이어 꽤 오랜 시간 준비해 충현동 마을잡지도 만들었다. 비록 충현동 마을잡지는 뼈아픈 사정으로 인해 발간이 되지 못했지만 함께 고생하고 아픔을 나눴던 만큼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남다른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Book, Play, English

책과 함께 놀다

 

 

‘B.pe’의 숨은 단어는 ‘Book(책), Play(놀기), English(영어)’이다. 책, 놀기, 영어. 책과 영어와 함께 놀 수 있단 말인가?

 

정영미 씨가 웃으며 답한다. “요즘 사교육비가 정말 문제잖아요. 부모들은 등골이 휘는데 사실 그만큼 아이들이 따라주는지도 의문이고요. 게다가 주입식으로 교육을 하니 영어는 정말 재미없는, 그저 외워야 하는 공부 그 이상은 못 되는 거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쉬운 책, 특히 동화책을 엄마가 소리 내어 읽어주거나 아이 스스로 읽다 보면 자연스레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동화책의 그림을 보다가 반복해서 나오는 단어들의 의미를 ‘아하!’하고 저절로 알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어린이들이 하교 후 영어북카페로 오면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시간을 짜놓고 자원봉사로 책을 읽어준다. 그러다 보니 영어북카페는 ‘육아 품앗이’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학교 끝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는 학습은 물론이고 안전하고 유익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게다가 책을 읽고 또래와 어울리며 영어까지 배우니, 엄마들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버리는 특별한 ‘놀이터’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습득력이 빨라서인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 알아가서 신기했어요. 거기에 더불어 우리나라 외 다른 나라의 문화도 알려주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서로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영어북카페 B.pe’의 어린이들과 엄마들은 봄, 가을이면 소풍을 떠난다. 또 핼러윈 때가 돌아오면 유령과 호박이 장식된 공간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트리와 선물 꾸러미, 그리고 양말이 걸려 있는 아기자기한 곳으로 꾸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K-20160527-486672 

 

K-20160527-486814 

 

이따금씩 파자마파티도 진행해 어린이들과 엄마들이 함께하는 문화체험의 기회도 제공한다. 특별한 시즌이 아니어도 ‘영어북카페 B.pe’에 가면 매일매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월요일에 열리는 ‘비즈맘’ 시간에는 비즈공예에 재능을 가진 엄마가 다른 엄마들에게 비즈공예를 가르쳐주며 소소한 물건들을 만든다. 화요일에는 뜨개질 모임인 ‘꿈뜨개’가 열리는데, 한 할머니의 지속적인 재능봉사로 이어지고 있다. 꿈뜨개는 컵받침, 수세미 등 각종 생활소품을 만드는 데다 폭풍수다를 떨 수 있어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수요일에는 ‘북마마’가 7년째 모임을 이어가고, 목요일에는 ‘컬쳐맘’이 문화모임을 한다. 특히 이 모임은 정영미 씨의 남편 김상진 씨가 이끌어가는데, 문학관, 미술관, 박물관 관람으로 문화적 소양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김상진 씨의 해박하고 흥미로운 해설을 듣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함께 살고, 함께 늙어가는

마을을 꿈꾸다

 

 

2013년 9월, 자력으로 문을 연 ‘영어북카페 B.pe’는 2014년 9월 서울시의 공간 지원사업을 받게 되었다. 혼자 힘으로 운영하다가 주변의 권유를 받아 신청해 선정된 후 이다. 이후 ‘마을공동체’에대해 알아보니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정영미 씨와 주민들이 이미 함께 만들어오고 그려가는 이야기들이었다.

 

“저희는 그냥 이웃에 마실 다니고, 마을에서 잘 놀고 있었어요. 주목받을 것도 없고요. 이제는 참여하는 엄마들, 아이들 모두 서로 진정한 식구라고 생각하고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죠.”

 

‘마실’ 다닌다. 잘 ‘놀고’ 있다는 말에서 ‘영어북카페 B.pe’의 여러 활동들이 얼마나 편안하면서도 큰 즐거움을 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어려움이 있다면 낮은 정주율 때문에 프로그램을 변동 없이 지속해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다. 물론 새로운 아이와 엄마가 또 인연을 맺어 그 자리가 금세 메워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소수의 엄마들이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자원봉사의 지속성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K-20160527-486986

 

또 모든 프로그램을 자원봉사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비용이 우선은 적게 들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필수이다. 이를 위한 대책을 요즘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정영미 씨의 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 북카페 상징이 뭔지 아세요? 부엉이예요. 부엉이는 지혜의 신 미네르바를 상징하죠. 그만큼 지식과 지혜가 중요한데, 서대문구에는 영어도서관이 없어요. 다른 사교육으로 대체하지 말고 이렇게 건강하게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지속할 수 있는 영어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요. 저의 꿈은이 북카페가 영어도서관으로 발전하는 것이에요.”

 

정영미 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유년 시절을 보낸 서대문구를 다른 어린이들, 그리고 주민들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줄 수 있는 마을로 만들어가고 싶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를 주고받고, 또 좋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 아닐까요.”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댓글은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서울시 정책에 대한 신고·제안·건의 등은
응답소 누리집(전자민원사이트)을 이용하여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이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등에 해당되는 경우
관계 법령 및 이용약관에 따라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