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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동 사람들의 꿈을 자라게 한 공간 '꿈지락 작은 도서관'

2016.06.21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폭포동 사람들의 꿈을 자라게 한 공간 '꿈지락 작은 도서관'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은평구 진관동의

옛 지명은 폭포동.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폭포가 가까이 있어 유래한 이름이다.

 

진관동은 이처럼 주변 자연과 경관은 더할 나위 아름답지만, 1971년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로 발전이 멈춘 지역이었다. 그런데 서울시 지역균형발전 계획에 따라 SH공사가 이곳에 아파트를 건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활기찬 마을로 변모하고 있다. 그중 폭포동 4단지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어진 장기전세 아파트, 일명 시 프트(shift) 단지다. 시프트는 ‘무엇을 바꾼다’는 뜻으로 도시 주택시장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서울시가 고안한 주택 정책의 일환이다. 시프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주민 몇 사람에게 물었더니 “20년간 이주하지 않고 한곳에 머물러 살 수 있는 조건”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오래 살 수 있는 아파트에서

꿈틀거리는 꿈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많은 도시 서민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전세 계약 기간인 2년 단위로 삶의 터전을 옮겨 다녀야 한다. 그때마다 발생하는 이사비용, 이웃과의 이별비용, 낯선 환경 적응비용 등은 온전히 스스로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주가 새로운 삶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불안과 고단함을 유발하는 요소이기에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 편히 오랫동안 정주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시프트 단지 입주로 주거공간에 대한 불안요소를 덜어낸 폭포동 사람들은 2012년부터 새로운 희망을 안고 모여든 이웃을 반갑게 맞이하고, 사는 재미를 함께 만들어갈 관계망을 일구어가고 있다. 은평구 뉴타운에서 희망의 씨실과 날실을 이어가는 폭포동 사람들과 요즘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꿈지락 작은도서관’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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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경험한 마을살이,

아이들에게 선물할 이웃을 찾습니다.

 

 

2010년 입주가 시작된 폭포동 아파트는 297세대들의 새로운 터전이었다. 하는 일도, 관심 영역도, 삶의 경험도 저마다 다르지만 이곳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기에 이전과는 사뭇 다른 삶을 구상하게 된다. 서른일곱 살 ‘한대장’도 그랬다. 그는 타향살이 15년 동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별 관심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폭포동에 이삿짐을 풀어놓고 나니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 행복하게 지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나고 자란 마을은 온 동네 아이들이 서로 친구가 되고 형, 누나, 동생이 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뛰놀고, 동네 사람들이 수시로 한자리에 모여서 정을 나누며, 이웃에 슬픈 일이 생기면 슬픔을 나누고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해주던 그런 마을이었다.

 

자신을 ‘애 키우는 그냥 아줌마’라고 소개한 ‘하여사’ 역시 그동안은 집에만 있어도 심심한 줄 모르고 자기 생활에 만족하며 그냥저냥 별문제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이곳에 이사 온 이후로 옛 추억이 하여사의 마음을 두드렸다. 정월대 보름이면 동네 오빠, 언니들과 달집을 태우고 놀았고, 친구들과 온 동네를 다니면서 모은 빈 병을 팔아 모은 돈으로 함께 군것질도 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나무아래 평상에서 아이들과 옥수수, 수박을 맛나게 먹었으며 겨울이면 눈이 하얗게 쌓인 뒷동산 언덕에서 비료부대를 엉덩이에 깔고 눈썰매를 타며 마냥 즐거웠던 시절. 하여사는 그런 시간과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었다.

 

폭포동에 이사 온 지 두 해가 지나던 2012년, ‘한대장’과 ‘하여사’는 자신들이 자라온 그 시절의 마을처럼 폭포동을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아이를 키우고 대소사를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런 꿈은 두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2012년 8월 “이웃을 찾습니다”라는 포스터가 내걸리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슬로건으로 폭포동 엄마들과 아빠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어린 시절 경험한 행복한 마을살이를 되살려낼 신나는 모의를 시작한다.

 

 

아이와 함께 크는 부모,

부모는 선량한 주민으로 자란다.

 

 

이웃 찾기 포스터는 폭포동 마을 만들기의 씨앗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나의 고향 폭포동은’ 하고 떠올릴 수 있는 가슴 찡한 추억들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엄마아빠들은 첫 번째 실천으로 서울시 부모 커뮤니티 지원사업에 도전했다. 2012년 9월부터 11월까지 8회에 걸쳐 진행하기로 기획된 폭포동 마을살이 프로젝트는 참여한 사람들의 열의가 뜨거웠던 만큼 어렵지 않게 선정되어 재미난 마을살이의 포문을 열어주었다. ‘창의적 신체놀이 표현’,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육아’, ‘내 안의 보석 발견하기’, ‘부부관계와 자녀양육’, ‘자녀양육의 비전 세우기’, ‘비폭력 대화’,‘동네에서 아이 함께 키우기’, ‘마을 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은 폭포동 사람들의 만남을 이끌어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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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주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총 15명의 스태프가 선정됐고, 이후 마을에 즐거운 변화가 일어난다. 이사 온 지 2년이 넘도록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말 한 마디 건네기 어려워하던 사람들이 부모 학습모임, 동네 즐거운 소통모임(일명 ‘즐통’) 등을 통해 더없이 친근한 이웃이 되었다. 처음에는 ‘내 자식 잘 키우자’라는 생각과 부모 커뮤니티 모임을 돕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왕 할 것 더 잘해보자는 마음과 남을 돕는다는 것은 내가 도움을 받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점점 더 발전해갔다. 그 과정은 육아와 살림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채 전업주부로 지내던 엄마들의 숨어 있던 솜씨와 재능을 일깨웠다.

 

엄마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덩달아 아빠들에게도 이웃이 생겨났다. 이웃집 아빠들과 가볍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정을 쌓았고 북한산 산책 및 등산, 아파트 앞마당에서 열리는 개미시장 운영 활동 등을 통해 아빠들은 믿음직한 동네아저씨로, 재미있는 마을을 만들어가는 든든한 주역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폭포동이 속한 은평 지역 이웃들의 관심과 지지로 더욱 힘을 받았다. 부모 커뮤니티 활동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은평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활동가를 초대해 강의를 들었다.

 

변화를 갈망하는 주민들의 마음과 힘을 모아 좋아진 은평 지역의 실제 사례도 듣고, 평범한 아줌마, 아저씨들이 마을살이, 지역활동을 하면서 내 삶의 리더, 마을 리더, 그리고 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해간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은평지역 전체 주민들의 교류와 소통을 이끄는 축제와 포럼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이렇게 하여 폭포동 엄마, 아빠들은 비단 폭포동의 일뿐만 아니라 은평지역 다른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모임에도 참여하고 도움도 주고받으며 교류의 폭을 넓혀나갔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시작한 시작한 부모 커뮤니티 활동의 목표가 좋은 주민 되기로 한층 확대된 것이다.

 

 

꿈지락 작은도서관의

탄생 여정

 

 

부모 커뮤니티 활동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레 마을 활동에도 관심이 커졌다. 낯설고 서먹하던 이웃 관계는 아이 양육이라는 화두로 한결 편안하고 신뢰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그러다 보니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도 모두 내 아이처럼 여기게 되었고, 자녀들을 다 키운 시니어 부모와 어르신들도 후배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일을 찾아서 하게 되었다.

 

이렇게 소통의 장을 마련한 폭포동 사람들은 두 번째 주민활동을 계획했다. 동대표 선거공약으로 등장할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컸던 마을도서관 만들기가 그것이다. 2013년 1월 31일 동대표 등 10명의 주민이 모여 작은도서관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발족한다. 그리고 열정 넘치는 아줌마들이 똘똘 뭉쳐 텅빈 주민공동시설을 주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을 함께 설계하기 시작했다. 우선 주민공동시설을 작은도서관으로 만드는 사안에 대한 주민 의견 조사를 벌였는데, 이 조사에는 68%의 주민이 참여했고, 참여자의 78%가 도서관이 생기면 적극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부모 교육 및 마을학교 운영을 통해 부모 역량을 키우고, 주민 공동체의식을 활성화하며 돌봄공동체를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작은도서관 설립이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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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대상 워크숍 및 설명회, 은평 지역의 작은도서관을 직접 찾아가 보는 현장탐방, 공부하는 어른들이 마을을 살린다는 생각에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배우는 마을학교를 시범 삼아 운영했다. 이러한 활동으로 추진위원회에 속한 엄마들은 폭포동 아파트에서 가장 바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되었다.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내 아이는 퇴근한 남편에게 맡기고 야밤에 잡힌 운영위원회에 참여할 정도로. 그러나 작은도서관 설립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SH공사가 작은도서관 조성 지원에 대한 답을 미루면서 서울시의 마을공동체사업에 또다시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2012년 이후 성장해온 마을살이에 대해 종합적인 컨설팅을 받았고, 2013년 공간 지원사업에 응모하기로 결심했다. 이 지원사업의 최종심사는 주민 프레젠테이션으로 이뤄진다고 해서 밤새워 추진위의 계획과 그간의 노력들을 정리했다. 준비하는 시간은 고되었지만 그럴수록 신기하게도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커져갔고, 이들의 예상대로 7월 우수한 성적으로 지원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작은도서관을 조성할 귀중하고 든든한 자원을 확보한 셈이다.

 

지원금만 믿을 수는 없는 법. 도서관 설립기금 마련을 위한 ‘한 가정 한 벽돌쌓기’, ‘폭포동 가족 북한 둘레산 걷기대회’ 등 주민 화합과 공유의 과정을 만들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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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서울시 지원이 확정된 후, 그간 입장이 묘연했던 SH공사도 지원을 표명했고 두 지원기관들의요구 속에서 주민들은 상당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비 중복지원이라고 판단한 서울시는 사업비 반납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업기간을 연장하고 더욱 알차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재협약을 이뤄내는 공력을 발휘했다. 이로써 2013년 12월 10일에 작은도서관 공사가 착공되었고, 2014년 3월 29일 그토록 고대해왔던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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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도서 기증이 줄을 이었고, 40여 명의 주민 봉사자가 아이들을 맞이하며 도서관을 훈훈하게 만든다. 이곳에서 마을송년회, 핼러윈 파티를 열고 마을학교 수업도 진행한다. 반찬 배우기, 캘리그래피, 동화여행, 신체단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만큼 도서관은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문턱이 닳을 정도다.

 

 

꿈지락 작은도서관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꿈들

 

 

여기까지 오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엄마, 어디 가?”, “여보, 또 늦는 거야?”라는 가족들의 서운한 표정과 목소리를 들어야 했고, 한마음인 줄 알았던 주민들 중에 뜻밖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린 순간도 있었다. 그렇다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움에 부딪힐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단단해졌다. 유아와 아동을 위한 작은도서관을 일구어낸 폭포동 사람들은 이제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꿈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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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폭포동 사람들은 더 좋은 마을을 만들고 동네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충족해나가는 꿈을 계속 그리고 실현시켜 나갈 것이다. 그 과정이 아무리 고되어도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기에 이웃 사이의 친밀함 역시 더욱 돈독해지리라 믿는다. 주민들이 드나드는 길 한 모퉁이에 참새방앗간처럼 누구나 쉽게 찾아갈 주민들의 공간이 있다는 것, 마주 앉아 고민도 얘기하고 함께 슬퍼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이웃이 생기고 관계가 깊어져 간다는 것에서 삶의 행복을 경험한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협동조합도 설립하고 싶다는 폭포동 사람들. 이들의 행복이 북한산 나무들처럼 건강하게 쑥쑥 자라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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