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마을 '정릉 교수단지'

2016.05.25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마을

정릉 교수단지

 

 

신덕왕후의 능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정릉과 신덕왕후의 원찰인 흥천사를 잇는 길목에 위치해 있는 아름다운 마을 ‘정릉 교수단지’에 2008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주택 재건축. 집들도 깨끗하고 녹지도 훌륭하게 조성되어 있는 정릉 교수단지에 재건축이라니, 주민들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순식간에 마을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자연스레 재개발에 반대 혹은 찬성하는 축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몇몇 사람들은 재개발에 찬성한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참석한 총회에 항의하려고 갔다가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이미 재개발이 확정된 듯 축하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얼굴도 잘 몰랐던 주민들이 재개발에 반대하는 한마음으로 만나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그때 그 자리에서, 정답고 향기 나는 마을로의 바람이 살며시 불어왔다.

 

 

근현대 주거문화의

발달 과정을 볼 수 있는 마을

 

 

1970년대 서울대학교 주택조합이 문화재청으로부터 불하받은 토지에 계획적으로 조성한 교수단지는 우리나라 근현대 주거문화의 발달 과정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마을이다. 비록 여러 사정으로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입주는 무산되어 일반 시민들이 입주하게 되었지만 교수단지라는 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조성된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이 현재도 다수 남아 있어 정릉의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금 가봐도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이 마을에 재개발이라니, 당시 주민들이 받았을 충격이 짐작이 간다. 심지어 정릉은 태릉, 선릉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곳이 아닌가.

 

대다수 주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재개발 계획에 맞서 주민 약 40명이 모였다. 이 초기 모임이 회원제로 진행되면서, 정릉 교수단지 입구 어귀에 사무실도 직접 구했다. 주민들이 직접 재개발에 반대하는 증빙자료들을 찾고 그 자료를 모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재개발 사업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꾸준히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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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었고 주민들은 하나둘 웃음을 잃어갔다. 그렇게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듯했다.

 

 

‘우리 마을’이라는 포근한 향기가

널리 퍼지길 기대하며

 

 

주민들이 지속되는 싸움으로 지쳐가고 있을 즈음, 수도권의 모 대학 학생들이 서울시 제2회 서울휴먼타운 학생공모전을 준비하며 마을에 기웃거리게 되었고 그 예상치 못한 인연은 주민들이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재개발 반대 싸움으로 온 동네가 피폐해져 있던 때 한 주민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집집마다 고유의 정원에 어울리는 꽃바구니 달아주기 프로젝트를 제안해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때였다. 공모전 대상 지역 물색을 위해 마을을 찾았던 학생들은 정릉 교수단지가 처한 특별한 상황과 고유의 매력에 빠져 이곳을 공모전 대상지로 결정했다. ‘초록이 물드는 마을’이라는 주제로 공모전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자연스레 주민들과 접촉하게 되었고, 주민들은 흔쾌히 그들을 반겨 몇몇 집은 대문을 개방하고 함께 정원에서 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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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공모전 키워드가 ‘마을공동체’인 덕분에 주민들 역시 자연스레‘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이 자꾸 ‘마을, 마을’ 하는데 도대체 ‘마을’이 무엇인지 모르겠더라고 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마을’이 도대체 가능한 소리인가 싶기도 했고요. 어쨌든 알아나 보자 하는 생각에 ‘마을 만들기’에 관련된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때마침 성북구청에서 도시아카데미를 진행하기에 얼른 수강했지요.”

 

김경숙 대표를 비롯한 몇 명의 회원들이 함께 1기로 아카데미를 수료했고, 당시 공모전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담당교수인 정석 교수의 추천으로 작은 일부터시작해나갔다. 재건축 논란에 휘말려 있어 복잡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우리 마을’, ‘우리 이웃’이라는, 정답고 포근한 향기가 널리 퍼지길 기대하며 조심스레 계획한 일들을 실천에 옮겼다.

 

 

동네 골목을 지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정릉 교수단지는 마당이 있는 집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각 집의 마당을 살며시 들여다보면,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들 정도로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정원이 잘 조성돼 있다. 재개발이라는 공통의 이슈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서로 대면대면했던 주민들은 마을이 지닌 특색과 개성을 살려 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일에 속속 동참했다. 먼저 가까운 마을인 성북구 ‘장수마을’에 자문을 구하러 가서 그 마을이 해온 활동에 대해 듣고 서울시 및 자치구의 지원 제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일은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어느 곳보다도 특색이 명확했던 정릉 교수단지는 훌륭하게 조성되어 있는 녹지와 각 가정의 아름다운 마당을 강조하며 성북구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응모해 선정되었고, 이는 더 탄탄한 마을 만들기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정릉을 오가는 손님들과 마을주민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과 ‘함께 어울림’을 제공하고자, 장수마을의 공방 ‘동네목수’의 도움으로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디자인하고 벤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남는 나무들과 버려진 목재들을 이용해 정릉 교수단지를 더 향기롭게 해줄 화분을 만들었다. 사업비가 빠듯해 주민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거둬야 하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에서 주민들은 더 돈독해졌고 함께 사는 마을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마음에 그저 즐거웠다.

 

30m 정도 되는 골목에 함께 힘을 합쳐 만든 화분을 설치하고 나니 삭막했던 골목길이 향기 나는 ‘꽃길’로 멋지게 변신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도 있었다. 마당에서 키우는 것과는 달리 화분의 흙이 금세말라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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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화초 잘 키우기로 소문난 주민의 귀띔으로 화분아래 비닐을 깔고 흙의 배합을 바꾸는 등 함께 노하우를 키워갔다. 또 누가 말하지 않아도 화분이 말라 있으면 자연스레 물을 주는 등 함께 가꾸는 마을 꽃길이라는 생각이 점차 확산돼 갔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장면이 있다. 잘 손질된 집마당에서 이웃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뛰놀고, 지나가던 또 다른 이웃이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이다. 언제 봐도 훈훈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우리나라, 특히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아파트가 대부분이기도 하고 주택이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런 이유로 요즘 사람들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른 채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릉 교수단지에서는 요즘도 외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집집마다 특색을 살린 별칭을 붙여 부르며 서로 마실을 다니고,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담소도 나누는가 하면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특별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별을 단 장군이 살았던 ‘장군댁’을 비롯하여 100세까지 장수한 어르신에 이어 현재는 그 며느리가 살고 있는 ‘백세며느리댁’, 정원이 소소하고 예쁜 ‘쌈지정원’과 ‘도도화’, 그 밖에 ‘하모니가 있는 집’, ‘은행나무집’ 등 정감 어린 이름을 지닌 집들이 대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2014년 10월, 개방한 집들을 중심으로 <정원이 들려주는 소리, 정릉 교수단지 정원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되었다.

 

골라 구경하는 즐거움이랄까, 정원 페스티벌에서는 주축이 된 집들이 마당을 개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각 집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당이 넓은 것이 특징인 ‘하모니가 있는 집’은 그 이름에 걸맞게 지역 청소년, 마을 주민, 그리고 어르신들이 준비한 합창, 악기 연주, 연극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고, 아기자기한 식물들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행복한뜰’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전시・판매했다. 또 ‘선이 머무르는 집’에서는 아름다운 정원과 돌계단을 인테리어로 활용, 이젤에 그림을 전시해 사람들이 황홀한 배경의 주인공이 되어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눈과 귀로 즐길 거리뿐만 아니라 잔치음식도 빼놓지 않았다. 전 국방부장관이 살던 집이자 시각장애인들이 독경을 하는 ‘북악당’에서는 국수와 부추전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했고, 아기자기하게 정원을 꾸민 ‘도도화’에서는 말만 들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효소차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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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서는 특히 정릉종합사 회복지관과 연계해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알리는 에코에너지자전거체험도 마련, 마을 활동이 지역의 다른 기관들과도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뜻으로 가꾼 꽃길

초록이 물드는 마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 마을을 보면 정말 그런 것을 실감해요.”

 

마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 대학생들이 공모전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몇몇 주민들은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재건축 문제로 주민들의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던 상황에서 짧은 기간 동안 정릉 교수단지 이곳저곳을 샅샅이 조사한 대학생들의 남다른 애정과 노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민들까지 감동시킨 덕분일까? 이 대학생들이 정릉 일대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개최한 ‘제2회 서울휴먼타운 학생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길고도 험한 싸움이 끝이 났다. 재건축 논의가 무산된 것. 드디어 정릉 교수단지를 온전히 지켜내고자 한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한층 편한 마음으로 주민 모두 한뜻으로 가꾼 꽃길은 서울시에서 진행한‘서울 꽃으로 물들다’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까지 이루었다.

 

“상상도 못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았죠. 사실 모임은 수년간 진행해왔고 소소하게 주민들끼리 해온 일이 많긴 했지만, 마을 만들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겨우 1년밖에 안 됐잖아요. 과분한 상을 받은 것도 같지만 주민들 모두 정말 자랑스러워해요.”

 

정릉 교수단지를 더 즐거운 마을로 가꾸고 있는 김경숙 대표와 주민들은 자신의 활동 공간인 ‘정릉마실’ 사무실 벽 마을지도 옆에 그 상장을 자랑스럽게 걸어두었다. 주민들 스스로 일구어낸 이런 성과 덕분에 재개발이라는 이슈로 인해 한때는 뜻이 나뉘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주민들 모두 한마음으로 더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서로를 품고, 보듬어주고 있다고 한다.

 

“재개발에 찬성해서 조합원으로 활동하셨던 주민들도 지금은 마을 만들기에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꽃길 조성 때 동참하시기도 하고 지난 축제 때는 멋지게 악기를 연주해주시기도 했죠. 함께 살고 가꿔가는 마을인데 서로 미워하고 얼굴 붉힐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정성이 가득한 꽃길과, 향기로운 축제, 마을탐방 등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정릉 교수단지는 주민들에게는 자부심을, 방문객들에게 즐거움과 휴식을 주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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