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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아래 이모, 삼촌들이 모인 동네 문화예술놀이터

2016.06.21
지역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3

남산 아래 이모, 삼촌들이 모인 동네 문화예술놀이터 ‘달꽃창작소’

 

 

토요일 오후, 달꽃창작소에서는 편집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달꽃창작소를 알리는 신문 제작을 위한 회의였다. 신문의 이름부터 시작해, 신문이 만들어지는 이유, 그래서 신문에 뭘 담을 것인지에 대해 꽤 오랫동안 이야기가 이어졌다. 선생님들, 아이들 모두 격의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였지만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 안에 수동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산 아래 이모, 삼촌들이 모인 동네 문화예술놀이터를 자처하는 달꽃창작소. 도대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 걸까?

 

 

하나씩 짚고 가자. 이모, 삼촌은 뭐지?

 

 

“남산 아래, 엄마 아빠도 아닌 이모, 삼촌들이 모여 있는 건 뭐지?” 하는 의문이 드는 찰나, 최규성 선생은 마치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우리 자랄 때 동네 풍경 한번 생각해보세요. 집 바깥에 나가면 온통 이모들이고, 삼촌들이었어요. 부모님 친구들, 혹은 학교 선후배들, 이런 분들은 무조건 이모나 삼촌들이었죠. 사실 인생에 대한 경험이나 고민이 생길 때 조언을 받았던 사람은 부모들이 아니라 이렇게 넓게 포진된 동네 이모와 삼촌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보세요, 동네에 가족 말고 아는 사람이 있나요? 여기 오는 아이들 중에서도 이모나 삼촌이 없어서 이런 호칭을 아주 낯설어하더라고요.”생각해보니 그렇다. 불과 30년 사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관계망이라고 는 직계 가족으로만 좁혀졌다. 좁아터진 관계망 속에서 어떤 소통인들 대범해질 수 있겠는가? 그들이 동네 이모, 삼촌이 되겠다고 자청한 이유는 다정하고도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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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망이 넓혀져야 공동체가 되살아나고, 공동체가 되살아나면 아이들은 저절로 성장하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마을에서 아이들을 키워줄 테니까.

 

 

어느 청년의 후암동 입성기는 너무 낭만적이다

 

 

달꽃창작소를 꾸린 장본인 최규성 씨의 후암동 입성기는 이렇다.

“어느 해 봄인가, 남산으로 벚꽃놀이를 왔어요. 남산이 너무 예뻐서 바로 아래 있는 동네까지 걷게 됐죠. 걷다 보니 이 조용한 동네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면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노는 모임도 만들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요.”

대기업의 사회공헌 파트에서 아동・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CRS 사문화기획 큐레이터로 일한 최규성 씨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폭넓게 사고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릴 때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미술교육 커리큘럼을 짜고 실제로 운영하면서 보람도 컸고 교육에 관해서 무언가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다가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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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먼저 한 일은 후암동으로 터전을 옮길 짐 꾸리기였다. 그러고는 살고 싶었던 동네, 후암동에 정착했다. 당분간은 백수를 자처했던 그는 동네 마실을 소일 거리로 삼아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다 ‘밀영’이라는 수제쿠키를 파는 카페를 드나들게 된다. 밀영은 지난해 아르떼(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시민문화예술교육 거점조성사업’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웃 마을 해방촌 공동체 카페 빈가게와 함께 9월부터 연말까지 홈베이킹 강좌를 진행했던 곳이다.

이곳 밀영에서 우연히 남산공작소 정상철 소장을 알게 되고, 또 남영동 부녀 회장인 김영숙 씨를 알게 됐다. 이 자리를 빌어 최규성 씨는 동네 아이들하고 같이 노는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럽게 공간 이야기가 나왔고 소장님은 선뜻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부녀회장님은 아이들을 모아 주었다. 용산구 후암동 부근에는 보성여중고, 삼성농아학교, 용산중고 등이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관심과 배려로 만들어진 곳이 달꽃창작소다.

 

 

모여서 놀고, 모여서 궁리하고, 모여서 공부하고, 모여서 꿈꾼다.

 

 

처음에는 5명이 시작했다. 무엇인가 배우고 만들기보다 처음에는 놀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아이들하고 탁구도 치고, 동네 알기의 일환으로 아무 곳이나 무턱대고 기웃거리면서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카페에도 가고 동네 탐방도 했다. 정확하게 정해진 커리큘럼 없이 모이면 ‘오늘은 뭐 하고 놀까?’를 궁리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논(?) 이유는 분명이 있다. 학교나 학원 말고 다른 곳을 알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마을 사람들을, 마을 어른들을 알아가는 기회를 주고자 한 것이다. 아무도 모를 땐 무서울 수 있지만 서로 아는 사이가 되면 마을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울타리가 된다.

점차 아이들과 친해지며 최규성 씨는 이런 공간이 있고 이런 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아이들과 전단지도 만들어 붙이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사진과 이야기도 올렸다. 그걸 보고 함께하고 싶다며 선생님과 아이들이 하나둘씩 찾아왔고, 현재는 선생님 15명, 아이 20명인 공동체가 되었다. 선생님들은 달꽃의 활동에 관심이 있어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그 가운데 3분의 1은 후암동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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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수업은 다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대부분 미술, 음악, 연극 관련 종사자들로 주중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모여서 노는 수업(?)을 모의한다.

아이들의 음악 공부를 맡고 있는 백수훈 선생은 IT회사를 다니며 밴드활동을 하는, 음반을 3집까지 낸 전문 뮤지션이다. 그는 밴드 친구가 달꽃창작소에서 수업을 한다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최규성 씨를 소개받아 친구가 되고, 최규성 씨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어 달꽃에 합류했다. 평소 공유, 공공을 위한일에 대한 관심이 컸기도 했고, 혼자 운영한다니 돕고 싶기도 했다. 특히 수업을 참관하면서는 ‘나도 이 일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기도 했다.

“솔직히 정규수업도 아닌 대안 공간 속에서 막연히 가르치고 알려주겠지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게 너무 신선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사회를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쇼킹했어요.” 백수훈 선생은 지금 아이들과 앨범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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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하기까지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면서 해야 한다.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 역시 경험이고 공부이다. 이런 식으로 네트워크를 넓혀가면서 CD를 완벽하게 완성하는 게 목표이다. ‘스스로 만들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고등학교 과정이 끝나기 전에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달꽃의 수업은 연극, 만들기, 글쓰기, 스포츠, 요리, 음악, 영화, 사진, 커피, 메이크업 등 아주 다양하다. 특히 ‘최도사 사진관’ 수업을 통해 사진을 배운 아이들은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마을활동사진 공모전 ‘찰나 속의 마을’에 참여해 수상의 영예도 누렸다.

달꽃 수업의 특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마중물을 붓는 일이다. 자기 스타일, 관심사, 진로 등 스스로 뭔가 자기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갈 수 있도록 계속 던져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역할이다. 다른 방법, 다른 길을 던져주는 것, 그거 하려고 모였으니 답보다는 질문 속에서, 결과보다는 과정들이 보이도록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을 만났더니 마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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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지 마을에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학교나 학원에서 못하는 거 우리가 해보자 한 것이 생각했던 전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관계가 중요해지고, 관심과 도움도 받게 됐다. 아이들 수업 끝나면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고, 그러다 보면 뒤풀이로도 이어지고, 카톡에서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을 매개로. 원래 이런 것이었나 보더라.”고 말하는 최규성 대표는 2015년에는 부모들의 모임도 만들어볼 계획이다.

열의도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 운영의 어려움이다. 달꽃 선생님들 나이는 다들 삼십대 중반이다. 아직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안정적이지 않다. 네트워크도 이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 비용이나 공간에 대한 목마름이 절실하다. 안정적인 교육공간 확보도 필요하다. 원하는 수업도 있고, 한정된 시간과 한정된 공간 안에서 조율하기가 힘이 든다. 그래도 그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건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가치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최규성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남산 아래서 아이들 문화예술체험장, 센터, 이름 붙이기 나름이지만 복합문화공간 같은 것을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관계망 창구의 역할을 해나가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을 쉽게 접하기란 어려워요.

전공을 하고 싶은 아이들은 학원으로 가겠지만 문화예술교육은 바람직한 가치관과 자신의 인생을 마주 보게 할 힘을 주는 저변 교육이고 바탕 교육입니다. 그렇지만 쉽게 접하기가 어렵고 차단되어 있어요. 아이들은 배우고, 지역의 마을의 어른들이 가르치고, 경험을 나누고, 그러면 진로교육은 자연스럽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다시 동네 이모, 삼촌이 되어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 있지요. 어른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할 수도 있어요. 단선적 관계보다 여러 층위로 관계가 쌓이면서 순환되는 구조가 마을이고, 마을 교육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에서 자기 역할에 대한 고민을해나가면서 생각도 깊어지고 책임감도 가지게 되는 이런 게 성장 아닌가요? 누구나 함께할 수 있고 많은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하게 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함께 만들어보는 것, 100명의 아이들이 있으면 100가지 방식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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