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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1월] 아파트공동체 아카데미, 종로구 스페이스본 '정다운회'

2014.11.05
서울혁신기획관 마을공동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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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공동체 아카데미, 종로구 스페이스본 '정다운회'

 

마을로청년활동가 박상아

 

서울에 고궁이 몇 개나 있는 줄 아시나요?

 

1395년 조선왕조 정궁으로 서울시내 소재 5대 궁 중 가장 먼저 세워진 ‘경복궁’, 1484년(성종15) 정희왕후·안순왕후·소혜왕후 세 대비를 모시기 위해 세운 별궁 ‘창경궁’, 1963년 사적 제122호로 지정되고 1997년 궁궐 중에서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된 ‘창덕궁’, 고종황제가 머물며 근대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했던 ‘덕수궁’, 199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까지. 비록 조선이라는 나라는 사라졌지만 그 찬란한 유산은 서울 시내 곳곳에 남아있다. 여기 고궁을 닮은, 고궁의 예스러움을 배우고 싶어 하는 마을공동체가 있다. 세대 공감 및 입주민화합을 위한 공동체 아카데미, 종로구 스페이스본 정다운회를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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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스페이스본 정다운회는 작년에 시작했지만 아파트마을공동체 중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자랑한다. 강사를 초빙해서 인문학특강을 열거나, *센터 피스(*식탁의 중앙장식물. 식탁의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중앙에 올려놓는 공예품이나 꽃꽂이, 꽃다발이나 촛대 등) 만들기 수업, 연잎밥과 야채피클 만들기, 어린이들을 위해 과자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 미술사 강의, 북카페 조성, 스마트폰 사용법 교육 등 열거하자면 너무 많아 지루할 정도다. 하지만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정다운 궁궐이야기』이다. 아파트주민들이 함께 모여 서울에 있는 궁궐을 탐방하는 기획인데, 운이 좋게도 마지막 탐방 장소인 덕수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왜 하필 궁궐이냐고 김성일 생활지원센터장님께 물었다. 그러자 안 물어봤으면 서운해 했을 정도로 청산유수 같은 설명을 쏟아내셨다.

 

스페이스본 입구에 들어서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돌문이 서있다. 바로 창덕궁에 있는 애련정과 애련지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불로문’을 본떠서 만든 문이다. 문 안쪽엔 중전과 대왕대비가 드나들었던 경복궁 아미산 후원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이밖에도 스페이스본 곳곳은 궁궐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공간의 근본’이라는 뜻을 가진 아파트가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의 중심지였던 궁을 닮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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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 멋진 장관을 보고도 그 근원을 알지 못한다면 그건 참 슬픈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기엔 선뜻 시간이 안 나고 계기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조미숙 정다운회 회장님은 개인적인 친분으로 알게 된 박동환 한문화연구원 원장님께 부탁해 궁궐탐방을 기획했다. 박동환 한문화연구원 원장님은 사직동은 궁궐에 둘러싸인 유서 깊은 지역이라며 직접 오셔서 2시간 동안 이론 강의를 해주셨다. 그리곤 일주일에 한 곳씩 정해 함께 궁궐을 탐방하기로 했다. 경복궁을 필두로 창덕궁, 창경궁을 탐방하고 마지막으로 덕수궁을 가는 순서였다. 새벽에 비가 와서 쌀쌀한 날씨였지만 18명가량의 정다운회 회원들이 생활지원센터 앞에 모여 있었다. 평소엔 20명이 훌쩍 넘는다니 주민들의 참여율이 돋보였다. 택시를 나눠 타 이동한 뒤 처음 방문한 장소는 ‘서울특별시청 서소문청사 1동’이었다. 덕수궁에 바로가지 않고 왜 이곳에 모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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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3층에서 찍은 사진이다. 창문 밖으로 덕수궁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서소문청사 13층은 정동전망대라 불리는데, 평일엔 시청의 공공업무를 보는 장소로 쓰였다가 주말 혹은 공휴일엔 나들이객들에게 개방된다. 카페도 있고 서울시 디자인 우수 아이디어 상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정다운회 회원들은 수첩과 필기구를 꺼내들고 강사의 말에 열중하느라 주변을 구경할 새가 없는 것 같았다.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사진을 찍고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탐방의 목적을 잊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에서 이 아파트마을 공동체가 가진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정다운회가 특히 강조하는 것이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다. 학생들이나 어린 자녀들과 함께 궁궐 탐방을 했다면 그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설명 듣기도 쉽지 않고 정신이 없어 기억에 남는 것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어른들이 나선 것이다. 필기를 해가며 열심히 설명을 듣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지식의 대물림 때문이다. 탐방을 갔다 온 회원이라면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에 서있는 돌문을 보고 창덕궁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곤 자신이 직접보고 들은 궁궐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가정은 제2의 학교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자연스레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애정을 갖게 되고 한국의 전통과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마을 공동체라는 것은 삶을 공유하는 것도 있지만 역사를 공유하는 것도 포함된다. 역사를 알아야만 다음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정다운회가 오래도록 지속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참여율이 높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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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문에 도착하자 운이 좋게도 하루에 3번만 볼 수 있다는 수문장 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강사님은 대한문의 위치가 원래 조금 더 앞쪽이었는데 도로 때문에 뒤로 옮긴 거리고 했다. 거기에 곁들여 대한문의 ‘한(漢)’자의 대한 유래와 안쪽에 있는 하마비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하마비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말을 비롯한 탈 것에서 모두 내리라’는 뜻으로 원래 궁궐 밖에 서있어야 한다고 했다. 궁궐에 나있는 3도는 신분에 따라 나뉜 것으로 가운데 가장 높은 도로는 정3품 이하는 밟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면서 이동하니 그저 소풍 장소나 백일장 장소로 여겨지던 궁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신분에 따라서 감히 들어가 볼 수조차 없는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만큼 역사 유적지 입장료가 싼 곳이 없다고 했다. 문화유산을 좀 더 바르게 알고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탐방코스는 금천교를 지나 중화문-중화전-석어당-정광헌으로 이어졌다. 각각의 장소에서 들은 설명을 첨부하고 싶으나 너무 길어지니 사진으로나마 탐방의 열기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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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회는 덕수궁 탐방을 마무리한 뒤, 점심식사를 하고 시청 옥상, 성공회성당, 청계천 광통교, 조계사 국화전시를 찾아다녔다. 시간 관계상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조미숙 정다운회 회장님은 올해 계획했던 고궁탐방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다며 흡족하다고 말했다. 20대, 30대 못지않은 혈기를 가진 정다운회는 11월 달에 그동안 배운 꽃꽂이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도저히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활동과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주민들끼리 많은 활동을 함께하다보니 층간소음문제나 아파트 흡연문제, 이웃소외문제 등 문제가 발생할 틈이 없었다. 그 전엔 입주한지 6년이 되었지만 주민들끼리 인사도 하지 않고 데면데면 지냈다. 그러나 이젠 스스럼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건 물론이고, 몸이 불편한 주민이 있으면 대신 장을 봐주기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아파트 마을공동체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문제라는 건 사람들 사이에 발생하는 거고, 마을 공동체란 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내 이웃이 누구인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웃은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다.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근한 마을주민인 것이다. 정다운회 회원들은 이런 긍정의 변화 한가운데서 그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때론 자신들도 몰랐던, 도시에선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情을 느끼고 새삼 놀라고 있다. 정다운회의 끊임없는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기를 바라며 열기가 느껴졌던 정다운회 고궁탐방활동 취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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