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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 수유마을, 별나라에서 길을 잃다

2014.11.05
서울혁신기획관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마을탐방

 

수유마을, 별나라에서 길을 잃다

 

마을로청년활동가 정소민

 

 

전통시장으로의 초대

“늦었다!! 늦었다!!” 동화에 나오는 토끼처럼 시계를 보고 헐레벌떡 뛰었다. 급한 마음으로 약속장소인 카페 다락방에 가기 위해 수유시장에 들어선 순간! 이 북적이는 사람들, 이렇게 활기찬 시장이라니! 최근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은터라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전통시장의 활력에 나도 모르게 흥겨운 기분이 되어 발걸음이 통통 튀었다. 조용조용히 공동체소개가 진행 중인 Cafe 다락방으로 들어섰다. 청소년 휴카페 ‘두루’에 관한 소개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수유마을은 이렇게 수유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을 이야기한다.

 

 

수유시장 한복판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Cafe 다락방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끌어가는 마을예술창작소이다. 목공동아리, 재봉동아리, 수묵동아리, 사물놀이동아리, 글쓰기수업 등 다양한 주민동아리가 결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다락방의 벽에는 다양한 수묵 작품들이 전시되어 은은하게 묵향을 뿜어냈다. 다락방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공간의 규모는 상당했다. 2층의 카페공간은 다목적홀로도 사용할 수 있었고, 간단한 식음료도 구매할 수 있었다. 시장 한복판에,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매우 부러웠다. 마을예술창작소가 시장한복판에 있으면 식사를 해결하기도 좋고, 젊은층이 시장에 자주 들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층은 더 놀라웠다. 반은 지붕이 있고, 반은 햇볕에 노출된 3층은 목공작업이 한창이었다. 꽤나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고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두근거리며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공 공방이 실내에 있게 되면, 날리는 톱밥 등이 건강에 해롭진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이곳에선 그런 위험도 줄어들겠구나 싶었다. 옥상엔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어있었다. 치마를 입고 있어서 사다리를 타지 못한게 아쉬웠다.

 

동화의 세계, 함께놀자 작은도서관

다양한 공동체를 둘러보기 전에 미리 간단한 소개를 들었으니 이제 직접 공동체와 공간을 방문할 차례였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녹색마을사람들에서 운영하는 함께놀자 작은도서관이었다. 작은 마당이 있고, 거실로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던 이 도서관은 주택을 개조해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활동하는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유동지역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1995년부터 활동해온 이 공동체는 마을 속에서 다양한 교실과 지원활동,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 키만한 색색깔의 책꽂이에 가득 꽂힌 동화책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금빛 햇살에 잠시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잠시 투어를 멈추고 동화의 세계로 떠나고 싶었다. 도서관에 들어오는 입구에는 도서관을 활용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다양한 활동이 소개되어있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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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가득한 공간, 내가 어릴 때도 이런 공간이 있었음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도 잘 할 수 있어요, '청소년 휴카페 두루'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청소년 휴카페 ‘두루’였다. 청소년휴카페이지만 마을 주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위원회를 꾸려 카페를 운영하고, 수익을 내고 활용계획을 세우며 굉장히 주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카페는 좌식카페여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자그마했던 가정집 부엌이었지만 전문적인 카페 설비를 갖추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에는 나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책들이 꽂혀 있었다. 한쪽 방에는 피아노가 있어 친구의 집에 놀러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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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집에 놀러온듯한 기분이 들었던 청소년 휴카페 두루

 

함께 - 만들자! 리폼공방 '꼬매'

그리고 나서 방문한 공간은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는 리폼공방 ‘꼬매’였다. 꼬매? 뭘 꼬매? 라는 생각이 바로 튀어나오는 재미있는 네이밍이지만 “Co-Manufacture”라는 뜻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 함께-만드는 것이다. 함께 동네를 돌아보시던 활동가분들은 꼬매에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청년 구성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신 것 같았다. 자재를 주워다가 뚝딱뚝딱 손으로 만들었다는 간판부터, 재기 넘치는 봉제 상품들이 귀여웠다. 비슷한 또래여서 그런지 꼬매에서는 투어참가자들의 활발한 질의가 이어졌고, 각종 상품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왔다. 특히나 핸드메이드 문화가 다양한 논의점을 가지고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꼬매의 가능성과 잠재력,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각 지역마다 마을마다 이런 젊은이들이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상생을 고민한다는 점에 가슴이 벅찼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낡아서, 더 아름다운 것들.

꼬매를 나와 다음 장소로 향했다. 마을공동체는 정주성이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큰 단위의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달한다더니, 수유마을도 도시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 ‘새마을운동체’ ‘대한뉘우스체’ 등의 서체가 유행하는 지금, 옛모습을 간직한 수유마을은 그 자체로 트랜디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오래되어 빛바랜 간판이 예뻐 사진을 찍으니, 앞에 나와계시던 아저씨께서 “뭘 볼 것도 없는데 사진을 찍어?” 라고 물으신다. “예뻐서 찍었어요!” 대답하니 “뭐 다 낡은게 예뻐?” 라고 물으신다. 낡아서 이쁘다고 말씀드렸는데, 내 마음을 헤아려주셨을까? 모르겠다. 아직 남아있어서 소중하고 감사한 감성들을 가득가득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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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행하는 스타일의 오래된 간판. 셔터를 활용해 만든 간판이다.

 

수유시장에서 길을 잃다

오래된 골목의 풍경을 지나 도착한 곳은 바로 수유프라자 안의 ‘생생클럽’이다. 수유시장은 그 규모가 매우 커서 재래시장, 전통시장, 상가형시장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때는 강북 최대규모의 시장으로 의정부에서도 장을 보러 왔다고 한다. 동네의 재래시장만 가봤던 나로서는 거대한 수유시장의 입구에서부터 깜짝 놀랬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중 상가형시장이 수유프라자이고 그 안에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문화공간 ‘생생클럽’이 있다. 1층 중앙에 마련한 작은 휴게공간에는 다양한 성인용 도서와 아동용 동화책이 구비되어있고, 편안한 쇼파에 놓여있다. 누구라도 들러 쉴 수 있고 책장을 넘겨볼 수 있는 공간이다.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기금과 사업비로 책을 구비하고 기부를 받았다는데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어도 없어지는 책도 없다고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열려 엄마들은 아이를 맡겨놓고 편안히 시장을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그리고 일행들과 함께 다시 수유시장 내부로 들어섰다. 이제는 마음 편히 시장 구경을 하며 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사진도 찍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유시장에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상품의 진열과 전시였다. 마치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마켓에 온 것처럼 너무나 아름답고 가지런히 진열된 사과와 고구마, 감자 등등. 매일 아침 장사를 준비하시고 접으시면서 아름다움까지 생각하여 진열을 한다는 것은 보통 고된 일이 아닐텐데, 웬만한 마트, 유럽의 시장에도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잔뜩 사진을 찍었다. 수유시장은 그 규모로 보나 콘텐츠로 보나 이미 활성화 된 다른 전통시장들 보다도 더 잠재력이 커보였다.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 놀러오고 싶다면, 남대문시장이 아닌 수유시장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뿔싸, 여긴 어디지? 드넓은 수유시장에서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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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시장에서 만난 새빨간 홍옥과 먹음직스러운 고구마. 

 

 

'수유시장 작은도서관'과 생선가게 관장님

겨우겨우 일행을 찾아 도착한 곳은 수유시장 작은도서관. 들어가자마자 책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린이도서관, 청소년 휴카페를 지나 도착한 작은 도서관은 주된 이용층이 시장 상인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눈높이에 맞는 책들이 많았고 아 이런 도서관을 일터에 두고 있다니 정말 좋으시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유시장 작은도서관의 관장님은 스스로를 ‘생선가게 주인’이라 소개하시며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바쁠수록 책을 읽어야 삶이 행복해진다고 말씀하실 때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20년, 30년 시장에서 장사를 해서 자식도 키우고 했으니 번 만큼은 시장에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실 땐 관장님 뒤에서 후광이 번쩍번쩍 나는 듯 했다. 직접 사비를 털고 기금을 마련해 도서관을 마련하시고 다른 상인들게 책을 추천도 하시고 함께 인문학강좌도 여신다고 하니, 수유시장에 들어섰을 때 느껴졌던 뭔가 다른 느낌, 수유시장만의 매력이 어디서 나오는 지 알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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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시장 작은도서관의 관장님. 푸근한 미소로 우리를 환대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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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를 마치고 시작된 5000원의 만찬, 수유시장의 다양한 먹을거리가 한눈에!

 

투어를 마치고는 2명씩 조를 짜서, 5000원을 들고 쇼핑을 나섰다. 맛있는 먹을거리를 하나씩 사와서 즉석 포트럭파티가 펼쳐졌다. 녹두전, 모듬전, 떡, 대추, 과일, 떡볶이 등 5000원의 만찬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마을 투어’라... 출발하기 전엔 물음표가 가득했던 이번 수유마을탐방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별세계를 다녀온 기분이었다. 작은 공간 하나하나에도 역사와 이야기가 서려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수유마을!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이 계속되어서 함께하는 마을사람들의 삶이 반짝반짝 빛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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