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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1월] 아파트에서 자라난 희망의 금배추, '금천구 벽산2단지'

2014.11.05
서울혁신기획관 마을공동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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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자라난 희망의 금배추, 금천구 벽산2단지

 

마을로청년활동가 안중훈

 

“내가 그만 두면 이 일은 아무도 하지 않을 거예요.”

홍종범, SH벽산2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의 목소리엔 비장함마저 서려있었다. 무엇이 그를 전쟁 한복판, 마을을 지키는 최후의 장수로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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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활동가가 찾아간 10월 15일 오전 9시. 홍종범 회장과 부녀회 회원 10여명은 임차인대표회의실에 모여 있었다. 홍종범 회장은 출정을 앞둔 장수처럼 일어나 부녀회 회원들에게 오늘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따뜻한 차를 얻어 마시며 가만히 듣고 있는 와중 간밤에 꾼 꿈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홍종범 회장은 지난밤 흉몽을 꾸었다며 자신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재시 아무도 돌보지 않을 옥상 텃밭을 걱정했다. ‘그냥 누군가 맡아서 물만 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힘들면 돌아가면서 하면 되잖아?’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활동비, 판공비, 교통비 어느 것 하나도 받지 못한 채 책임감만 부여받는다. 문서엔 봉사직으로 올라있다. 무려 4년이다. 홍종범 회장이 손해를 봐가며 자신의 트럭에 배추 모종, 흙, 비료, 농사용품을 싣고 다닌 시간이. 회장의 임기는 끝나가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옥상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는 해마다 늘었다. 첫 해엔 500포기, 다음 해엔 600여포기, 작년엔 800포기 가까이 수확했다. 시에서 아파트마을공동체 사업으로 500만원을 지원 받고 주민들이 모은 폐지 판매 대금으로 330만원을 보탰다.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 대접할 찻값조차 남아있지 않다. 수확한 배추를 모두 김장김치로 담아 주변 고아원, 노인정,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시설에 기부하기 때문이다. 속이 꽉 찬 배추를 버무리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양의 김치속도 필요하다. 하지만 홍종범 회장은 사정은 어렵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보람이 무엇보다 크다며 대인처럼 웃으며 말했다.

 

냉정과 냉대 사이

 

금천구 벽산아파트는 2000년, 관악산 자락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며 등장했다. 당시 이곳에 거주하던 주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2단지를 조성했다. 누구나 한번쯤 뉴스에서 임대아파트에 관한 소식을 접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식이 무겁고 갈등에 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벽산2단지도 뉴스 속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갈등은 벽산아파트가 건설된 시점으로부터 10년 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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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이어오던 냉기를 온기로 바꾼 건 옥상 상자텃밭에서 자란 배추였다.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시와 구청에서 제안을 해왔고 홍종범 회장이 해보겠다고 나섰다. 사실상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는 66년 동안 농사라곤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삭막해져가는 마을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임차인대표회의를 구성하고 부녀회를 중심으로 봉사단을 꾸렸다. 일단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배추 농사를 시작했다.

 

초보 농사꾼에서 금배추 수확까지

 

홍종범 회장은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지식, 열정,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정’은 임대 주민 간의 소통과 선입견을 지우기 위해, ‘희생’은 내가 멈추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무도 김치를 갖다 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지식’은 열정과 희생이 따르자 필연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배추 농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농과대학 교수들이 연구한 서적을 찾아 부족한 지식을 채웠다. 농사 초반엔 화분을 직접 들고 광명시에 있는 종묘사와 농협에 찾아가기도 했다. 사장님께 병충해 예방법과 시기별로 필요한 비료 주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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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땀으로 짓는다는 말이 있다. 발품을 팔아 농사 기법을 발전시키자 수확량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배추가 잘 익은 사과처럼 단단하고 속이 꽉 차있었다. 농사에 재미를 붙인 홍종범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EM효소’가 농작물에 좋다는 걸 TV에서 보고 효소를 만들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일본 과학자가 흙속에서 발견한 유익한 미생물) ‘유정룡 효소과학연구소’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효소를 직접 배양하기 위해 쌀겨와 유박, 설탕 등을 자비로 구입했다. 출혈은 컸지만 그 효과를 올해 톡톡히 보고 있다. *흙속에 지렁이가 살고 있는 것이다!(*지렁이가 사는 흙은 유기물질이 많아 옥토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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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활동가가 직접 확인한 배추의 크기는 실로 놀라웠다. 옥상 텃밭상자에서 자랐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푸르고 커다랬다. 건강하게 자란 배추는 어느 꽃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EM효소 때문에 농약을 못 치고 젓가락으로 해충을 잡아야했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엔 배추가 뽑히지 않을까 옥상에 올라와 화분을 안으로 들여놔야 했다. 밭에서 기르는 게 아니다보니 뿌리가 깊게 뻗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물단지도 이런 애물단지가 없다. 하지만 홍종범 회장과 부녀회 회원들은 옥상텃밭에서 자란 난 배추를 보며 금덩이를 보듯 미소를 짓는다.

 

옥상에서 희망을 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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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단지 내 청소 및 공동시설관리 등 환경미화 우수단지 표창

- 2013년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 경진대회 장려상

- 2013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사업 서울시 대상

 

위 사진은 벽산2단지가 그간 수상한 상장을 나열한 것이다. 상을 수상하고 벽산2단지는 각종 언론들의 취재요청에 시달려야 했다. 주민들은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인터뷰와 촬영에 시달렸다. 어떤 보상도 없었지만 마을을 알린다는 생각에 싫은 내색도 하지 않았다. 옥상텃밭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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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범 회장과 김한순 부녀회장(좌)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부녀회 회원들(우)

 

첫 줄에 썼듯이 홍종범 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옥상텃밭은 사라진다. 월급 한 푼 못 받고 자기돈 써가며 사시사철 옥상에 매달릴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벽산2단지가 언론에 노출돼 변화가 찾아오길 바랄 수밖에 없다. 옥상텃밭을 시작한 이후로 주민들 간의 소통과 친목이 시작됐다. 텃밭에 물을 주고 바로 흩어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집에 초대해 차를 나눠 마시고 고구마, 감자 등을 삶아먹었다. 다른 단지에서도 옥상텃밭에 관심을 가지면서 봉사 지원을 나왔고, 김장김치를 나눠주며 화답했다. 분쟁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좋은 일엔 중독성이 있는 법. 이젠 주변 단지마다 옥상텃밭이 생겨나고 있다. 때문에 공동체활성화사업지원을 받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러나 홍종범 회장은 말한다.

 

“농사를 짓는다는 게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아요. 힘들지만 풍성히 자란 배추를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죠. 또 직접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아서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요. 이 행복감을 혼자만 가지고 있다면 갈등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옥상텃밭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제가 그만둬도 매년 고아원이나 노인정에 김치가 배달되는 거예요.”

 

벽산2단지 옥상텃밭에서는 희망이 자라고 있었다. 그 희망은 김장김치로 변해 따뜻한 온기를 주변으로 전했다. 추운 겨울날 밥상 위에 올라온 아삭한 김치 한 조각. 이 희망에 보탬이 되고자 부족한 글을 다듬고 다듬으며 마친다. 금천구 벽산2단지 금배추가 계속 자라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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