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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 일곱빛깔 다문화, 구로 무지개 마을

2014.11.05
서울혁신기획관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마을탐방
 
일곱빛깔 다문화, 구로 무지개 마을

 

마을로청년활동가 김진리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해 받아 든 마을지도에 큰 글자로 쓰여 있는 타이틀은 이러했다.

‘구로의 실크로드’, ‘구로 무지개마을’. 내가 가지고 있는 구로의 대표이미지는 빼곡히 들어찬 이름도 어렵고 생김새도 비슷한, 높은 빌딩들과 (덕분에 이 지역을 찾을 때마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흰 셔츠에 넥타이를 졸라맨 샐러리맨들. 실크로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온통 회색뿐인 이 지역에 ‘무지개마을’이라는 따뜻한 이름이라니. 겉모습과 전혀 다른 마을이름에 약간 황당했지만, 왜 무지개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그 사연이 궁금하기도. 아침 11시, 여행의 첫 코스로 우리는 마리오사거리로 향했다.

 

ㄱ마리오사거리ㄴ가리봉오거리ㄷ오거리아울렛ㄹ가리베가스 (3)

 

생산의 공간에서 소비의 공간으로
이 곳은 본래 2공단사거리라는 이름이었지만, 공업단지라는 말을 격하하는 디지털세대와 이제는 랜드마크격이 된 거대한 마리오아울렛의 영향으로 마리오사거리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 60년대 섬유ž봉제산업이 활발했던 이 거리에는 현재 그 때의 흔적이라곤 오직 구로봉제협동조합 건물뿐, 나머지는 모두 높다란 패션타운이 들어섰다. 지금의 모습으로 미루어볼 때 이 곳에 공장들이 즐비했다는 과거의 사실이 믿겨지지 않지만, 1962년에는 이 거리의 공단이 가장 높은 수출 실적을 올릴 정도였다고. 그 실적의 선두에 있던 당시 젊은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이 지금 마리오사거리의 화려함의 수를 더한걸까.

 

노동자를 위한 만남의 광장 ‘가리봉 오거리’
마리오 사거리 뒤편으로 조금 더 걷자 높은 빌딩숲 대신 낮고 낡은 상가건물이 늘어서 있는 가리봉오거리가 나타났다. 주요한 다섯갈래의 길이 만나는 교차점이어서 자동차도 유동인구도 많아 소음으로 바로 앞에 서 있는 가이드선생님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 이 가리봉 오거리는 노동자들이 구 2공단사거리의 일터에서 그들의 생활터인 가리봉시장으로 가기 위한 필수 코스로 공장의 미싱소리, 화공 약품의 냄새 대신 지친 삶에 위로 되는 그 시절 다방의 음악소리와 따뜻한 음식향기가 있는 ‘노동걸’, ‘노동보이’들의 주요 집결지였다고.

 

원조 아울렛의 자존심 가리봉시장의 ‘오거리 아울렛’
여전히 저렴한 3천원의 가격을 자랑하는 감자탕 골목을 지나자 언제 만들어졌을지 감도 안 잡히는 녹슨 갑판대를 앞에 두고 ‘오거리아울렛’이라는 현수막간판을 단 상점이 나타났다. 이 상점은 피켓 속 붓으로 힘주어 쓴 ‘저가판매’라는 문구와 100미터 밖에서도 들릴 요란한 뽕짝으로 시장을 지나치는 많은 이들의 주의를 끌고 있었는데, 가리봉시장의 역사와 함께 38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패션거리가 마리오 사거리라면, 1976년의 이곳은 채소, 생선, 패션잡화 등을 취급하는 상점이 한집 걸러 있을 정도로 흥했던 시장이자 당시의 패션거리였다. 한창 때에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었지만 공단의 변화와 맞물려 이 곳도 쇠하여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ㄹ가리베가스 (7)ㄹ가리베가스 (6)ㄹ가리베가스 (4)ㄹ가리베가스 (5)

 

코리안드림, 다문화 그리고 무지개의 의미
가리봉시장 초입부터 중국음식점을 종종 볼 수 있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중국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한자가 쓰인 크고 작은 간판이 질서없이 줄지어 서있는 긴 시장거리를 마을사람들은 ‘가리베가스(가리봉+라스베가스)’라 부른다. 90년대 이후 구로공단의 쇠락으로 노동자가 떠난 지역에 ‘코리안드림’을 안고 중국인들이 터를 잡은 곳 중 하나가 바로 구로구였던 것. 현재는 중국인 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서울시에서 가리봉을 다문화 중심의 재생도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모여든 가리봉을 마을 사람들은 7가지 색이 함께하는 ‘무지개’로 마을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마을카페 ‘미운오리날개를펴고 커피드림’
가리봉 시장을 나와 조금 더 걸으니 빌라가 밀집한 한산한 주거지역이 나타났다.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듯한 우리동네 같은 좁은 골목들. 그 사이 하얀 간판의 마을카페 커피드림이 위치해 있었다. 매캐한 자동차 매연과 9월임에도 기승인 늦더위에 투어한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녹초가 되었는데 미리 준비된 정성스런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에 정신이 들었다. 이 마을카페는 지적 장애인의 취업발판마련을 위해 지역의 봉사자들과 장애인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2011년 문을 열었다. 현재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되어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와 동아리활동, 장애인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한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전한 마을은 우리 손으로 ‘구로4동 안전마을’
구종점 터를 지나 남구로역쪽으로 조금 더 걸으니 알록달록한 골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지역은 남구로역의 새벽인력시장 형성으로 외부인이 많아 쓰레기투기와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도로정비가 안된 상태에서 집들이 지어져 좁은 집 사이로 가로등설치가 어려웠다. 가로등불빛에 한밤 중 잠들지 못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졌기 때문. 지혜롭게 가로등 대신 안전등급 사인과 벽화작업으로 그 문제를 풀어가고자 했다. 색색이 예쁜 마을의 외관보다도 다양한 이해관계에 걸친 주민을 위한 깊은 고민과 세심한 배려에 더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재래시장과 청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구로시장’
마지막 코스인 구로시장. 먹을 것도 구경할 것도 많아 구로의 보물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지역 토박이 가이드 선생님의 목소리에 애정이 잔뜩 담겨있다. 구로시장은 6ž25이후 60년이상 지속된 꽤 큰 시장. 그 중에서도 ‘한복’하면 손가락으로 꼽는 시장 중 하나로 포목점이 가장 성행했던 곳. 하지만 시간이 흘러 쇠퇴한 시장에 사람들이 빠져나가 방치된 건물들은 낡아만 가고 시장은 쓰레기장이 되었다. 이 곳에 청년들이 흘러 들어왔다. 문화예술을 기획하는 ‘구로는 예술대학’의 청년을 주축으로 상가마을공동체를 형성한 것. 상인들과 소통하며 간판을 새로 만들고 길을 다듬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 아니라 비어있는 상점에 청년상인을 입주시켜 활발한 시장으로의 회복을 꾀하고 있다.

 

구로시장의 명물이라는 40년전통 칠공주 떡볶이에서 여전히 고운 일곱 명 할머니들이 만든 떡볶이로 점심도 먹고 방앗간 앞에서 떡메치기 체험도 했다. 떡메를 기술없이 휘두르며 허우적거리니 옆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가 허허 웃으시며 내게 두시는 훈수가 무척이나 정겹게 느껴진다.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공업단지의 역사, 다양한 국적의 문화가 숨쉬는 도시, 장애인의 삶의 터전 그리고 장터와 청년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여러 색깔의 스토리를 지닌 구로 무지개 마을에서의 특별한 시간. 흥망성쇠, 빠른 시대의 변화에 저물어가는 마을과 시장이 다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구로에 희망으로 등장한 주민과 청년들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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