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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0월] 혜화동 아이들의 '뜀박질'

2014.10.23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월간마을 이미지

 

혜화동 아이들의 <뜀박질>

 

마을로청년활동가 박진국

 

 

#1 : 들어가기 전에

2014년 9월 20일 토요일. 서울은 마을 박람회로 들썩였다. 마을 박람회에 참석한 청소년이 생각보다 많았고, 당찬 정책포부를 밝힌 청소년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럴 수는 없는 일, 대부분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은 그날도 학원과 공부를 위해 분주했을 것이다. 유난히도 맑고 화창한 가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마을 박람회 행사를 둘러본 후 서둘러 종로구 혜화동으로 향했다.

 

#2 : 9월 12일 토요일 혜화동 1-21번지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17:30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1-21번지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종로구 마을공동체사업 주민제안사업을 통해 ‘혜화동아이들의 뜀박질’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다. 미리 전화로 운영자분께 인터뷰를 요청 드렸는데, 6시부터 시작이라고 너무 일찍 오셨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생활관 실내를 구경하기 시작하였다. 안내데스크에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니, ‘마을공동체’ ‘혜화동 아이들의 뜀박질’이라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타 다른 지역의 화려한 문구, 알록달록한 현수막도 보이지 않았다. 생활관 프로그램 시간표조차 뜀박질이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대강당에서 다른 아이들의 수업을 지켜보며, 30분정도를 기다렸다. 체육관이라 아이들의 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정해진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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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약속장소와 수업시작

지정된 장소에 아이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아이들이 ‘뜀박질’팀이라는 것도 몰랐다. 한 아이에게 물어보니 ‘뜀박질’팀이라고 한다. 하나둘씩 몰려오는 아이들, 아이들은 체육관에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웃고 떠드느냐고 바쁘다. 요즘 아이들답게 스마트 폰을 보며 기다리는 아이들.. 하지만 놀이를 가르칠 선생님이 오자 아이들의 태도는 확 달라진다. 쿨하게 갖고 있던 핸드폰들을 모두 한쪽에 모아 놓고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1-3학년 팀, 4-6학년 팀으로 나누어 2개 반에서 진행하였다. 마침 설명해 주실 운영자분이 오셨고, 총원은 약 40명 정도라고 설명해주셨다. 선생님들과 간단히 취지를 설명 드리고 수업을 참관하기 시작했다.

섭섭하게도 수업 내내 사진 찍어도 나를 바라봐주는 아이는 없었다. 뛰어노는 것에 집중하니 불청객이 있어도 의식하지 않고 그냥 웃고 즐기고 떠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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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한 아이와의 인터뷰

처음 참관을 준비하면서 사전 질문을 만들 때에 정말 거창하게 준비했다.

'과연 아이들이 마을공동체를 알까?'

'마을 공동체를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마을 활동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인지하고 있을까?'

마침 수업이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아이는 맨 뒤에서 우두커니 않아서 친구들이 뛰어 노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 아이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준비한 질문을 할까 말까. 어차피 2시간 내내 옆에 앉아 있으니, 수업을 조금 지켜보고 말을 걸기로 했다. 그리고 1시간쯤 수업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이내 내가 준비한 질문들은 전부 허세였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저렇게 즐기는 아이들한테 왜? 혹은 마을? 이런 질문들은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1-3학년반과 4-5학년 반을 부지런히 왔다갔다 수업을 참관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첫 번째, 아이들이 쉬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아이는 입만 쉬지 않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몸이 쉬지를 않았다. 남자아이와 여자 아이의 비율이 5:5 정도 되었는데 그 섞여서 활동하는 것은 서로간의 위화감 도 전혀 없었다. 남학생 여학생을 구분하려 했던 내가 더 이상하다. 그냥 내 눈앞엔 두시간 내내 정말 쉬지 않고 끝도 없는 활동량을 보이는 초등학생 40명만 있을 뿐.

두 번째, 항상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누구하나 억지로 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분면 저렇게 뛰면 힘들 텐데 지친모습이나, 찡그린 표정은 전혀 없었다. 운동도중에 살짝 다친 아이가 있었는데 그냥 괜찮다며 바로 뛰어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방구”와 “똥”으로 독점되었던 웃음 코드가 그냥 뛰고 즐기는 것으로 대체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힘든데 아이들은 웃고 있다. 그것도 엄청 크게. “하하하하”

 

한참을 수업을 참관하다가 맨 끝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떻게 오게 되었니?”

“네?”

“네가 오고 싶어서 온 거니? 엄마가 가래서 온 거니?”

“엄마가 가래서요.”

“그럼 아픈데 왜 왔니, 집에서 좀 쉬지.”

“그래도 집에 있는 거보다는 여기 있는 게 훨씬 재미있어요. 못 뛰어도.”

굳이 다른 아이들한테도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한 친구는 6학년이었지만 나머지 1-6학년 모든 학생들의 표정은 모두 똑 같았다.

아이들에게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똑같을 듯하다. 그리고 점점 질문 하는 내가 바보 되는 듯하였다. 단지 이 아이들은 지금, 혹은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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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엄마와 마을

40명의 아이들이 모임을 참가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참가하는 엄마의 수였다. 오늘 따라 적게 오시긴 하였지만. 오늘 참가한 엄마 손을 잡고 참가한 아이들은 불과 4명. 토요일 오후 5시 30분, 어떻게 보면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 아이들은 5시 30분만 되면 스스로 가벼운 복장으로 생활관으로 와서 2시간 신나게 뛰어논다.

대부분은 처음엔 엄마 손에 이끌려 왔지만 사업을 시작한지 4-5개월 작년을 포함하면 2년여를 거치면서 대부분 혼자 알아서 온다. (물론 3-6학년 정도 되면 엄마랑 오는게 창피하기도 하다. 그래도 끝나면 밖은 컴컴해지기 마련. 위험하긴 위험하다.)

문득 이 아이들이 과연 마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오는 것이 합당할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치게 되었다. ‘마을’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인위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 아이들은 분명 멀지않은 미래에 같은 동네에서 동네 친구 혹은 형 동생들과 뛰어논 기억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 동네 혹은 마을을 다시 한 번 떠올릴 것이며, 그때 우리 아이들의 마을활동은 시작되지 않을까?

 

#6 : 혜화동 아이들의 뜀박질

혜화동아이들의 뜀박질은 아주 간단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어른들이 옛날에 혜화동골목에서 뛰어 놀던 기억을 아이들에게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어렸을 적엔 동네 형 동생들과 신나게 골목에서 뛰어 놀았지만, 지금은 입시와 각종 학원으로 동네 친구들과의 교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학원을 가야하고, 학원을 간다 해도 형·동생보다는 동급생과의 친분만 채워 질뿐이다. 우리 동네 혹은 같은 학교에 어떤 형과 동생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은 어렸을 적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고 아울러 동네의 형과 나를 지켜주고, 나는 우리 동네 동생들을 지켜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아들은 비록 1주일에 딱 2시간만 생활관에서 같은 수업을 받지만, 학교를 다니는 1주일 내내 동네 형으로서 동네 동생으로서의 관계는 유지 할 것이다.

 

비록 옛날과 같이 동네 골목에서 뜀박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의 시대에 맞게 마을에서 노는 방법을 만들어주는 것은 당연한일. 그것이 우리세대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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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맺음.

엄연히 주민제안사업, 즉 공모사업이다. 작년 공모사업 선정시엔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의 대강당사용이 가능했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 적합했었다. 그리고 담당자분들도 굉장히 협조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공모 사업이다 보니 12월에서 3월까지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기간이 있었다. 그사이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의 운영방침이 변경되었고, 사업을 중단하는 동안 대강당을 다른 사업자들이 미리 선점이 되어 올해는 소강당 2군데에서만 운영 중이다. 현재는 구기 종목 운영 시에는 주변 학교로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아쉬운 부분이었다. 구차원이나 시 차원의 공간 매칭사업으로 조금 더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작년 12월 첫해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운영자분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것이다.

“뜀박질 아줌마 언제 다시해요?”

동네아이들이 운영진을 볼 때마다 한 질문이라고 한다. 사실 작년 프로그램을 마치고 운영진이 너무 힘들어서 올해는 지속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네아이들의 바램 속에서 힘을 얻고 올해도 여지없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사업소식을 들은 중학생 (작년에 6학년이었고, 대상이 초등학교 6학년까지이다.)아이들이 올해만 끼워달라고 하여 같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만족도 또한 굉장히 크다.

 

어떤 외형적 모습보다도 마음속에서 혜화동 마을에서 추억과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일, 이것이 진정한 마을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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