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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0월] 마을, 청바지를 입다, 도봉구 ‘청바지’

2014.10.21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월간마을 이미지

 

마을, 청바지를 입다, 도봉구 ‘청바지’

 

청년활동가 안중훈

 

 

1  『청바지 돌려입기』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16살 소녀  네

    명.  죽마고우인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헤

    어지기 전 날, 우연히 한 옷가게에 들린다. 소녀들은 그곳에서 모두에게

    딱 맞는 청바지 한 벌을 발견한다. 모두의 사이즈가 다른데 참 신기한

    일이다. 소녀들은 그 청바지를 마법의 청바지라 부르며 우정의 증표로

    돌려 입기로 한다. 마법의 청바지는 그 이름처럼 청바지를 입는 소녀와

    특별한 시간을 함께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 속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도시에  마법의 청바지를 입은 마을이 있다.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활동,  마을 탐사단 청바지. 도봉구 창4동에 있는

    청바지는 조금 더 특별하다.

 

 

 

1. 오늘은 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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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탐사단 청바지는 ‘우리 마을 자원봉사단’이라 불리지만 단순히

봉사만 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들은 벼룩시장을 열고 놀이터에 책방

을 만들기도 한다. 청바지의 대표 최소영씨는 청바지엔 고정된 프로

그램이 없다고 한다. 어떤 특정한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회의를

열어 그때그때 나오는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아이들이 단순히 봉사

시간을 때우기 위해 데면데면 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그들의 사고는 틀에 박혀있지 않고 능동적이다.

 

물론 아이들이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 청소년

시기의 특징인지 처음엔 누구 하나 나서서 아이디어를 내는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엄마들이 판을 깔아주기로 했다. 청바지라는 판이

그것이다. 청바지를 입은 그들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나서던 봉사활동이 이제는 그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걸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봉사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씀’이다. 청바지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은 여기에 ‘행복’이라는 시간을 더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하나하나의 활동을 자신감으로 돌려받는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을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순간 마을은 활력을 갖게 된다. 그렇게 성장한 마을은 아이들을 돌보고 자라난 아이들이 다시 마을을 성장시킨다. 그럼 청바지가 만들고 있는 선순환을 직접 찾아가보자.

 

2. 버스에서 내리면 꽃을 볼 수 있는 마을

 

청년활동가가 찾아간 9월 13일은 마을가꾸기 활동이 있던 날이었다. 청바지가 활동하는 건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 마을버스에서 내리자 하늘색 단체 티셔츠를 입은 20명가량의 성인과 청소년들이 가로수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모종삽을 든 남자 아이, 국화꽃 모종을 옮겨 심고 있는 여자 아이, 흙을 덮고 물을 주고 있는 어른들. 마치 두레가 모여 모내기를 하듯 협동심과 단결력이 독보였다. 그들의 손놀림이 빨라질수록 흙뿐이던 가로수 바닥은 꽃으로 화사하게 피어올랐다. 길거리의 재떨이에 불과하던 가로수가 도심 속 작은 정원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꽃을 볼 수 있고, 신호를 기다리면서 꽃을 구경할 수 있는 마을. 청바지가 활동하고 있는 마을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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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에서 마을에 꽃을 심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청바지 대표 최소영씨는 예쁜 마을을 만들기 위해 횡단보도와 버스정류장 위주로 띄엄띄엄 꽃을 심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구청 녹지과에서 나머지 빈 구역에도 꽃을 심을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어쩐지 청바지가 꽃을 심는 가로수마다 흙 유실 방지막이 제거 되어 있었다. 이젠 플라스틱 방지막 대신 국화꽃이 단단히 뿌리내리고 서있을 것이다.

 

최소영씨는 말한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있어서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고, 관 중심일 경우 새로운 폐해가 발생한다고. 때문에 마을 사업은 주민이 하는 일 또는 주민이 하려는 일을 관에서 지지해주고 협력해 주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최소영씨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 덧붙였지만 실제로 청바지의 활동은 점점 주민들 사이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방학동엔 이미 또 다른 청바지가 생겨났다. 중계동에서도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 스스로가 움직일 때 마을은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3. 청소년, 주체가 되다!

 

그럼 최초의 청바지는 과연 어떻게 태어났을까? 영화처럼 가게에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바지는 2012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머니들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그 중심에 있던 게 최소영씨. 큰 애와 작은 애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의무봉사를 해야 했다. 최소영씨는 어차피 할 거면 시간 때우기로 하지 말고 제대로 해보자며 또래 자녀를 둔 엄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정해진 활동이 없으니 마을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찾은 일이 아파트 단지 내 방치돼 있는 커다란 화분에 볍씨를 심는 일이었다. 한 가족이 한 개 화분을 맡아 기르기로 했다. 벼가 자라나자 동네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고향 생각이 난다며 흐뭇한 표정으로 마실을 도셨다. 사람들은 더 이상 화분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고, 주변 환경도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벼를 수확한 다음 해엔 자발적으로 화분을 관리하는 주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소영씨와 청바지는 자신감을 얻고 새로운 계획으로 넘어갔다.

 

 6  『청소년 문화놀이벼룩장터 - 놀장』 ‘벼룩시장’이면

    ‘벼룩시장’이지 ‘청소년 문화놀이벼룩장터’는 또 뭘까?

    간단히 얘기하면 청소년이 벼룩시장의 주체가 되어

    물건을 판매하고 놀이도 하면서 서로 교류하는 문화

    장터가 ‘놀장’이다. 판매 물건은 집안에서 안 쓰는 학

    용품, 의류, 생필품, 또는 직접 제작한 꽃볼펜 등이며

    놀이에는 제한이 없다. 보드놀이나 공기놀이, 제기차

    기, 종이컵에 동전던지기 등 전래놀이나 함께 놀 수

    있는 거면 모두 가능하다. 놀다가 배가 고프면 엄마들

이 준비한 먹거리장터로 가면 된다. 떡꼬치와 폭탄 주먹밥 등 맛있는 음식이 항시 대기 중이다. 이러니 벼룩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거리는 어느 축제 못지않은 활기로 가득 찬다. 학생들의 경우 판매 수익금의 10%를 기부하면 자원봉사 4시간을 인정해 준다. 대부분의 수익금은 독거노인 방문, 마을 경로단 식사대접, 마을 책방 가꾸기 등 마을을 위해 쓰인다. 세월호 참사 땐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마을로 나온 책방 – 마나책방』 ‘마나책방’은 실제로 책방이 있는 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설치되어 있는 책장을 말한다. 7책장에는 집에서 다 읽고 방치해 둔 책이나 단체에서 기부를 받은 책들이 꽂혀있다. 지키는 사람도, 빌려갈 때 쓰는 출납 장부도 없다. 단지 소중히 읽고 돌려달라는 스티커만 붙어있을 뿐이다. 그럼 책이 없어지지 않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최소영씨도 처음 ‘마나책방’을 만들었을 때 책을 읽고 돌려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됐지만 책방을 없애지 않고 다른 책을 채우며 꿋꿋이 버텼다. 왜냐면 ‘마나책방’은 일부러 도서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길을 걷다가 잠깐 쉴 때, 놀이터에서 학원을 기다릴 때, 누구나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하자는 탄생 목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채우기를 몇 달. 시간이 지나면서 책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또, 좋은 취지를 알고 책을 기부하겠다는 단체도 생겨났다. 어떤 날엔 스티커가 붙여져 있지 않은 책이 책장에 꽂혀있기도 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청바지의 다음 목표는 놀이터 두 곳에 있는 ‘마나책방’을 다섯 군데로 늘리는 것이다. 몇몇 회원들은 기부 받은 책이 집에 쌓여서 자리가 부족한, 곤욕 아닌 곤욕을 치루고 있다고 한다.

 

4. 아이를 품은 마을

 

 *게릴라 가드닝(‘총 대신 꽃을 들고 싸운다’는 모토를 지닌, 영국에서 시작한 도시 환경 오염 반대 운동의 일환)이 끝나고 사랑방에 모인 청바지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실을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는 공동 공간이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월 1만원의 회비로 운영됐기 때문에 아직 청바지만의 공간이 없다. 회원들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회의를 하고, 아이들이나 주민들 모두가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수익이 생겨도 대부분의 돈을 마을로 환원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요원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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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는 올해 처음으로 주민활동지원금을 받았다. 자립구조를 만들기 전까지는 어떤 지원금도 받지 말자고 회원들끼리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자립성을 갖지 못한 채 지원을 받으면 원래의 취지와 맞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청바지는 결국 2년 만에 자립 구조를 만들었다. 벼룩시장이 하나의 마을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고, 기부와 다양한 마을 활동을 통해 주민들 사이에서 입지를 얻을 수 있었다. 주민활동지원금을 받은 이유엔 시에서 공인 받은 것 같은 느낌도 있다고 했다. 시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제 2의 청바지, 제 3의 청바지까지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그들에게 청바지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힐링/가족/나만 알던 내가 우리를 배워가는 공간/봉사를 알게 한 곳/돈(총무님 말씀)/씨앗/나의 성장/옷-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그러나 꼭 필요한

 

의미는 개인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커다란 꿈은 같았다. 청바지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기를. 마을을 통해 아이들이 자라나기를. 어렸을 때부터 마을 활동을 하며 마을에 애정이 생겨나고, 능동적인 사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닌 리더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더 나아가 그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마을로 돌아왔을 때, 마을을 사랑하는 새로운 아이들을 길러낸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했다.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활동-마을 탐사단 ‘청바지’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청바지를 돌려 입고 그 특별한 시간을 공유하길 꿈꾼다. 그 꿈이 이뤄져서 나에게도 청바지가 돌아오길 바라며 기분 좋았던 이 날의 취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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