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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0월]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특별한 12번째 생일잔치

2014.10.23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월간마을 이미지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특별한 12번째 생일잔치

 

마을로청년활동가  정소민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지난 8월 30일, 시흥동 어느 양옥집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 이 날은 12년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네 번째 보금자리 집들이가 있던 날이었다. 겸사겸사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12번째 생일파티도 함께 진행되어 온 동네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모여들었다. 작은 마당에선 부침개 지지는 소리가 귀와 코를 동시에 자극했고, 쩌렁쩌렁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 구르는 소리가 저 멀리까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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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재미있는 도서관

 

아담한 이층집은 앞에 연못이 있는 작은 마당이 있고, 입구는 계단을 조금 걸어 올라가야하는 구조였다. 베란다와 난간엔 오래된 양옥집 특유의 장식이 돋보였고, 층층이 쌓인 벽돌은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의 거주하는 것이 보통인 요즘, 이런 공간이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되었다는 것이 참 고마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따뜻한 햇살이 거실을 가득 채웠고 각 방마다 각양각색의 동화책들로 벽면이 꽉꽉 차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소리가 들려 하늘을 보니 나선형모양의 계단을 타고 2층에 올라간 아이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래된 집의 구조를 살려 방 안에는 다락방으로 통하는 계단이 숨겨져 있고, 또 과거엔 부엌이었을 자리는 아이들의 화장실로 변신했다. 구석구석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미로 같은 공간은 도서관을 숨바꼭질의 나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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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둘러보는 내내 “저 여기서 살면 안 되나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마음이 설랬다. 왜 내가 어릴 땐 이런 도서관이 없었을까? 들어오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았던 나선형 계단은 아주 좁아서 마치 “어른들은 들어오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허리를 굽혀 도착한 2층에는 또 다른 다락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만의 다락방, 보물이 가득한 외할머니 댁의 다락방, 신데렐라의 다락방, 소공녀의 다락방, 다락방은 원래 동화책 속에 존재하는 것 아니었나? 다락방은 아이들의 상상력이 무럭무럭 커가는 곳이라는데 이보다 더 완벽한 어린이 도서관이 있을까!

 

이사를 전전하며 새로 얻은 보금자리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집들이가 더욱 감격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전 보금자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늦은 봄, 금천구 마을로 청년활동가로 출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공동체가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이다. 그만큼 금천구의 마을공동체에서 굵직한 기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주택가 작은 건물의 반지하 공간, 방마다 동화책으로 가득했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벽을 없애고 문을 떼어내는 등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보금자리는 늘어만 가는 회원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로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동아리모임을 한번 하려고 해도, 아이들이 한번 화장실을 가려 해도 마음 편치 않았던 날들. 그렇게나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12년씩이나 계속해온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 역시 “공간”이라는 문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은행나무 도서관의 이사를 위해서 모두가 힘을 보탰다. 회원들은 시흥동 일대를 돌고 돌며 적당한 자리를 찾아보고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공간이 괜찮으면 자금이 부족하고, 자금상 여건이 맞으면 공간이 부족하고. 그렇게 지난한 시간이 지나고 2014년 초,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활동을 10년 동안 쭉 지켜보신 분께서 전세자금을 보태주기로 하셨다. 대신 10년 후엔 꼭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이름으로 명의를 이전할 수 있길 바란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자금사정이 나아지니 더욱 힘을 모아 장소를 물색했고, 아주 낡은 양옥집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너무 낡고 또 안전 상 조금 불안해보이기도 했던 이 건물은 몇 달동안의 공사를 거쳐 알록달록,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은행나무 어린이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마을 사람들은 십시일반으로 손을 보태 도서관을 단장하고, 책을 옮기고, 정리했다.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이전은  금천구  전체가 떠들썩하게 분주했던 마을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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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돕는 아이들과 동네에 이사떡과 전을 돌리는 어린이들

 

동화책 읽는 어른들이 힘을 모아, 책 읽는 아이들의 세상을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전신은 동화 읽는 어른모음 <함박웃음>이다(현재 16기 활동 중). 회원들은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책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십시일반으로 출자금을 내어 작은 공간을 마련했고 매달 회원비를 받아 월세를 충당하며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현재는 장서 만권을 훌쩍 넘어섰고, 회원은 1500명에 육박한다. 바자회를 해서 기금을 모으고, 수작으로 일일이 바코드작업을 해 구색을 갖추었던 도서관은 이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언제라도 찾아가면 지키미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는 동화책 세상이 되었다. 2010년부턴 함박웃음과 은행나무 어린이도서관이 통합운영 되었고, 10년이 훌쩍 넘게 꾸준한 활동을 펼친 회원들은 이제 금천구에서 촘촘한 풀뿌리 네트워크로 마을의 핵심적 역할을 맡고 이다.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은 그 자체의 브랜드 파워만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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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은 책 읽어주는 도서관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은 ‘빛그림 공연’으로 빛의 영상으로 동화책을 느끼는 시간이다. 마을에서 펼쳐지는 행사와 장터에 출장공연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을 거쳐 간 어린이들이 언니, 오빠가 되어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놀이와 언니와 책 읽고 연극놀이하기, 언니오빠와 떠나는 영어여행 등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책 읽고 놀며 노래하기, 왁자지껄 신나는 도서관 등의 프로그램은 어린아이들이 도서관, 독서와 더욱 친숙해 질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어른들도 물론 함께한다. 지역의 소외계층 가정에 직접 찾아가 독서를 함께하는 찾아가는 도서관을 매주 1회 운영 중이다. 또한,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과 가까이 위치한 재래시장인 은행나무시장에서 매주 1회 책수레로 떠나는 시장여행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주민들에게 책을 대여해주고 독서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함박웃음의 책모임도 계속되고 있으며, 찾아가는 도서관의 활동가들이 모여 책을 추천하고 함께 읽고 독서문화에 관하여 연구하는 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독서’와 ‘어린이’라는 큰 기둥을 가운데에 놓고 지역이라는 범주에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책 읽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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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에서 나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는 한 마을활동가는 자랑스럽게 “우리엄마는 은행나무 도서관 1기셔” 라고 말했다. 나와 동갑인 이 친구는 마을 안에서 마을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며 삶을 꾸려가는 방법을 배우는, 나와 같은 마을 청년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으니, 마을을 담는 생각의 깊이는 어른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역에서 아이들을 위해 손수 마음을 모아 솔선수범하셨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친구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지 금천구의 최연소 마을지기로 활동하며 힘쓰고 있다. 지난 세월 간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은, 회원들 간의 네트워크만을 이룬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대물려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어른들의 모습 아닐까? 동화를 읽는 어른들이 책 읽는 어린이들을 아꼈고, 책 읽는 어린이들은 커서, 다시 우리의 미래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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