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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9월] 강동구 여배우들의 모임, 마을극단 밥상

2014.10.21
마을공동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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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대문이미지

 

강동구 여배우들의 모임, 마을극단 밥상

 

마을로청년활동가 박상아

 

 

흔히들 마을하면 시골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사람들과 맺는 이웃사촌간의 끈끈한 정을 떠올리곤 한다. 현대사회에서, 더군다나 아파트가 빽빽한 이 도시에서 도대체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형성한다는 것일까? 우리는 바로 그 ‘마을’을 색다르게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 옛날 마을과 현대사회의 마을은 이미 그 구성부터 다른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도시 속에서의 마을의 형성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만 한다. 바로 그것은 관계망에서 출발할 수 있다. 도시에서의 마을의 바운더리는 이미 한정짓기 힘들다. 과거와 달리 교통편이 비약적으로 발달했고, 옆 마을로 가려면 반나절 혹은 하루가 꼬박 걸려 산을 넘어야했던 시절과는 달리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몇 십km 떨어진 곳도 많이 걸려봤자 한 시간인 것이다. 온라인은 어떤가. 이제는 오히려 처음 관계를 쌓기에는 온라인이 비교적 다가가기가 편하기까지 하다. 이를 보아도 도시에서의 마을의 형성은 단순히 어떤 물리적인 ‘동네’라기보다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관계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아도 좋겠다. 바로 그 관계망의 씨앗이 싹튼 마을, 속칭 강동구 여배우들(!)이 모인 마을극단 밥상이 어떻게 그 씨앗이 싹텄는지, 강동구 여배우란 말들이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파헤쳐보도록 하자.

 

밥상의 탄생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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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준비중인 마을극단 밥상 Ⓒ마을극단 밥상

 

밥상, 뭔가 참 친근한 어감이다. 밥상하면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반찬이 생각나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따뜻한 집밥이 떠오른다. 하지만 강동구의 마을 밥상은 음식을 만드는 곳도, 음식을 나누는 곳도 아닌 마을극단의 이름이다. 왜 ‘밥상’이라고 지었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아이들에게 만드는 맛있는 공연, 엄마들끼리 모여 아이들을 위해 만드는 밥상 같은 극단이 되고 싶어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 마을극단 밥상.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이름이다. 그래서 더 엄마와 어울린다.

 

밥상은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었던 엄마들의 작은 욕구,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로부터 시작됐다. 사회적경제 팀장이었던 남편덕분에 평소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았던 정가람씨는 남편을 통해 ‘주민제안사업’을 알게 되었고, 남편의 권유에 협동조합교육을 받으면서 마을극단 창단에 대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녀는 뮤지컬작가였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주부이면서 경력이 단절된 숨겨진 엄마들을 집중해서 모으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강동맘카페’에 글을 올렸을 뿐이었다.

 

“‘마을극단’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이세요!”

 

글을 올리기가 무섭게 강동구에 숨어있던 엄마들의 신청이 속속들이 들어왔다. 심지어 모인 엄마들은 단순한 엄마들이 아니었다. 삼남매를 자녀로 둔 엄마, 뮤지컬작가였던 엄마, 극단배우였던 엄마, 배우였던 엄마, 한국무용을 전공한 엄마, 음악을 전공한 엄마 등등 극단에 필요한 인재들이 맞춤형같이 삼삼오오 모집되었고, 나이대도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엄마들이 한 마음으로 모아졌다. 같은 ‘엄마’와 한국 사회 속에서의 ‘여자’라는 공감대가 있어서였을까? ‘동’에 국한되지 않고, ‘구’에 국한되지 않고 모였던 엄마들은(심지어 부산에서 포스터를 만들어 메일로 보내주겠다던 엄마까지) 나이와 지역에 상관없이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며 허물없이 친구처럼 지내기 시작했다. 아이를 등에 업고 연극연습에 몰두할 정도로, 그들에게 어떤 메마른 갈망이 간절히 들어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그렇게 마을극단 ‘밥상’은 13년도 가을, 주민제안사업으로 선정되어 강동구 최초의 마을극단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바로 이렇게 싹튼 밥상이 아주 성황리에 첫 공연을 끝내버릴 것이란 걸.

 

공연이 완성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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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준비중 Ⓒ마을극단 밥상

 

초기에는 먼저 발전적인 방향을 나아가고자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초기에 모였던 엄마들은 강의부터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연기획을 바로 시작한 게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잠시 휴면기 아닌 휴면기가 찾아왔다.(마을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이 시기를 극복한다면 진정한 마을의 정체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아마 아이들을 돌볼 시기가 겹쳐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우혜숙씨(마을극단 밥상의 일원)가 말하긴 했지만.

 

“저는 마을극단 밥상의 초기멤버는 아니에요(웃음). 제가 들어갔던 시기부터 다시 모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연을 위한 준비를 밟아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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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크는 우리’ 강일동 작은 도서관 내부모습

 

그렇게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가던 마을극단 밥상은 13년도 가을, 주민제안사업에 선정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다만 한참 뛰어노는 나이의 아이들 때문에 장소 대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엄마들이다 보니 아이와 함께 나오지 않고는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한 마을극단의 연습을 위해 연습실을 빌리기에는 주민제안사업 지원비가 턱없이도 부족했다. 더군다나 공연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데도 빠듯한 재정이었다.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다. ‘함께 크는 우리’ 강일동 작은 도서관이 공간특성 상 아이들이 자유롭게 소음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었고, 엄마들은 아이들을 어디 맡기지 않아도 맘껏 회의하고 연극 연습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엄마들이 모인 마을극단 밥상에 안성맞춤인 곳이지 않은가. 하지만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소리가 회의 때, 연극 연습 때 BGM이었다는 건 함정.

 

해님달님 공연, 그리고 엄마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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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해님달님 공연 Ⓒ마을극단 밥상

 

드디어 7월, 고대해왔던 강동구 여배우들의 데뷔공연 해님달님!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성황리에 마쳤다. ‘함께 크는 우리’ 도서관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꽉꽉 찾아왔다. 엄마들의 공연을 보러 작은 도서관에 하루에 무려 약 150명이 찾았다고 하니, 강동구 여배우들의 저력이 느껴지 않는가.

 

“공연이 끝난 후, 인상 깊게 보셨는지 6곳에서 찾아와서 공연을 해달라고 러브콜이 들어왔어요. 저희 마을극단은 10월에 2차 공연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찾아와달라고 해주신 분들을 다 초대해서 2차 때 할 저희 공연을 보여드리고, 다시 여쭤보려고 해요. 감사하죠. 불러주셔서(웃음).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마을극단 밥상은 단발적인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꽤나 그리고 있는 미래의 그림들이 있다. 장차 더 발전하면 협동조합으로 설립하고, 작은 도서관과 유치원을 순회하면서 공연하는 것이 그것이다. 엄마들을 위한 창작극으로 연극을 하면서 엄마들이 겪었을 아픔들을 연극으로 치료 하고자 하는 것 또한 그들의 꿈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건물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엄마들의 아이들도 길러주고, 회의도 하고, 같이 공연도 하는 그런 모임으로 이끌고 싶다고 말한다.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과정, 그리고 변화들

마을극단 밥상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까지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극단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엄마들이었지만, 극단보다는 엄마여야 하는 현실이 있었기에. 그런 ‘엄마들’이었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여 연습하기란, 그리고 약속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 남편이 반대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운영자금이 부족해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또한 공연을 할 콘텐츠와 공간이 부족해 부딪힐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벽들을 차근차근 부딪혀가며, 결국에는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순수하게 그들이 한 마음으로 뭉쳤기 때문이 아닐까. 함께였기에 극복할 수 있었고, 함께였기에 그들이 겪었던 경험들은 더욱 의미있었다.

 

“나와 다르게 살았던 한 사람 한 사람들을 대하게 되면서,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또 나이상관 없이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서로를 향한 마음을 열고나니, 나이를 뛰어넘는 또 다른 개념의 친구가 생겼죠. 덕분에 옆집 할머니와도 꽤나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어요(웃음). 여기 와서 산후우울증을 탈피했다는 엄마도 있었어요. 서로의 아이들도 ‘남의 아이’가 아닌 ‘우리의 아이’로 품을 수 있게 되었죠. 마치 다른 색깔이 모인 마을이 하나의 색깔로 어우러지는 듯한 느낌? 아, 이게 마을이구나. 이게 마을의 정이구나 싶어요. 힘들 때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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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상대로 리허설 중 Ⓒ마을극단 밥상

 

먼저 엄마였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생활과 경력 단절을 해결했으며, 그것들로부터 얻었던 스트레스들과 엄마였기에 겼었던 아픔들을 조금씩 해소하게 되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교육을 접목할 수도 있었다. 아이와 남편이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졌다. 전에 없었던 엄마와 아내를 인정함이 그들의 눈에 묻어난다. ‘강동구 여배우’도 사실 이렇게 탄생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엄마 강동구 여배우에요!’라고.

 

엄마들도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엄마들이 한 자리에 모여 꿈들을 이뤄가고 있는 과정 속에 있는 마을극단 밥상은 꽤나 우리에게 많은 인상을 심어준다. 모이기도 쉽지 않았을 그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하고, 연극을 준비하고 공연을 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고 끝까지 함께 버텨줬다는 점이 내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다.

 

엄마란 단어 속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현실들과 벽들에서도 당당히 맞서 도전한 강동구 여배우들. 강동구 여배우란 타이틀은 아이들의 자랑스러운 마음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은 그 친구들도 엄마들이 겪어왔던 벽들을, 그리고 그 벽들을 돌파하기까지 남들이 모를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느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더욱 자랑스럽다. 그리고 응원한다. 당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당신들의 노력이 언젠간 빛나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당신들을 통해 다른 엄마들이 위로를 얻고 힘을 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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