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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9월] 마을로청년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은평의 이소연, 나다~.

2014.09.20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2133-6341
월간마을 이미지

 

마을로청년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은평의 이소연, 나다~

 

마을로청년활동가 이소연

 

 

마을을 만나다.

2012년 늦봄 어느 날…

“○○엄마~,우리 같이 구청 가자~”

“왜요?”

“마을공동체 사업 설명회가 있대.”

“그게 뭐에요?”

 

그 봄 그 날 그 가벼운 대화. 이게 나의 마을에서의 삶이 변화 되는 시작점이다.

그렇게 구청에 따라가서 사업 설명회를 들었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 돈을 준다는 말은 기억이 난다. 이게 뭔데? 나라에서 하는 거야? 등등의 궁금증만 모글모글.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고 있으려니, 아직 ‘마을공동체’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의 하고 싶은 것들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생각나는 건 우리 아이들.

 

그때 우리 큰아들이 6학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아이들의 사춘기가 무엇보다 걱정이었다. 6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활동 한다는 게 쉽지 많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아직 다른 엄마 말은 잘 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가득한 고민들을 안고 주변의 엄마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쉽지 않았다. 생각한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너무 좋다~~.” 라는 답을 했지만 이내 한마디씩 더 덧붙이곤 했다.

“우리아이 학원가야 하는데…”

 

다들 중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함께 하기를 두려워했다. 학교 공부가 다는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살짝 힘이 빠지려던 그때, 둘째아이 친구 엄마들이 나의 손을 잡았다.

“그럼 우리 애들하고 함께해요~~.”

 

그렇게 해서 시작된 마을공동체 활동. 처음 도전하는 것이었음에도, 우리 사업은 구에서 하는 마을 사업에 선정되고, 또 서울시 부모커뮤니티에도 선정되었다. 두 가지 사업을 하며 엄청난 교육들을 들어야했다. 좀 버겁기도 했지만, 올바른 ‘부모’와 마을에서 살아가는 ‘나’에 대해 생각할 거리와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던 교육들. 교육을 들으면서 무엇보다 자각한 건, 그동안 내가 ‘나’로서 살아온 게 아니라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누구의 아내’로만 살아왔다는 것. 정작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소연’으로서의 내가 없었던 것이다.

 

그 과정들 속에서, 나의 생각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 뿐 아니다. 함께 하던 엄마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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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커뮤니티 사업 중 아이들과 책을 읽고 전래놀이 등의 독후 활동을 하는 모습        

▶엄마들이 함께 만든 그림자극

 

마을을 시작하다.

그렇게 마을에서 부모커뮤니티사업을 하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정작 마을공동체에 대해선 잘 몰랐다는 생각이다.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걸 하려면, 하라는 대로 하면서 우리가 하는 사업만 잘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속에서 정말 열심히 하긴 했지만, 막상 사업이 끝나자 허무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다시 해보고 싶었다. 회계가 힘들었다는 점만 빼면 얼마든지,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곳과의 네트워크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더 넓은 네트워크 없이도, 행정적인 지원이 없이도 우리끼리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졌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 뿐, 막상 부딪혀보니 결코 쉽지 않았다. 공모 사업의 지원금 없이 우리가 계속할 수 있는 끈이 약했던 거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당시는 조금 힘들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간을 마련해서 점점 더 활동을 확장해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지속되지 못한 마을 살이, 그렇지만 강렬했던 마을공동체의 경험. 본격적인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하지만 혼자 고민해 봐도 도무지 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방황을 하던 때, 동네 지인에게서 어떤 제안을 받았다. “마을로 청년활동가를 모집한다더라. 지원해 볼래?”

내가 찾는 게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말. 많은 생각과 의문이 떠올랐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래, 일단 해보자.

 

마을, 청년으로 접속하다.

그렇게 일단 일을 시작한 지금 주변의 반응. 우선 가족들도 나의 활동들을 응원해 준다.

큰아이는 둘째를 잘 챙기며 내가 힘들다 하면 자기가 먼저 나서서 집안 일 들을 돕는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엄마로 아이들에게만 정신 쏟으며 살았던 내게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손을 내민다.

남편도 “그래 한번 해봐~” 라는 뉘앙스로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신이 즐겁다면 계속 하라 한다.

 

주변에서도 내가 “마을공동체 관련 일을 한다.”, “은평마을지원센터에서 일한다.”고 하면 일단은 “그래, 그렇구나~” 하면서도 정작 그게 뭔지를 모른다. 주변이들 중 마을 사업을 한번 쯤 해본 이들은 “아~ 그런 게 생겼어?” 정도의 말은 하지만, 마을 살이를 모르는 이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헷갈려 한다.

고백하자면 사실 나도 아직 민관의 중간 지원조직이라는 말을 일반 주민들에게 설명한다는 게 조금은 어렵다.

 

내가 사는 동네는 응암역 주변의 주택가. 우리 집 골목은 항상 아이들이 북적인다. 우리가 사는 빌라, 우리 앞 빌라, 옆 빌라에 아이들이 골목에 나와 사방진도 하고 공도 차고 줄넘기도하고 자전거도 타고, 돗자리 깔고 소꿉놀이도 한다. 그렇게 놀다가 차가 들어오면 다들 일어나 돗자리를 안으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놓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동네에서 함께 한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오전 시간에 날씨가 좋을 때면 엄마들도 골목 빌라 주차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차를 마시곤 한다. 두 집이 시작해서 한 집씩 벨을 누르면 다들 한 가지씩 들고 나와 하나의 소풍이 된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날이면, 밤에 나와 배드민턴을 치거나 줄넘기를 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예전의 시골 마을 같다’라는 생각들을 하곤 한다.

우리 동네 골목에 사는 이들과 함께 마을공동체 사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바쁘기에 시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지만. 뭐, 하지만 굳이 마을 공동체 사업이 아니어도, 우리 골목은 항상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

우리 골목 입구의 슈퍼 아주머니는 우리 골목아이들을 다 안다. 골목에서 아이들은 어떤 프로그램 없이도 자연스레 친해지며 네트워크를 만든다. 매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오며 가며 골목에서 20-30분씩 이야기 나누고 그러다보면 아이들도 궁금해서 나와서 함께 뛰어 놀곤 한다.

서로의 벨을 누르며 같이 놀자고 불러내는 모습들이 예전에 동네에서 “누구야~ 놀~자”하며 부르는 것과 같고 저녁시간이 되어 한 아이의 엄마가 “○○야~, 어서 들어와.” 하고 들어가면 하나씩 집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들이 바로 내가 알던 예전 동네모습 같아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오곤 한다. 이제는 내가 청년활동가 일을 하다 보니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우리 아이들은 이미 다 놀고 집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모습을 지켜 볼 수가 없어 아쉽다.

 

아이들도 엄마가 일을 하니 한편으로는 좋은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아쉬워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을과 동네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함께 어울리는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제는 어느새 중2가 되어버린 큰아이. 마을 일을 하며 알게 된 주변의 청소년 공간들에 대한 정보들을 알려주곤 한다. 집 가까이에 있는 신나는 애프터와 꿈꾸는 다락방은 울 아이가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우리 집 주변에 이런 시설들이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같은 시간을 동네 공원에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배회하며 보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청소년 공간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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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골목에서 눈도 치우고 눈싸움도 했던 기억

 

마을, 청년으로 접속하다.

마을지원센터에서 일 하다 보니 내가 했던 부모커뮤니티 사업 뿐 아니라, 다른 사업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예전엔 몰랐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같이 나는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직도 궁금한 게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지만, 하나하나 풀어가며 천천히 마을 안으로 녹아들고 싶다. 내 주변에도 아이 셋을 키우며 열렬히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을 보면 난 얼마나 마을을 사랑하며 마을 안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였나?하는 반성이 들곤 한다. 아직 부족하다. 더 열심히 해야 해.

 

동네에서 주변의 많은 이들과 만나고 알고 지냈지만, 누구에게도 ‘마을공동체’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고 살아왔다. 열심히 이야기를 해도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평마을지원센터에서 일하다보니 나름 센터에 대해 여러 방법으로 홍보하고 알리고는 있지만, 만나는 주민들은 아직도 “마을 사업이 뭐지?” “마을공동체는 어떻게 하는 거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마을공동체’, 경험해보면 참 좋은데,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는 한계는 내가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에 비해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 유세 때 어떤 한 후보가 박원순 시장은 마을공동체에 너무 많은 세금을 쓰고 있다고 반박하며 나온 후보가 있었는데, 오히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이 ‘마을공동체’라는 게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게 돼서 궁금해 하는 이들도 있더라.

 

그렇게 마을의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특히 이번 마을 사업자 모니터링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나의 많은 모자란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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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근무 중. 직접 만나기도 하고 전화로도 하는 마을 모니터링

 

또 어렵게 준비한 마을 행사들에 오시지 않는 분들을 보면, 이렇게 좋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분들의 심정이 이해도 간다. 나도 예전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이렇게 응원하고 지지하고 도와주는 곳이 우리 동네에 생겼으니, 힘을 내고 멀리보고 함께 가자고. 비록 함께 어울려 재미있게 살자는 생각은 있어도 닥쳐오는 이런저런 어려움들에 지치기도 하지만, 그런 우리들을 위해 여기 마을지원센터가 있다고!

 

다시, 마을을 꿈꾸다.

나는 내년이면 만 40세. 이젠 공식적으론 청년이 아닌 나이.

내년에 난 과연 마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들곤 한다.

주변사람들에게 마을을 알리고 마을사업들을 계속해서 부추기는 일들을 해야 하나?

나도 마을사업을 하면서 더욱 더 마을사람들과의 관계망을 넓혀 볼까?

 

아직 고민들에 대한 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내년의 모습은 쉽게 그려지지 않지만, 어쩌면 예전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마을 지기는 내 사업만 열심히 하는 게 잘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아니까. 마을은 곧 사람이니까. 늘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더 풍성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걸아니까. 응원한다, 은평,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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