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 누리집 - 서울특별시



새소식

새소식

[월간마을 9월] 구로구 여성주민모임 김현주 님

2014.09.19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2133-6341
월간마을 이미지

 

구로구 여성주민모임 김현주님

 

마을로청년활동가 조경미

 

 

엄마의 눈으로 마을을 바라보다

20대의 끝자락,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 김현주씨. 요즘 세태에선 다소 이른 결혼생활을 시작한 편이긴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엄마이자, 유년시절은 물론 결혼 이후까지 쭉 구로에서 나고 자란 구로 토박이다. 미혼이던 그녀가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인생의 큰 언덕을 넘어오는 가운데, 삶의 터전인 ‘마을’의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아침이면 떠났다가 저녁이면 돌아와 잠을 자는 곳 정도로 여겼던 ‘우리 동네’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 가정을 이끄는 엄마가 되고 나서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엄마들은 직장에 다니지 않고서는 외부활동이 어려워요. 아이를 돌보아야 하고 가사일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활동을 한다고 해도 거리적인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서 마을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정작 동네에서 놀기가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더라고요. 여기 구로에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사설 문화센터나 주민자치센터에 각종 취미·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렇지만 빽빽한 커리큘럼이나 비용적인 부담은 전업주부들에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나’를 모두 실현하기란 생각만큼 녹록치 않았다. 특히 한 생명을 낳고 기르는 엄마가 되고부터는 육체적인 고단함과 정서적인 불안감이 혼재했다. ‘아이’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삶 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정답 없는 물음들을 풀 곳이 없어질 때쯤, 김현주씨에게 떠오른 것은 ‘마을’이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는 다른 이웃들, 나처럼 아이를 낳아 기르는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골목 어귀에서 늘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는, 유모차를 끌고 지나던 엄마들이 몇 있었어요. 약속하지 않았지만 거의 매일 봐온 엄마들인데, 사실 요즘 세상에 아무리 한동네 사람이라도 먼저 아는 척하고 인사하기가 어쩐지 쑥스럽잖아요. 그런데 이웃 엄마들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서, 저 자신에게 조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먼저 인사를 건네게 되고, 그렇게 한번 얼굴을 트고 나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불씨처럼 관계가 번져가기 시작했어요. 삼삼오오 만나며 신랑 흉도 보고, 아이들 키우다 지칠 때 함께 한숨 쉬고 위로도 하면서…. 육아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오래 만난 친구보다 더욱 공감 가는 얘기들이 많았어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버거울 때마다, 그것을 같이 짊어지고 간다는 느낌에 크게 위안이 되고요.”

 

 

구로시장의 불기 시작한 새 바람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 김현주씨도 둘째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경력이 단절되었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대부분의 여성들은 가사일 이외에 외부활동을 다시 시작하는데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설사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가사와 바깥일을 모두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직장인 기혼여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와 눈총은 가혹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머뭇거리기를 몇 번, 그러나 비슷한 생각을 하는 몇 명의 엄마들과 관계를 트고 나자 무엇인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혼자였다면 어려웠을 발걸음은 둘, 셋이 함께 걷는 가운데 가볍고 빨라졌다.

 

첫 시작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을 모아 좋은 패브릭을 직접 골라 내 아이가 직접 입을 옷을 짓는 일이었다. 솜씨가 있는 다른 엄마는 핸드메이드로 리본을 만들어 그럴듯한 액세서리를 만들기도 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모인 손길들, 그 여문 손끝 에서 평범한 물건들도 맵시 있게 완성되었다. 품목도 점점 다양해져서 현재는 천연비누, 여름날 골칫거리인 모기 퇴치를 위한 천연 스프레이, 화장품까지 만든다.

 

1 2

 

구로에는 두 개의 큰 재래시장이 있다. 남구로시장과 구로시장. 남구로시장은 재래시장 중에서도 활성화가 잘 되어있지만, 상대적으로 죽어있던 구로시장은 주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화재로 죽은 공간이 되어있는 구로시장 공터 한 편으로 김현주씨를 비롯한 엄마들의 눈길이 닿았고, 그렇게 구로 벼룩시장의 막이 열렸다.

 

“시부모님이 구로시장에서 오래 장사를 하셨어요. 늘 마음 한구석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죽어버린 구로시장을 더욱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었죠. 그러다 우리가 만든 물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벼룩시장으로까지 생각이 다다랐어요. 저희가 만드는 물건이 주로 유아용품 위주라서, 기존의 상인들께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주부들의 발길을 끌기에 아주 적합하겠다 싶었거든요.”

 

3 4

(좌) 구로 벼룩시장, (우) 구로 별별시장의 모습

 

구로시장에서 벼룩시장을 한번 두 번 운영하다 보니, 구로별별시장을 운영하는 <구로는 예술대학> 친구들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청년공동체 <구로는 예술대학>은 구로구민은 물론 각계 예술가, 마을기업 등 구로를 생활 터전으로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로의 축제 별별 시장을 운영한다. 각 가정의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벼룩시장과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각종 예술문화공연, 맛있는 먹거리시장까지 구로의 지역문화축제를 만들어가는 청년들과의 만남은 김현주씨를 비롯한 구로 여성모임에 일종에 터닝 포인트가 됐다.

 

점점 많은 관계를 쌓아가고 다양한 활동들로 이어지는 마을살이를 통해 처음 육아에만 몰두하던 삶은 어느새 변해가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니 힘든 줄도 몰랐다. 밝고 활기찬 엄마의 모습은 자녀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가운데 이웃 간의 끈끈한 정이 쌓여갔다.

 

“저희가 모이는 인터넷 카페(https://cafe.naver.com/healingmombaby)가 있어요. <힐링 카페>라고 불리 우는 이곳은 회원 50명 정도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운영되는 가상공간입니다. 여기에 공지도 올리고, 각종 소모임 활동 상황을 공유하고 있어요. POP 손글씨를 배우기도 하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쿠킹 클래스에서 머핀을 만들기도 하고요. 문화센터가 서로의 ‘집’이 되면서 좋은 점이 많이 생겼습니다. 관계가 촘촘해지고, 진짜 ‘이웃’이 생겨난 느낌이라고 할까요?”

 

지금 가장 절실한 것?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

 

5 6

(좌) 벼룩시장을 준비하는 엄마들 (우) 직접 물건을 사고팔아 보는 아이들

 

서넛이 모였던 수공예와 벼룩시장의 규모가 커져가는 동안, 모든 것이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재미와 봉사로 시작했던 모임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문제가 생겨나기도 하고, 애초에 수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웃끼리의 교환 개념으로 시작했던 벼룩시장이 상업적으로 악용될 뻔 했던 위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자생적으로 모인 엄마들의 첫 마음이 힘을 내어 힘든 순간을 이겨냈지만, 모임 참여주민들이 늘어나고 비용이나 운영에 대한 지식의 고갈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운영이 버거워진다 싶을 때쯤, 구로마을생태계지원단과 구로구청 관계자 등 다양한 영역의 마을 사업자들 간의 만남이 이루어졌어요. 저희가 그동안 몰랐던 마을상담가, 마을기업 등의 대한 정보도 많이 얻었고요. 기관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가운데 ‘내가 정말 마을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지역주민으로서 처음에는 갖게 되는 정부나 관계 기관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많았는데, 모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인 정보들을 거들어 주시는 손길을 느끼며 현재는 내년 4월 마을기업 창단을 목표로 할 만큼 큰 욕심도 생겼습니다. 지역주민으로서 나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행정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랍고 기분 좋았어요.”

 

그렇지만 아무리 제도적인 노력이 꾸준히 뒷받침된다 해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짐은 여전히 무겁다. 적은 출산율이라고 부르짖는 매체가 야속 할 만큼 막상 낳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행정적인 편의가 가가 호호 빠짐없이 미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 게다가 아무리 잘 정비된 시스템 속에서도 나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삶은 외로움과 절망, 좌절, 슬픔과 같은 불청객의 등장에 영락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인생의 쓸쓸함을 행정이 오롯이 구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다만 흩어진 이웃들이 튼튼해지는 가운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 힘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의 불합리함을 꼬집는 일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함께 할 이웃, 그들과의 촘촘한 관계 만들기 일 것이다.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댓글은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서울시 정책에 대한 신고·제안·건의 등은
응답소 누리집(전자민원사이트)을 이용하여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이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등에 해당되는 경우
관계 법령 및 이용약관에 따라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