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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8월] 아빠, 같이 가! 구로구 천왕초 아버지회 '아빠와 함께하는 캠핑'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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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133-6341

월간마을 이미지

 

 아빠, 같이 가! 구로구 천왕초 아버지회 '아빠와 함께하는 캠핑'

 

마을로청년활동가 조경미

 

 

바깥일에 치여 아이들의 자는 얼굴이 더 익숙한 바쁜 아빠.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가사와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짧게나마 휴가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빠와 함께하는 캠핑>의 탄생

2013년 7월, 구로구 천왕 초등학교 학부모회에서 머리를 맞댄 아빠들의 묘안, ‘아빠와 함께하는 캠핑’은 성공적이었다. 첫 참가 신청을 받았던 작년 여름, 학교운동장 수용인원인 최대 30가정(90여명)을 넘어 총 110가정이 신청을 하는 바람에 참가 가족을 추첨을 통해 뽑았다. 당첨이 되지 못한 가정의 한탄이 여기저기서 나오자, 생각보다 많은 가족이 아빠와의 시간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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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의 호응은 최고죠. 처음엔 아빠들이 아이를 데리고 하룻밤을 보낸다고 하니까 이게 웬 꿀 같은 휴가냐며 즐거워하더니, 나중에는 아이는 잘 데리고 있는지, 밥은 어떻게 만들어 먹는지 못미덥다며 함께 오고 싶어 하더라고요. 덕분에 <엄마 출입금지>라고 입구에 써 붙여놓기까지 했다니까요.(웃음)”

 

한정된 예산을 극복하고 아빠와 아이 간의 교류를 원하는 더 많은 가족들을 위해 캠프를 지속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렇게 2013년 하반기,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중 하나인 ‘부모커뮤니티’에 문을 두드린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회성 모임이 아닌 정기적인 자녀와의 체험활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했던 캠핑이 점점 교외나 ‘외갓집 체험’과 같은 테마를 가지고 다채롭게 운영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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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밥을 짓고, 고기를 굽고, 계란말이에 두부까지 부쳐내는 아빠들. 다 먹은 그릇들을 깨끗이 닦는 것도 모자라 개수대 청소까지 하는 설거지 신공(?)도 발휘했다. 풍성한 식사가 끝난 후엔, 본격적으로 맘껏 뛰어노는 미니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아빠와 아이가 손을 잡고 이어달리기를 하고, 조별 모둠을 짜서 신문지 놀이도 하고, 뛰노느라 흥건한 땀을 식힐 겸 물총싸움도 했다. 옷이 흠뻑 다 젖어도 싱글벙글인 아빠들. 아이들의 익살스런 물총세례를 받다가 문득, 이렇게 뛰어다니며 놀아본 것이 언제였는지 아득해지며 유년의 옛 생각도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향해 저 멀리서 뛰어오며 안기는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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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예전보다는 인성교육에 관한 사회적 함의가 많이 이루어진 편이라 교육 현장이나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분위기는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학교 교육이 아무리 새롭게 바뀌어도 가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허사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건강한 가정 만들기는 부모와 자녀, 어느 한 쪽도 소외되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바깥일 한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이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나보다 아내와 훨씬 더 친밀한 아이를 보는 게 덜컥 겁이 날 때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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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빠와 아이들이 몸을 부대끼며 노는 동안, 부자녀간 친밀도는 어마어마하게 높아졌다. “숙제는 다 했니?” “네.” 늘 짧고 일상적인 대화만 오가던 소통의 깊이가 달라진 것. 캠핑 이후, 자녀와 학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내친김에 <교장선생님과의 호프데이> 까지 진행하며 다른 아빠들과 함께 하는 재미까지 덤으로 얻은 아빠들. 육아에 한발 짝 물러나 있던 아빠들은 그렇게 점점 ‘부모’라는 첫 마음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아빠가 변하면 마을도 변한다.

천왕동이 그야말로 ‘살기 좋은 마을’이 된 것에는 ‘아버지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천왕초등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천왕동에 사는 아이들로만 구성되어있어 아버지회의 활성화가 덩달아 아빠들을 이웃사촌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일조한 것. 도시 주거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한 아파트가 관계의 단절을 부추긴다고들 하지만, 생각을 전환하면 제한된 공동 주거 공간 덕분에 서로 물리적인 거리는 더욱 줄어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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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층간 소음이나 기타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문제들에 있어서 감정싸움 없이 서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아버지회’ 활동이 가져온 생활 속 작은 변화인 것 같네요. 윗집 아이가 좀 뛰어도 그 아이가 제 아이 친구고, 함께 캠핑을 하며 뛰어논 이웃인데요 뭐. (웃음) 물론 아는 사이이기에 서로 더 배려하게 되기도 하니, 동네 분위기가 정답게 확 바뀌던걸요.”

 

내 아이를 안기 위해 두 팔 벌린 아빠들의 품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3500세대가 사는 주거지구인 천왕동, 이웃 간의 이루어지는 소통과 화합은 나와 내 가족의 ‘신나는 마을살이’ 라는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다.

 

함께 성장하는 아빠와 아이들

부자녀간 관계 맺기가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천왕초등학교의 학부모회장 오인환씨. 아직 아이들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무뚝뚝한 아빠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뜻밖에 아빠도 함께 ‘커나가는 중’임을 인정하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다.

 

“저희 천왕초 아버지회에는 30대의 젊은 아빠부터 50대에 늦둥이 딸을 본 ‘딸 바보’ 아빠 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빠들이 있어요. 처음엔 서로가 어색하니 머뭇거리기도 하고, 대면 대면하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 그 하나로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벗이 되어줄 수 있었어요. 아이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군림하는 아빠가 되고 싶지 않은데, 그렇지만 당장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좋은 아빠노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다 비슷했거든요. 사실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저부터가 아이에게 배우고,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걸요? 날 때부터 부모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겠습니까. 다만 고민할 수 있고, 그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있어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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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달리기와 천왕산 보물찾기, 물총놀이로 노곤해진 텐트 속 밤 시간. 아빠와 아이들이 까만 밤하늘을 베고 눕는다. 혹시 벌레에 물릴까 잘 자리 구석구석을 살피고, 낮에 뛰다 넘어진 아이의 무릎이 괜찮은지 살뜰히 살피는 아빠. 먼 훗날, 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아빠는 어떤 모습일까? 자라고 또 자라 나의 아빠가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슈퍼맨은 아니었다는 것, 늘 커보였지만 때론 많은 것이 두렵고 외로웠을 아빠의 인생을 가늠할 수 있을 즈음. 그러나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나를 돌보던 빛나는 눈동자. 영원한 나의 영웅, ‘아빠’와의 나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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