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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8월] 특별한 아빠들의 특별한 마을, 성동구 '마장초 아버지회'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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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이미지

 

특별한 아빠들의 특별한 마을, 성동구 '마장초 아버지회'

 

마을로청년활동가 조경미

 

 

체득의 힘

토요일 이른 10시,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성동노인복지관 3층에서 작은 수업이 열렸다. 바로 <어르신 스마트기기 교육>. 어르신들이 도무지 다루기 어려운 스마트폰의 사용법을 교육하는 이 시간은 아이와 아버지, 마을 어르신까지 3대가 함께 하는 교류의 장이다.

 

소문을 알음알음 듣고 오셨다는 한 어르신은 수원에서 이곳 마장동까지 오셨다고 하니 그 열정이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 특별한 교육을 마련한 주최가 바로 ‘마장초 아버지회’(이하 마부회). 정성스런 PT 자료를 토대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어르신들 옆에 앉은 초등생 아이들이 직접 어르신들의 실연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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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문의사항 때문에 상담원을 연결해서 통화를 하다보면 주민등록번호를 누르라고 하지요? 스마트폰은 숫자판이 따로 없고, 통화중에는 화면에 아무것도 뜨지 않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여기 화면에 다이얼을 누르시면 돼요. 아, 핸드폰을 끄지 마시구요, 거기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숫자판이 나와요.”

 

꼬마 선생님과 할머니 제자라니. 유쾌한 표정에 한 어르신은 잠깐 아이가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자리를 비운 새 “우리 선생님 어디 가셨어?” 하며 찾으시는 바람에 주변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인보다 기계의 대한 거부감이 없고 디지털 학습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자기기를 잘 다룬다는 점에 착안해서 이 교육을 시작했다. 인생에서 아직 누굴 가르치기 보다는 가르침을 받는 데만 익숙한 아이들은, 동네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리고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아는 것을 나누고, 타인을 돕는 마음을 체득한다.

 

 

꿈이라는 씨앗을 심는 아빠들

끊임없는 경쟁 속에 살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 적어도 주말만큼은 과중한 학업보다 아빠와 뛰어 노는 유년시절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아빠 15명이 모여 2010년 4월 ‘마부회’가 결성되었다. 결성 초기에는 마장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아버지들로 구성된 모임의 성격답게 학교 활동을 돕는데 집중했다. ‘안전지킴이’ 활동이 대표적이다. 마장축산물시장내에 위치하고 있는 마장초등학교의 특성상 이륜차나 냉동 탑차의 운행이 잦았고 안전문제가 대두되자 아빠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경찰복과 같은 유니폼을 챙겨 입고 현재도 ‘마부회’ 아버지들은 매일 아침마다 교통수신호를 전담하는 마을의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밖에 ‘교내 바자회’, ‘진로활동 도우미’ 등, 그동안 엄마들의 영역으로 한정되어 있던 학교 일에 점차 아빠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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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27명으로 회원이 늘더니, 2014년 현재 52명으로 모임의 덩치가 제법 커졌다. 하는 활동도 학교 행사 참여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1박 2일로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부자녀 캠프’와 성동구민 대상 아버지 아카데미인 ‘성동 아버지학교’를 운영하고, 학교와 지역 내 시설에 대한 환경 봉사는 물론 앞서 소개한 ‘스마트기기 활용교육’이나 ‘티볼 지도’와 같은 재능기부까지, 아빠들의 발걸음이 마장동을 넘어 점차 성동구로 그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는 주변 노인정과 성동노인복지회관에 사골을 기증하는 등, 마을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의 대한 봉사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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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워크숍에서는 전문 강사를 초빙해 <공감수평토론>의 대한 교육을 받았다. 자녀들과의 기분 좋은 대화를 원한 아빠들의 뜻이 모인 결과였다. 여기저기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 그러나 가정 내에서는 사춘기만 지나도 아빠와의 대화를 어색해하는 자녀들이 많고 그렇게 성인이 되면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가 단절된다. 아이와의 꾸준하고 유익한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아빠들의 열정으로 하여금 워크숍에서는 진지한 교육시간이 계속되었고, 실제 만족도도 엄청났다. 평소 “이렇게 해, 이건 하지 마.”를 이야기하던 아빠들의 딱딱한 어법이 부드럽게 바뀌자, 자연스레 아이들의 입에서 다양한 고민이 나왔다. 자연스레 아빠들은 아이들의 생각에 한발 짝 다가가게 되면서 가정 내 분위기가 엄청나게 개선되었다고.

 

“가장 많은 변화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타납니다. 유난히 수줍음 많던 아이, 등굣길에 늘 고개를 푹 숙이고 터덜터덜 걷던 아이가 아빠와 같이 모임에 참여하고 나서부터는 걸음걸이부터 달라졌어요. 매일 아침 안전 도우미를 하느라 도로에 나와 있으면, 그 녀석이 이제 먼저 안녕하세요! 하고 씩씩하게 인사도 하구요. 아버지와 함께 캠핑이나 각종 교육,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교성이 개선되고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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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자녀가 함께 하는 '부자녀 캠프'를 통해서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많이 바뀌었다. 아빠와의 유대를 단단히 다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통 동급생으로 한정된 교우관계가 함께 캠프에 참여하는 아버지-자녀들의 만남의 장이 됨으로서 상급생, 하급생들과의 결속력 다지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도시가 아닌 지방에, 단위가 작은 학교들은 그래도 학교 구성원들끼리의 교류가 잘 되어있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도시의 학교들은 확실히 관계의 폭이 매우 협소합니다. 같은 학년, 같은 반 정도의 수평적 관계만 있는 것이죠. 초등학교에는 학년별로 6개의 수직적 계층이 존재하는데 사실 선·후배간의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이것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마부회’에 참여하는 아버지와 그 자녀들끼리는 서로 모두 친구가 되지요. 동생들은 든든한 형, 누나들이 생기니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붙고, 고학년들은 저들 나름대로 저학년들을 다독이고 격려해주면서 의젓하고 뿌듯한 마음을 갖고요. 그렇게 점점 서로간의 경계를 줄여나가는 것, 손길이 미치지 않는 아이들을 줄여나가는 것, 아버지회가 추구하는 실질적인 목표는 바로 그것입니다.”

 

 

또 다른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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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직장생활로 시간 할애가 쉽지 않은 아버지들이 자조적으로 모여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마부회’의 모범적인 활동은 2013년 학부모단체 교육 참여 우수사례로 꼽혔고, 서울시 부모커뮤니티 사업에도 선정되어 14년 현재도 참여 중이다. 게다가 아이를 좋은 자녀로 키우기 위해 의미 있는 시간들을 많이 할애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기 시작하자 무르익은 그 돌봄의 마음을 차차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싶은 욕구가 가슴 깊이 번져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변화는 물론 놀랍고 감사한 일이지만,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이 활동에 참여하는 아버지들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다는 것이죠. 자녀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일이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방편이었다면, 활동이 거듭될수록 바로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달라지게 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낍니다. 학교 안에서의 활동, 자녀들 간의 활동을 넘어 취약계층 봉사나 재능기부를 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이구요. 아빠와의 시간을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자부심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점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고픈 욕구가 생겼어요. 돕고, 나누는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나 자신의 가치, 그리고 만족감은 일상에 치여 무기력한 중년의 우리들에게 굉장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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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회’의 가는 길이 처음에는 학교나, 자녀 교육 같이 한정된 보폭에서 점점 더 마을과 공동체의 대한 고민으로 넓어지는 이유는 내 아이가 자라날 터전,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기반이 마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민운기 회장은 마장초등학교를 넘어선 가칭 ‘성동구 아버지회’를 조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가 발 딛은 고장에 대한 애착이야말로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씨앗이 되리라는 아빠들의 확신. 그 귀중한 마음들이 모여 있는 성동의 푸르른 내일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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