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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8월] 맛있는 삶을 위한 어떤 레시피 '아빠맘 두부'

201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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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삶을 위한 어떤 레시피 '아빠맘 두부'

 

마을로청년활동가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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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방법 : 마을에서 시작하기

그는 중년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많은 고민을 했는데, 결국 이 문장으로 시작하기로 한다. 여전히 한국에선 “가정을 책임지는 남자로서의 아버지”라는 관념은 강고하기만 하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우리의 중년 남자들에겐 직장에서 맡은 직책으로서, 또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거의 유일하게 강요되는 정체성이기도 하고. 때문에 중년의 남자가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평이한 서술은, 바로 그 ‘아버지’라는, ‘아버지’여야 하는 이름의 무게로 인해 문제적인 것이 되고 만다.

 

그를 만난 것은 ‘아빠맘 두부’에서 였다. 소담한 동네 거리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곳, 지역에서 두부를 만들어 팔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자 마을기업, 정갈한 로고 그림과 글씨가 인상적인 곳. 최근에야 알게 된 그곳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은 그 정도였다. 두부를 좋아하다보니 아직 먹어보지 못한 그곳의 두부 맛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밖엔 사실 특별한 기대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난 미처 의식하지 못하던 어떤 고민과 어렴풋하게나마 마주해야했다. 어쩌면 이건 그 고민에 다가가 보려는 무수한 시도들 중 하나이다.

 

‘아빠맘 두부’가 문을 연 것은 2012년 연말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박치득 씨는 동네에 사는 비슷한 나이대의 아버지들과 함께했다. 모두들 그 전부터 하던 일들을 그만둔 상태였고, 한편으로 오랫동안 지역에서 함께 활동해온 이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을, 마을에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것을 하자는 고민으로 옮겨갔다.

은평에서 30년 정도 살았고, 그 중 10년 정도를 생협이나 시민회를 통해 활동해 온 시간 덕분이었을까, 그들의 고민은 곧 그간 동네에서 교류해왔던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고민이 되어 무게를 나눠가지게 되었다. 곧 그들의 고민은 마을 기업을 하자는 것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자는 것으로 나아갔다.

 

마을에서 그동안과 다른 삶을 살기위한 아이템으로 아버지들이 선택한 것은 두부였다. 두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가벼운 사 먹을 수 있는 작고 하얀 음식. 그들이 두부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역시나 삶에 대한, 마을에서의 삶에 대한 고민이 담긴 대답이 전해왔다. 두부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고 반복해서 먹는 음식이며, 한편으로는 로컬 푸드에 무엇보다 어울리는 음식이면서도 대규모 자본에 의해 맛을 잃은 아이템이라는 것.

하긴 그랬다. 지금에야 ‘두부’하면, 대기업의 마크가 찍힌 포장 두부가 떠오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동네 골목 어귀마다 종을 딸랑거리며 두부를 파는 두부 장수들이 있곤 했다. 혹은 재래시장에서 그날 만든 따끈한 두부를 늘어놓은 할머니들을 만나기도 쉬웠고. 두부는 그런 음식이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에 그들은 다시 두부에 대해 고민했다. 지역에서 생산되고, 지역에서 소비되는 음식. 생산과 소비의 떨어진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음식. 그래서 이동과정에서의 변질을 막기 위한 처리로 인해 본연의 맛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음식. 그렇게 생긴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음식. 그런 음식으로서의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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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고민 속에서 출발한 두부는 네트워크 안에서 태어났다. ‘아빠맘 두부’라는 이름은 마을 주민들에게 공모해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몇 달 전부터 두부는 마을 주민들에게 맛을 테스트 받아가며 최적의 맛을 찾아갔다. 지금도 두부는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간다. 지역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면 아버지들은 두부를 들고 찾아가 참여한다. 지역 브랜드라는 캐릭터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지역 안에서만 판매하며 지역의 일들에 대해 고민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두부, 그리고 그 두부를 만드는 아버지들. 아버지들은 말한다. 든든한 ‘지원세력’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이 두부는 개인이 만든 게 아니라 네트워크 안에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네트워크의 도움이 있었기에,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방법 : 힘들지만 재미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낭만적으로 얘기하긴 했지만, 두부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뜨거운 불을 떼고 찬찬히 익히고 응고해야하는,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도 하루 동안 만들 수 있는 양은 많지 않다. 만든다고 끝이 아니다. 아빠맘 두부의 주요 판매 루트는 배달이다. 정기적으로, 혹은 수시로 아버지들은 아이스 팩과 함께 두부를 두부 상자에 꾹꾹 눌러 담아 은평의 곳곳으로 배달을 나간다.

 

육체의 고됨만이 아니다. 마을에서 두부를 만드는 회사를 해나가는 것에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뒤따른다. 대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두부를 만들다 보면 많은 양을 만들 수 없고, 철저하게 계산하지만 혹여 예상한 것보다 많은 두부를 만들면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다. 주식회사 형태라 마을기업 사업에 의해 지원을 받기도 힘들다. 주민들에게 이미 익숙한 대기업의 두부에 비해 홍보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고, 두부를 사기 위해 일부러 매장까지 오거나 주문을 해 두부를 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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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어려움들은 모두 아버지들이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것들이다. 아무리 네트워크가 지원세력으로서 존재한다고 해도, ‘당사자들의 문제’라는 건 또 다른 질감의 것일 수밖에 없다. 넌지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래 해야 맛이 제대로 나니까.” 대수롭지 않게 나온 대답에 나도 모르게 살짝 민망해진다.

 

힘든 것 모두가 두부를 만드는 것에 있어 하나의 재료라는 얘기였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하는 것 자체는 재미있다는 얘기를 그가 덧붙인다. 작은 마을기업이다 보니 입소문이라는 홍보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맛있다” “속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통해 점점 더 아빠맘 두부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게 소소한 재미라고 한다. “두부 맛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고생하는 게 충분히 잊혀질 만큼의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고. 내 앞에 선 남자에게서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과 함께 두부 장인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얼굴에, 자신이 만들고 있는 두부에 대해 얘기할 때면 은은히 번져 오르는 미소를 보는 게 어쩐지 익숙한 한편으로 생경하다. 차마 던지고 싶지 않았지만, 주체할 수 없이 피어오르던 질문들을 던져본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게 불안하진 않았느냐고. “뭐든 불안하지 않겠어요.” 우문현답.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그는 이야기했다. 결국 다 선택의 문제라고. 하고 싶은 거니까, 의미 있는 거니까, 꿈을 꿀 수 있는 거니까. 돈은 못 벌지만 결국 감당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선택의 문제 아니겠냐고. 너무나 쉬워 보이는 말에 마음 한 켠은 못내 일렁이기만 했다.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방법 : 꿈을 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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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꿈을 꾼다. 아빠맘 두부가 지역 내의 브랜드로서 자리 잡는 것을 꿈꾼다. 지금도 그 꿈을 위해 대기업의 광역 브랜드들과 맞서고 있다. 모두가 ‘두부’하면 팩에 담긴 대기업 브랜드를 떠올리는 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살짝 아찔해지는 기분 속에서 내 입은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읊조리던 질문들을 이야기한다. 가족들이 반대하진 않으셨나요? 지나치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생각은 안 드셨나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진 않으시던가요?

 

그들은 마을의 두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일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한 가족의 아버지들이기도 하다. 앞서 의문을 던졌던, ‘아버지’라는 이름에게 강요되는 “책임뿐인 정체성”을 나 역시 알게 모르게 그에게 던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사실 가족들 역시 비슷한 질문을 갖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얘기한다. 흔한 주변의 시선들, “고생하는 건 알겠는데, 왜 저렇게 고생을 사서할까”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의 대답은 역시나 생각보다 쉽게 간결한 모양새로 나왔다.

 

“꿈을 꾸잖아요.” 직장은 꿈을 꾸는 곳이 아니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일 뿐이라고. 현재 사회를 움직이고 있는, 사실은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 어떤 논리들로부터 벗어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즐겁다고. 그의 말에 격하게 끄덕이며 공감했지만, 고백하자면 최근의 난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의견에 진심으로 동의하는 것에 조차 자신이 없다.

 

그는 꿈을 이야기한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힘들고 보수가 많지는 않다보니 젊은 친구들이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지금은 아버지 넷이서도 움직여갈 수 있는 규모다보니 어렵지만, 언젠가 조금 더 규모를 더 키워 꼭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그에게 그 때가 되면 면접을 보러 오겠다는 말을 건네고, 지역의 청년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실 난 얼른 밖으로 나가 찬바람으로나마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일과 삶의 지난한 간극. 우리도 모르게 우리 몸 깊숙이 박아 놓은, 타인에 의해 주어진 꿈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철부지의 변명으로만 여기게 만드는 사회. 꿈꾸는 법을 잊은 사람들.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사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일이 삶에 대한 억압자가 아닌 것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런,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어느새 점점 먼 미래를 보기 힘든 채 하루하루 급급하며 살아가고 있던 어느 오후, 아빠맘 두부를 만났다. 재밌는 삶을 위한,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한 어떤 대답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다시 한 번, 나도. 믿고 싶었다. 꿈꾸고 싶었다. 서른 살의 청년이 환갑을 바라보는 아버지들을 보며 그런 읊조림을 내어 뱉고 있었다. 잊고 있던, 잊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싶던 어떤 것들을 향해.

 

내 고민의 무게를 살짝 담아 전하긴 했지만, 일단 아빠맘 두부는 맛있다! 무엇보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쌈짓돈을 꺼내 사서 쫄레쫄레 들고 동네 친구들이랑 나눠 먹은 두부는 정말 맛있었다. 평소 두부를 좋아하는 내 믿음대로, 특별한 요리 없이 그냥 먹어도, 아니 그냥 먹어야 느껴지는 그 맛. 어쩌면 나눠 먹어서 더 맛있었을 것이다. 마을에서 아버지들의 고민과 꿈, 그리고 삶이 담겨있어서이기도 하고. 다시 한 번 그 맛을 떠올리며, 마을에서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삶을, 그리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꿈꿔보고 싶은 우리 모두를 응원해본다. 힘내라, 아빠맘 두부! 그리고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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