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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7월] 봄 안녕, 음악회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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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안녕, 음악회

 

마을로청년활동가 피쉬

 

 

#0. 프롤로그

01

봄이다. 오랜만에 찾은 아파트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바람이 살살 불고 햇살도 내리는 게 정말 봄이다. 겨울이 왔다 간 자리에 이제는 뽀송뽀송한 꽃들과 아기 풀들이 색색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 성산 영구 임대 아파트에 갑자기 나타난 우리. 그리고 1년을 남짓한 시간동안 이리 저리 쏘다니면서 때로는 열심히 때로는 빈둥빈둥 놀았더니 겨울이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우리와 커다란 건물과 사람들 사이에는 고운 정, 미운 정 그리고 알 수 없는 정들이 꾸물꾸물 피어났다.

 

"안녕, 안녕하세요."

 

아파트를 잠시 떠나 겨울방학을 가지겠다고 했다. “다시 오는 거지?” 라고 묻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이듬해 봄에 다시 찾아오겠다며 약속 아닌 약속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시린 겨울을 가졌다.

 

이제는 다시 봄. 아파트를 둘러보며 조심히 인사를 건네 본다.

봄 안녕? 아파트 안녕?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 모두들 잘 지냈나요.

각자의 추위를 견뎌낸 우리가 방학을 끝내고 다시 찾아 왔답니다. 모두들 그 동안 명랑하셨나요?

 

 

#1. 늦봄. 작당하기 좋은 날

02

어떻게 아파트에 우리가 다시 찾아 왔다는 걸 알릴까. 겨울동안의 빈자리를 깨울 수 있는 따듯한 개학식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네 평상에 둘러앉은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흠. 각자들의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때. 한 친구의 왈

 

“음악회를 해보는 게 어때? 아파트에서 봄 음악회를 하는 거야. 명랑하고 좋잖아.”

 

봄 음악회? 괜찮은데? 작년에 만났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초대하는 음악회를 해보자. 그래! 모두가 동의했고 그렇게 컨셉이 잡히니 계획은 일사천리로 짜여졌다. 그럼 디데이는 다음주 금요일. 각자 맡은 파트 알지? 좋아 준비해보자고. 늦봄 4월의 어느 날. 아파트에서 다시 놀아보자는 우리의 작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디데이 날 아침, 근처 공방에서 음악회의 느낌을 살려줄 문패를 만들기로 했다. 나무판자를 보기 좋은 사이즈로 자르고 아크릴 물감으로 쓱쓱 칠하니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나는 근사한 문패가 되었다. 음악회에 초대한 공연자들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이 담긴 문패도 만들었다. 뚝딱뚝딱 하니 어느덧 점심때가 훌쩍 지났다. 명랑 수레에 음악회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을 담고. 아파트 사람들에게 나눠줄 떡도 챙겼다. 이것저것 올리다 보니 수레는 이미 준비물품들로 한가득!

 

 

 #2. 디데이, 놀아볼까?

03

수레를 끌고 성산아파트 104동 앞 놀이터 평상에 자리를 꾸렸다. 일단은 짐을 내려놓고 저녁 무렵에 하는 음악회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1층, 2층 아파트 주민 분들에게 요 앞 놀이터에서 음악회를 하니 구경 오시라고 떡이랑 초대장을 돌렸다.

 

“어머~ 이런 것도 해.”하며 구경 가겠다는 주민 분들도 계셨고 그냥 흠흠하고 들어가시는 주민 분들도 계셨지만 다들 신기해 하셨다. 이제 떡도 다 돌렸고 놀이터를 무대로 꾸미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놀이터 풍경과 봄이 만나니 아무것도 안 해도 포근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의자와 마이크 스탠드만 가져다 놓았는데도 참 예뻤다. 컵에 물을 담아 초를 띄우고 무대에 두르니 봄 무대의 감성이 물씬 풍겼다.

 

어느 덧 시간이 되어 공연자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와 무대 예쁘네요.”, “놀이터에서 이렇게 공연하는 건 또 처음이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공연자들과 둘러앉아서 김밥을 나눠먹고 이런저런 수다와 자기소개를 마쳤다. 이제 20분 뒤면 봄 안녕 음악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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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의 살던 고향은….

08

공연이 슬금슬금 시작의 발동을 거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홍대나 번화가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버스킹 즉 거리공연이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 점례 할머니와 기준 할아버지를 포함한 작년에 우리가 만났던 주민 분들의 얼굴도 보인다. 감미로운 목소리의 공연부터 신나는 노래로 이루어진 무대까지. 또, 어르신들의 향수를 자극할만한 옛 멜로디의 향연들. 이 모든 게 봄, 아파트, 놀이터와 한 데 어울려져 따듯한 ‘노란’ 점을 찍고 있었다. 같은 모양 같은 크기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아파트에서 오는 차가움도. 오늘 만큼은 음악에 녹아 따듯한 분위기로 변하고 있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 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 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에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09 10

 

도시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척박하다.

빽빽이 들어선 건물들 속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그리고 더 바쁜 사람들 속에 있다 보면, 문득 스스로가 뭘 하고 있는 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을 알 필요도 없고 그들에게 알릴 필요도 없는 생활. 관계가 굳이 필요하지 않겠구나 생각이 드는 도심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무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릴 적. 학교를 오갈 때 동네 어르신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던 기억. 그러면 “옳지, 착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어른들. 학교를 마치고 강아지풀의 끝을 잘근잘근 씹으며 친구들과 올챙이와 꼬마붕어를 잡으러 개울가로 우르르 몰려갔다가. 해질녘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와 “다녀왔습니다.”를 힘차게 외치면 옆집의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던 어머니가 김치전을 맛있게 했다며 어서와 앉으라고 손짓하던 장면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와 너무나도 다른 장면들이 교차된다. 공연팀 ‘디스’가 부른 <고향의 봄>은 그 자리에 함께한 모두들에게 진한 추억의 여운을 남겼다. 눈시울이 붉어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고향의 노래는 차가운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에 샛노란 개나리색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11 12

 

 

#4. 봄 안녕? 아파트 안녕? 잘 지내보자.

 

음악회는 2시간 정도로 진행 되었고, 그렇게 무사히 우리들의 개학식도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남아주신 관객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무대를 정리했다. 음악회를 따듯하게 꾸며준 공연팀들에게는 손수 만든 문패를 감사의 뜻으로 주었다. 봄 느낌이 물씬 났던 놀이터는 금방 원래대로 돌아갔고 우리들도 떠날 채비를 했다. 아파트를 나와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아쉬운 감정이 들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번 해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봄 안녕? 아파트 안녕? 잘 지내보자!

 

 

-봄, 안녕 음악회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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