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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7월] 관계의 허기를 채우다, '우리동네청년회 2030 반찬모임 ‘반쪽’'

2014.07.01
마을공동체담당관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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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마을3
 
관계의 허기를 채우다, <우리동네청년회 2030 반찬모임 ‘반쪽’>

 

마을로청년활동가 조경미

 

 

하나를 나누면 둘이 된다.

1인가구. 심지어는 0.5인 가구까지 등장한 오늘날, 일명 무연사회(無緣社會)로 일컬어지는 우리 사회는 쪼개질 대로 쪼개진 허약한 관계망 속에 위태롭게 부표한다. 맞벌이 부모가 밖에서 문을 잠그고 나간 사이 화재로 지하방에 갇혀 죽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20세기 한국의 마지막 비극이었다면 2000년 이후 두드러지는 가정의 문제는 단연 고령화의 따른 노인인구의 급증이다.

 

여기 2,30대 청년들이 주축이 된 반찬모임 ‘반쪽’이 있다. 월 1회, 평균 10명의 봉사자 청년들이 모여 반찬을 만들고 주위 독거 어르신들에게 배달한다. 반찬(飯饌, side dish)이란 본디 밥에 곁들여 먹는 모든 음식을 통칭한다. 그리고 거들어준다는 의미인 ‘곁들다’의 ‘곁’은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만한 사람을 뜻하니, <반쪽>모임의 취지와도 일맥상통이다.

 

반쪽1 반쪽_5 연남동'우리집'에서 할머님과 얘기를 나누는 회원들

 

“<우리동네청년회>라는 청년모임에서 분화된 봉사모임이 <반쪽>이예요.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 라는 뜻에서 ‘반찬’을 나눠먹는 다는 의미로요.”

 

흔히 ‘봉사’ 라고 하면 대단히 수고스러운 신체적 노동을 떠올리거나, 거금의 후원, 그것도 아니라면 큰맘을 먹어야 할 수 있는 고단함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까마득히 먼 기원전 4세기, 맹자가 인간의 선한 본성을 부르짖었듯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기억 한 켠 에도 적적히 먼 곳을 바라보다 떠나신 내 할아버지, 당신이 즐겨 잡수시던 까끌까끌한 박하 맛 사탕은 남아있다. 그럼에도 ‘차마 보아 넘기지 못할 마음’인 측은지심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하나 거두며 살기도 힘든 세태라는 자조의 전염, 덩달아 남을 돕는 일에 덮어진 뿌리 깊은 오해. 그것은 내일의 일상에 선한 마음이 패배하도록 우리의 손발을 꽁꽁 묶는다.

 

 

그래서 재미있게 하자는 거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반쪽>의 팀장 강명우씨는 모임의 꾸준한 지속이 가능했던 까닭에 대해 ‘재미’와 ‘보람’을 이야기했다. 처음 <우리동네청년회>에서 뜻이 있는 또래 세 명이 모여 <반쪽>을 만들었고, 점점 사람들이 모여 현재는 월 1회, 평균 10명이 모여 반찬을 만든다. 이들은 마포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연남동조, 망원동조, 성산동조로 3개의 조를 나누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반찬 봉사 외에도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댁을 찾아뵙고 말동무를 하거나 나라의 크고 작은 일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2013년 서울시 마을공동체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우리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실제로 <우마프>에 참여하며 홍보 효과를 얻어 새로운 봉사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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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전제는 ‘같은 뜻을 가진 셋이 모여’ 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주 간단하고, 실제적이고, 직관적인 정의이다. 최소인원 셋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마을에서의 활동 제안을 하면, 그것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마을 공동체 활동으로서 인정받는다. 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거창한 아이템이 필요할 것 같지만 활동은 꼭 학술적일 필요도 없고, 생업을 포기 할 만큼의 희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즐겁고 재미있게, 그렇지만 나 혼자의 편의가 아니라 ‘우리’의 편의를 위해 뛰는 순간 그 신나는 마음은 이른바 ‘마을성’으로 탈바꿈한다. <반쪽>이야말로 바로 이런 또래집단의 즐거움을 십분 활용한 ‘즐거운 봉사’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또래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고, 그러는 와중에 즐겁게 반찬을 만들고, 곧이어 천방지축 망아지가 되어 동네 할머니 품에 안겨 놀다 오는 셈이다.

 

우리들의 맛있는 시간!

반쪽_3 만두1 봉사팀회의1

 

초기에는 여의도에 '생생해물촌' 공간을 이용해 봉사준비를 해오다가 현재에는 홍대에 위치한 ‘상상언저리’ 카페로 옮겨왔다. 장도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배달도 손수이다. 작은 모임이지만 정기적으로 회의도 진행한다. 회의 내용은 주로 그 달 배달할 반찬을 정하는 것이다. 보통은 제철 재료를 활용해 반찬을 만드는데 월별 회의를 통해 테마가 정해지기도 한다. 예컨대 4월의 기획은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밑반찬 세트>였다.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를 토핑한 멸치 볶음, 매콤 달콤한 고추장 양념 진미 채, 그리고 직접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낸 양념간장을 직접 재워 만들어야 하는 장아찌나 콩을 불려서 만드는 고소한 콩자반 같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반찬도 능숙하게 뚝딱, 만들어 냈다. 봄을 맞아 싱싱한 나물들을 무치기도 하고 만두를 직접 빚기도 한다니 주부 9단 부럽지 않은 솜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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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호호 방문하는 반찬 전달을 끝내면 다 함께 모여 간단히 뒤풀이 겸 평가회도 가진다.

 

“보통은 할아버지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오는데 이날따라 뒷집 할아버지 지인분이 놀러 오셔서 의도치 않았던 그 두 분의 만담(?)을 듣다 왔습니다. 놀러 오셨던 할아버님은 약주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됐어요. 저희가 찾아뵙는 할아버님은 술을 안 드시거든요. 그날도 계속 막걸리를 사달라고 하시며 티격태격 하셨습니다. 어르신 건강이 걱정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들렀던 할머님 댁에서는 그 동네에 거주하시는 다른 어려운 분들의 사정을 듣게 되었어요. 이혼 가정,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가정 등 사정이 어려운 분들이 많았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은 많은데 적절한 도움을 드리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대접하러 갔는데 늘 대접받고 오게 되는 시골 할머니 댁 같다고 해야 하나. 어떤 할머님은 저희가 오시는 날이면 누룽지나 떡을 준비해 놓으시거나 양념 통닭 같은 것 시키시고 기다려주실 때도 있어요. 손주들 먹여야 한다고.”

 

 

서로의 삶에 ‘곁’들다.

연 1~2회 <반쪽>의 멤버들은 그 나이에 또래집단처럼 M.T도 간다. 보통 7월경에 가는 것이 보통인데, 올해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일정이 불투명하다고 하니. 누군가의 슬픔과 고통에 민감한 촉수를 지닌 청년들의 행보답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는... 그냥 단순히 더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굳이 힘이 들거나 어려운 일을 찾자면 글쎄요... 방문가정을 선정하는 일이 그렇습니다. 현재까진 4년 전 <몰래 산타> 봉사를 할 때 동 주민 센터 에서 도움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저희가 모르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여건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은 반찬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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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며 강명우 팀장에게 7월 봉사내용에 관해 물었더니 회원들 사이에서 ‘몸보신 특집’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귀띔을 해준다. 찌는 듯한 삼복더위가 시작될 7월, 어르신들과의 정겨운 시간으로 더위를 잊고자 하는 청년이라면 <반쪽>으로 가보자. ‘세대 간의 화해’ 같은 거창한 슬로건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가진 게 없어 베풀 것이 없다고 지레 주눅들 필요도 없다. 뽀얀 살결의 나는 주름 패인 그들의 어제였고, 내가 걷는 이 길 끝에 먼저 다다른 그들도 어느 훗날의 나일 테니.

 

우리는 그저 믿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너와 나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서로의 ‘곁’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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