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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경작지를 거닐다, 동대문구 행복마을 전농 래미안아름숲

2014.06.26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 동대문구 행복마을 전농 래미안아름숲,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현황

2013년 에너지자립마을(함께하는 에너지사랑!! 행복한 아파트 만들기 사업)
2013년 공동주택공동체(아름숲아파트 마을학교)

 

왕의 경작지를 거닐다, 동대문구 행복마을 전농 래미안아름숲

 

 

전농래미안아름숲 (1)

 

왕의 경작지를 거닐다

불과 150년 전에 이런 말을 했다면 역적죄로 몰려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을 맞았으려나? 아름숲 아파트가 둥지를 틀고 있는 이곳은 조선 시대에 왕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붙여진 전농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왕이 직접 농사를 짓는 땅을 적전이라 했고, 그 분이 직접 농사를 지은 이곳을 전농이라고 부른 것이다.

 

전농 래미안 아름숲 아파트는 다른 지역에 비해 소박한 인심이 넘치는 곳이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원래 이곳에서 오래 사시던 분들이 그대로 아파트로 옮겨와 둥지를 튼 것도 그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700여 가구 중 초기 원주민이 정착한 세대가 350여 세대나 된다. 된장국처럼, 오랜 장맛처럼 곰삭은 이웃사촌들 덕분에 새로 지은 아파트 같지 않게 협동과 나눔이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왕이 농사짓던 이곳에서 아름숲 마을분들이 직접 배추도 심고 상추도 심어 노인정 등의 공동체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겨울 노인정 김장은 스스로 농사지은 배추를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만들었다. 다른 때보다 양념으로 한 가지 더 넣은 것은 끊이지 않는 웃음이라는 조미료였다.

 

이곳 텃밭가꾸기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남자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를 찾은 데 있다. 손톱만한 어린 잎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또 하나 이 마을의 활력이 되었으며 세대간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이제는 국민이 왕노릇 하는 세상에서 우리들의 삶이 조선시대 왕 부럽지 않다며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을 때 동네 인심은 두터워만 간다.

 

 

간장녀의 여름과 겨울

SBS 생방송 투데이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하는 롤 모델로 이 마을의 유명한 자린고비 두 사람을 소개했다. 여기에 그 일부를 소개한다.

 

소금 같은 시어머니와 간장 같은 며느리의 선의의 경쟁에 에너지자립마을 사무실에는 웃음꽃이 떠날 날이 없다. 이웃으로부터 들은 절전에 관한 고급 정보를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도 안 가르쳐준다. “시어머니 속은 며느리도 모른다”는 말이 여기에 어울리는 것 같다. 시어머니 주덕림 씨는 4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 전기요금 18,000원을 내고 있다. 웬만한 집에는 한 달간 집을 몽땅 비우고 해외여행이라고 다녀와야 나올 수 있는 전기요금일 것이다.

 

시어머니 주 여사 손에 들어오면 버려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언제나 즐겨 입는 목이 늘어난 면 티셔츠의 문구처럼 모든 것이 에너지인 것이다. 주 여사는 불을 끄고 별을 켜는 마음으로 마음에 불을 켜고 살고 있다. 그 불은 마음에만 켜는 것이 아니라 눈에도 켠다. 콘센트가 꽂혀 있어 낭비되는 대기전력이 있으면 안 되니까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전깃불을 끄러 다닌다.

 

전농래미안아름숲 (2)전농래미안아름숲 (3)전농래미안아름숲 (4)

 

시어머니의 놈놈놈!!!

30년이 되어도 안 깨진 놈.

20년이 지나도 안 꺼진 놈.

20년이 지나도 안 부러진 놈.

<개그콘서트>에만 ‘놈놈놈’이 있는 게 아니다.

 

1980년에 사은품으로 받은 컵은 아직도 제 역할 을 다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텔레비전은 20여 년 간 보아온 아날로그형 15인치라고 한다. 그리고 1993년에 대전엑스포 기념으로 받아온 쥘 부채가 아직도 사람들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시원하게 식혀주고 있다. 그러면 럭셔리 주부 주덕림 여사가 단지 전기료 몇 푼 아끼려고 그러시는 걸까?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에 관한 교육을 받은 후 원전하나줄이기의 필요성을 절감했기에 더욱더 사력을 다해 전기를 아끼게 된 것이다.

 

 

나는 떡을 썰 테니…

주덕림 여사의 며느리 심미란 씨는 현대판 자린고비라고 불릴 만하다. ‘SBS 생방송 투데이’에서는 그녀에게 ‘미시즈 간장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동네에서 가장 어두워서 그 집은 ‘조용한 가족’이 산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조용한 가족이라니, 납량특집에나 나올 법한 제목이지만 며느리 심 여사는 살림 잘하고 아이 잘 키우고 시부모님 봉양 잘하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주부다.

 

“얘야, 엄마는 간식을 만들 테니 너는 영어 공부를 하거라.”

심미란 주부는 어린 자녀에게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때에도 언제나 부엌은 깜깜하기 그지없다. 물론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거실도 아이의 까만 눈동자와 텔레비전 수상기만 반짝일 뿐 주변은 고요하고 깜깜하다. 영락없는 현대판 한석봉의 어머니다.

 

전기밥솥, TV, 냉장고, 시디플레이어 그리고 에어컨.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전제품의 전부다. 전기밥솥은 밥을 할 때만 전기를 먹을 뿐이다. 집에서 종일 전기를 먹고 있는 것은 냉장고가 유일할 것이다. 2013년 그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한 번도 켠 적이 없다. 시어머니가 주신 부채를 가지고 그 무더운 여름을 잘도 견뎠다.

 

그리고 그녀만의 절전무기가 하나 있다. 특수 리모컨인데 셋톱박스, 인터넷 공유기를 끌 수 있어서 손에 쥐고 산다. 한 가지 더 타이머가 있는데,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한 시디플레이어도 시간이 되면 사정없이 툭 꺼진다. 그 덕분에 그 집은 언제나 대기전력이 제로인 것이다. 그러니 한 달에 120kw, 14,000원이면 9월 전기요금 끝이다. 40평대에 사는 시어머니의 전 기료 18,000원에 비해 손색이 없다.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에너지 줄이기 경쟁, 이번달엔 누구에게 절전왕의 왕관이 돌아갈까? 언제나 동네 주민의 호기심 어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엔 시어머니의 패배로 돌아갔지만 다음번에는 며느리도 바짝 긴장을 해야 할 것이다. 지고는 못사는 어머니의 새로운 묘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전농래미안아름숲 (5)전농래미안아름숲 (6)

 

방안에 펼쳐진 돔형 텐트로 가스비 제로에 도전

간장녀 가족의 겨울나기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녀의 집 안방엔 아주 예쁜 텐트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는 실내형 텐트를 쓰는 사람도 제법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에너지 절약 선봉에 선 이 집에서도 그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아이들과 부부, 이렇게 네 사람이 함께 잠을 자기에는 좀 비좁은 듯하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품에 안고 잠을 자면 따스한 온기와 더불어 행복지수도 쑥쑥 올라간다고 자랑을 한다.

전기료와 가스요금을 모두 잡으려면 이 정도는 기본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에너지 절약을 몸에 익히고, 가족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교육을 통해 가족은 함께 성장할 것이다. 3대에 걸친 에너지 절약왕을 기대해 본다.

 

 

또 하나의 절약 아이디어를 찾아라-냉동실 커튼의 정체

에너지자립마을을 조성하고 일을 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의 의견과 아이디어가 속출한다. 에너지자립마을 사무실에 함께 모여 머리를 쥐여짤 때에는 말도 안 되는 생각들을 던지고 깔깔대다 끝나기 일쑤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자신만의 방법을 활용하고 있는 터라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언제나 에너지 절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덕분에 어디에서 새로운 정보를 접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 바로 회장인 내게 전화가 온다.

 

“회장님,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냉동칸도 칸칸이 막아두면 좋다네. 그래서 나도 냉동고에 커튼 좀 쳐볼라고.”

“아, 그런 방법도 있대요? 이번에 운영위 열릴 때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드려야겠네요.”

에너지 절약 비법의 공유를 통해 우리 마을 사람들은 이제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까지인지 알아가는 중이다. 공동주택이 갖기 쉬운 고립감이 점점 해소되어 가니 신공동체가 품앗이, 두레 등 옛 사람의 미덕을 찾아갈 날도 멀지 않았다.

전농래미안아름숲 (7)전농래미안아름숲 (8)

 

국수잔치와 꽃들의 잔치

예로부터 국수는 경사스러움을 알리기 위해 공동체가 큰 마당에 차일을 치고 멍석에 둘러앉아 먹던 잔치음식이다. “국수 언제 먹여줄 거야?”는 혼인 같은 경사에 언제나 함께하던 먹을거리였다. 그뿐 아니라 장례 같은 큰일이 있을 때 함께 나누던 음식이기도 했다.

 

아름숲 마을에서는 새로운 공동주택 문화를 통해 사람냄새 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마을 분들에게 국수를 대접하면서 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국수를 끓여내자고 쉽게 말했지만 600명의 국수를 끓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수 잔치를 위한 재료들이 대연회장 앞에 수북하게 쌓였다. 국수가 5박스, 양파 세 자루, 멸치박스 3개, 파와 쌓여 있는 계란판들. 잔치국수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육수에 있다. 멸치국물과 다시마를 잘 우려내야 제맛이다. 멸치와 무, 다시마를 넣고 밤새워 국물을 우려냈다. 국수를 미리 삶아 똬리를 틀었다 나눠 주면 훨씬 일이 수월하련만 금방 끓여서 찬물에 헹궈야 국수맛이 좋다는 주변의 의견에 계속 삶고 빨고 삶고 빨고 일이 끝이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다섯 명은 계속 계란 지단을 부치고 호박을 썰고 파를 썰고 양파를 썰고… 양파를 써는 사람은 웃다울다 행주 치마에 눈물을 훔친다. 모인 일꾼들의 손과 입이 분주하다. 사랑과 나눔의 잔치며 도심에서 잊혀진 인정들이 꽃망울처럼 터질 아름숲의 두레반이 펼쳐지는 날이기에 더욱 그렇다.

 

철쭉꽃이 온동네를 뒤덮은 날에 나누는 국수 한 그릇은 그냥 국수가 아니다. 삭막하다고 느껴온 공동주택인 도시 아파트에서 새로운 도시 공동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국수를 먹을 수 있는 조건으로 우리가 내건 것은 우리 마을 산책 코스를 다녀오면서 도장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전농폭포까지 멀지는 않지만 서울에서는 철쭉이 이렇게 환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진 곳은 쉽게 찾을 수 없을거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수와 꽃의 향연을 펼쳤으니, 국수를 먹고 싶은 분들은 꽃길을 둘러와서 줄을 서야 했던 것이다. 줄은 끝없이 이어졌다.

 

국수를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한 동네 분들은 큰길 건너 아파트에 사는 친구,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국수를 먹으러 오라고 했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 동네까지 국수를 나눌 수 있어서 마을 운영위원회 모든 일꾼들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후에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그날 국수를 삶은 일꾼들은 이틀씩 잠에 곯아떨어졌을 정도로 고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 한 해만 하고 그치랴. 올해도 철쭉꽃이 필 때에는 어김없이 국수잔치를 열 것이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와 더 많은 동네 분들의 참석을 기대해 본다. 올해는 국수 삶는 것을 도와줄 남자 봉사자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전농래미안아름숲 (9)전농래미안아름숲 (10)

 

불을 끄고 영화로 하나 되다

블랙아웃에 대비해 소등을 하는 행사가 8월 22일에 있었다. 블랙아웃이 뭔지 모르고 그냥 넘어간 때도 있었는데,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원전이 지난 한 해 우리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에너지자립마을 운영위원회에서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소등행사만 하면 좀 심심하니 대연회장에서 영화를 상영하자는 의견이 나와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다. 마을 분들과 뜻 깊은 한여름밤의 꿈을 꾸기로 한 것이다. 여러 영화가 물망에 올랐고 우리는 <7번방의 선물>을 상영하였다. 가족 영화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여서 선택을 했다.

 

여름 소등행사의 가장 큰 수확은 청소년들의 참여에 있었다. 어른들이 문을 두드리고 불을 꺼달라고 하면 반응이 없던 주민이 중고생들이 소등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불을 꺼달라고 하면 거역하는 집이 한 집도 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불을 끄고 촛불을 하나씩 켜면서 가족이 식탁이나 거실에 모여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일석이조의 보람이 있었다.

 

 

자립을 향하여 한발짝 내딛다

우리는 이제 서로 조금씩 해야 할 일을 찾아가고 있다. 에너지라는 매개물로 마을공동체가 좀더 견고하게 뭉치고 있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 신뢰는 더욱더 쌓여가고 있다. 겨울에는 방한용 뽁뽁이를 나눠주기도 하고, 열심히 절약을 한 분들께는 고급내복을 선물하면서 감사를 표했다.

 

2014년, 에너지자립마을 2차년도에는 우리 마을도 에너지효율에서 에너지생산이라고 하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고민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새 아파트인데다 어느 정도 여유로운 평수를 가지고 있는 터라 외관을 변형시켜야 하는 태양광 설치를 통한 에너지생산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신재생에너지들이 하루가 다르게 소개되고 활용되 고 있으니 미적인 외관을 유지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날이 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에너지생산을 통한 자립의 그날을 향해 아름숲 마을은 오늘도 한발 더 나아간다. 그 동안 진행된 에너지 관련 교육과 현장 참여를 통해 원전하나 줄이기에 대한 당위성과 친환경 공동체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 이 글은 책 '도시의 에너지 경작자들'(서울시, 2014) 중 이명숙님께서 작성한 글을 발췌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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