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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 미싱사 DJ 이야기, 종로구 마을미디어 ‘덤’

2014.05.14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봉제 미싱사 DJ 이야기, 종로구 마을미디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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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라디오 덤에서 봉제 미싱사 방송을 진행하는 미싱사의 마을공동체 활동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마을 공동체가 나의 눈에 들어왔던 게 언제였을까? 공동체라는 단어조차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단어이고 관심도 갖지 않았다. 알게 되면 피곤해질 테니까. 이런 활동은 다른 사람들 흔히 말하는 운동가들이나 벌이는 일인 줄 알았다. 어느 결에 내가 스며들고 있음에도, 공동체라는 말을 귓등으로 듣고. 누군가 마을 공동체라 말하면 시선을 살짝 옆으로 흘려서 '난 공동체에 안 낄 거야. 일하면서 먹고살기도 바쁜데 아깝게 거기쓸 시간이 어디 있어?'하면서 외면하곤 했는데, 그간 이런 일 하는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과 만났을 때 아마도 서늘한 바람이 옆구리로 치고 들어 왔을 것 같다. 지금생각해보면 우스운 모양으로 쎄한 개그 아닌 개그를 하고 있었던 거다.

 

1미디어, "라디오" 라는 근사한 단어가 나를 사로잡고 드디어 첫 번째 방송을 하던 날 손에 땀을 쥐고 자꾸만 마실게 필요해지고 긴장을 하니까 목도 잠기고…. 그렇게 얼떨떨하게 몽롱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첫 방송 쌩쌩 ~그러나 조금은 쉬기도 하는 시간 봉제 미싱사 방송을 내보냈다. 2012년 허리가 아파서 병원 물리치료실에 가는 버스 안에서 문자를 넣었다. "나이 많은 여자 미싱 하는 여자도 라디오 교실에 참여할 수 있나요?"

 

그렇게 시작한 라디오 교육과정 중에 간단한 사연과 노래로 첫 번째 방송녹음을 들었을 때의 낯선 생경한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사연도 사연이지만 내목소리가 왜그리 하이 톤이던지.

 

'어머 지금 이게 내목에서 나오는 소리란 말야?'

그동안은 내목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어야지~~ 생경할 수밖에 !!!!!!

 

라디오는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시골집 마루기둥에 붙어 있던거 직직거리던 그게 라디오였는지 뭐 다른 거 이었는지. 그렇게 누가 만들어서 흘려주는 소리를 들을 줄만 알았지 내가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 전혀 정말이지 전혀 하지 않았다. 기존의 방송국 자체가 스케일 크고 가방끈 길이가 질질 끌리는 사람들의 자리로만 알았으니 언감생심 꿈이나 꿔봤을까?

 

그렇게 끌려서 시작한 라디오교실

2012 말미에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서 '우리 방송국 한번 해볼까나?' 그런 말에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은 연습 삼아 재미삼아서는 그냥 해봤지만 그래도 방송국인데….에이 어떻게???? 그렇게 한발씩 내어딛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물었다.

 

"만약에 방송을 하면 무슨 방송을 하고 싶으세요??"

 

실현 될 리 만무지만 "봉제방송!!!!!" "미싱사 방송!!!"

30년 넘게 일해 왔고 그래도 봉제라면 이야기 거리도 많을 거 같았다. 사실 말해놓고도 속으로 웃었다. '설마 되겠어?' 다른 사람은 맘 맞는 선배와 두 여자 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문학방송을, 예술은 아무나 한다라는 말로 사람을 꼬드겨서 마이크 앞에 세우는 사람까지 …….그런데 그 설마??가 방송국이 되었다.

 

이렇게 네 여자가 서로 덜미를 잡고서 창신동 라디오 덤으로 첫 방송을 띄운 게 2013년도 1월 29일이었다. 장소는 청암교회의 작은 쭈그리방. 방송장비는 라디오 교실 말미에 발표회를 통해서 모은 후원금과 각자 조금씩 각출해서 마련했고 지금은 라디오국의 국장을 맞고 있는 같이 가면 조은형씨(예술은 아무나 한다의 진행자)가 사용하던 컴퓨터와 프린터기와 노트북을 쓰기로 했고 그 외 필요한 것은 생각했다가 각자 알아서 챙겨오는 센스까지. 그렇게 스스로방송국을 꾸미고 장비사용법 오퍼레이팅 또 방송의 질을 고려해서 편집 기능까지 고루 갖추게된 우리의 국장과 나를 포함해 진행자 셋을 더해서 방송국이 개국을 했다. 축하 케이크도 없이…….

 

5이렇게 얻은 것도 방송국이라고 우리는 첫방장소가 마련되니 당사자들은 긴장들은 하고 있었겠지만 주변에서볼때 무소불위로 보였을거같다. 그게 방송이라는 게 장비는 갖추어야할 그냥 기계, 그다음은 PD, 작가, 기술 담당자 등 최소한 필요한 인원이 있고 우리는 진행만 해도 벅찬 생짜 초짜들인데 우리에게는 위의 조건들이 모두 생략된 그냥 네 여자만 있었다. 옛 말에 무식한 사람이 용기를 내면 전쟁도 일으킨다고 했던가. 실제로 우리는 용사였다. 그냥 끼많은 용사. 거기다 더 기막힌 건 방송국 운영비도 없는 속된 말로 소리만 낼줄아는 개털용사 네 여자. 하긴 실제로 지난 6월 23일엔 주민들을 초대하는 공개방송을 열었으니까. 지나고 보니 겁이 없어도 너~~~~무 없는 네 여자들~~~

 

그렇게 첫 방송이 나가기는 했지만 내가 하는 방송이 봉제 방송이다 보니 말 한마디 토씨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고 섣불리 말했다가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맘에 생채기라도 내는 건 아닐까 늘 노심초사 하게 되고 원고를 써놓고 보면 스스로의 검열 작업에 매달리고 직업이 미싱사이다 보니 일이 바쁠 때는 밥 먹는 시간도 절약하고 사는 판에 글이라니 …….

 

주로 원고작업은 밤 시간 잠을 줄이고 하기 일쑤였고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언제, 방송 원고는 "이렇게 씁니다." 혹은 "이런 말은 쓰면 안 됩니다" 하는 말을 들었어야지요. 들었대도 마이크 앞에만 서면 노래가사처럼 왜 이리 작아지는지, 머리 따로 입 따로. 버릇처럼 나오는 ‘아~~~’또는 ‘에~~~’도 쓰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도 원고 없이 하는 토크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아~~~에~~~’다. 자산이라고는 30년 라디오 옆에 놓고 일하며 들어온 게 자산인데 그리고 책 좋아하는 거도 자산이라고 쳐준다면 그것도 뭐…….자산이고요. 이렇게 방송이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주변에 어땠는지 물어보고 담에는 같은 실수를 안해야지 다짐하고 원고에 온 신경을 쏟아 붇는다.

 

지금은 8월 휴가철. 봉제하시는 분들 아마도 지난 계절들에 일감들이 없어서 미싱사는 일감 찾아 삼만 리를 하고 있지요. 다시 동네가 일감이 돌아 바빠지면 안정이 되겠지요. 이렇게 창신동에 살면서 방송도 하는 행운을 누렸는데 아쉬운 점은 이곳 창신동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이 늘 바빠서 공들여 만든 방송도 들어볼 여유를 못 낸다는 거다. 인터넷 방송이다 보니 인터넷에 찾아 들어가서 방송을 듣기도 어렵고 스마트 폰이 있다 해도 요금 걱정에 방송듣기를 꺼려하고 스마트폰사용법을 가르쳐 드리고 싶어도 우리 방송국사람들도 제각기 직장이 있는 관계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고 …….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디 한군데 작정하고 부스를 만들어서 스마트폰을 들고 가는 사람을 만나면 "창신동 라디오는 이렇게 듣습니다." 하면서 스마트하게 내 폰으로 방송을 들을 수도 있게 앱도 다운 받아서 설치해주고 스마트폰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 교육도 했으면 좋겠고 참여할 수도 있는 장소가 필요한데 그 점이 가장 안타깝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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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달라져 가고 있다. 그동안은 나 벌어먹고 사는데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고 소리 없이 나 혼자 내 좋은거 하면서 살아온 생활이고 삶이라면, 지금은 "라디오에 후원 좀 해 주세요"라고 한다. 누가 친절을 베풀면 다른 건 뭘 더 할 줄 아는지 묻고 내가 뭘 모르니 가르쳐달라거나 길 모르는 외지인이 있다면 바쁜 중에도 되돌아서 가르쳐 줄줄도 알고 내 손 만으로는 힘드니 같이 해 달라 부탁을 하기도 하고 … 이런 것들이 다른 이들한테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창신동을 사랑하는 맘을 진즉 표현하지 못했으니 들어도 마땅한 말들로 알고 산다. 그리고 지금 방송국 식구들 여왕님 박영순 또또와 미미의 김혜미, 이미선, 같이 가면 조은형!!!

 

지금 우리가 격고 있는 서로 간에 느끼는 알 수 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서로 외면 하는 것이 아니라 부딪혀 풀어보려고 끝장토론을 흉내 내며 밤을 새워 노력했던 것은 창신동 라디오 덤이 단발로 끝나는 걸 서로가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나은 사람도 없고 덜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한 발 물러서는 지혜를 내어 보일 때 창신동 라디오 덤은 후발주자들과 창신동 주민들께 사랑받는 매체가 될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나의 옆지기와 두 딸 사랑 합니다. 사실은 힘이 많이 듭니다. 내가 힘들다고 일에 소홀하면 방송 당장 때려치우라고 할까봐서 벅차지만 끽소리도 못하고 뛰어다니는데 방송국이 자리 잡을 때까진 좀 봐주시고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책 '종로라서 행복한 마을 이야기'(종로구, 2013) 중 김종임님의 글에서 발췌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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