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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을 여는 붓질, 성동구 그림마실

2014.05.09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 성동구 그림마실,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현황

2013년 성동구 자체 마을공동체사업(그림마실)

 

마음길을 여는 붓질, 성동구 그림마실

 

 

2013년 6월 3일, 성수1가1동 경로당 앞마당 <샘터마을>에서는 작은 마을잔치가 열렸다.

원래는 여덟 대의 자동차들이 점령했던 콘크리트 마당 위였다. 여기서 주민들은 함께 만든 주먹밥을 나누어 먹었다. <녹색공유센터>의 활동가들은 주민들이 가져온 작은 화분에 새 흙을 채워 분갈이를 해주었다. 성동구 <보건소>에서는 ‘대사증후군 검사’를 무료로 해주었다. ‘샘터마을’을 알리기 위해 나누어주는 꽃과 나무 묘목을 받기 위해 이웃들은 길게 줄을 섰다. 근처 <꼭두 일러스트 교육원>의 그림책 작가들도 나와, 오랜만에 함께 볕을 쪼였다.

 

<그림마실>은 이 샘터마을에서 그네들의 첫 번째 전시회를 여기서 열었다. 마당으로 들어오는 붉은 벽돌담에 걸린 삼십여 점의 작품들은 이 소박한 장소, 정겨운 모임에 딱 들어맞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때로 노랗고 때로 파랗고, 그건 마치 꽃 같았다. 그저 연필로 그려진 작품도 반짝반짝 윤이 났다. 경력 5개월, 8개월의 그 그림들을 보며, 주민들의 얼굴도 환해졌다.

 

그림마실 (1)

 

그림으로 떠나는 마실

‘마실’은 옛날 시골마을의 문화요, 놀이였다. 텔레비전도 없고, 스마트 폰도 없고, 술집도 카페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길을 천천히 거닐어 이웃 나들이를 갔다. <그림마실>은 ‘그림’으로 가는 ‘마실’이다. 회원들은 매주 2번,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에 성수1가1동 주민센터로 마실을 간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다시 ‘마실’을 떠난다. 때로는 <리움>이나 <현대갤러리> 같은 미술관으로, 때로는 서울숲 같은 야외로, <늦바람> <꼭두>같은 이웃 미술 단체로. 그리고 또 가끔 화가 김강이나 정정엽 같은 이의 마실을 맞이해 함께 놀기도 한다.

 

‘그림마실’은 지난 2012년 9월 19일 김영선(75) 하원자(69) 두 사람의 제안으로 시작된 성수지역 순수 미술주민모임이다. 그 즈음 조금씩 불어오던 ‘마을예술창작소’ 같은 바람이 그네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두 사람은 소박하게 ‘A4’ 흰 종이에 바램을 적어 내려갔다. “함께 그림을 그립시다. 우선 모여 이야기를 해봅시다.” 매일 가는 주민센터 체력단련실 벽에 그 제안서를 붙였다. 그래서 모인 사람은 다섯 명. “우선 우리끼리라도 시작합시다. 시간 정하고 만나서 그리기 시작하면 되는 일 아니요! 여기 주민센터의 3층 공간을 빌릴 수 있다 합니다!” 스케치북과 연필 한 자루만 가지고 오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틀 뒤 시작된 모임이었다. 회원들은 8개월 뒤, 열다섯 명으로 늘었고, 그간 그려낸 수백 점의 작품 중 삼십여 편을 액자에 끼워 <샘터마을>의 벽돌담에 걸고, 아래 편에도 내려 놓았다.

 

그림마실 (2)그림마실 (3)

 

<그림마실>이 그리는 풍경은, ‘마실’ 바로 그것이다. 회원들은 고구마며 떡이며 매실차를 갖고 와 나눈다. “이주연 멘토님이 등산하다 다치셨어요! 한 달 정도 저희들 스스로 배우며 가르치며 가야 해요!” 다들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다들. 부상과 병을 치료하고 예방해온 자신의 경험들. 성실하게 삶의 자리를 지켜온 이들이 갖는 삶의 연륜은 자연스레 전수된다. 그 조언들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웃들에게 실마리를 준다. “장성한 자식의 독립을 어떻게 볼까?” “중단된 채 있는 마을재개발은 어떤 출구를 찾게 될까?” “서울숲에 마련된 주말텃밭 분양을 한 번 해볼 테냐?” 하는 이야기들도 서로 오간다. 물론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림에 대한 것이다.

 

“왜 이리 안 그려져요?”하는 성급함도 있다.

“아, 입시미술 하는 애들은 하루 열여섯 시간씩도 그리는데, 우린 일주일에 두 번 그리지 않소.

참 성급도 하오!”하는 부드러운 지청구도 있다.

 

의견이 일치하는 것들도 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는 이야기.

“내는 지금껏 산을 많이 봤지만서도, 지금에서야 능선이 보이는 거예요. 앞 능선 뒤 능선이 겹겹이 이어지고, 가까운 것 먼 것의 색과 농담이 그리 다른 줄 처음 알았어요!”

 

눈은 이제 세상의 진경을 본다는 이야기.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머리의 청소시간이기도 하다. 마음과 머리에 뒤죽박죽이던 생각들은 싹~ 물청소한 것처럼 비워진다. 그 빈자리로 집중력과 기쁨이 물밀듯 밀고 온다. 그런 이야기들이 자주자주 들려왔다. 저녁밥을 먹고 나면 텔레비전을 끼고, 애국가가 들릴 때까지 졸며 보며 했다는 김영선 님은 이제 자주 그림을 그린다.

자신은 잘 가지 않지만, 천주교 신자인 친구 생각에 며칠이고 ‘성당’을 그리기도 했다. “내가 죽으면 그 그림이 억만금이 나갈 거야!”라는 농담을 하며, 그 그림을 선물도 했다. 그렇게 기쁘게 준 선물도, 그렇게나 놀라운 선물을 받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그림을 선물 받은 친구는 얼마 후, 프랑스산 그림가방을 사, 선물 갚음을 했다.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격려다.

 

그림마실 (4)그림마실 (5)

 

스스로 기쁘면 타인과도 나누고 싶어진다

그림마실은 지난 9월 4일부터 6일까지 성동구청 비전갤러리에서 1주년을 맞는 전시회를 열었다. 나를 표현한 자화상, 우리 마을 그리고 스스로 관심주제를 그린 서른 점의 작품이 걸렸다. 1년간 습작해온 스케치북도 이젤에 얹었다. 1년의 시간 동안, 매주 2회, 3시간씩 그림을 함께 그리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다. 열다섯 명의 친구들을 얻고, “1년 뒤에 다시 이 자리에서 더 큰 그림을 걸어요!”하는 약속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이 혼돈스러울 때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지, 넘쳐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림마실>은 ‘2013년 성동구 주민제안사업’을 신청해 선정되었다. 그리고 이 도움으로 약간의 도약을, 마땅히 가야하고 가고자 했던 길로 더 나아가고 있다. 하나는 더 크고 개성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 그러니까 더 다양한 색채를 쓰고, 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자신과 세상과 예술을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실현되었다. 이젠 한번 걸어 드러난 길을 계속 걸어갈 일만 남았다. 다른 하나는 더 낮은 곳과 함께 하는 일. 방학이면 학업에 지친 청소년들과,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일. 그리고 어느 밤에는 청소년들의 숨은 흡연구역이 되는 골목길. 비어서 허전하고 건조한 가까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내는 일.

 

그림을 그리며 스스로 깨닫게된 기쁨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은 놀라운 변화다. 그리고 더 큰 꿈도 큰다. 지금은 ‘성수’에서 마실을 하고 있지만, 행당 지역에도, 용답 지역에도 ‘그림마실’을 열 수도 있지 않을까? 무엇이 필요할까? 그간 겪어온 ‘그림의 마음’과 ‘그림의 기술’을 되짚어야겠지? 인터넷의 카페를 더 잘 관리해야겠고, 내용들을 모아내 작은 교재로도 엮어내야지 생각한다. 그간 정기적으로 떠났던 전시회 미술관 관람, 초청강연, 야외스케치, 전시회 준비 등 시행착오나 경험도 책으로 엮고 있다.

 

2013년 10월 11일. 그림마실 회원들은 이제까지는 그려보지 못했던 큰 ‘도화지’에,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다. 근처 진선어린이집 벽돌담에, 근처 페달세상의 훼손된 벽면을  그림으로 채웠다. 지나가던 어린이집 아이들이 와글와글 웃었고, 지나가던 할머니도 머물러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그림만 그리지 않는다. 그림이 드러낸 사람을 본다. 그림이 불러 낸 마음과 만난다.

 

그림마실 (6)

 

 

 

마실을 떠나면 길은 마을로 이어진다.

나에게로 떠나는 마실, 마을로 예술로 떠나는 마실.

마실은 계속 된다.

 

 

 

그림마실은

2012년 9월 성수그림마실은 첫 연필을 들었다. 그 뿌리는 시민미술단체 늦바람에 닿아있다. 일반시민이 다양한 만남 프로그램을 갖는 것이나,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서 공통점들이 많다. 그림마실은 ‘누구나, 언제나, 마을에서 그림(예술)’을 표방한다. 그건 단순한 취미활동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 높이기, 새로운 가치의 전환 등도 포함한다.

회원들은 종교생활이며, 텃밭가꾸기나 교양강좌 수강까지, 주부며 동시에 일도 하느라 일주 한 번 오전에도 시간을 내기 어려운 분도 많다. 이들에게 그림마실은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다. 성수1가1동 주민센터가 안정적으로 그림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그 시간만큼 그곳은 이네들만의 화실이 된다. 시민미술단체 <늦바람> 사무국장 이주연 씨가 그림멘토로 함께 했고, 길 건너 있는 <꼭두>와도 교류한다. 받은 많은 도움을 다시 이런저런 곳으로 돌려주리라는 게 그림마실의 생각이다.

 

* 이 글은 책 '성동아, 마실가자'(성동구, 2014)에서 발췌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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