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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광진구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2014.06.26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  광진구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현황

2012~2013년 공동육아사업(긴고랑어린이 보육 마을공동체 만들기)
2013년 에너지자립마을(광진구 긴고랑마을, 긴고랑 에너지자립마을 만들기)

* 관련 글
- 아름다운 발전, 광진구 긴고랑 에너지자립마을
- 동쪽의 해뜨는 마을, 광진구 긴고랑마을
 

 

‘우리’라는 담장을 넘어서 더 큰 ‘우리’와 마주하기, 광진구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별칭은 다람쥐. 광진 즐거운 어린이집과 마법 방과후에서 두 딸을 5년째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대안 교육과 대안적인 삶에 대한 고민은 늘 있으나 천성이 게으른 탓에 모순된 삶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1997년 광진구에서 개원한 공동육아협동조합 즐거운어린이집(이하 ‘즐거운 어린이집’)은 2012년에 이어 2013년에도 서울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조합원은 27가구이며 등원 아동은 33명입니다.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2)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6)

 

나는 맹자어머니가 아니다

2009년, 다섯 살 큰 아이 손을 잡고 즐거운어린이집의 문을 두드린지 5년이 되었고, 그렇게 즐거운어린이집을 졸업한 딸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네요. 2년 전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할 무렵 정말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벌써 까마득히 느껴지네요. 대안교육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터라 참 부지런히 여러 학교 정보를 모으며, 한참동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었네요. 하지만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초등학교를 보내는 것이었어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꽤나 간단했지요.

이렇게 학교를 찾아 떠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아이가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마다 이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런 생활은 상상만 해도 좀 힘들었어요. ‘그래! 그건 아니다. 내가 맹자 어머니도 아니고’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우리 가족은 살던 곳을 떠나지 않기로 했습니다.

 

터를 잡기로 결심하고 돌이켜보니 지난 시간동안 늘 마음 한편에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나면 어떤 이유로든 이곳을 떠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린이집을 우리 삶을 이루는 근거가 되라는 의미에서 터전이라고 부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우리 가족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진정한 의미에서 삶의 터전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언제든지 필요에 의해 떠날 수도 있는 곳은 더 이상 삶의 터전이라 부를 수 없으니까요. 큰 아이의 상급학교 진학시기에 참 많은 고민을 했었고 어쩌면 그 고민을 하는 동안 아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제 속마음을 직면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더디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이 동네를, 아이들과 함께 살기에 진정 살맛나는 삶의 터전으로 가꿔 보자는 꿈. 그런데 막상 품은 꿈만 있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암담한 상황 속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러던 중 작은 아이가 다니는 즐거운어린이집과 큰 아이의 마법방과후 조합에 차례로 힘든 일들이 생겼고 그 문제들이 풀리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두 개의 조합에서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조합 내 갈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도모하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더군요.

 

그러던 지난해 가을, 2012년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중 돌봄사업이 있다는 공지를 보았고 어쩌면 이것을 계기로 즐거운어린이집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전체 조합원이 12가구가 전부였던 즐거운어린이집은 전체회의에서 이를 공유하고 몇몇 조합원들이 모여 제안서를 작성했고 다행히 선정되었습니다. 사업계획서의 핵심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공동육아어린이집의 기본에 충실하자였습니다. 즉, 이제껏 공동육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합의 아이들과 함께 했던 놀이며 절기 행사들을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업으로 조금 확대 변형하여 기획하는 일이었습니다.

 

전체 회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었지만 막상 선정이 되고 나서 사업을 시작하려니 이것저것 어려움들이 불거졌습니다. 마을사업 내용에 대해 솔직히 조합원들 간에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친 상태가 아니라 각각의 조합원들은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으며, 이 사업을 위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누가 책임지고 일을 진행시켜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제안서에는 이런저런 사업을 하겠다고 하고 지원금을 받았는데 과연 이 사업들을 즐거운공동육아조합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되어 조급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지금 찬찬히 돌이켜보니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은 본격적으로 조합이 어린이집 운영과 동시에 마을사업을 병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합 내부의 질서를 잡아갔던 시기로 어쩌면 책임감을 가지고 꼼꼼히 이것저것 챙겨야했던 시기였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보내버린 3개월은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2013년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든 것을 직접 부딪치며 시행착오를 겪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상반기 사업을 진행했는지. 하지만 경험을 통한 성장은 아픔은 있지만 나름 역동감은 있었네요. 분명한 것은 사업을 진행한 지난 1년 동안 즐거운공동육아조합은 내적으로 외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즐거운 어린이집이 지역에서 공동육아 활성화를 위해 기획했던 많은 사업들 중 몇 가지만 간추려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긴급 돌봄사업으로 몽골 식구를 한 식구로 받아들이다

가장 먼저 어린이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긴급돌봄사업(저소득층이나 위기 가정의 자녀를 보호 차원에서 한시적 돌봄을 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출자금이며 기부금이며 입학금이며 경제적인 부담이 큰 공동육아는 운영상 현실적인 이유로 문턱 낮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동육아 활성화 방안 사업을 통해 어린이집의 문턱을 낮추는 일부터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장 긴급돌봄 대상자 선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치더라구요. 많은 대상자를 선정하여 짧은 기간동안만 긴급돌봄을 할 것인지 아니면 수적으로는 적지만 안정적으로 오랜기간 보육을 할 대상자를 선정할 것인지 조합원들간의 의견 차이를 조절해야했습니다 . 이것은 현재 즐거운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있는 아이들의 생활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결론은 소수의 아이들을 선정하여 안정적으로 보육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애초 계획으로는 저소득층 자녀나 결혼 이주 여성 가족의 자녀를 대상으로 하고자 했었는데 서울시 담당자 의견은 달랐습니다. 이중 지원이 되는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안된다고 했습니다. 서울시와 논의를 한 결과 긴급 돌봄 대상자로 법적으로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를 선정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결정하고 나서 대상자를 찾아보려니 어디서 찾아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표교사 열매가 즐거운어린이집 가까이 광장동에 있는 재한몽골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곳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부모 모두 몽골인인 가정의 여자 아이를 새 식구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지요.

 

부모의 상황이 법적으로 불안한 상황이며 또 아직까지는 조합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하지만 일일교사로 부모참여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지내는 모습을 보니 선입견을 가지고 이런저런 판단을 하고 가늠을 하는 것은 어른들이지 아이들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 아이가 아이들끼리는 허물없이 어찌나 잘 지내는지. 문뜩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의 세상을 나누고 갈라놓는 것은 어른들의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조합에 남겨진 숙제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얻어 그 가족이 어떻게 조합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인 듯합니다. 물론 이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22)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8)

 

열린 공간에서 대보름 행사와 단오제를 열다

다음은 오랜 기간 우리끼리만 해 왔던 대보름 행사며 단오제를 열린 공간에서 주최하여 지역주민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역 축제의 장으로 변화를 꾀했습니다. 이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심으로 노력해 온 일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단오제(‘아차산, 단오로 통하다’)는 세 개의 광진지역 공동육아협동조합(산들, 즐거운, 마법 방과후)과 아차산 교육공동체 ‘누구나 꽃’을 중심으로 광진지역의 여러 단체들의 도움으로 치루었습니다.

 

광진구 풍물패연합모임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놀이마당, 참여마당, 먹거리 마당 그리고 공연 등으로 나누어서 단오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 놀이마당에는 굴렁쇠 굴리기를 비롯하여 고무줄놀이까지 12개의 전래 놀이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참여마당에는 단오 부채, 장명루 만들기, 수건에 문양찍기 등 7개 부스를 준비하여 아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특히 단오부채 만들기, 장명루 만들기 그리고 재활용품을 이용한 보조 가방 만들기등은 아차산 토요 숲놀이터팀, 희년의 집과 광진지역 자활센터에서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먹거리 마당에는 쑥개떡과 익모초 마시기 등등을 준비하여 더운 날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과 어른들의 출출함을 달래주었습니다. 꿈터의 택견 공연과 겨루기 시연, 산들어린이집 아빠들의 사자춤 공연은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참여마당과 놀이마당 중에 5번 이상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작은 기념품을 나눠주었습니다. 150여개 준비한 기념품은 예상보다 일찍 동이 났습니다.

 

아직은 운영상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지난해에 이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단오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부족한 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홍보기간이 매우 짧았으며 아직까지는 행사를 주최하는 쪽과 행사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쪽이 나뉘어져 있고 새 개의 조합이 전체 참여인원 중 많은 수를 차지하다보니 개별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점,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부족했다는 점 등등 아쉬운 점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좀 더 세심하게 행사를 준비하는 노력을 통해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테지요.

 

이렇듯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한편으로 광진지역의 산들어린이집, 즐거운어린이집, 마법방과후등 세 개의 공동육아협동조합과 교육공동체 누구나 꽃이 각각의 어려운 내부 사정을 미뤄두고 단오제 행사를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준비했다는 점은 나름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으로 확장하는 것 이상으로 각 조합의 이해를 넘어서서 든든한 연대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꿈터 방과후, 광진지역자활센터, 희년의 집, 토요 숲놀이터, 광진지역 연합풍물패 등 지역의 다른 모임과 자원과의 교류도 작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단오제 행사에 참여한 지역주민이 늘었다는 점도 기분 좋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참여자들의 평도 나름 좋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내년의 단오제는 올해와는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다른 모습, 더 나은 모습의 단오제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곧 희망이지 않을까 합니다.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14)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15)

 

아차산을 앞마당으로, 아빠와 함께 생태놀이를 하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매일 나들이를 나섭니다. 그렇게 나선 아차산은 그 모습 그대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줍니다. 또 공동육아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단순하고 자연의 모습을 닮은 놀잇감에 익숙합니다. 어설프지만 아빠가 엄마가 직접 정성들여 만들어준 놀잇감으로 더 많이 상상하면서 놀이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즐거운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늘 경험합니다.

 

물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고 노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지만 아빠와 직접 만든 어설픈 놀잇감으로 아빠와 함께 노는 재미, 아차산 자락에 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전래놀이를 즐기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역의 아이들도 함께 경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아빠와 하는 생태놀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둥그렇게 둘러서서 꼬인 줄도 서로 도와가며 함께 풀어보고 작은 나무토막들로 딱따구리도 만들어보고 함께 대동놀이도 즐기고.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위해 멀리 나가는 것보다 근처 아차산에 올라 아이들과 땀이 흠뻑 나도록 뛰어노는 것이 아이들에겐 오래 남을 추억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가 아이들에겐 밥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편해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이라고 했습니다.

 

중곡동, 구의동에 거주하는 아빠(엄마들이 아이와 참석하기도 함)들과 아이들이 10여가구 참석했는데 처음에는 모르는 사이들이라 서먹서먹했지만 곧 몸을 움직이며 하는 놀이를 통해 관계가 많이 부드러워지더군요. 역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데에는 아이나 어른이나 몸을 움직이고 부딪치는 놀이가 최고입니다. 이 사업은 내년에도 매달 정기적으로 아차산 자락에서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들 합니다.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1)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2)

 

김장잔치, 노동과 나눔의 즐거움을 느끼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즐거운어린이집의 큰 행사들 중에 하나인 김장 잔치가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조합의 규모가 2배 이상이 된 즐거운어린이집은 27가구 모든 조합원들이 주말에 나와 아이들이 1년 먹을거리인 김장을 함께 담궜습니다 . 각 가정에서 직접 김장을 해 먹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 신입 조합원 중에는 김장담그기를 처음 경험하는 조합원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서투른 솜씨들로 올해는 예년보다 두 배도 넘는 배추 200포기를 담그는 수고를 자처했습니다. 바로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지역에서 홀로 생활하고 계신 어르신들과 김장김치를 나누기 위해서였지요. 토요일, 일요일 양일동안 온 조합원이 김장담그기에 시간과 노력을 다했습니다. 조금 과장하여 어린이집 마당 가득 쌓여있는 배추 더미에 조합원들이 내심 아찔했을 것입니다. 즐거운어린이집의 모든 조합원들과 교사들은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김장 부속재료들을 씻고 다듬고 썰어 절인 배추만큼이나 아찔한 양의 김장 속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같이 둘러앉아 한참을 한 자세로 앉아서 속을 넣다 잠깐이라도 허리를 펼라치면 발도 저리고 허리도 펼 수가 없고, 그렇게 몇 시간동안 배추에 김장 속을 넣었습니다.

 

아찔하게만 보이던 절인 배추와 김장 속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 줄어들고 마침내 저녁식사 전에 김장을 마칠 수 있었지요. 김장을 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보쌈고기를 삶아 지금 막 한 김장김치를 곁들여 다 같이 어린이집 곳곳에 둘러앉아 함께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김장을 마치고 각자 김치냉장고마다 꽉 채워진 김치들을 보면서. 그리고 어르신들 몫으로 20kg씩 담아서 포장해놓은 김치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즐거운어린이집이 조금 멋져 보였습니다.

 

한편으론 어린이집 김장할 때 조금씩만 품을 더 팔아 꼭 필요한 어르신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왜 진작 만들지 못했을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 하여튼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즐거운어린이집이 조금 더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조금 더 즐거워지는 느낌입니다. 노동과 나눔의 경험으로.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10)   광진즐거운공동육아조합 (11)

 

우리들만의 리그를 넘어

이번 공동육아 활성화 방안 사업을 진행하면서 깨달은 평범한 진리는 머리 속에 있던 구상들이, 글로 기획했던 사업들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어린이집은 마을 공동체 사업을 계기로 조합의 벽에 갇힌 ‘우리’라는 담장을 뛰어 넘어 더 큰 의미의 “우리” 아이들을 품고자 합니다. 동네 골목길을 누비며 뛰어노는 우리 아이들, 어린이집을 떠나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어울리게 될 우리 아이들, 즐거운어린이집 맞은 편 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 조합보다 더 큰 ‘마을’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이 모든 아이들을 우리라는 이름으로 품을 수 있는 그런 노력에 힘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물론 조합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조합의 이름으로 새로운 실험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조합 밖의 아이들을 환대하는 것은 거꾸로 공동육아 담장 안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을 때 그 아이들 또한 세상으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즐거운어린이집 조합은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이라는 울타리 안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 아이, 조합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려면 조합의 울타리를 박차고 뛰어 넘어 진정한 의미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져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어린이집 담장 허물기와 담장 넘어서기를 통해 어린이집 밖, 지역과 소통할 수 있는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나 조합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이런 움직임들이 단지 즐거운어린이집 뿐만 아니라 아차산 곳곳에서 소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은 덜 경쟁적인 사회에서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우리 동네에서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이 소박한 도전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봅니다.

 

* 이 글은 책 '함께라서 행복한 공동육아이야기'(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 2013) 중 정혜령님의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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