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동구 풀꽃독서회,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현황 : 자체활동
엄마들의 독서 모임, 성동구 풀꽃독서회
7월 12일(금), 풀꽃독서회의 정기모임이 있던 날, 행당2동 주민센터에서 민순옥 회장님과 최은희 총무님을 만났다.
[김아영] 풀꽃독서회라는 이름이 예뻐요. 이름에 의미가 있나요?
[민순옥] (웃음) 큰 의미는 없어요. 그냥 평범한 주부들이 모여서 만들었다는 의미예요. 풀꽃이 우리들과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서 정하게 됐어요.
[김아영]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나 대상이 있나요?
[민순옥] (미소) 참여대상을 따로 정해 놓진 않았어요. 책을 읽고 그 주제를 함께 토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30대부터 40, 50대까지 있는데 40대가 주예요. 다 어머님들이고요.
[김아영] 두 분은 모임에서 어떤 일을 하세요?
[민순옥] 없어요. (웃음) 책 선정과 큰 이슈만 전달해요. 총무님은 회비를 걷고요. 회비가 모이면 영화를 본다든가 문화 활동을 하려고 해요.
[최은희] (웃음) 회비는 많지 않아요. 한 달에 5,000원씩만 걷어요.
[민순옥] 회비로 책도 구입하고 연말에 문화공연을 보려고 해요. (웃음)
[김아영] 정기적인 모임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최은희] 매월 셋째 주 월요일 10시 30분에 만나요. 미리 선정한 책을 읽어 오면 각자 느낀 것, 생각한 것을 공유해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일인당 10-15분 정도 생각을 얘기해요. 모임은 12시까지 하고 못 다한 얘기는 원하는 사람끼리 점심을 먹으며 계속 이어가요.
[김아영] 책 선정은 어떻게 하세요?
[최은희] ㄱㄴ이름순으로 돌아가면서 정해요. 다음 모임 때까지 다 같이 책을 읽고 와서 책에 대해 토론을 해요. 그리고 다음 차례가 선정한 책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 달에는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죠.
[김아영] 재미있겠네요. 다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순옥] 이렇게 한번 도는 게 8월이면 다 끝나가요. 근데 책 선정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선정하다보니 다른 사람이 너무 지루해 할 수도 있고 그러면 토론이 잘 안돼요. 그래서 이번에는 장르별로 선정하기로 했어요. 예를 들면 경제, 역사, 심리학 등 장르별로 지난 달에 다 추천을 받았고 8권을 정해놨어요.
[최은희] 모임 때마다 회장님은 일지를 기록하세요. 어떤 책을 읽었으며 분위기는 어땠고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어요.
독서회 모임에서 한 번은 큰 맘 먹고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고 해요.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제주도민의 학살을 다룬 영화 ‘지슬 ’을 보셨대요. 지슬은 감자의 제주도 방언이에요. 독서회라서 그런지 의미 있는 영화를 보러 가셨네요.
[김아영] 서로의 마음과생각을나누는 것이 잘 안 될 때가 있지 않나요?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소통인데 소통이 안 되면 화가 나고 화가 쌓이면 문제가 일어나요. 친구, 가족, 사회가 불통으로 인한 사건, 사고를 뉴스에서 접하게 되면 내 생각과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돼요. 풀꽃독서회는 같은 책 한 권을 가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니 소통이 자연스럽게 될 것 같은데 어떠세요?
[최은희] 저희가 주부이다 보니 책을 읽고 토론하면 자기 생각, 삶과 연관 지어 얘기해요. 재미있어요. 책 내용과 직접적인 상관없이 개인적인 얘기를 자연스럽게 나누게 돼요. (웃음) 그러다보니까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민순옥] 우리 주부들이 얼마나 깊게 얘기할 수 있겠어요? 20대만큼 책을 이해하지 못하잖아요. 저희는 책을 읽고 자신들의 얘기를 나누는 거예요. 그래도 책이 있으니까 이야기의 주제가 있다는 것? (웃음) 그래서 독서회가 좋아요. 주제가 없으면 잡담으로 끝나버리잖아요.
[김아영] 저는 주부들이 20대보다 경륜이 쌓였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민순옥] (웃음)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를 먹어야만, 부모로서 살아야만 이해되는 것들이 있죠. 더 많을 거예요. 독서회를 통해 서로의 경륜을 나눈다는 것은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아영] ‘다르다’는 것을 통해 느끼거나 깨달은 것이 있으세요?
[최은희]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봤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보는구나를 통해 시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경험해요.
[민순옥] 사실 저는 다르기 때문에 충돌이 생길까봐 걱정을 했거든요. 아직까지는 큰 충돌이 없었는데 저 사람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독서회를 통해 이해를 넓혀가고 있어요.
[김아영] 모임이 1년이 되어가는데 어떤 보람이 있으세요?
[최은희] 저 같은 경우에는 아직 초등학교 엄마다 보니까 엄마가 책을 읽는다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것. 사실 책을 잘 읽지 못하다가 풀꽃독서회를 참여하면서 제 자신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적이 있었어요. (웃음) 제가 책을 읽고 있고 아빠가 핸드폰을 보고 있으니까 우리 아들이 지나가면서 “엄마는 책 읽고 아빠는 핸드폰 보고 있네!” 라고 말을 던지는 거예요. 그거 보고 애기아빠랑 제가 웃었어요. 애들한테 보이는 게 참 중요하구나 생각을 했어요.
[김아영] 참여하기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죠?
[최은희] 아이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죠. 책을 많이 읽으니까 나름대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말하는 것도 신중하게 말하게 되고, 그리고 제가 말하는 입장보다 들어주는 입장이 되더라고요.
[김아영] 책의 영향력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민순옥] 저는 자책과 후회를 잘 하는 스타일이에요. 책을 읽다보면 어떤 사람은 성격이 나보다 못한데 굉장히 성공하고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돼요. 그런데 유명한 사람은 오히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이런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내가 왜 스스로 자꾸 자책을 하나. 또 내 성격으로도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살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지식과 정보도 많아지지만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것. 이것이 독서의 영향력이라고 봐요.
풀꽃독서회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나의 엄마일 수도 있고 나의 미래일 수도 있는 어머님들과의 만남은 유쾌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이면서 한 달의 이야기 보따리를 저마다 가져와 푸는 시간이 있다는 것은 독서회 회원들에게는 기다려지는 일이었습니다. 책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내 마음을 넓히는 가치 있는 시간. 책은 사람을 모이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되고 있었어요. 저도 이 좋은 도구를 가까이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당2동 풀꽃독서회 포에버!
풀꽃독서회는
풀꽃독서회는 5호선 행당역 2번출구로 나와 70미터쯤 직진한 뒤, 행현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좌측으로 100미터만 가면 보이는 행당2동주민센터에 있다.
문의 및 전화 02)2286-7300
* 이 글은 책 '성동아, 마실가자'(성동구, 2014)에서 발췌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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