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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과 마을의 만남, 성동구 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2014.05.09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 성동구 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현황

2012년 마을기업사업(성수수제화마을)

 

장인과 마을의 만남, 성동구 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거친 손이 가죽을 자르고, 망치질을 한다.

오랫동안 한 길로 걸어왔다. 그 안에 깃든 진실들.

사양산업을 되살린 불씨가 되고, 마을을 이루는 힘이 되다.

 

성수수제화마을 (1)

 

장인, 마을을 만나다

‘사양 산업’이라는 타이틀 앞에선 장인(匠人)도 힘을 쓸 수 없었다. 고객이 찾지 않는데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었다. 수제화 장인들이 그랬다. 태풍 앞의 낙엽처럼 흔들리고 떨어져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과 브랜드로 밀어붙인 기성제화에 밀려 수제화 자체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저가 중국산의 유입까지 덮쳤다. 성수동의 400여 개 수제화 공장은 더 이상 힘쓸 도리 없이 사망 선고를 기다리는 판국이었다.

 

그러던 찰나, 마을이 다가왔다. 장인의 힘으로도 되지 않고,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수제화 부흥은 서로 힘을 합침으로써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다. ‘마을기업’이라는 기회였다. 행정안전부(현재는 안전행정부)와 서울시, 성동구청은 ‘수제화’를 테마로 사람들을 연결시켰다. ‘수제화 마을’이었다. 사람과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비돼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 장인이 있었다. 수제화 공장과 피혁·부자재 업체가 밀집해 있으니 수제화마을을 조성할 만한 여건은 갖춰져 있던 셈이다. 수도권에 공급되는 수제화 가운데 70% 이상을 만드는 곳이 이곳이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한다면 어떨까. 맞춤형 주문 제작도 가능한 장점도 있었다. 25개 업체를 모았다. 성수수제화타운(SSST)을 만들었다. 공동판매장을 세우고 제화학교를 열었다.

 

성수수제화마을 (2)성수수제화마을 (3)성수수제화마을 (4)

 

변화가 일어났다. 사형 선고를 기다리던 사형수에게 한줄기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성수 수제화 마을’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죽어가고 있던 수제화 거리는 구두의 메카로 재탄생했다. 서울시에서도 이 변화의 기운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시 성수동 구두 제화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년간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역경제, 지역중심의 산업을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장인의 명맥이 끊기나 했던 수제화 업계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장인들과 영세한 수제화 공장, 디자이너의 협업이 본격화 됐고, 성수동산(産) 구두가 자기 브랜드를 갖고 나왔다. 마을이 일궈낸 또 하나의 기적이었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이 함께 모이고 힘을 합치니 가능한 것이었다. 마을공동체의 작동원리가 수제화 장인들에게도 스멀스멀 틈입했다. 어쩌면 우리 안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DNA가 작동한 것은 아닐까.

 

시계를 돌려보자. 수제화는 근대의 산물이었다. 과거의 마을공동체와 공통점을 찾기 힘든 지점에 있었다. 근대화 이후 일본을 통해 제화기술이 들어왔다. 양화점이 차츰 세를 불려갔고, 한국 전쟁 이후 염천교와 명동, 퇴계로, 회현동 일대 구두공방이 대거 들어섰다. 그리고 구두에 신경을 쓰는 멋쟁이들이 많아지면서 1980년대에 큰 호황을 누렸다. 구두를 만들던 장인들의 전성시대. 똑같은 구두 없이 나만의 구두로 멋을 부릴 수 있었던 시대.

 

성수수제화마을 (5)성수수제화마을 (6)협동조합, 후학 키우고 지역에 봉사

허나 오래가지 못했다. 경제성장과 함께 호황을 누렸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제화공장은 중심부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자본력을 앞세운 브랜드 기성제화가 판을 치기 시작했고, 장인들도 하나둘 떨어져 나갔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성수동에 제화공장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성수동 제화거리가 형성됐다. 그러나 자기의 브랜드를 내세우기보다 거대 브랜드나다른 시장에 OEM(주문자상표부착)으로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그렇게 쇠락의 길을 거닐던 성수수제화타운의 새로운 전기는 마을기업을 포함한 새로운 협력과 협동의 방식이었다. 민관 공동의 노력으로 마을기업이 수제화 마을의 재도약을 촉발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방식의 협동사회경제가 이를 추동해야 할 단계다. 협동조합이 수제화 마을에서 꽃피고 있다.

 

지금 성수 수제화 마을에는 새로운 활력이 돋아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혼자서는 안 된다, 함께 힘을 합쳐 나서야 한다는 점이었다. 성수 수제화 마을의 부흥 2기를 꾀하는 중요한 지점은 ‘협동조합’이다. 2012년 12월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이 성수 수제화 마을에도 이식됐다. 수제화 마을 곳곳에서 협동조합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마을기업이 1차 변곡점이었다면, 협동조합은 2차 변곡점이 되고 있다. 수제화 장인을 비롯한 공방대표(기능공), 디자이너 등이 협동을 기치로 뭉치고 있다. 수제화 교육을 받기 위해 유입되는 인구도 있다. 협동조합을 만드는 이들의 목적은 뚜렷하다. 공동브랜드 및 디자인개발, 공동부자재 구매, 공동생산, 공동판매 등의 영업적 목적을 비롯해 고용안정과 후진양성, 수제화 발전 관련 사업 진행 등 다양한 각도에서 협동조합이 탄생하고 있다.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S-COOP)의 김현호 이사는 수제화 장인 2세다.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수제화 마을에서 눈에 띄는 ‘젊은 피’다. 지금 그는 협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수제화 마을의 다음 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이 협동조합이며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라고 보고 있다. 공동 판매장 설립을 위해 현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S-COOP이 꾸는 꿈은 ‘무수옹’이다. 없을 無, 근심 愁, 할아버지 翁. 김 이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옹이라 함은 현재 성수동에 고령화된 수제화 장인을 뜻하는데 이분들이 보람을 갖고 일하면서 후진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더불어 지역사회에도 기여하면서 근심 없는 사회,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무릇 구두가 편해야 땅을 제대로 딛고 설 수 있는 법이다. 또 구두가 아름다워야 제대로 멋을 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성수 수제화는 그런 의미에서 땅을 제대로 딛고 서도록 만들고 멋의 방점을 찍는 중요한 일상의 제품이다. 성수 수제화 마을의 성공적인 재도약은 다른 지역의 수제화 생산에도 큰 자극을 주고 있다. 대구시수제화협회가 성수 수제화 마을을 벤치마킹하여 대구의 수제화 골목을 살리겠다며 마을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인들이 일군 마을의 기적은 조금씩 길을 넓혀가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동에 사는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구두를 사기 위해, 신발을 사기 위해 먼 곳에 나갈 필요가 없다. 백화점에 굳이 들릴 이유도 없다. 브랜드를 선호할 이유도 없다. 이들 대부분을 만드는 곳이 성수 수제화 마을이니까. 성수 수제화 마을에서 신발 하나에 모든 혼을 불어 넣고 있는 장인들의 손을 믿어보라. 당신의 발이 반응할 것이다. 발이 곧 사람이다. 발이 편하면 삶이 편해진다.

 

성수수제화마을은

성수동엔 약 380여 개의 수제화 관련 업체가 밀집해있다. 디자인부터 완제품까지 가능한 공장부터, 가죽과 부자재 소규모 공장 ·상점 및 판매장까지 골고루 포진했다. 현재 4개의 협동조합이 다양한 목표를 갖고 활동 중이다.

‘수제화마을’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일 중 하나는 후진 양성. 한국제화아카데미한국제화디자인패턴연구소, 그리고 성동토탈패션지원센터 등에서 구두를 배울 수 있다. 약 5개월여에 걸쳐 이론과 실습과정을 운영한다. 교육비가 지원되는 서울성동수제화협회 협동조합 교육관련 전화 02)465-7093.

성수동 곳곳 매장에서는 원하는 종류의 구두도 살 수 있다. 성동토탈패션지원센터 공동매장(www.sstf.or.kr)도 있고, 성수수제화타운매장(www.ssstmall.com)도 있다. 자신의 발에 맞춘 수제화를 원한다면 매장에서 치수를 재어 주문할 수도 있다. 일주일 이내면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제작이 가능하다.

 

* 이 글은 책 '성동아, 마실가자'(성동구, 2014)에서 발췌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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