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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철철 넘치는 마을, 문래동 문래예술공단

2014.04.15
마을공동체담당관
전화
02-2133-6341

   * 문래예술공단, 마을공동체 사업 참여현황

 2012~2013년 마을예술창작소 사업(문래주민예술공방)

 2013년 마을미디어사업(안테나, 우리동네PODCAST 제작)

 2013년 마을북카페 사업(안테나, 치포리 마을북카페 오픈)

 

예술이 철철 넘치는 마을, 문래동 문래예술공단

 

 

철공소와 예술의 만남

안녕하세요. 저는 김빠우라고 합니다. 저는 6년째 문래창작촌에 살고 있습니다. 문래창작촌의 다른 이름은 문래예술공단이라고도 부릅니다. 엉! 무슨 공단? 하시겠지만 제가 지금부터 찬찬히 문래예술공단을 안내하겠습니다. 자 출발해보자구요~

 

이른 새벽 5시 부웅- 부르릉- 웅웅 털털털털 삐익삐익 삐익삐익.. 10톤 25톤 대형 트럭들이 철재들을 잔뜩 싣고 문래동 골목에 줄지어 늘어서면서 문래예술공단의 아침이 시작됩니다. 7시가 되면 철재상가들이 철로 된 문을 걷습니다. 철문에는 언뜻언뜻 벽화그림이 보입니다. 철공소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호이스트(크레인의 일종)를 이용해 철재들을 가게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습니다. 시끌벅적 철공소의 하루일과가 시작된 거지요.

 

치이익 철컥 치이익 철컥 지잉 지잉 끼이익 끼이익 웅 웅 철커덩 철커덩 깡! 깡! 깡! 끌끌끌끌 끌끌끌끌... 철 자르고 철 갈고 구부리고 광내고 두드리는 소리가 문래동 골목골목을 가득 메웁니다. 작은 트럭들이 철재상가 사이사이를 누비며 부지런히 철재를 실어다가 근처 가내철공소로 배달해주면 철공소에서는 그걸로 나사도 만들고 각종 부품을 만듭니다. 문래동은 옛날부터 ‘깡깡이 두드리는 소리’로 유명한 철동네였습니다.

1_문래동 철공소에서 작업중인 직원들 모습

11시가 넘어가면 철공소 단지에는 짧은 휴식이 찾아옵니다. 약간 소강상태가 되는 거지요. 철공소 앞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는 아저씨, 철재에 기대어 잠시 고개를 꼬박꼬박 조는 아저씨, 작은 선풍기 하나 옆에 끼고 바둑 두는 아저씨들도 보이네요. 철공소 아저씨들에게나 예술가들에게 맛좋은 점심을 배달하는 함바집 아주머니들의 발걸음이 바빠질때면 어느새 배가 고파지고 점심시간이 찾아온 겁니다. 아무래도 점심시간의 백미는 함바집에 직접 가서 먹는 걸 겁니다. 함바집 문을 빼꼼 여니 탁자 위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아저씨들과 예술가들이 보입니다. 특별한 메뉴가 없지만 맛있는 ‘오늘의 메뉴’, 고봉으로 담아주는 밥과 반찬이 무제한 리필입니다. 막걸리 한 잔 곁들이지 않으면 철동네 점심이 아니지요. 주거니 받거니 한 잔 들 하시고 불콰해진 얼굴에 미소 띠며 다시 일터로 돌아갑니다.

 

예술가들 둥지를 틀다

예술마을 소개가 아니고 철공소 단지 소개냐구요? 하긴 여기는 한 때 대한민국 철강재 판매 1번지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고 서울의 대표적인 금속공업지역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의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점차 쇠퇴해갔고 곳곳에 빈 공간들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저렴한 작업실을 찾아다니던 예술인의 눈에 띤 건 약 10년 전, 초기에 둥지를 튼 몇몇 예술가들은 지인들에게 알렸습니다. “여기 문래동에 값싼 작업실 많아요. 어서들 오세요~” 2007년에 경계없는예술센터 ‘경계없는 예술축제’ 온앤오프 무용단‘물레아트페스티벌’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작업실이 더욱 늘어나 이제는 80여 개의 창작실에서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모인 겁니다. 이런 사연이 있었던 탓에 새벽부터 저녁까지는 철공소가 일하고 오후부터 밤늦게까지는 예술가들이 일하는 재미있는 마을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마을을 “철공소 장인의 에너지와 예술창조의 정신이 공존하는 문래예술공단”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문래예술공단의 크기는 얼마나 되나

문래예술공단은 문래동 1가에서 4가까지에 이르는 약 9만평 넓이의 터에 600개 이상의 철재상회와 작은 금속가공업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엔 함바집으로 불리는 식당과 구멍가게, 예술가들의 작업실들이 자생적인 서식지처럼 퍼져 있습니다. 작업실의 숫자는 개인작업실과 공동작업실을 합해서 80여개가 됩니다.

 

공간의 종류도 미술작업실, 소공연장, 공연연습실, 전시공간, 연구소, 사회적기업사무실, 목공소, 카페 등 다양하구요. 대부분 1층엔 철공소 2층엔 회화작업실, 3층엔 연극연습실, 그리고 지하에는 무용공연장이 있답니다. 하지만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겸손’하게 숨어있답니다. 그래서 소문만 믿고 무작정 방문하는 분은 예술가를 쉽게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면 “에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역정 내지 마시고 주변의 일하던 노동자에게 예술작업실이 어딘지 물어보세요. 그러면 일하시던 노동자는 턱으로 건물을 가리키며 “저리로 가봐요. 지금 사람이 있을라나 모르겄네” 하실 겁니다. 먼저 2층이나 3층을 방문해보세요. 혹시 열려있는 공간이 있으면 “똑똑” 노크하시고 구경해보세요. 별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빠우씨와 함께 문래예술공단 투어를

그럼 이제 저와 함께 문래예술공단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2호선을 타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오세요. 그길로 부지런히 150미터 걸어오시면 ‘문래창작촌’ 이라는 푯말이 보이면 그 곳이 출발지점입니다. 작은 골목길부터 산책하는 기분으로 투어는 시작됩니다. 양팔이 쉽게 닿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지만 호기심으로 걷다보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벽화들을 여럿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골목의 입구에는 자그마한 카페겸 갤러리 ‘솜씨’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페지킴이 겸 큐레이터가 반깁니다. 커피 한 잔 곁들이면서 문래동 작가의 전시를 감상해보세요. 혹시 작가가 나와 있으면 작가와 담소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솜씨’를 나와서 골목을 따라 들어서세요. ‘금요심야식당’이라는 작은 푯말이 있는 가게를 만납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문화사랑방에 가까운 아담하고 예쁜 공간입니다. 아참! 평소엔 작업실로 사용되니 심야식당만의 특별한 주말메뉴를 즐기시려면 ‘금요일’에 오세요. 정말 기대이상의 메뉴가 당신을 기다릴 겁니다. 옆집은 ‘목공소’입니다. 편한 맘으로 쑥 들어서보세요. 인상 좋은 나무수레씨가 반갑게 맞이할 겁니다. 오늘은 동네주민들과 목공워크숍을 하는 날이네요. 일주일에 3일씩 하는 목공워크숍에는 10여 명의 동네주민이 자신이 사용할 책상이며 의자를 만든답니다. 길죽 넓죽한 나무들을 가지고 대패질이며 톱질에 분주합니다. 여러 종류의 나무들도 만져보고 나무냄새도 맡아보고 목공장비들도 구경해보세요. 목공소의 맞은편에는 디자이너 K씨가 사는 작업실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작업실 중앙에는 고양이 문양의 나무가구가 보입니다. 작가는 이것이 캣타워라며 소개합니다. 고양이놀이터와 휴식공간을 혼합한 형태인데 미끄럼틀과 푹신한 고양이 방석이 눈에 띕니다. K씨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문래동에 고양이가 많은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캣타워를 디자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벽에는 고양이를 다양하게 그린 아이디어 스케치도 보입니다.

2_철공소와 예술의 어울림

캣타워 작업실을 지나 쓰레기장이 꽃밭으로 변한 틈새화단을 지나면 철조형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거산산업이 나옵니다. 조각가나 디자이너들이 이 가게의 단골손님입니다. 사장님이 최근 어느 단골작가가 새 간판을 위한 디자인을 공짜로 선물해줬다며 자랑하십니다. 문래동 작가들과는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건네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거산을 지나 친절한 덕진씨가 운영하는 철공소를 들릅니다. 선반 기계를 돌리던 덕진씨가 일에 몰두하다 우리 일행이 다가가자 잠시 일손을 멈춥니다.

공장구경해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승낙! 공장에 들어가서 여러 종류의 공구와 기계를 돌아보고 설명도 들어봅니다. 가까이서 본 선반기계는 생각보다 흥미롭게 생겼군요.

 

58번지 일대의 철공소들 사이사이에는 카페와 식당, 디자이너와 목수, 치킨호프집과 갤러리, 동네신문제작소 안테나와 대안공간 이포 등이 옹기종기 이웃사촌입니다. 도로변에는 불과 2평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구멍가게 왕벌슈퍼가 있습니다. 사장님들이나 작가들이 쇠 깍다가 작업하다가 목이 칼칼해지면 들르는 곳입니다. 멸치에 소주 한 잔이나 막걸리 한통 따면서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꽃이 피는 곳이죠.

또 다른 슈퍼 아지트로 54번지의 신흥상회를 빠트릴 수 없죠.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철동네에서 유서 깊은 이 가게는 언제나 동네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과자, 음료수, 담배를 파는 이 가게의 손가락 김밥은 인기가 많아서, 점심 때 쯤 동이 납니다. 라면 한 그릇 곁들이면 더욱 좋구요. 오후 늦게 새참 먹을 시간 쯤 되면 어김없이 몇몇 아저씨들이 몰려와 막걸리 한 잔에 김치, 참치캔을 두고 세상사를 나눈답니다.

 

막걸리 한 잔을 뒤로 하고 철재상가 거리에 들어섭니다. 영동 스텐레스 가게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2층의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3층의 작업실을 지나 옥상에 있는 도시텃밭으로 올라갑니다. 오늘은 인근 아파트 주민 최영감님이 교장으로 있는 문래도시텃밭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네요. 벌써 열댓 명의 주민과 예술가들이 모여서 왁자지껄합니다. 그동안 키운 부추와 고추로 전을 부치고, 허브로는 남미?의 전통술 ‘모히토’를 만들어 시음하고 있는 중입니다. 옆 돗자리에서 숙제를 마무리하던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부추 전 먹는데 합세합니다. 도시텃밭을 산책하듯이 거닐며 내려오면 지하에는 대안공간 ‘문’을 지나치게 됩니다. 철판을 잘라 파는 철재가게와 사진작업실, 각파이프 가게와 전통퓨전국악 연습실 등 여러 작업실과 철공소들을 구경하며 지나는 동안 어느새 철공소 단지 깊숙이까지 빨려들어 가게 됩니다.

 

여하간 이것저것 하는 공간 랩39

벽화가 있는 1층 새한철강을 거쳐 계단입구에 붙어있는 ‘사회 정밀-예술 연마’라고 쓰인 랩39간판을 뒤로 하고 2층으로 오르면 젊은 회화그룹의 공동작업실이 나옵니다. 200호 300호 등 굉장히 큰 그림들을 벽에 세워놓고 작업에 몰두중입니다. 이 팀의 멤버들은 별도로 그라피티팀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3층으로 오르면 랩39가 나옵니다. 랩39는 실험실을 뜻하는 랩, 공간이 위치한 주소를 딴 39가 그대로 이름이 된 곳입니다. 공간내부를 보면 카페 같기도 하고 술집 같기도 하고 전시장 같기도 하지만 그 무엇도 아닌 것 같습니다.

 

“혁명은 술상으로부터!”나 “자본주의도 무찌르고 공산주의도 무찌르고 세상을 구원하자! - 예수” 등 심상치 않은? 구호가 붙어있질 않나. 발가벗겨진 벽시계에 구부러진 시계 침이 똑딱거리며 움직이질 않나. 가끔 문래예술공단을 탐험?하는 카메라 든 사람들이 랩39에 고개를 쑥 내밀며 묻습니다. “여기는 뭐하는 데예요?”그러면 랩39사람들은 “아 여기요? 장사는 안 하지만 ‘용기나’ 커피도 팔고요. 친환경에너지 실험 같은 것도 하지만 뭐 전시도 하고 그래요.” 랩39를 많이 다녀간 사람들 중 어떤 이는 대안 공간 혹은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소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제 옥상으로도 올라가 보세요. 불타는 만국기를 들고 거리를 거니는 퍼포먼스 사진을 보면서 옥상으로 나오면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발 아래로 철공소 단지 일대가 보이고 그 너머에 새로 생긴 신축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 채로 360도 회전해보면 내가 서울이라는 도시 속의 ‘낯선 섬’에 서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옥상 곳곳에도 벽화와 그라피티 그림이 있고 화단과 조각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인근 초중등학생들이 문래예술공단 투어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문래예술공단의 커뮤니티들

2007년부터 더 많은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문래예술공단’이라는 월례 반상회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일 땐 각자 먹을 음식과 술을 준비해오죠. 서로 반가운 마음에 수다를 떨게 됩니다. 예전엔 어디서 작업실을 했고 월세는 얼마였는지, 월동 준비는 했는지, 화장실은 잘 돼 있는지 등 생활이야기부터 누가 누구랑 연애중이라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양하지만 전시나 공연소식 등 유익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게 됩니다.

서로를 좀 더 알게 되면서 마을 축제나 오픈스튜디오 같은 행사도 함께 준비하는 정도로 관계가 발전했습니다. 문래동에서 아트복덕방 구실을 하는 공간은 대안공간 이포, 세현정밀, 나무수레목공소, 안테나, 예술과 마을네트워크, 대안공간 문, 솜씨 갤러리, 갤러리 정다방, 4.13, 예술과 도시사회연구소, 랩39 등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빈 공간이 생기면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정보를 주기도 하고, 전시나 공연소식을 물어다주거나 자료를 모으는 일들을 합니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이 공간들을 통해 왕래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문래동네’ ‘예마네 소식지’등 마을소식지나 문래대안공간협의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3_문래의골목길벽화지역 어린이와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괴나리봇짐’, ‘예술학교강사’, ‘ALF영어연극’ 등 문래동예술가들이 지역아동센터나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이지요. 교육내용은 예술가들의 미술, 연극, 무용 등 작업 콘텐츠들을 응용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로 전환한 경우입니다. 이와 함께 공공미술 벽화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벽화는 철공소 노동자들과 미술가들의 소통의 도구이기도하고 미술가들과 지역어린이와 주민들과의 대화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벽화의 내용은 철공소 단지의 노동을 소재로 하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들입니다. 벽화작품은 문래동 작가들이 직접 그린 것도 있고 동네 어린이들이 직접 제작한 벽화도 더러 있습니다. 한 때는 미술대학 학생들이 문래동을 새로운 공부공간으로 삼아 벽화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귀하게 자랐음직한 여학생들이 지저분한 계단과 화장실, 쓰레기로 가득 찼던 옥상을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해서 벽화를 그렸습니다. 그런 모습이 기특해 보였던지 철공소 아저씨들이 음료수도 사주시고 짜장면도 사주시면서 칭찬하셨습니다.

 

문래예술공단 사람들은 ‘주말의 독립영화’ 행사나 작가, 철공소 노동자, 주민이 함께 만든 ‘공동전시’, ‘옥상텃밭농사’ 등을 통해 서로의 교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공용공간을 운영해보기도 했고 물물장터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철공소와 예술이 함께 살아 온지 이제 겨우 10년, 아직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할지 서로 잘 모르기도 하고 서툴기도 하지만 함께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이지요. 그런 시도들 중 두드러지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활동이 등산모임입니다. ‘문래골목산악회’는 한 달에 한번 등산을 갑니다. 철공소 노동자들과 예술가들이 형님 아우 하면서 즐기는 ‘운동’모임이지요. 예전에도 몇몇 철공소 아저씨들이 등산모임을 했었지만 예술가들이 결합하면서 규모가 커졌습니다. 요즘은 적게는 20명 많게는 50명도 넘게 가는 중견등산모임으로 성장했습니다. 술 좋아하는 철공노동자들과 그에 못지않게 술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오묘한 궁합! 물과 기름처럼 서로 잘 섞이지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등산만 가면 한 덩어리가 됩니다. 서로 흉도 봅니다. 대낮부터 술 먹기 쑥스러우니깐 등산을 핑계로 산속에서 먹으려고 산을 탄다는.. 그런 흉을 서로 보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립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문래동에서 작업하세요? 예술가들이 문래동에 많이 들어오게 된 이유는 무엇이죠? 그 질문에는 문래동에 와봤지만 도무지 모르겠다는 회의와, 이렇게 낡은 공장 지대에서 무슨 작업을 하겠다고 예술가들이 들어왔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는 임대료가 저렴하니까, 교통이 편하니까, 예술가들이 많이 있어 교류하기 좋으니까, 철공소 아저씨들의 장인적 노동이 예술창작에 자극을 주니까 등 여러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래예술공단이 주는 매력은 무언가 색다른 장소, 색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예술마을이라는 점입니다. 신축건물처럼 완벽하게 깨끗하지 않아 자유로운 헐거움을 주는 곳, 부족한 것이 많아 내 경험을 보탤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곳, 신발 흙을 털고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성전 같은 갤러리에서 만나는 예술이 아니기에, 작품에 말 걸기 쉽고, 예술가들에게 좀더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곳, 이질적인 것들이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곳, 이런 곳이 문래예술공단입니다.

 

4_도시의창작촌

도시의 창작촌은 시민들의 숨통을 틔어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공간입니다. 누구나 자유로워지고 누구나 좀더 헐거워져서 사람의 관계들이 서로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입니다. 하여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누구나 노동자가 되며, 누구나 문화를 통해 다중적 정체성을 누리며 즐거워질 수 있는 마을이 문래예술공단입니다. 문래예술공단은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가 일상이 되고, 주류적 가치 뿐 아니라 다른 가치도 동등하게 존중받으며, 자본주의를 극복한 형태로서 삶과 예술의 일치를 제시하기 위한 현실적 노력을 펼쳐가는 예술마을입니다.

 

한편 오랫동안 재개발 예정지역이기도 한 문래동을 보는 공공기관의 시선은 양면성을 띠고 있습니다. 시민의 문화향수권 신장이나 도시재생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십여 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도시재개발계획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예술가와 시민 그리고 도시가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없을까요?

 

* 이 글은 '서울, 마을을 품다'(2012, 서울시)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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